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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12/08 09:15:27
Name happyend
Subject 배부른 저그와 배고픈 소크라테스
스타크래프트가 롱런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설정의 철학적 새로움도 한몫을 한다고 여겨집니다.
이제껏 게임의 룰은 나와 너만 존재해왔습니다.내가 선이면 네가 악이 되어야 하는 전형적인 흑백논리가 펼쳐집니다.
(드래곤볼은 이것을 간파하고 새로운 게임의 룰을 제시했습니다.게임전까지는 적,게임이 끝난 뒤는 친구....^^)

스타크래프트는 여기에 도전했습니다.적어도 철학적으로는....세개의 종족...그것은 흑백논리로 정점을 향해 치닫던 서양석 합리주의,서양식 본질주의에 대한 회의에서 출발한 것으로 '3'이라는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냅니다.
동양에서나 우리나라에선 '3'은 균형과 안정을 상징하는 숫자입니다.삼국지가 가장 재미있는 시대극의 설정이며,삼족오,천부인 3가지,풍백 운사 우사 세명의 신하,마리 협보 오이라는 세명의 신하와 고구려를 건국하는 주몽등...세발가진 솥은 그런 안정과 균형의 미학을 추구하는 동양적 사상-중용에서 완성되는-을 가장 잘 보여줍니다.

이토록 친숙한 아이콘으로서 '3'은 우리 민족의 저변에 흐르는 그 무엇인가이기도 합니다.한국이 스타에 즉각 열광한 것은 너무도 당연해 보입니다.

스타크래프트의 세 종족중 프로토스는 북유럽의 이미지가,테란은 양키의 이미지가 중첩된다면 저그는 그 애초 모델부터가 그랬듯이 동남아시아적 냄새가 물씬 풍깁니다.
다산은 종족의 운명과 같고,자연의 균형은 그런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한뿌리에 가장 많은 열매가 열리는 식물인 '쌀'을 그들에게 주었습니다.쌀이 없었다면 다산은 재앙이었을 것입니다.
가장 비만이 적은 종족은 '쌀'을 먹는 종족이 아닐까 합니다.애초부터 배부른 저그는 종족의 뜻이 아니란 것이지요.

그래서인지 홍진호의 가난함과 박성준의 가난함 그리고 그 가난함에서 몰아붙이는 공격성은 매력적입니다.저그라는 종족은 끊임없이 변태를 통해 자신을 단련시켜 나가야 하는 동양적 정신세계를 닮았고,그 바탕에는 수행자의 운명이 그렇듯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어제 MSL세경기는 그런 저그의 운명을 바꿔보고 싶은 저그들에게 재앙이 내린 하루입니다.버글버글한 마재윤 선수와 심소명 선수의 드론을 보고 있노라니....문득 저그라는 종족이 가진 숙명에 맞선 듯이 보이더군요.그러나 역시 그것은 재앙만 불렀나 봅니다.

마재윤 선수의 저글링은 늘 승리를 부르는 유닛이었습니다.마린이 고개를 돌리는 그 찰나의 시간을 마선수만큼 미세하게 콘트롤 할 수 있는 경우는 없었습니다.쌈싸먹기의 일인자 박성준과 성동격서의 일인자 홍진호를 합쳐 놓은 데다가 자기가 원하는 시간과 자기가 원하는 장소에서 자기가 원하는 유닛으로 싸움을 유도해낼 수 있는 '시간의 마술사'가 마재윤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글링이 온 맵을 휘젓고 다녀야 합니다.

롱기누스2는 애초에 저글링이 상대유닛을 쌈싸먹기 하겠다고 벼를 공간이 없어 보입니다.마재윤 선수도 그래서 저글링의 환상 콘트롤로 상대의 시간을 훔쳐오길 포기하고 대신 가스 100을 놀랄만큼 이르게 나온 두기의 럴커에 투자했습니다.

결과는 저글링 쌈싸먹기나 빈집털이와 같은 마재윤 선수의 흔들기에 당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고 나온 듯한 마린부대의 로마군과 같은 견고한 진형을 고수한 진영수 선수의 승리입니다.뭉치지 않으면 죽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듯이 언제 어디서 뛰쳐나올지 모르는 저글링에 당하지 않기 위해 눈을 부릅뜬 마린부대....이 부대가 승패를 갈랐습니다.

그때 마재윤 선수 진영에 버글버글한 드론들.....그속에서 문든 배부른 저그의 모습이 보인것은 착각이겠지요?

모든 선수들 수고 많았고...비록 실패로 끝났으나 마재윤 선수의 새로운 도전도 흥미로웠고,박지호 선수의 변신에는 감동마저 느껴졌습니다.그것은 정말 뼈를 깍는 고통을 통해 자기부정을 하지 않으면 되지 않는 경지입니다.이로써 박지호 선수도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을 것입니다.
그런 도전이 무척 재밌는 곰티비 엠에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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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2/08 09:33
수정 아이콘
가난하게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라는 것에는 동의를 못하겠습니다만...
가끔 그런 플레이를 섞어주는 건 필요하겠더군요.
어제 마재윤 선수가 5드론 정도를 해 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WinsterPP
06/12/08 10:13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너무 3해처리 빌드에만 치중되어있는 모습이라..
빌드에 좀더 다양성을 추구 했으면 좋겠네요.
3해처리에 대한 내성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06/12/08 10:41
수정 아이콘
아무리 3이 좋다고는 하지만 3해처리 가다보면 테란도 내성이 생기죠.

아직도 저는 투해처리의 로망이 가장 멋져 보입니다. 요새 트렌드인 부자형 저그도 좋지만 가난하면서 끊임없이 몰아치는 그런 스타일 또한, 운영하면서 충분히 즐거움을 느낄 수 있죠.

언젠가 제가 공방에서 9드론으로 깔끔하게 이겼을때 (상대방이 테란이었습니다)
이렇게 내뱉듯이 말하고 나가더군요.
"아직도 9드론 쓰는 사람이 있었나"

...
06/12/08 10:45
수정 아이콘
전 공방에서 3해처리 상대로 원게이트 테크를 썼었는데(승률은 형편없었음) 요즘엔 테크를 좀 늦게 가더라도 투게이트 질럿 압박으로 3해처리 저그를 가난하게 만든 다음에 한타이밍 방어하고 나서 앞마당 먹고 물량으로 이겨버리고 있습니다. 전략은 돌고 도는 것이지요...
마술사
06/12/08 10:58
수정 아이콘
별로 내용에 동의하기 힘든 글이네요...

저그가 가난함의 종족이라는건, 이해하기 힘든 명제입니다.
홍진호와 박성준 두 선수만으로 그렇게 판단한다면, 수많은 배틀넷의 저그유저들과 나머지 운영류의 선수들을 너무 무시하는 것이 아닌가 하네요.
홍진호선수와 박성준선수는 그 수많은 운영류 저그들 사이에서 자신만의 차별화를 성공했기 때문에 강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흑백 논리나 3, 동남아=저그 라는 공식도 이해하기 힘들고요.
happyend
06/12/08 12:57
수정 아이콘
마술사님//
동남아=저그라는 설정은 블리자드사에서 만들었다고 합니다.제가 한 설정이 아니고요...
저는 홍진호와 박성준,변성철류의 공격형저그와 박태민,마재윤류의 운영형저그가 그 기반은 전부 자원활용에서 '극도의 자기 억제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 쓴 것입니다.그런 면에서 어제 마재윤 선수의 드론은 평소보다 많아 보였습니다.(물론 멀티가 돌아가지 못해서 분양하기 전 드론이겠지만)
저그 유저들이 전부 가난한 저그여야 한다는 것은 물론 말도 안되는 주장이겠습니다만 저로선 그런 의도로 말씀드린 것이 아닙니다.
마재윤 선수는 '타이밍'의 마술사라고 생각했는데,어제는 어떤 타이밍도 다 한발짝씩 늦었고,평소보다 병력은 적고 드론은 많았기 때문에 써본 단상입니다.
저로서는 '전쟁'을 분석했다기 보다 '시대'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을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어찌 되었든 어떤 누군가와 혹은 저그유저들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06/12/08 14:05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이네요.
06/12/08 14:37
수정 아이콘
비유가 아주 적절하네요^^
깔끔한 글 잘 읽었습니다.
sway with me
06/12/08 14:48
수정 아이콘
Canal님//저도 요새 그런 식으로 저그를 상대하는데요^^
반갑습니다.
naphtaleneJ
06/12/08 19:47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가난하게 플레이하는 편인데 요새 마재윤선수나 김준영선수 경기 보자면 왠지 sd를 쉴때마다 눌러줘야 할것같은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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