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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국 감리교회(정확히는, 대한기독교감리회, 이하 ‘감리교’) 역사에 길이 남을 판결이 있었습니다.

0. 감리교 교단법에서 소속 교인/목회자에게 내릴 수 있는 최고형은 [출교]입니다.

출교는 목회자로서의 자격, 교인으로서의 자격을 모두 박탈하고, 심지어 앞으로 교회에 출석하는 것조차 아예 금지하는 조치입니다. 국가 형법의 무기징역 또는 사형에 준하는 셈입니다.

오늘 감리교 목사 한 명에게 [출교]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성소수자들을 축복했다]는 것입니다.


1. 8년 전 2015년, 감리교는 교단법(일명 ‘교리와 장정’)을 특이하게 개정합니다.

교회 범과(범죄)의 종류를 규정하는 교리와 장정 제3조에서, 제8항이 다음과 같이 개정되었습니다.
“음주, 흡연, 마약법 위반, 도박 및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
여기서,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가 새로 추가된 것입니다.

동성애를 찬성한다는 게, 동성애를 동조한다는 게 개념적으로 성립하기는 하는지조차 잘 모르겠습니다. 동성애는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현상/형질인데, 찬성은 어떻게 하고 동조는 어떻게 하는 거죠? 이렇게 정체조차 애매한 동성애 찬성/동조 행위는 이제 음주, 흡연, 마약법 위반, 도박 등과 같은 범주로 취급됩니다. 개정된 조항의 내용도 이상하지만, 개정 과정 자체도 졸속이었다고 지적되기도 했습니다.

… 이 때도 어이가 없었지만, 오늘처럼 이 조항으로 누군가 출교를 당하는 일까지 발생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2. 감리교 소속인 이동환 목사는, 2019년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진행된 성소수자 축복식에 참여했습니다.

이것이 상기한 교리와 장정 조항의 동성애 찬성/동조 행위에 해당한다고 교단에 고발되었고, 그 이후로 이동환 목사는 지금까지 수년간 교단 재판을 받아 왔습니다. 이동환 목사는 해당 조항에 기초하여 재판을 받는 첫 인물입니다. 이에 따라 감리교 내에서도, 퀴어 인권 운동에서도 이동환 목사 재판에 대해 관심이 높았습니다.


3. 몇 년 동안 진행되어 온 이 재판에는 이런저런 절차상의 하자가 많았습니다.

교회 재판도 나름 교리와 장정에서 정하는 구조와 절차가 있는데, 그걸 여러 모로 위반해온 거죠. 이걸 일일이 나열하자면 너무 길어지니까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명백히 교회법상 구분되어 있는 고발인과 검사측, 판사측이 모두 노골적으로 한 편을 먹고 재판 절차에 임했습니다.

그 결과가, 오늘의 출교 판결이었습니다.


4. ‘개신교가 동성애를 죄악/금기시하니까 징계를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징계가 [출교]까지 간다는 건 얘기가 다릅니다.

성범죄, 횡령, 폭력 등 명백한 범죄를 저지르는 목사들이 수두룩하고, 감리교 교단법 기준으로도 세습 등 다양한 종류의 교회 범죄들이 있지만, 그 결과로서 ‘출교까지 당하는 경우’는 정말 드뭅니다. 성범죄를 저질러서 감옥까지 갔다 오고 나서도, 출교는 고사하고 목사직까지 유지하는 수많은 목사들의 이야기는 식상하기까지 하죠.

그 어려운 걸, 이동환 목사는 해냈습니다. 성범죄나, 횡령, 폭력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단지 [성소수자 축복식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요. 즉, 오늘 감리교회는 성소수자를 축복하는 행위가, 그 모든 범죄 중에 가장 심각한 범죄라고 규정한 겁니다. 얼마나 성소수자를 혐오하면 이렇게까지 하는 건지… 기이하기까지 합니다.


5. 이 재판 뿐만이 아닙니다.

현재 감리교단에서는 새로 목사직을 부여하기 전에 공공연히 [동성애를 반대하는지 여부]를 사상검증하고, 그 사상검증을 통과하지 못하면 목사직 부여를 거부하는 일이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것 말고도 목사로서의 자질을 검증하기 위한 질문들은 수두룩할텐데, 유독 반동성애 여부에 천착하는 겁니다.

(이제 이러한 기조는 감리교단 뿐만 아니라 다른 장로교단 등에도 점점 퍼져나가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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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개신교라면 동성애를 반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한국 밖으로 나가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한국 개신교회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 미국 개신교회에서도, 동성애를 죄악시하지 않는 교단들은 상당히 많습니다. 동성 결혼을 허용하거나, 아예 동성애자 성직자까지도 허용하는 교단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미국 감리교(UMC)도 이 중 하나고요. 보수적이라고 알려진 미국교회가 그렇습니다. 유럽으로 가면 더욱더 얘기가 달라지고요.

유독 한국에서는 논의의 여지 조차 남기지 않고 무조건 반동성애가 유일한 성경적 견해라는 인식이 지배적입니다.

이것은 굉장히 자연스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며, [한국 개신교회가 일련의 위기감을 타개하기 위한 생존 전략으로서 반동성애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오늘 감리교는 자신들이 그 선두에 서 있음을 당당히 천명했습니다.
최근까지 감리교인이었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부끄럽고 참담한 심경입니다.
(지역적인 이유로 작년부터 다른 교회에 출석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제가 가장 깊이 마음을 둔 교회는 감리교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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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환 목사는 이런 일을 겪고도 아직까지도 감리교회를 사랑하는 모양입니다.
항소하며 감리교와 계속해서 소통할 의지를 밝힌 이동환 목사의 소감을 아래 링크로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https://www.facebook.com/lee.hwan.33/posts/pfbid02ZDR49uQ15bcxmnCWCRbvFGg6HZjuVHvwJQJrMw8sqJfmCxrr9ZNybcaXAMvAwj1v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