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이런 상상을 해보았다.
스타크래프트 게이머들의 이야기를 만화로 만들면 어떨까?
만일 내게 능력이 있었다면 게임 대회나 유명 게이머들을 좇아다니며
만들었을 거라고 확신한다.

스타크래프트에 열광하는 대단히 광범위한 계층이 존재하니
또한 대단히 많은 이야기거리가 존재할 듯 싶다.
나 역시 대학시절 한때 만화방에서 온갖 만화들을 섭렵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드는 생각이...
중국식의 대륙적인 과장법과
일본식의 미니멀한 마인드가 "전문가의 이야기"를 다루는 만화에서 있어서
가지는 힘을 우리나라 만화들은 별로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초밥왕이나.. 뭐 철냄비 짱이나 하는 류의, 과거에는 전혀 만화가 되지 못할
법한 이야기들을 전문적인 지식과 과장을 적당히 비벼서 만드는 능력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지 않은가.
예를 들어 "돈의 황제"같은 만화를 보다가 나는 전혀 몰랐던 용어들과
경제지식들(비록 남의 나라 법이지만)알게 되었고, 뭐 천재 유교수나
등등의 지루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 만화들에서 나름대로 씹는 맛을.. 혹은
어떤 "장인정신"을 엿본 것이다.
일본은 거의 손대지 않은 "장인 만화"(이것 본인이 그냥 지은 이름이다
용서하시라)가 없을 정도이지만, 자기 나라에 없는 문화로는 사실 만들
수 없는 것도 있다.
일본에서는
"김치의 제왕"이라든가 "떡볶이의 달인"은 좀 만들기
힘들지 않겠는가? 스타크래프트도 마찬가지.
이것은 요리라든가 하는 장르와는 달리 진짜 승부사들의 세계이다.
나는 스타크래프트가 점점 바둑을 닮아간다고 생각한다.
"고스트 바둑왕"은 실제 바둑 지식을 보여주는데 있어 소극적이지만
바둑처럼 "심각하게는" 심오하지 않은 스타크래프트란 게임은 전술과 전략
등을 가지고 게이머들이 대결하는 그런 이야기들이 나온다면
조금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어도 재미 있지 않겠는가?

본인도 원년부터 게임을 해왔지만 아직도 모르는 것 투성이이고
해설자들의 해설을 듣다보면 무릎을 치는 부분이 있다.
만화책으로 흥미진진하게 그런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다면
아마도 명작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P.S.
이때 게임방에 한 소년이 나타났다.
왼손에는 본래 흰색이었던(지금은 갈색이 되어버린) 마우스가
들려 있었고 군데군데 이가 빠진 키보드가 장검처럼 등 뒤에
묶여 있었다.
...
"아앗. 이것은!!"(전형적인 과장)
"그렇다 대나무류란 것이다"(이름 붙이기를 통한 아우라 형성)
"그렇다면 너는!!"(호기심 유발)
"그렇다!  내가 바로 그 조종현이다"(폭탄선언)

뭐 이런 대사를 만화속에서 듣게 될 날도 있지 않을지...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