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5/12/31 21:43:38
Name sylent
Subject [sylent의 B급칼럼] 진호와 용호, 꿈꾸는 자는 멈추지 않는다
[sylent의 B급칼럼]은 월드컵보다 스타리그를 좋아하며, 지루하기 짝이 없는 물량전 보다는 깜짝 아이디어가 녹아있는 ‘올인’ 전략에 환호하는 sylent(박종화)와 그에 못지않게 스타리그를 사랑하지만, 안정적인 그리고 정석적인 플레이 스타일이 정착되는 그날을 꿈꾸며 맵과 종족의 밸런스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강조하는 왕일(김현준)이 나눈 스타리그에 대한 솔직담백한 대화를 가공해 포장한 B급 담론이다.


[sylent의 B급칼럼] 진호와 용호, 꿈꾸는 자는 멈추지 않는다

‘투신’ 박성준 선수의 빠르고 깊은 공격력과 ‘마술사’ 박태민 선수의 넓고 강력한 운영력이 한데 아우러져 스타리그를 강타하자, 테란과 프로토스 플레이어의 ‘대 저그 면역세포’들은 끊임없이 자기증식 하였다. ‘몽상가’ 강민 선수는 통칭 ‘수비형 프로토스’로 저그 플레이어들의 공세를 받아냈고, ‘황제’ 임요환 선수는 타이밍의 날을 갈고 또 갈아 막을 수 없을 것 같은 [전진 배럭] 혹은 그에 이은 [벙커링]으로 평균 경기 시간의 단축에 일조하였다.

생존의 법칙이 지배하는 스타리그에서 ‘도태’와 ‘선별’은 불가결한 요소이다. 더 빠른 템포의 박성준 선수, 더 넓은 마인드의 박태민 선수의 등장과 함께 ‘폭풍’ 홍진호 선수와 ‘목동’ 조용호 선수의 시대는 역사의 뒤안길로 향하는 듯 했다. 팬들의 관심을 담보로, 저그의 복권復權을 기다리는 시간을 영원히 연장 시킬 수는 없었다.

발칙한 아이디어와 재빠른 마우스 조종으로 무장한 신예들의 패기는 노장들의 기세를 한 풀 혹은 두 풀 꺾기에 충분했다. 최고의 라이벌 임요환 선수가 아킬레스건이었던 ‘대 프로토스 전’을 스스로 끊어내며 <SO1 스타리그> 준우승의 영광을 누리는 동안 홍진호 선수는 눈물의 잔을 들이켜야 했다. 조용호 선수는, 한때 우승을 두고 자웅을 겨루었던 이윤열 선수와 함께 깊은 동면의 세계로 빠져들고 말았다.  그렇게 ‘조진락’의 시대는 가고, 변은종 선수의 스트레이트를 다리 삼아 ‘마태준(마재윤, 박태민, 박성준)’의 시대가 왔다.

하지만 지난 목요일의 <CYON 2005 MSL>과 오늘 펼쳐진 <K.SWISS 2005 3rd 듀얼토너먼트 1Round D조>에서 확인한 조용호 선수와 홍진호 선수의 경기력은, (조심스럽게) 그들의 부활이 다가오고 있음을 기대하게 한다.


oldboys

경험을 쌓아 올린 사람은 점쟁이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저그의 2세대를 책임졌던 홍진호 선수와 조용호 선수의 가장 큰 장점은, 조금 무디지만 정확한 시공時空을 예측할 수 있는 노련함과 다양한 케이스의 공세에 대해 준비된 대응 그리고 경기의 결과는 ‘승리 혹은 패배’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노장의 여유이다.

빌드와 빌드가 엇갈리고, 병력과 병력이 교차되는 난타전 중에도 침착할 수 있었기에 조용호 선수는 마재윤 선수를 낚아채고 승자조 결승에 자리할 수 있었다. 저돌적인 빌드와 변칙적인 공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뼛속 깊이 새겨두었고, 공격의 흐름을 잡았을 때 유지해야 할 적절한 크기의 흐름을 알고 있었기에 홍진호 선수는 두 경기를 내리 잡으며 1위 결정전에 안착할 수 있었다. 시대의 주류主流에 비해 조금 덜 날카롭고 조금 덜 유연하지만, 수많은 실전을 통해 통상적인 경기 운영에 대한 자각을 초월했기에 자신만의 포지션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꿈꾸는 자는 멈추지 않는다

한동안은 홍진호 선수와 조용호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이 좀 산만하다고 느껴졌는데, 요즘은 아주 큰 산만하게 느껴진다. 그들의 경기 운영을 세세히 살펴보면, 끈질기게 관심을 가지고 지원사격하고 응원해야 할, 작지만 가치 있는 미덕들이 DMZ에 묻혀있는 지뢰처럼 산재해 있다. 물론 그러한 미덕들은 전적으로 풍부한 경험에 기반하고 있으며, 저그의 두 번째 르네상스를 꽃피웠던 ‘마태준’ 라인업이 가지고 있지 못한 대안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리고 그 진의眞義는 충실한 기본기에 기대고 있다. 그렇기에 홍진호 선수와 조용호 선수에 관한 수식어는 현재진행형이며, 동시에 미래형이어야 한다.

무지개는 비온 뒤에만 뜬다. 홍진호 선수와 조용호 선수는 크나큰 무지개를 바라보고 있다.


by sylent, e-sports 저널리즘.


@ 2005년 마지막 글입니다. 2시간 후면 저도 병장이네요. 시간 참 빠르죠?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OnepageMemories
05/12/31 21:48
수정 아이콘
와,, sylent님 군대간다고 글남겼던게 고작 몇달전같은데,,
벌써 병장되시는군요,, sylent님 글을보니까 너무 좋네요~
앞으로도 좋은글써주세요~
새벽의사수
05/12/31 21:54
수정 아이콘
그동안 sylent님의 칼럼을 무척 기다렸는데 오랜만에 보니까 무척 반갑네요... 벌써 병장이시라니... 건강하게 제대하셔서 좋은 글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05/12/31 22:38
수정 아이콘
오웃 병장~~~
축하드려요
군 생활 끝났군요.. ^^
천재여우
05/12/31 22:46
수정 아이콘
벌써 시간이...
좀만 있으면 많은 글을 볼 수 있겠군요
이것도 잘보고 갑니다~~~~
김은희
05/12/31 22:51
수정 아이콘
와.. 벌써 이만큼의 시간이 흘렀나요..? sylent님의 글 못볼거 같아 아쉬어 한적이 얼마 안된거 같은데...
올해의 sylent님의 마지막글 잘 읽었습니다.
순수나라
05/12/31 23:01
수정 아이콘
어저께 군 입대한단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내년 방장이 되어서 아루고 싶은 소망을 다 이루시길 바라며
빨리 군 복무를 마치시고 복귀 하셔서 더 좋은 글을 많이 보았으면 합니다 ------------- 새해 복 밚이 나누어 주세요-------------------

올 한해동안 좋은 B(?)급 칼럼 읽게 해 주셔서 감사 합니다
05/12/31 23:30
수정 아이콘
오랜만에 또다시 sylent님의 칼럼을 보게 되는군요. 힘든 군생활 틈틈이 이렇게 좋은 글 써 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남은 복무기간 무사히 보내시고 어서 돌아오셔서 좋은 글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좀더 자주 주실 수 있게 되기만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You.Sin.Young.
05/12/31 23:34
수정 아이콘
오홋~ 연말에 운이 좋군요 ^^
이뿌니사과
06/01/01 02:11
수정 아이콘
우와 sylent님 벌써 제대가 가까우시다니!! 너무 반갑네요.
목욜은 조용호선수의 노련함과 배짱이라고 밖에 표현할수 없는 운영을 봐서 좋았고, (물론 마재윤선수가 워낙 뛰어나서 그정도의 저저전이 나왔죠) 오늘은 폭풍저그의 오리지날 버전을 엿볼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자아자 화이팅!
06/01/01 04:40
수정 아이콘
sylent님 제가 여태껏 pgr에서 제일 재밌고 최고라고 느꼈던 글이
이 B급담론시리즈 입니다~ 빨리 제대하셔서 더 좋은글 많이 써주시길!
마요네즈
06/01/01 06:59
수정 아이콘
'군대간지 얼마안된 sylent님 글이 올라와있네' '휴가 나왔나보다' 이렇게 생각했는데.. 벌써 병장이라니요..
시간 참 빨리 가는군요 정말 --
06/01/01 13:13
수정 아이콘
언제...변태준이 마태준이 되었나요...아무튼, 홍진호, 조용호 선수...두 선수 스타일이 다르면서도 같게 보이는 면이 승부욕입니다. 근데, 왠지 그 승부욕을 제대로 보여 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유는...착한 성품때문이 아닐지...뭔가...생각이 많아 보입니다. 플레이를 보면, 생각을 복잡하게 하고 있는 게 보이죠.

경기에만 집중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msl에서는 조용호 선수의 평소와는 다른 집중력이 보이더군요. 왠지 결승에 갈 거 같았는데...역시, 사람 눈은 속일 수 없나 봅니다. 이길 거 같은 선수가 이기는 것. 팬들 눈에도 다 보이는 거죠. 선수의 각오...승리욕구...

홍진호, 조용호 선수가 최고의 자리에서 노련미로 지금까지 이끌어 왔다면, 지금부터는 누구보다 강한 승부욕으로 최고의 자리를 지키기 바랍니다. 쉽게 끌어내려지는 선수는 그 정도의 실력이라는 걸 스스로 인정 하는 거죠.

To: 홍진호, 조용호...
더 이상의 방황은, 스스로를 더 힘들 게 몰아갈 뿐입니다.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프로는 슬럼프를 딛고, 최고의 자리에, 다시 오를 수 있는 저력을 보여 줄 수 있어야 합니다. 홍진호, 조용호 선수의 저력을 믿습니다. 화이팅!
슬픈비
06/01/01 15:15
수정 아이콘
어서빨리 돌아오세요~^^ 제대 기다리겠습니다!!
06/01/01 16:16
수정 아이콘
오호 sylent님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두 선수도 화이팅!
Judas Pain
06/01/01 17:16
수정 아이콘
MSL과 듀얼을 찬찬히 보니 용호 선수와 진호 선수를 제가 과소평가 했더군요
확실히 그들에게는 이 시대에도 통할 미덕이 있는것 같습니다

후후 스타리그가 점점 재밌어지고 있습니다
06/01/01 22:21
수정 아이콘
좋은 글입니다.^^ 홍진호 조용호 선수 화이팅~!!
LED_nol_ra
06/01/02 10:32
수정 아이콘
폭풍 홧팅~ 우승기원합니다...
sgoodsq289
06/01/02 16:14
수정 아이콘
요새는 박태민보다 변은종이 낫지 않나요;;

저라면

마은준 ;;;;;;;;;;;;; ㅋ

혹은 변 재 준....

(다 이상하긴 하지만ㅋ)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9692 [sylent의 B급칼럼] 진호와 용호, 꿈꾸는 자는 멈추지 않는다 [18] sylent4647 05/12/31 4647 0
19690 [잡담]안석열 선수의 정말 진기한 기록과 함께...송년&신년인사입니다^^ [12] Daviforever4805 05/12/31 4805 0
19686 처음 글을 적어봅니다. 2005년을 생각하며. [3] ForceCop3342 05/12/31 3342 0
19685 낭만의 시대. 어쩌면 그리우면서 다시 보고 싶은... [13] 임정현3329 05/12/31 3329 0
19684 KTF의 마지막 방패…김·정·민 [68] ☆FlyingMarine☆5089 05/12/31 5089 0
19683 1부보다 2부가 더 기대되는 판타지, '나니아연대기' [40] Ace of Base3877 05/12/31 3877 0
19682 추억의 경기(10)-질레트배 스타리그 4강 A조 1경기 박성준 VS 최연성 [16] SKY923734 05/12/31 3734 0
19681 전략가 임요환!!, 전략 파해치기 - 임요환 vs 박성준 [12] 임용한4538 05/12/31 4538 0
19679 전문가와 매니아사이 [26] 호수청년4186 05/12/31 4186 0
19678 추억의 경기(9)-LG IBM 팀리그 패자조 결승 슈마 GO VS 4U 3경기 서지훈 VS 최연성 [25] SKY923810 05/12/31 3810 0
19675 이런 저런 이야기들.. [7] iloveeggo3619 05/12/31 3619 0
19673 꿈을 가져 보신적이 있으십니까? - 청연...비상에 대해. (스포일러주의) [17] My name is J3440 05/12/31 3440 0
19672 카트라이더 리그 좋아하세요? [25] 가루비3659 05/12/31 3659 0
19671 친구의 한마디.(실화....그렇다고 별로 그리 큰건 아닙니다) [12] 히또끼리4054 05/12/31 4054 0
19670 dksrlgy von emzmtmfmffmrl공작님...또 악몽인가요. [17] jyl9kr4521 05/12/31 4521 0
19669 후기리그 우승을 위해선 반드시 극복해야할 각팀들의 약점들... [26] KanRyu5398 05/12/31 5398 0
19668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다. [5] 산적2570 05/12/31 2570 0
19667 아듀! 2005년! [4] 딱따구리3308 05/12/31 3308 0
19665 리뉴의 프로토스 이야기 - FD...그런것도 있었구나; [10] 뉴[SuhmT]3703 05/12/30 3703 0
19663 응원하라 열광하라 의식하지 마라 [5] 낭만토스3325 05/12/30 3325 0
19662 왠지 주목받지 못하는 뮤지션... 고릴라... [24] SEIJI5644 05/12/30 5644 0
19661 진검승부 [43] SAI-MAX3924 05/12/30 3924 0
19660 임요환 미워할수도 없고 좋아할수도 없는 존재.. [33] SSeri5608 05/12/30 5608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