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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02/16 04:11:58
Name canoppy
Subject [펌] 정일훈님의 재경기 후기 입니다.
..  정현동 여러분 안녕하세요 정일훈입니다.
누가 됐든 오늘 재경기에 나선 세 선수 중 결승진출에 성공한 선수의
카페는 난리가 날거란 생각을 중계에 들어가면서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온통 축제 분위기 일색이네요.
항상 공정하기를 강요당하는 캐스터의 입장에서 오늘은 편안한 자연인
으로 돌아와 정말 정현이의 결승 진출을 축하해 주고 싶네요.
축한한다 정현아.
조정현 선수를 처음 본 것은 온게임넷 스타리그의 원년 프로게이머 코리아 오픈이니까 정말 오래됐네요.
당시 정현이가 속해있는 조에서 정현이는 약체로 분류됐던 기억이 나네요
1승1패 상황에서 '이번엔 꼭 이겨야지'하고 말을 건넨것이 아마도 정현이
와 기억에 남는 첫 대화였던 것 같습니다.
정현이는 의외의 말을 하더군요.
"이기든 지든 상관 없어요, 게임인데요 뭐"
당시 치열한 프로게이머의 승부근성과 그것으로 파생되는 새로운 콘텐츠
를 꿈꾸던 저는 '뭐 저런 녀석이 다 있냐? 그럼 왜 나왔어...'등등의
생각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프로게이머로서 첫 신고식이 정현이에게는 참으로 혹독했습니다. 치욕스런 인페스티드 테란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조정현이란 이름은 잊혀졌습니다.
수많은 스타들이 명멸했고, 더러 성적에 비해서 대단한 인기를 구가하던
선수들이 나타났다,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졌습니다.
세계 최고의 인프라를 자랑하는 것이 미 메이져리그라고 하더군요.
그러나 적어도 한국에서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로 성공하기는 메이저리그 저리가라는 온게임넷 스타리급니다. 코카콜라배때 조정현이라는 선수가 다시 본선에 진출했을때 그 이름과 그 오래전 조정현과를 매치시키는데 저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을 정도였습니다.
본선 첫날 오랫만에 만난 조정현은 그닥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게임인데요 뭘... 이기든 지든 재미있게 해야죠"
그런데, 새로운 느낌을 하나하나 자기 인생에 쌓아나가는 사람은 무섭습니다. 4강에 올라온 조정현은 16강 때의 그 선수가 아니었습니다.
비로소 조정현은 승리에 목말라하는 승부사가 되어있더군요.
'대나무류'라는 별명은 제가 붙여줬습니다.
정현이의 경기를 보면서 그 긴박한 생방송 중계 도중에 느닺없이 와호장룡의 한 장면이 생각 나더군요. 흐느적 흐느적 흔들리는 대나무 위에서 뻗쳐 오르는 기와 합을 나누는 그 인상깊은 장면이...
예기치 않게 제 입에서 대나무류 라는 말이 튀어 나왔습니다.
나중에 게시판 여기저기에서 대나무는 꺾어질 지언정 휘어지지 않는데
그 어인 망발이냐...라는 얘기가 나올땐 정말 제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참 난감했더랬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더군요.
WCG에서 베르트랑에게 패하고 나서 만난 정현이의 모습은 정말 분해 죽겠다는 표정이었습니다. 얼굴 가득 독기가 서려있는 모습은 일찌기 도경이에게서 봤고, 동수에게서 봤고, 요환이에게서, 진호에게서 봤던 그 느낌과 똑같이 닮아있었습니다.
아! 그렇게 정현이는 승부사가 되어있었습니다.
사실 정현이는 다른 게이머들이 흔히 듣는 칭송처럼 천재에 가까운 선수는 결코 아닙니다. 둔감하고, 약간 시대에 뒤떨어져있고, 정통이라는 큰 흐름이나 대세에는 결코 가깝지 않은, 그러나 생존을 위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극대화 해서 결과는 최상에 가깝게 만들어 가는...
그렇습니다. 정현이의 플레이는 된장냄새가 물씬 풍깁니다.
그것은 어쩌면 세계 무대에 올라갈 듯 올라갈 듯 좌절을 거듭하는 한국의 모습과도 비슷할지 모릅니다.
정현이의 결승진출을 그래서 감동적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그저 특이한 대나무류에서 그 분야의 정상에 우뚝설때 어쩌면 '나의 이러이러한 불리함때문에 난 못할 거야'라는 변명에 익숙한 우리는 왈칵 솟는 더 큰 감동을 느끼게 될런지 모릅니다.
오늘, 재경기가 끝나고 나오는 데 온게임넷 스타리그를 함께 만드는 일부 기획자들이 흥행을 걱정하더군요. 까닭없이 울화가 치밀어 잘 안쓰는 격한 언사를 쓰고 메가웹을 나왔습니다. 프로게이머는 사람들에게 재미만을 전해주는 꼭두각시가 아닙니다. 팬들은 더 그렇습니다. 사랑하는 팬들은 그들이 사랑하는 선수를 통해 최선을 다하고 승리를 하든, 패배를 하든 만들어지는 후회없는 드라마를 보고 싶어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면 무엇이든 그 결과는 만족스럽다는 작지만 평범한 진리를 확인해 보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흥행? 언제부터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 흥행을 걱정했나요? 모이는 사람의 숫자가 중요하지 않을겁니다. 그 속에서 진정 가슴을 울리는 천상의 메시지가 만나지느냐가 중요할 겁니다.
다들 오십쇼.
와서 여러분이 사랑하는 한명의 프로게이머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한 시점을 어떻게 마무리 하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가슴으로 응원하고 그리고 그 속에서 여러분 자신의 모습을 찾으십쇼.
오늘, 한때 둔재 게이머 였던 대나무 테란에게 보낸 여러분의 그 놀라운 애정이 그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에도 함께 하고있음을 보여주십쇼.
그것이 선수로서 뼈를깍는 외로운 싸움을 하는 인간에게 팬으로서 보여줄수 있는 최상의 선물임을 잊지 말아주시기를 바랍니다.
정현이의 결승진출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캐스터 정일훈 ^ ^  ..  

출처: 조정현님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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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이런 글 때문인가요 스타 주위를 아직도 배회하게 되는 거 같습니다. 다른 어떤 게임보다 유저문화가 깊고 넓다보니..배울 것도 많고 느끼는게 참 많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스타 한판 하고픈 분이 정일훈씨.
정일훈씨의 배넷 전적을 언젠가 들어본 적이 있는데 제가 이길 거 같더군요^^;
확실히 저도 흥행을 걱정하고 있던 사람중 한명입니다. 임요환이 안나왔다기 보다는 조정현님의 대저그전이 대 플토전 만큼 매력이 없어서 일까요..아니면 웬지 팬이 갈라져있는 저그팬분들, 잘 뭉치지만 이번엔 없는 플토팬분들. 임요환 김정민 이윤열이 다라고 느껴지는 테란팬분들.....어쨌든 이번 경기가 임요환 없어도 할 수 있다 이런 걸 보여주길 원했는데...그런 걸 신경 쓴 제가 부끄럽네요 ;;;
이번에도 장충체육관은 꽉 찰 겁니다. 각광받는 테란 플게머들 숫자가 워낙 많기 때문에 조정현선수를 향한 테란 팬들의 관심과 애정이 상대적으로 적어 보였을 뿐이죠. 진호님도 마찬가지고요. 특정선수의 팬이라고 해서 그 선수만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특정 종족의 팬이기도 하고, 나아가 스타리그의 팬이기도 하니까요. 아으... 나도 서울에 살았으면 꼭 갈 건데... ㅡ.ㅜ
따까치
::: 근데 그날 온겜넷 어워든가? 그거 시상도 같이 하지 않나여? 아마 모르긴 몰라도 요환님 몇개에서 최고 투표를 받고 있었는데....? ㅋㅋ 그럼 나두 갈껀데... 늦게라두....요환님 상타는거 보러...
사실....전..IS팀 팬이지만 -_-+
까쥣거...조정현선수가 덜컥 우승하는 결과가 나오는것도...볼만 하겠군...
드림팩토리
위에 손님이 쓴 글에서 저그팬이 갈라져 있다고 하셨는데 절대 그렇지 않슴니다 온게임넷에서 약간은 저그가 약세이기 때문에 모든 저그유저는 장진남 선수나 홍진호 선수 둘 중 한명이라도 결승에 진출하길 바랬슴니다 프토나 테란이 하나이듯 저그역시 하나 일듯 싶슴다
[귀여운소년]
음... 좋은 글이군여... 이 글의 핵심은,
"정현이의 플레이는 된장냄새가 물씬 풍깁니다." ㅡㅡ;;
나는날고싶다
02/02/16 16:15
수정 아이콘
일훈님의 글을 읽으니.. 정현님에 대한 생각이 또 달라지는 군여..^^ 저도 꼭 가도록 노력해야할듯..^^
뭔가를 느끼게 해주는 글... 기획자들이 흥행을 걱정한다 라는 대목에서는 저도 울화가 치밀더군요..
단순히 이제 온게임넷도 돈벌이 에만 신경쓰는가 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는데..
아마 그런일은 없을거라고 믿습니다 정일훈님이 앞으로도 열심히 해주세요^_^
플토킹되는날
정일훈님의 글을 첨 읽는데 대단히 인간적으로 느껴지네여...ㅜ.ㅜ 음...이제부터 온게임넷게시판도 들여다 봐야 할듯 ^^; 김동수 선수를 이겨서 조정현선수가 약간은 원망스러웠는데 이글을 읽으니까 충분히 결승에 올라갈 자격이 있다고 봐지네염 ^^ 조정현님 홧팅! 그리고 저의 우상 김동수님도 홧팅!ㅋㅋㅋ I believe the GARIM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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