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사회적 약자라는 주장과 관련하여 흔히 인용되는 지수가 있습니다. WEF의
성격차지수입니다. 여기에 이코노미스트의
유리천장지수가 함께 활용되기도 하죠. 반면에 UNDP의
성불평등지수는 여성이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는 주장과 관련하여 각광받습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점은,
성격차지수는
유리천장지수와 달리 교육성취도와 건강/생존 항목을 점수 산정에 포함시켰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교육성취도와 건강/생존은 한국 여성들이 잘 제공받는 분야이기 때문에 한국의 점수도 더 높게 나오게 됩니다. 앞에서 2024년
유리천장지수는 29개국 중 28위로 최하위였던 반면 2023년
성격차지수는 146개국 중 94위로 조금 나았던 까닭은 여기서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격차지수는 건강/생존 항목을 출생 성비와 건강기대수명으로만 제한하였기 때문에, 한국의 탁월한 여성인권 보장이 덜 드러나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런 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성불평등지수의 지표 구성인데, 전체 내역은 아래와 같습니다.

위를 보면,
성불평등지수에서는 ‘중등학교 이상 교육받은 비율’을 점수 산정에 포함할 뿐만 아니라 모성사망비도 포함하며, 무엇보다 청소년 출산율을 포함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성격차지수는 고등교육 취학률도 보았지만 성불평등지수는 중등학교까지만 보며,
성격차지수는 여성의 기대수명에 집중한 반면
성불평등지수는 임신·출산으로 사망하는 경우에 집중하며,
성불평등지수에서 새로 등장한 항목인 청소년 출산율은 그야말로 한국이 가장 잘 관리하는 지표라서 실제로도 193개국 중 1위를 차지합니다.
결국 성불평등지수는 성평등과 관련하여 언급되는 여러 국제지수 중 한국의 장점이 최대로 반영되는 조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점 때문에, 여성이 사회적 약자라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성불평등지수를 구성하는 [ ‘중등학교 이상 교육받은 비율’·모성사망비·청소년 출산율 ] 등을 가지고 논지를 펴는 법이 잘 없습니다. 대신에 유리천장지수에서 중시되는 [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임금격차·관리직 여성 비율·기업 내 여성 이사 비율·여성의 의회 진출 비율 ] 등을 근거로 여성이 구조적 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곤 하죠.
유리천장지수와 성불평등지수의 중간(?)인 성격차지수를 보면, 과연 [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임금격차·관리직 여성 비율·여성의 의회 진출 비율·여성 장관 비율·여성 국가원수 통치 기간 ] 등의 지표는 한국이 불리합니다. 그러나 [ 전문/기술직 여성 비율·여성 문해율·여성 취학률·출생 성비·건강 기대 수명 ] 등의 지표에서는 한국이 양호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정치·경제적으로만 보면 양성 간의 차이가 조금 부각되지만, 교육·건강의 측면에서는 성차별이 거의 없이 양질의 혜택이 고루 제공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여기서 이런 질문을 던져볼 수 있습니다. 과연
[ 여성의 소득수준이 적고, 여성 관리직이 적고, 여성 정치인이 적고, 여성 국가원수가 최근 50년 동안 4.73년만 통치했다고 해서 ] 한국의 여성들이 구조적인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일까요. 단순히 통계상의 여성 비율이 적다고 해서 반드시 구조적인 차별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성들이 소득수준이 낮은 일자리에도 비교적 잘 만족하거나, 관리직 승진 경쟁에 덜 뛰어들거나, 정치인이 되기를 덜 희망할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소득수준이 높은 일자리를 원하고, 관리직이 되고자 경쟁하고, 정치적 야망을 가지리라는 것은 오히려 남성 중심적인 편견일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여성들 중에서도 소득수준이 높은 일자리를 원하고, 관리직 승진 경쟁에 뛰어들고, 정치인이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꿈을 이루기 위해 꼭 해당 분야에 여성 숫자가 많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남초 분야라고 해서 반드시 여성을 기피하지만은 않고, 그런 배제가 불합리하게 발생한다면 현 제도상 제재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논의를 인정할 수 있다면, 한국의 여성들은 교육·건강의 측면에서 남성과 거의 평등할 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적으로도 반드시 약자인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생각을 아무리 많이 주장하더라도, 결과적으로 해당 분야에서 여성 비율이 낮으면 어쩐지 구조적 압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 십상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WEF와 이코노미스트 등이 계속 위와 같은 지수를 생산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와 반대되는 자료를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여성들의 직업 선택이 남성과는 다른 논리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주장을 학술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면, 현재 세계 각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시행되는 여성할당제와 가산점 등을 백지화할 명분도 생길 것입니다.
다만 저는 아직 그러한 자료가 발표되어 다수 전문가들의 인정을 받았다는 정보는 접하지 못했습니다. 2022년 대선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접하지 못했고, 근래에 개혁신당이 만들어졌음에도 관련 연구를 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는데요. 아직까지 대선후보 토론에서조차 여성들이 구조적 차별을 받고 있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는 것은 이러한 반대연구의 미비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나 여성정책에 반대하는 집단은 대부분 이성적·합리적이고 과학적 방법론을 잘 익혔을 것으로 기대되니, 어쩌면 머지않아 한국에서 관련 자료가 나와 세계에 파급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마침 오늘 여성은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는 주장이 강하게 개진되는 것을 보니, 이런 글을 쓰면 혹 그러한 자료의 존재를 알려주시는 분이 나올지도 모르므로, 이렇게 몇 자 적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