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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11/07 12:29:28
Name 하얀곰팅
Subject 마약테란.. 제 부대에서의 별명입니다
지난 7월 28일 31사단 신병교육대대에서 5주간 훈련을 받고 대구로 자대를 받았습니다

훈련소 들어가면서 ' 아.. 이제 스타도 못하고 무슨낙으로 사나~ ' 이랬었는데 자대배치
를 받으면서부터 그런 생각은 여지없이 깨지더군요.. -_-

자대배치 받고 내무실에 가니 여러 선임들이 오시더니 여러질문을 던지셨습니다
" 밖에서 뭐했냐? "
" 몇살? "
" 밖에서 하던게임 있어? "

뭐 당연히 받을거라 생각했던 질문들이였죠
하나하나 긴장하면서 대답하던 중 밖에서 스타를 했다고 하니깐 한 고참이 웃으시면서 하
시는말이 있었습니다.

" 한겜할까? "

이제 막 들어와서 대기기간도 안풀렸는데 무슨 대답이 나왔겠습니까..
그저 긴장만 엄청 하고 스타한판하러 갔죠 ^^

컴퓨터 환경을 보고 경악했습니다.. -_-
팬티엄 200MHz에 32RAM, 사운드는 찾아볼 수 없고 마우스도 몇년전에나 쓰던것들..
이 환경에서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순서를 기다리고 기다린 후 제 차례가 왔습니다
언제나 했듯이 맵은 The Lost Temple(Gamei), 종족은 테란..
고참의 종족은 프로토스였습니다
상대실력을 가늠할 수 없어서 무난하게 4벌처 찌르기후 멀티, 그 이후 타이밍 물량으로
들어갔더니 의외로 쉽게 GG를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 후로부터 감히 이등병주제에 매일 3~4게임씩 스타를 할 수가 있었습니다 -_-
아무리 생각해도 제 상대가 말년병장이여서 가능했다고 보이는..

그 선임과 게임을 하면서 옆에서 지켜보시던 다른 고참분들이 별명을 지어주셨습니다
바로 마약테란..
평상시에는 싱글벙글 거리던 놈이 스타만 하면 표정이 약을 한거같다고 그러시질 않나
무슨 벌쳐가 약먹은듯이 단체로 드래군을 잡는다고 그러시질 않나.. -_-;;

그때 당시에는 참 당황스러웠지만 지금은 그 별명이 참 좋습니다
그 별명때문에 여러 사람들과의 친분도 생기고 분위기도 좋았으니깐요

한참을 그렇게 지내면서 입대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0일이 되었습니다

지난주 금요일 군대들어간지 100일됐다고 바깥세상 구경좀 하고 오라더군요..

뭐 4박5일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절대 짧은..

나오기전까지는.. 아니 나올때까지 얼굴에 미소만 가득히 있었죠 ㅎ

허나 앞일은 누구도 예상 못한다고 첫휴가, 평생 기억에 남을 100일휴가가 이리 괴로울
줄은 아무도 몰랐을겁니다..^^

안에 있을때에는 나가서 이거해야지 저거해야지 하면서 계획도 다 세워놨었는데
계획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보고싶던 친구들도 보고 그순간순간은 행복했으니 이걸로 만족해야될련지...
입대전부터 휴가나올때까지 한가지만 생각하면서 버텨왔는데
그게 깨지니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한숨만 늘고 담배만 물게 되네요

자대배치 받자마자 선임께 어떻게 생각하면 조금 건방지게 보였겠지만 질문을 했죠
" 군번줄을 만들고 싶은데 가능하나요? "
제가 알기론 군번줄은 분실하기전에는 못만드는걸로 알고있었는데 의외의 대답이 나왔습
니다. 가능하다는..
그래서 군번줄을 만들고 그 군번줄을 어떻게 전해줘야될까 행복한 고민을 했었는데 역시
현실은 냉정했습니다. 전해줄 수가 없었던거죠 ㅎ
뭐.. 덕분에 휴가기간동안 사색에 빠져있는 시간도 생기고..^^

이런일로 우울해하기는 싫었는데 가슴아파하기는 싫었는데 어쩔수 없나봅니다
저라는 사람은 항상 이랬으니..
앞으로 남은 20개월동안 무엇으로 버틸지 고민이네요 ㅋ

군대라는게 막상 갈때는 그냥 2년동안 놀다와야지 했는데.. 고작 3달의 시간이 이렇게 될
지는 몰랐습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ㅎ


ps1 혹시나 걱정해주실 분들이 있을까봐 말합니다
       절대 탈영이나 그런말은 안해주셨으면 합니다 ^^ 요즘 군대이미지가 그런거 때문에
       많이 안좋은거 같아서.. 쿨럭 -_-;;;

ps2 군번줄의 의미 : 전시때 군번줄은 자신의 신분을 나타내는 유일한 수단.. 즉 자신의
                             분신이라고 할 수도 있죠
                             그런 물건을 남한테 주는건 자신의 생명을 너한테 맡긴다..
                             이런 의미라고 생각해서 준비했었던겁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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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07 12:33
수정 아이콘
전 군대를 안가도 되서.. 왠지 재밌어보이네요 !
앞으로도 스타 많이하면서 잘 지내세요 ^^
유신영
05/11/07 12:35
수정 아이콘
개목걸이.. 하아.. ^^;; 그거 만들어주는 곳 밖에도 많답니다. 애인에게 주는 개목걸이는, 남자친구가 군대에 있으니까 건드리지 마쇼, 혹은 건드려도 남자친구 못나와요.. 여러 의미가 아닐까..
혹시 부대에서 스타대회하면 우승하셔서 포상휴가 나오세요!
TheAlska
05/11/07 12:36
수정 아이콘
너무 부럽군요;;;
저희부대는 오로지 노래방 뿐입니다-_-;;;;
이제 전 11개월 남았군요
거시기허네요
05/11/07 12:52
수정 아이콘
저두 같은날 같은곳으로 입대 했는데.. 혹시 성함을 여쭤봐두 될듯..
저는 173번 훈련병이었는데 ^^
비엔나커피
05/11/07 13:22
수정 아이콘
음..대단하네요.제가 있던곳은 피엑스가 없던터라..
가끔 황금마차라 불리는 트럭이 들어오곤(것도 부대안엔 못들어오고..길이 없어서..산아래에 주차를 ^^) 했었는데.
컴퓨터라니..저는 전화도 없었답니다.
군대 좋아졌네요.
비엔나커피
05/11/07 13:22
수정 아이콘
위에 거시기님은 저랑 훈번이 같군요 -_-;
05/11/07 13:27
수정 아이콘
여친이.... 뭐... 그게 어른이 되는 과정이지요.

그 모든 시련을 두 다리로 견뎌 냈을때 바로 우리는 어른이 되는 것 입니다.
05/11/07 13:36
수정 아이콘
좋은 부대 가신 것 같네요. 잘 기억이 안나는데 전에 어떤분이 부대복귀하기 두렵다고 PGR에 적었던 글이 기억나는군요. 무사히 군생활 마치시길..
요로리
05/11/07 13:54
수정 아이콘
이제 스타하던 고참 제대하면 좆대죠 --;;
님이 스타 할동안 님 바로 윗고참은 님을 어떻게 요리할지 생각해보시고~~~~ --; 바로윗고참한테잘하세요
Rocky_maivia
05/11/07 13:56
수정 아이콘
하루에 스타를 3,4게임씩이나...;
음.. 전 메딕이라 민간인과 좀 다를게 없었던;;
taiji1st
05/11/07 13:56
수정 아이콘
하얀곰팅님 저와 같은 경우라 상상이 됩니다....저도 100일 휴가때 1년 6개월을 만나던 사람이 만나지 못할 사람으로 변하더군요...제가 전역한후 얼마후에는 결혼까지도....가슴이 아프더군요....곰팅님 힘내세요!!
그리고 어차피 떠날 사람이였다면 지금 떠난게 곰팅님에겐 차라리 낳은 일이라 생각 됩니다 한창 정신 없을때 간사람이라 생각 할 여유 조차 없더군요..
MeineLiebe
05/11/07 14:43
수정 아이콘
어떻게 부대에 스타가 대결이 가능한가 봐요?
보통 행정용 컴퓨터로 워드작업만하는 바깥세상
컴퓨터의 업그레이드를 완전히 무시한 저사양의 컴퓨터 몇대만
있을 뿐이 거든요.
그것도 행정병이 쓰죠..
참 저는 마린에 가까웠는데 보직은
벌쳐에 가깝습니다.
차를 타고 다니기에(K-4)
하지만 벌쳐와는 달리 스플레쉬 데미지도 있는 그런겁니다.^^
휀 라디엔트
05/11/07 14:47
수정 아이콘
군대말로 밥안될때 날짜 계산하면 빠졌다고 하면서 욕먹죠....
군생활의 시류에 맞추어서 생각해보면 맞는 말입니다.
100일휴가 다녀오면 이제 신병대우 안하고 슬슬 작업을 들이대게 됩니다.
저같은 경우도 정말로 상병 말호봉때까지 정신없이 업무에 치이면서 살았습니다. 말그대로 잡념을 가질 시간이 없었죠.
외박이나 휴가 나올때나 가끔씩 날짜 세보면서 아직 멀었구나 하죠.
그래도 두가지는 확실한게 있습니다.
지난 시간은 정말로 엄청 빨리 지나간 시간이였고, 그런데도 남은 시간은 이등병때나 전역 한달전이나 막막하긴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동의하시면 붐업 한번 해 주세요~~~~)
05/11/07 14:58
수정 아이콘
부대 내 피씨방 있는 곳 많습니다.
물론 제가 있던 곳은 없었습니다만..;;
같은 지역 내 컴퓨터들은 다 랜으로 연결되어있기때문에 ipx로 다 연결이 되죠 ^^;
저도 병장때 신병들 데리구 스타를 자주 하긴 했습니다만.. 그거때문에 그 신병이 빠졌다구 갈굼 좀 당하더군요 -_-;;
고참이 하자구 했을땐 어쩔 수 없이 스타해야되겠지만 너무 빠진 모습 보여주지말구 짬 안되는 고참들한테 더 잘하셔야됩니다.. 흐.. 화이팅!
견습마도사
05/11/07 15:10
수정 아이콘
군번줄은 군장점에서 쉽게 팔수 있습니다..
이등병이 혼자 군장점 가기가 어려울뿐이죠..
05/11/07 15:17
수정 아이콘
훗 제 군시절 생각나네요... 제가 통신병이라 계룡산 정상에 있는 중계소에 파견나갔었는데 거기 소대장이랑 친해져서 스타를 같이 즐겼었죠. 치트키 알려주니 무지 좋아하던 소대장의 모습이 선하네요~
하얀곰팅
05/11/07 15:33
수정 아이콘
거시기허네요 // 2중대 1소대 2내무반 32번훈련병 박준호입니다 ^^
하얀곰팅
05/11/07 15:34
수정 아이콘
MeineLiebe // 막사내에 피시방이 있었죠 ㅎ 컴터 6대가 IPX로 연결되서 3:3까지 가능한.. ^^
05/11/07 16:02
수정 아이콘
군대 말년때 ...특히나 공군이라서 끝나지 않는 말년을 스타리그 방송과 저녁때 스타 한판으로 견뎠지요...이때부터 강민선수에게 영감을 받아 프로토스로 주종족을 정한듯 싶습니다.
05/11/07 18:46
수정 아이콘
그 병장 나가면 피곤하겠어요..
바로 위고참이 아주 이를 갈고 있을텐데요.. 낄낄
오야붕
05/11/08 02:26
수정 아이콘
지금은 자대에서 스타최고수에 속하시겠지만, 말년쯤 되면 갓 들어온 신병한테 무참하게 깨지는 날이 올겁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세월은 속일 수가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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