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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 |
2025/11/02 03:35:30 |
| Name |
마스터충달 |
| Subject |
[LOL] 비디디의 인비저블 썸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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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은 얼마나 긴 시간일까요? 새삼 그걸 느끼고 싶다면 10년 전을 되돌아보면 됩니다. 그 당시 영상만 찾아봐도 화질 저하를 느낄 수 있고, 예민한 사람은 당시 말투나 억양도 미묘하게 다른 걸 느끼기도 합니다. 나이가 좀 되신 분이라면 10년 전에 내가 뭘 하고 있었나 떠올려 봅시다. 어쩌면 이불 팡팡 걷어찰 기억이 많이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그 10년의 시간 동안 한 우물을 판 사람이라면? 게다가 그 10년 동안 줄곧 최고의 실력을 보여줬다면? 심지어 그 와중에 숱한 좌절과 때로는 무시까지 견뎌야 했다면? 그런 사람이라면 조용히 세월에 밀려 은퇴했더라도 세간의 사랑을 받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비디디는 미워할 수가 없는 선수입니다. 저는 마타의 팬이었고, 그를 따라 티원을 응원하다, 지금은 티원팬으로 정착했습니다. 그런데 비디디는 응원하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비디디가 결승에 진출하고 붉어진 눈시울로 인터뷰하는 모습을 보는데, 따라서 눈가가 뜨거워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금요일 T1의 8강전에서는 도파민이 터졌는데, 토요일 KT의 4강전에서는 눈물이 터졌네요.
LCK를 초창기부터 보셨다면 CJ를 기억하실겁니다. 이제는 역사가 되어버린 그 팀의 마지막 조각이 롤드컵 정상의 자리에 도전합니다. 15년의 롤생이 주마등처럼 흐르고, 그 와중에 고군분투하던 비디디의 10년도 아른거립니다. 이제는 추억인 줄만 알았던 시절이 다시 살아 숨쉬는 것 같은 기분을 비디디 덕분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비디디는 페이커처럼 인비저블 썸띵이 있는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별명인 '해줘'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도저히 답이 없어 보일 때, 비디디는 해줬습니다. 이번 4강전 1세트에서도 장로 직전 타이밍에 상대가 바론 버프로 탑 라인을 밀어붙이던 순간, 요네로 점멸 궁을 쓰며 기어코 틈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렇게 얻어낸 레드 사이드에서의 1승은 시리즈 전체 분위기를 이끌었고, 1년 내내 단단한 모습만 보이던 상대를 조급하게 만들었습니다.
심지어 이게 올해 여름까지만 해도 힘들다는 소릴 듣던 팀이 이뤄낸 결과입니다. 어려웠던 시절 비디디가 통나무를 짊어지고 팀을 멱살 캐리하는 걸 모두가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팀의 형으로서 동생들을 다독이며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것도 여러 인터뷰를 통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비디디는 이제 그냥 잘하는 미드가 아닙니다. 존재만으로도 팀을 한 차원 높게 끌어올리는 선수가 되었습니다. 이 영향력이 인비저블 썸띵의 정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페이커는 존경이라는 말이 너무도 어울리는 선수고, 그런 롤 선수는 저에게 지금까지 페이커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한 명 더 생길 것 같습니다. 보이지 않는 영향력으로 팀을 이끄는, 해줘야 할 때 해 주는, 이런 사람이라면 존경할 만하다는 생각입니다.
T1의 우승을 바라지만, KT가 우승하더라도 몹시 기쁠 것 같습니다. 비디디 선수가 결승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 주길 기대하겠습니다.
ps. 그러니까 비디디 선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T1은 꼭 결승에 진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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