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by
님의
댓글
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PGR21.com
Home
게시판
Links
About
PGR21.com
공지
추천
게임
자유
질문
유머
스포츠/연예
불판
건의
여론참여심사
스크랩
댓글 알림
푸시 알람
운영진 소개
블리자드
라이엇 게임즈
한국e스포츠협회
아프리카TV
Twitch
PlayXP
Team Liquid
포모스
데일리e스포츠
인벤
OSEN
광고문의
운영진소개
댓글알림
스크랩
푸시알람
설정
✕
24시간 동안 보지 않기
회원가입
비번찾기
:: 게시판
공지 게시판
추천 게시판
게임 뉴스
게임 게시판
자유 게시판
유머 게시판
질문 게시판
스포츠/연예 게시판
선거 게시판
불판 게시판
건의 게시판
여론참여심사 게시판
테스트 게시판
:: 이전 게시판
ACE 게시판
연재 게시판
전략 게시판
토론 게시판
게임 리포트
이전 자유 게시판
이전 질문 게시판
토너먼트
스타2 게시판
워크3 게시판
올림픽 게시판
인터뷰 게시판
이벤트 게시판
자료실
평점 게시판
번역 게시판
문자 중계 게시판
PGR 대회 게시판
선거 게시판
월드컵 게시판
올림픽 게시판
지니어스 게시판
:: 광고 문의
게임 게시판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전체
기타
LOL
스타2
하스스톤
스타1
오버워치
TFT
콘솔
PC
모바일
뉴스
디아블로
발로란트
Date
2005/12/09 12:53:35
Name
윤여광
Subject
[yoRR의 토막수필.#7]시작에 앞서 기다리는 끝.
https://ppt21.com/free2/19007
삭게로!
술이 얼큰하게 취해 집으로 돌아가는 겨울 밤거리. 감당하기엔 조금 벅찰 만큼 마신 덕에 내 발걸음은 조금씩 꼬이고 있었다. 그리고 내 옆에는 나만큼이나 헤메고 있는 벌건 얼굴의 친구 한 녀석. 돈이 없어 이 추운 날 택시를 못 타는 것도 아니고 늦은 시간이라 그것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걷는다. 모임이 끝나는 시간에 나와 이 녀석이 끝까지 남아있는다면 으레 당연한 것 마냥 걷는다. 언젠가 한 번 물어봤던 기억으로는 술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피우는 담배가 자기는 제일 맛있다더라. 그 날도 그랬다. 반이 조금 안되게 걸어왔을 때 즘 길게 담배 연기를 내뿜고서 그가 내게 말했다. 어디엔가 붕 뜬 듯한 목소리. 그는 분명 뭔가에 설레고 있었다.
“올해도 이제 다 끝이구나.”
그냥 연말이라 어느 누구나 느끼는 작은 설렘일까. 혹은 후회였을까. 뒤돌아보자면 내가 올 해 들어 그를 만난 날이 많지가 않아 짐작은 힘들지만 적어도 지금 저 얼굴을 보고 있자니 그럭저럭 100점 만점에 50점은 줄 수 있을만한 시간을 보내온 듯 하다. 스스로 자신에게 눈물은 어울리지 않는다 칭하는 이가 친구 앞이라고 괜히 감상에 젖어 한 해를 흘려 보내는 눈물 따위 보일 리가 없다. 그렇다고 환하게 웃지도 않는다. 언제나 조금은 흐린 시야로 앞을 보던 그 얼굴 그대로다.
“그러게나 말이다. 시간 참 빠르지. 시작한 게 어제 같은데 벌써 끝이다.”
그가 손에 든 담배가 반쯤 타버렸을 때 나 역시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담배를 꺼내 들었다. 그렇게 통상적인 짧은 대화를 마치고 왔던 거리만큼을 더 걸어 도착한 서로의 집 중간에 위치한 놀이터에서 우리는 잠시 멈췄다. 놀이터의 벤치는 계절 모르고 여기저기 어지럽게 가지를 뻗은 담쟁이 덕에 바람이 덜 들이쳤다.
“그런데 있잖아. 넌 시작을 기억하냐, 끝을 기억하냐.”
그가 다 피운 담배를 모래밭에 파묻고서 다시 물었다. 꽤 긴 침묵을 지키다 갑작스레 받아들인 그의 질문이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처음과 끝. 애매한 질문이다. 잠시 생각을 하다 문득 내 습관이 떠올라 입을 열었다.
“글쎄. 난 굳이 따지자면 끝을 기억하는 것 같다. 아니 끝을 기억하는게 아니라 뭔가 생각을 하면 일단 한 막이 끝난 부분부터 기억해내는 것 같아. 그러면서 이것 저것 거슬러 올라가면서 하나 하나 기억을 맞춰가는거고.”
그가 어떤 대답을 할 진 몰랐지만 확실히 난 그랬다. 흔한 일로 책방에서 책을 빌릴 때 단행본들을 뒤적이다 막상 어디까지 봤는지 생각이 나지 않으면 아무 권이나 꺼내서 끝을 뒤적인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건 봤었지 하며 다시 집어넣고 다음 권을 꺼내 그것의 처음을 바라본다. 그 끝에서 이어지는 내용을 내가 기억하는가. 그것이 내가 읽었던 책과 읽지 않은 책을 골라내는 방법이었다.
“너랑 나랑은 그거 하나는 비슷하구나.”
그와 나는 작은 것 하나부터 시작해 다른 것이 참 많았다. 사소한 일로 다툰 일도 많았고 호흡이 잘 맞아 떨어져 종종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주목 받은 일도 가끔 있었다. 그가 나에게 그것 하나 비슷하다고 하는 연유는 분명 반가워서 일 테다. 나 역시 그랬다.
“사람들 대부분 하는 말이 그러더라. 첫 인상을 제일 많이 본다고. 그 말이 맞긴 하지. 분명 처음 봤을 때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다음 만남에서 그 사람을 바라보는 눈이 달리지기도 해. 아니면 아예 다음 번 만남이 없을 수 도 있지.”
“근데 왜 너랑 나랑은 계속 만나냐.”
“장난은 잠시 접어봐. 형님이 오랜만에 뭔가 얘기하려고 하면 대강 눈치채고 입 닫고 있는 센스 정도는 갖춰라.”
“놀고 있네.”
“난 말이야….”
그는 내 비아냥을 신경 쓰지 않고 그대로 말을 이어나갔다. 기억의 조각을 맞춰가는 일에 있어 시작이라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어느 누군가를 떠올리며 그 이와는 어떻게 만났더라 하고 생각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것에 비해 그와 마지막으로 만났던 때 무엇을 했는지는 너무나 선명하게 기억이 남아있다. 물론 기억이 기록되는 시간상의 순서는 처음이 훨씬 앞서기에 그 때문에 그것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치부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끝을 기억해 냄으로서 그것으로 시작을 기억해내고 지금의 만남을 이어나간다. 즉 진행형의 인연을 이어가는 것은 시작이 아닌 끝이라는 말. 끝은 진실로 끝이 아니라 시작의 연장임을 그는 하얗게 허공을 채우는 입김을 내뿜으며 한 참을 떠들었다.
“추억…같은 것도 말이야. 나는 그것들이 끝난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물론 추억이라고 부를 만한 일들은 일찌감치 인연이 다해서 기억으로만 남아있는 시간의 조각 같은 것이지만. 그래도 나는 그걸 계속 기억할 거란 말이지. 살다 보면 분명 그 추억으로 또 다른 인연이 생기는 일이 있을 거야. 그래서 기억하는 거야. 진실로 끝난 일이라면 내 돌 같은 머리로 무슨 재주로 기억하겠냐. 다 잊었지. 난 시작만 기억해. 그래서 내 머릿속에는 끝…만 남아있어.”
“난 언제 니 머릿속에서 지워지냐.”
“죽기 전에는 안 지워. 냅두고 계속 갖고 놀아야지. 그래서 이래 살기 힘든 세상 작게나마 사는 낙이라도 있지.”
“좋댄다…”
그는 다시 담배 하나를 꺼내 물었다.
“끝은 곧 시작이다. 넌 어떻게 생각하냐.”
“동의합니다.”
“좋다. 그거다 동생아.”
“근데. 다른 사람은 나의 무엇을 기억할까. 사람이라는게 다 같을 순 없어. 너랑 난 진짜 몇 천만분의 일 확률로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거고. 다른 사람은 굳이 꼭 시작과 끝이 아니더라도 나와의 중간 부분만 기억할 수도 있어. 이것 저것 다 잘라내고 중간 부분. 제일 재밌었거나 아니면 가장 기분 나빴던 경우…”
“제일 재밌었던 기억은 나도 없다.”
“다물고. 그런 거 생각하면 왠지 행동에 제약이 생겨. 이런 일로는 기억되기 싫은데…하고 말이야.”
“그 정도야 누구나 다 따져가면서 행동하지. 너무 얽매일 필요도 없어. 그러려니 해. 그런 거 생각하면서 어느 새 살아. 우린 그냥 끝만 기억하면 되."
그렇게 말하고선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얼마 되지 않는 그의 집 앞까지 나와 그는 놀이터로 걸어오기 전 까지 그랬던 것 처럼 아무 말이 없었다. 파란 색 대문. 그의 집 앞에 다와서야 나는 그에게 묻고 싶은 말 한 마디를 꺼냈다. 그는 대문의 손잡이는 슬며시 밀며 최대한 기척을 내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
“우리의 끝은 누가 기억해주지?”
그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그것도 잠시였다. 대답이 돌아오기 까지 걸린 시간은 내가 시린 손을 비비는 시간만큼 짧았다.
“넌 내가 기억하면 되고. 난 네가 기억해주면 되. 끝을 기억해 줄 사람은 많을 필요도, 그래서도 안되. 희소성이 떨어진단 말이야.”
“그건 나랑 다르군.”
“그러니까 사람이지. 나 간다. 조심해서 들어가라.”
짧게 손을 들어 인사를 건네고 그는 문을 조심스레 닫았다. 그리고 나도 등을 돌려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의 끝. 그리고 나의 시작. 그것을 기억해주는 이가 나는 많았으면 한다. 되도록이면 많은 이들에게 화자되고 싶은 것이 나의 작은 소망이다. 쉽게 말하자면 소위 말하는 유명인…이 되는 것이 가장 쉬운 일이겠지만 그런 흔한 일 보다는, 내가 이뤄낸 성과로서 언급되기 보다 나라는 사람 자체를…나라는 인간만을 기억해줬으면 하는 소망이 조금은 걸어가는 길을 좁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어찌 하겠는가. 나 좋자고 사는 세상. 그렇게 만들어봐야지. 일단은 살면서 이뤄내야 할 목표가 하나 더 생겼다고. 지금은 그렇게만 생각하고 싶다. 너무 어렵게 묶어둘 필요는 없다. 나도 모르는 어느새 하나 하나 이뤄낸 내 열매들을 보며 기뻐할 내일만 생각하련다. 그러면. 이렇게 차갑기만 한, 가쁜 숨으로 사는 세상 조금은 살 만하겠지.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유신영
해시 아이콘
05/
12/09 14:57
수정 아이콘
그러니까 사람이겠죠.. 그 말이 입에서 맴도네요..
hyoni
해시 아이콘
05/
12/09 15:37
수정 아이콘
연재하시는 수필 잘 읽고 있습니다. 항상 뒤로 넘어간 페이지에서 읽느라 이번이 처음 다는 댓글인 것 같네요.
댓글 수에 넘 신경쓰지 마시고 계속 건필해주세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Nada-inPQ
해시 아이콘
05/
12/09 16:48
수정 아이콘
후~ 정말 글을 잘 쓰시네요...진심으로 출판을 하셔도 좋으리라는 생각이...왠지 글에서 맛있는 냄새가 나는 것 같습니다..
kiss the tears
해시 아이콘
05/
12/09 18:29
수정 아이콘
오늘 yoRR님의 글을 읽고 책을 한권 살려고 퇴근길에
서점에 들렀으나 결국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한달에 책 한권 사자고 마음을 먹고 있는데 이거 왜 이리 힘들까요...
아케미
해시 아이콘
05/
12/09 19:22
수정 아이콘
끝이 없으면 시작도 없죠! 연말에 무척 잘 어울리는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Juliett November
해시 아이콘
05/
12/10 02:12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9036
역사에 남기 위한 첫 발걸음.. 박성준의 시원한 히드라 럴커~^^
[22]
Dizzy
4588
05/12/10
4588
0
19034
기대되는 어떤 게임의 예고편
[2]
포르티
3646
05/12/10
3646
0
19033
자, 잘된점을 한번 이야기해 봅시다!
[8]
The Drizzle
3803
05/12/10
3803
0
19030
너는 왜 살아?
[23]
Timeless
3782
05/12/09
3782
0
19029
팬이라는 사람들...
[6]
가루비
3717
05/12/09
3717
0
19028
메이저리그팀과 프로게임단의 닮은꼴 찾기 (1)
[7]
로망테란
4077
05/12/09
4077
0
19027
이번주 주말에 관심 한 번 가져볼 만한 리그의 마지막을 즐겨보실래요?
[5]
워크초짜
5833
05/12/09
5833
0
19026
과연 박성준선수(삼성)의 고집이었을까?
[58]
낭만토스
4227
05/12/09
4227
0
19025
프로 = 승리?
[5]
Winjun
3730
05/12/09
3730
0
19024
저는 게임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습니다.
[33]
legend
3879
05/12/09
3879
0
19023
신한은행 스타리그 16강 1주차 시합
[22]
kama
4145
05/12/09
4145
0
19022
도대체 프로게이머란 어떤 존재란 말입니까?
[211]
legend
5275
05/12/09
5275
0
19020
완전소중 견제양. -_-; (경기 내용 스포일러)
[97]
[couple]-bada
4819
05/12/09
4819
0
19019
프로토스의 정신력vs저그의 근성
[23]
jyl9kr
3769
05/12/09
3769
0
19018
최연성 선수의 인터뷰를 읽어보고 난 뒤...
[104]
케이
5780
05/12/09
5780
0
19017
[Zealot] 다른 방면으로 이 세상을 본다면
[9]
Zealot
3657
05/12/09
3657
0
19016
싸이언 MSL 승자4강 마재윤선수vs최연성선수 경기를 보고생각한 분석
[5]
나르크
4296
05/12/09
4296
0
19015
그가 다시 한번 거듭나다 (스타리그 2경기 스포일러)
[28]
진공두뇌
3505
05/12/09
3505
0
19013
[펌]게임중독에 대한 승민이 아빠의 소견
[9]
homy
4001
05/12/09
4001
0
19012
프로게이머...그 후에 시작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10]
legend
4178
05/12/09
4178
0
19010
(약간수정)생각만 해도 끔찍한 상상이.....
[64]
순수나라
4210
05/12/09
4210
0
19009
최연성을 이겨야...????
[54]
정테란
4704
05/12/09
4704
0
19007
[yoRR의 토막수필.#7]시작에 앞서 기다리는 끝.
[6]
윤여광
4065
05/12/09
4065
0
목록
이전
다음
2386
2387
2388
2389
2390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