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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4/17 13:35:27
Name chamchI
Subject [일반] 그냥 애도의 마음을 공감해보고자 몇 줄 적어봅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대학원 준비로 나름대로 바쁘게 지낸다고 생각하며, 혼자서 애도의 마음만 갖추고 공부에 집중하려 했으나
역시 분위기라고만은 할 수 없는 그런 무거운 공기 같은 것이 있나봅니다. 영 손에 안잡히고, 결국 올라왔던 글들, 소식 하나둘 보다가 몇 자 적어봅니다.

천안함 사태가 터졌을 때 군인이었는데, 마침 야근근무가 있을 때였습다. 그때는 아무래도 다른 것에 집중할 것이 없던터라, 지금보다 마음이 몇배나 무거웠습니다. 같은 군인이라는 점도 있었고요.
그들에게 애도의 마음을 가지며 스스로에게도 계속 질문했던 것 같네요.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내가 그 병사였더라면, 내가 그 장교였더라면, 같은.
지금도 애써 생각 안하다 글을 읽고 그때 상황을 떠올리다보니,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유가족에 대해 아무것도 도와주지 못하는 미안함과, 무책임한 태도들을 보여주는 사실들에 대한 분노가 심하네요.

처음에 너무 크게 신경을 안쓰려고 한 마음도 '신경써봤자 뭐하나, 결국 그들에게 도움도 못주는데' 라는 마음이었는데,
해야할 일들 내려놓고 기사나 글들을 보며 같이 공감하니 그냥
그때 같이 슬퍼해 줄 수 있는 누군가가 더 있었다
그리고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들끼리라도, 그들을 기억하며, 다시 한번 '같이 산다라는게 무엇인가'라는 것을 일깨웠다는 생각이 들어,
제 계확에는 불편하더라도 오히려 마음이 편합니다.

아래 어떤 분이 짧은 시 올려주셨는데.
저도 살고자하는 의지. 살 수 있다는 희망만 있다면 쇠보다 강한 것이 사람 목숨이라고 느낍니다. (정확히 기억이 안나는데.. 페루 맞나요?) 탄광 무너진 사건에서도 대다수의 인부가 살아 돌아온 걸 보면서도요. 한 분이라도 더 꼭 살아돌아오시길 기도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삶을 위해 죽음을 바쳤던 분들을 꼭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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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브로
14/04/17 14:22
수정 아이콘
비슷한 입장인 사람으로서 어제 알아볼 게 있어 인터넷 켰다가 우연히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진도'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목적 없이 딴짓 하고 싶지 않아서 지레 직감적으로 가벼운 지진 아니면 지역 축제 아니면 TV 프로그램에서 방송되고 있거나 방송한 지 얼마 안 된 미식일 거라 생각하고 클릭해보지도 않았는데 충격 받았습니다.

예전에도 아프리카로 기억 되는 해상 사고 뉴스 보고 무덤덤하게 '쩝, 많이도 죽었네. 안됐네.'하고 말았는데 이번에는 진짜 큰 충격 받았어요.

저도 사고 상황만 대략적으로 파악하고 셋째 문단처럼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무사하길 바라는 마음밖에 없는데 일단 내 할 일 집중해서 열심히 하자.'는

마음으로 하루 일과 마치고 잠 안 와서 새벽까지 채널 돌려가면서 사고의 참담함에 인상 써가며 보다가 힘든 마음으로 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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