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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10/15 00:17:14
Name 항즐이
Subject 블리즈컨 다녀왔습니다!!
새벽에 돌아왔는데도 교통체증은 확실히 한국임을 바로 느끼게 해 주더군요;; 푹 자고 이제 제정신을 차리고 있습니다.

4일간의 여정동안 이러저러한 소감도 있있고, 나름의 재미있는 정보들도 있었습니다.
물론 매일매일 조금씩이나마 글을 올렸습니다만, 마지막으로 정리하는 의미에서 글을 하나 더 쓰려고 합니다. ^^;


1. 워3 선수들과의 만남

항상 먼 발치에서만 보고 말을 섞을 기회가 별로 없었던 워3 선수들과 이번 기회에 대화를 좀 나누었습니다. 굉장히 기쁜 일이었죠.

박준 선수가 패자조에서 올라와서 불리함을 이겨내고 우승한 소식에 대해 외국 커뮤니티 사람들도 놀라더군요.
그래서 제가 박준 선수의 별명이 한국에서 God Jun 이라고 말해줬습니다. 웃기는 커녕 진지하게 그럴만하다고 하는 친구들이 있을 정도니..

물론 이번에 처음 등장한 Lucifron 선수에 대한 관심도 높았습니다. 승자조 결승까지 가서 아쉽게 준우승을 했죠.
선수들에게 물어보니 온라인에서는 좀 봤지만 대회 나온건 처음이라고 합니다. -_-;;
게다가 3형제 중 둘째인데, 형은 대학생이라서 공부하고 이 친구는 16,7세인가 그런데 그 동생이 자기보다 잘한다고 하는군요.
(뭐 어쩌라는거야-_-)
앞으로 주목해서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 이상 정보는 모두 워3 게이머들에게 들었습니다.)

워3는 아무래도 스타와는 좀 상황이 다르다 보니, 해외 선수들과의 경쟁도 치열하고 또 경쟁하는 환경 역시 색다른 느낌을 주었습니다.
김성식 선수의 말에 따르면 16명의 시드를 뿌린다면 한국 선수가 6,7명 정도 차지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물론 이윤열 선수는 멋있고 부럽다고 했지만, 귀국하자자마 오늘 저녁에 NWL을 치르고 바로 내일 저녁 비행기로 그리스로 날아가 ESWC masters를 치러야 하는 선수들은 안쓰러워 보였습니다. 게다가 제가 느끼기엔 나쁘지 않은 정도였던 식사들이 워3 선수들에게는 "고생 안해보셨군요"라는 말을 하게 하다니.. "햄버거도 못먹을 때도 있어요. 장소나 시간 문제로."
스타크래프트 선수들 처럼 프런트나 매니저가 1:1로 따라다니는 것도 아니어서, 선수들은 항상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더군요. 이번 달 같은 경우는 거의 20일 이상을 해외에서 보내게 된다고 합니다.

비행기 타는 일이 지루하겠다고 물었더니, 지루하다기 보다는 "싫다"고 하더군요. 무섭기도 하고, 짜증도 나고..  네. 저도 몇 년에 한 번 있는 장거리 비행이 무섭고 또 답답한데 선수들은 오죽하겠습니까. 게다가 낯선 곳에 선수들끼리 혹은 혼자 다녀야 하는 일이 계속된다면 참 힘들 것 같습니다.

선수의 개개인의 성격에도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겠지만, 보통 팬이나 기자분들 등 같은 선수나 동료 코치, 감독님이 아닌 낯선 사람들과 만났을 때 말을 조심하고 조금은 움츠러드는 스타 프로게이머들과는 달리, 혼자서 고생한 시간이 많아서인지 (아니면 박준 선수의 시니컬한 농담처럼 다들 망한다고 하던 시절을 바퀴벌레처럼 살아남았기 때문인지 ^^ .. 어려운 시기 많았죠. 국내 리그가 있던 시절 보다 지금이 훨씬 낫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워3 선수들은 조금은 어른스러운 (약간은 슬픈 뜻으로)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도 잘 받아주었고, 또 제가 심심하거나 어색해 할까봐 신경을 써 주는 게 느껴졌으니까요.

스타 선수들이나 혹은 저처럼 스타에 익숙해져 있는 유저들은 스타2를 처음 봤을 때 시각적으로 유닛의 구별이 명확하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다고 했더니 워3 선수들이 그럴리가 없다고 하더군요. (이형주 선수는 구별이 안될수가 있나요?.. 라고 했습니다.) 확실히 3D의 시각적인 특성이 워3선수들에게는 새롭지 않은 것인가 봅니다. 저와 제가 아는 사람들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익숙해 지는데 꽤 걸렸는데요.. (저그 시연회 2번 후에야 겨우 익숙해짐..)

워3 선수들 스타2로 많이 넘어올 것 같냐고 했더니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군요. 과거 워3 플레이어들 중에서도 스타2 나오면 다시 게임을 할 것 같은 선수들도 있다면서. (자세한 이야기는 개인적인 것 같아 적지 않겠습니다.) 듣기만 해도 마구 기대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2. 스타2 시범 게임

스타2 시범 게임에서는 홍진호 선수와 워3 게이머 sonkie 선수가 대결을 펼쳤습니다. 음.. 전 팬이니까 공정하게 말 안해도 될 듯 합니다. 홍진호 선수가 sonkie선수를 좀 멀리 보내버렸죠. ^^

해설을 맡았던 수석 디자이너 더스틴 브로더가 열정적으로 해설을 잘하더군요. 원래 말솜씨가 좋은가? 했는데 영상을 보았더니 이런 시범 게임 영상을 미리 여러 편 제작했더군요. 자세히는 못봤지만 그 시범게임을 한 게이머 중 한 명은 한국계 미국인인 플레이어(아 예전에 알았었는데.. ~ kim.. 기억이 안나네요)  였습니다.

1경기는 홍진호 선수의 화려한 스토커(프로토스 기본 레인지 유닛)의 블링크(순간이동)플레이로 막을 내렸고, 2 경기는 제법 줄다리기를 한 끝에, 홍진호 선수가 역시 낙승을 했죠.

경기 끝나고 나서, 바쁜 더스틴 브로더를 붙잡고 (but should be really really quick이라고 하더군요 ^^) 경기 감상을 물어봤습니다.
더스틴 브로더는 굉장히 재미있었던 게임이라고 하면서, 홍진호 선수의 블링크는 최고였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스타 2의 좀 더 다양한 기능들이 구현된 소규모 유닛의 게릴라가 많이 나오지 않은 점은 아쉬웠으며, 블리자드에서 미리 준비한 시연 영상의 게이머들이 그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좀 더 그런 점을 잘 보여준다고 했습니다.

홍진호 선수를 블리자드에서 초청해서 SC2 프로모션을 하면 좋을 거 같습니다. 개발자의 needs를 파악하고, 다양한 기술을 선보이는 게임을 했죠. 반대로 sonkie선수가 너무 유닛을 단조롭게 생산한 것이 문제였던 듯 합니다.




3. 해외 커뮤니티 사람들과의 만남

이전 글에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MyMYM(장재호 선수의 소속팀)과 SGgamer, 그리고 이미 교류가 있던 TeamLiquid등 많은 해외 fansite들이 pgr과 한국 팬사이트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MyMYM의 Jonas(요나스), TL의 Jesse와는 이야기를 제법 나누었는데요. 재미있는 일화를 하나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블리즈컨 2일차(제 일지로는 4일차) 아침 컨벤션 센터로 가려고 나서는데 엘리베이터에서 Jesse를 만났습니다. 약간은 시니컬한 편이지만, 그다지 어둡지 않은 표정의 Jesse가 저를 보자마자 한마디 하더군요.
"I am angry"
"...? What happened?'
Jangbi(그네들 발음으로는 쟁비.. 허영무 선수의 아이디입니다.)와 아침에 인터뷰하기로 되어있었는데 나타나지 않았다는 겁니다. 뭔가 오해가 있었을 거라는 생각에 저는 미안하다고 대신 사과하고 아마 오늘 경기가 있어서 (이윤열 선수와 패자조 결승을 앞두고 있었죠) 다른데 신경을 못 쓰고 잊어버렸을 수 있다. 다음에 내가 전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프레스룸으로 와서 노트북을 켜고 있는데 Jonas가 다가왔습니다. "Check this out" 키 큰 친구가 (덴마크..-_-) 씨익 웃으면서 자기네 사이트에 한국 게이머들 인터뷰를 올렸으니 보라는 겁니다. 알았다고 대답하면서 저는 Jesse가 인터뷰를 못해서 화가 나 있다고 하자 Jonas가 놀랍니다. "Oops" "Why?"

"We met him" ..

그래서 저는 아마도 Jangbi 눈에는 외국인들이 다 똑같아보여서 (니네가 우리 동양인들 구별 못하듯이) 거기가 거기인가보다 하고 그냥 너네랑 인터뷰한게 아닐까 하고 놀렸고, Jonas는 그럴수도 있겠다며 웃으면서 Jesse에게 말하지 말아달라고 했습니다. (Sorry, Jesse)

그 후에 일들이 많아 잊어버리고, 허영무 선수에게 확인해 보지는 않았습니다만, 아마 정말 그렇게 된 것은 아닐까요? ^^

또 하나, Jonas에게 한국 가면 제가 email을 보내서 MyMYM 소개를 받기로 했는데, 그러면서 명함을 받아 이름을 읽어 보았습니다. 죠나스? 요나스? 요나스 is right? 라고 했더니 맞다더군요. 그래서 제가 Jonas.. the person swallowed by a whale in the Bible? 이라고 했더니 맞답니다. (성경에서 고래에 삼켜진 요나) 자기가 초등학교 때인가 유치원 때인가.. 선생님이 그 이야기를 설명해 주는데 친구랑 떠들고 놀다가 갑자기 "뭐? 고래?"라고 놀랐다는 군요. ^^;

그 외에도 외국 커뮤니티 사람들과 이래 저래 조금씩 대화를 나누다 왔습니다. 앞으로 정말 Blizzard Fansite Spotlight가 생기면 저나 퍼플양 혹은 캐럿군(중어, 일어), Timeless군(일어) 등이 담당해서 좀 더 많은 교류가 있기를 바랍니다. 회원 분들도 많이 도와주시구요.

그 이전에도 방금 언급한 MyMYM, TL 과의 교류를 통해 가끔이나마 서로의 컨텐츠를 함께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Peace!


4. Game People! Blizzard People!

블리즈컨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온라인 예매는 불과 수십분 만에 완전 매진되었고, 근처의 호텔역시 가득 찼습니다. 숙박비와 교통비를 고려하면, 블리즈컨에 참석하는 것은 미국인들에게도 꽤 부담스러운 비용(500$ 이상?)일 것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인파 속에서 움직이기 힘들 때도 있었습니다.

단일 게임 회사로서 3개의 프랜차이즈(스타2, WOW, 디아3)의 발표를 하면서 이 정도의 팬페어를 한다는 것은 블리자드의 역량을 보여줍니다. 스스로 인정하듯이, 이 정도의 성공을 거둔 게임회사는 거의 블리자드가 유일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하면서, 블리자드 직원분들과도 대화를 많이 나누었는데요. 물론 팬들을 만나는 자리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다들 한결같이 게임을 사랑하고 즐거움을 쫓는 행복을 아는 분들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게임회사로서, 개발자들을 위한 회사라는 아이덴티티를 잊지 않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창업 멤버 자체와 CEO및 이사진들 대부분이 개발자인 탓에, 회사의 모든 기능은 개발자를 위해 생겼다가 사라지기도 해서 가끔은 어색해 보일 때도 있다고 하셨지만, 결국은 그것이 좋은 성과를 내는 토대가 아닌가 합니다.

한국, 유럽 지사의 직원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북미 본사에 와 있고, 그들 중 누구도 딱딱하거나 긴장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서로간에 의견이 다르거나 방향을 잃은 답변을 하지 않았고, 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의 일관성이 존재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더스틴 브로더, 폴 샘즈 같은 쉽게 만나기 힘들었던 분들 역시 한결같이 상기되고 즐거운 표정으로 질문에 답해주고 사진 요청에 응해주었던 것이 특히 인상 깊었는데요. 개발자들과 세계 팬 사이트 사람들과의 인터뷰 시간에서 만난 크리스 시가티와 샘와이즈 디디에는 긴 머리의 락커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 농담을 곁들이며 답변하는 내내 너무나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개발자들로서는 자신의 작품을 즐겨주는 사람들을 직접 만날일이 없기 때문에 그 시간이 너무나 반갑다고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Directv방송시간 직전까지 시간을 연장시켜 가면서 대화를 나누려고 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무엇보다, 전체 일정을 위해 애써 주시고 마지막 LAX공항에서, 그리고 귀국한 인천공항 출국장에서까지 한 명 한 명을 기다려주셨던 블리자드 코리아 직원분들의 노고에 (정말 고생 많으셨을텐데;;)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블리자드의 팬들을 위한 큰 선물을 잘 받았음을 이렇게 간접적으로 전합니다.




이상으로 간단한 소감 술회를 마칩니다. 또 종종 다른 글들에서 이 때 있었던 일들이 생각나며 덧붙이기도 하겠지만 일단은 이걸로 올해 블리즈컨과의 추억은 인화되는 셈이군요. ^^

마지막날 일지를 쓰다가 말았었는데, 블리자드 코리아 한정원 사장님과의 인터뷰를 업로드하면서 완성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완성시킨 일지와 다녀온 소감글은 모두 모아 상단에 다시 게시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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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0/15 00:37
수정 아이콘
오오 블리즈컨! 사진도 있으면 좋겠네요.. 아 현장 보고싶다
아스트로비츠
08/10/15 00:45
수정 아이콘
아 읽는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하군요!
그레이브
08/10/15 00:53
수정 아이콘
앞서가는 이벤트전의 절대유일신 홍진호....
슈페리올
08/10/15 01:04
수정 아이콘
블리즈컨 스토리~너무 잼있게 잘 보고 있습니다..
문근영
08/10/15 01:09
수정 아이콘
이런곳엔 사비를 들여서라도 한번 가보고싶습니다.
내가 모르는 또 문화가 있을까 하고 궁금해서말이죠^^
08/10/15 06:43
수정 아이콘
생생한 후기 감사드립니다. ^^
양산형젤나가
08/10/15 07:21
수정 아이콘
신준은 모 아프리카 여성 BJ도 인정했던 적이 있는 별명이죠.. "대세는 신준입니다" 라고 멘트했던 게 생각나서 갑자기 웃음이
08/10/15 10:45
수정 아이콘
신준은 이미 공공의 적[...]

심지어 오크 유저들도 신준 반대편 선수를 응원하는 상황이니...-_-;;;

야언X은 그저 울지요 ㅜㅠ...
08/10/15 19:40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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