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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7/09 23:41
즐겁게 봤습니다 크크 과한 맥거핀이 호불호가 갈리긴하지만 곡성은 명백히 대중적으로도 평단에서도 성공한 작품으로 기억될겁니다
16/07/09 23:48
우선 저는 곡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작품 자체의 문제보다는 마케팅이 좀 무책임하지 않았나 생각하는 부류입니다. 영화는 이제 완전히 두 부류로 나뉘어졌다고 생각합니다.
1. 대중을 위한 값싸고 시간 덜 들어가는 유원지. 시나리오와 내러티브의 비중이 크고 해석에 자유가 제한된 롤러코스터. 2. 영화의 기본적 전제와 문법에 충실한 소위 '예술' 영화. 이미지의 나열이라는 영화의 기본에 충실, 내러티브와 시나리오의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움 곡성은 둘 사이에서 어느 정도 줄타기를 하려던 작품이었다 생각하지만, 대중들은 '나홍진' '추격자 감독' '20세기 폭스 코리아' '매스 미디어의 홍보' 등을 통해 곡성이 1 번 타입의 영화겠거니 하고 기대하며 갔을 것이고 불호를 나타내는 사람들은 이 기대가 배신당한 것에 대한 분노라고 생각합니다. 그 분노가 정당한 것이냐, 에 대해 저는 '어느 정도는 정당하다' 고 생각합니다. 게임으로 치면 둠 4를 기대하고 들어갔는데 림보나 인사이드가 나온 느낌일테고, 마케팅에 있어서 2 번의 성격이 들어있다는 것을 거의 철저히 배제했기 때문에, 정도는 약할 지언정 어느 정도 대중을 기만한 마케팅이었다고 생각하고요. 다만 20세기 폭스 코리아에게 있어 적어도 수십억 이상의 제작비를 투입한 이 영화의 수익을 위해서 곡성의 2번 성격을 마케팅 이전에 철저히 숨겨야 했을 필요는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관객 입장에서 그 변명을 들어줄 필요가 있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라서요. 곡성 영화만 놓고 보면, 영상 연출에 있어서 나홍진은 이제 세계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레이아웃티스트라고 여기게 되었습니다. 화면 내에서 매우 작은 면적을 차지하는 요소를 관객이 놓치지 않고 집중하게 만드는 능력이 너무나 뛰어납니다. 영화 초반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흰 실, 롱 샷으로 앙상한 나무들을 찍는 가운데 작게 보이는 목 매단 시체, 무당이 엎지른 사진에 찍힌 딸의 모습 등을 관객이 놓치지 않게 만들죠. 그 면적이 너무나 작거나 색상이 드러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다만 시나리오로 본다면 영화가 허구를 진실이라고 신뢰하게 만드는, 관객의 '믿음'에 철저히 의존하는 장르라는 걸 아이러니로 만들어 '답은 네가 믿는 대로 결정되는 거야. 철저히 너의 해석에 달려있고 아예 존재하지가 않아.' 스타일의 영화는 생각보다 많이 나왔고 곡성보다 깔끔하게 제시한 영화도 많았다고 봅니다. 대표적으로 판의 미로요. 또 이를 예술 영화로 보아 '이미지의 나열이라는 측면에 있어서 시나리오와 내러티브는 중요치 않다' 라고 한다면 순간 순간의 레이아웃은 경악스러울 정도로 뛰어나지만 이를 통해 어떤 미적 가치와 미적 기준을 제시했냐고 한다면 그 부분은 또 애매하다고 생각합니다. 영상미에 있어서 '홀리 모터스'나 '부기 나이트'처럼 뛰어났냐고 하면 그건 아니라고 봐요. 전체적으로 예술 영화와 상업 영화 사이에서 이도저도 아니게 된 작품에 가깝지 않은가, 합니다. 다만 나홍진이 '기술'만큼은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선 걸 보여주는 작품이라고도 생각하고요.
16/07/10 00:13
저는 곡성보다 아가씨가 훨 나았었는데.. 저만 그랬나요; 맥거핀이 너무 과해 저는 영화보고나서 혼란스러운게 너무 싫었습니다.. 이과라그런가..; ;
16/07/10 00:23
몰입도 하나만큼은 최고였습니다. 이만큼 러닝타임 내내 집중했던 영화가 있었는가 싶을 정도로요. 그냥 멱살 잡고 끌고 가더라고요.
16/07/10 01:00
솔직한 느낌은 허무했습니다. 이유를 알고 싶은데 이유를 알려줄 생각이 없는 영화였으니까요. 두번째로 봤을때는 숙명같은게 느껴졌습니다. 종구가 어떻게 행동하던지 결과는 피할수 없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불가항력이라면 피할수 없는 재앙이라면 무명이나 외지인은 결국 같은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재앙은 그저 재앙일뿐인데 그 이유나 의미를 알고 싶어하는 인간의 관념이 그것을 무명(니딸애비의 죄때문이라고 이유를 말해줍니다)과 외지인(미끼를 물어버린것뿐입니다.이유같은건 없습니다)으로 구분하고 믿거나 불신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나홍진 감독은 피해자를 위로해주고 싶어서 영화를 만들었다라고 얘기한 글을 본적이 있는데, 관객으로서 종구를 지켜볼때는 어쩌면 위로가 될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불행은 결코 피할수 없는거라고..당신은 할만큼 했다고....당신탓이 아니라고,,, 하지만 불행이 닥쳐와 막상 자신이 종구가 되었을때 그래서 왜 내게 이런 일이?라고 되물을때 과연 이 영화가 어떤 위로가 될런지는 모르겠습니다. 그저 우연일뿐이라고 털고 지나가기엔 불행이 몰고온 고통이 너무 커서 반드시 그 이유와 의미를 알고 싶을때 아니 알아야만 할때 무명과 외지인이 우리곁으로 다가오는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무언가를 믿거나 증오하기라도 해야 그 고통의 시간을 넘길수 있을테니까 말이죠, 마지막에 담벼락에 쪼그리고 앉아서 슬픈 얼굴을 하고 있는 무명의 모습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습니다
16/07/10 07:30
동감합니다.
종구는 계속 Why에 집착하죠. 우리 착한 효진이가 Why!!!! Why에 대한 답은 언급하신것처럼 무명과 외지인이 해줍니다. 무명은 아비의 죄 때문이라고, 즉 원인과 결과의 세계 속에서 인간의 원죄를 애기하는거죠. 외지인은 미끼를 문거라고, 즉 카오스적 세계관 속에서 그냥 확률일 뿐이라고. 종구 입장에서 두 애기는 똑같은 애기입니다. 효진이가 그렇게 된것은 종구의 잘못도, 효진이의 잘못도 아니라는거죠. 그렇기에 효진이가 여전히 Why?를 찾아헤매는 종구에게 뭣이 중한디! 라는 명대사를 날려 주는거구요. 효진이에게 증상이 나타났을 때 그 증상 자체에 집중하고 고치기 위해 외부 도시의 큰 종합병원에 데려간다던가 했으면 어떠했을까요? 하지만 인간은 이성의 동물이죠. 그 자신이 납득하는게 우선이고, 해결은 그 다음입니다. 종구는 자신의 납득이, Why?를 해결하는게 더 우선이였죠. 그렇기에 가설을 세우고(일본인이 효진이에게 병을 옮김) 그 가설에 맞추어서 행동하죠. 자신이 의사도 아니고 그냥 무능하고 평범한 경찰일 뿐인데 말이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지 않은 사람인데 말이죠. 이 영화는 그렇기에 세월호 이후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16/07/10 07:19
저에게는 올해 최고의 영화였고, 한국 영화만으로 한정하면 살추이후 최고였습니다.
나감독의 전작인 추적자, 황해보다 훨씬 좋았구요. 영화를 보는 중에는 효진이가 어떻게 될까, 그리고 무명과 일본인중 누가 선역이고 누가 악역인가 하는 점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구요. 영화가 끝난 후, 그리고 두번, 세번째 볼때는 위에 라라라~님 리플과 같은 생각들, 그리고 신과 믿음에 대한 생각들때문에 계속해서 재미가 있더군요.
16/07/10 10:12
저는 그냥 영화자체로 재미있게 봤습니다.
믿을지 아닐지 선택해야하지만, 사실 그상황에서 믿긴 어렵죠. 머가 맞는지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수가 없으니까요. 몰입감도 상당하고... 진짜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할수 있게 되더라고요.
16/07/30 19:07
이제야 곡성을 봤네요 영화 하나를 보고 해석과 리뷰를 따로 챙겨보는 즐거움까지 주니 최고입니다 황해를 잼있게 봐서 기대했었는데 역시나 였습니다 신작도 얼른 작업해서 내놔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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