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비행기를 타고 얼마나 날았던가.



눈 감고도 학자들을 위협하는 가고일들을 날려 버릴 수 있는 경지는 이미 오래 전에 돌파했고,

가고일의 일격 따위에는 한 대도 안 맞고 가고일들을 해치운 다음 유유히 기지로 귀환하는 것도
마음만 먹으면 아주 손쉽게 가능하게 된 지도 꽤 오래 되었다.



다섯 달 동안 타서 손에 익은 비행기와 함께 날아보는 것은 역시나 뭔가 짠하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오늘도 그렇게 가고일들을 해치우고 난 다음. 늘 하던 대로 낙하산으로 내려서 수석고고학자 앞에 섰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수석고고학자는 변변한 보상도 못 해 죄송하다며 특급 치유 물약 두 개와 약간의 골드를 내게 건넸다.

비룡을 타고 날아가려고 하는데, 수석고고학자가 나를 부른다.

"무슨 일이십니까?"

"저... 성기사님. 그동안 수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어리둥절했다.

"무슨 말씀이신지......"

"아직 요그사론도 처치하지 못하셔서 매일 고생하시면서, 이 곳에 다섯 달 동안이나 와 주셔서 가고일을 잡아주셨고,
이제는 성취까지 이루셨는데, 앞으로도 매일 여기에 오셔서 가고일을 잡아주시는 수고를 더 하시면 제가 오히려 죄송합니다.
잘 쓰지도 않는 특급 치유 물약밖에 드릴 것 없는 이 곳에 오시지 말고, 다른 곳으로 떠나시도록 하시지요......"

"......성취를 이룬 건 어찌 아셨습니까."

"4일 전에 이미 알았습니다. 그 날, 온 몸에 녹색 빛이 감도셨습니다.
그 때의 그 녹색 빛은, 성기사님과 저희 탐험가 연맹의 유대감이 절대로 끊어질 수 없을 정도로 굳건해졌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던가요."

"............"



나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확실히, 이전처럼 매일 오는 것은 힘들 듯 합니다. 저는 요그사론을 포함한 새로운 적을 물리치러 가야 하겠고,
이제는 저 말고도 많은 이들이 강철 관문에서 수고하고 있기도 하니 말이죠."

"......그러시리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내 비행기는 잘 보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스컬지들은 언제고 제가 물리쳐야 할 녀석들이고,
저는 그것을 잊지 않고 있으니까요. 언제고 이 근처에 오게 되면 들르겠습니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마음 쓰지 마십시오. 자.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단목시진. 약 150일 만에 탐험가 연맹과 확고한 동맹 달성.


- The xi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