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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4/09 08:30:43
Name Finding Joe
Subject [일반] 마이클 무어의 분석을 국내 대선에 "재미삼아" 비교해보자
지난 미 대선 당시 트럼프가 공화당 경선에서 승리했을 때,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트럼프가 승리할 5가지 이유"라는 글을 남긴 적이 있습니다.

원문: http://michaelmoore.com/trumpwillwin/
번역본: http://www.huffingtonpost.kr/michael-moore/story_b_11174964.html

다섯 가지 이유를 간단하게 써보자면,
1. 분노한 러스트벨트 (미시건,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유권자들
2. 여성 대통령에 대한 백인 남성 최후의 저항
3. 인기 없는 힐러리
4. 절망한 샌더스 지지층
5. 선거 당일의 무작위성

당시만 해도 힐러리가 우세했기에 많은 이들이 무어의 예측을 웃어넘겼지만, 결과는 트럼프의 승리로 끝났죠.
특히 언급된 러스트벨트 네 주에서 트럼프가 모두 승리하면서 무어의 예측이 정확했음이 드러났습니다.


미국과 한국은 후보자 수나 환경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동일선상에서 비교될 수 없지만, 그래도 재미삼아서 한번 마이클 무어의 예측을 이번 국내 대선에 한번 넣어보고자 합니다.


1) 분노한 특정 지역 유권자들

대선이나 총선때 흔히 나오는 말이 "우리가 남이가", "XX 홀대론" 등이죠. 지역 색체가 많이 사라지긴 했지만, 지역주의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영남과 호남이 있죠. 그럼 이번 대선에선 어떨까요.

영남지방의 경우 TK는 여전히 보수가 강세고 변할 것 같지 않지만, 부울경의 경우는 새누리시절 여당에 실망하고 분노한 유권자들이 민주당쪽으로 많이 넘어왔다는 분석이 있죠. 특히 문재인 후보가 부울경 민심에 많은 역할을 했기 때문에 아마 문재인 지지자의 비율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실제로도 정당지지도/후보지지도에서 모두 민주당/문재인이 앞서고 있습니다.

호남은 어떨까요? 대표적인 레토릭인 '호남 홀대론'의 경우 국민의당이 프레임으로 쓰는 것 같은데, 지난 총선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호남은 국민의당에 매우 우호적이죠. 일단은 지난 갤럽조사 기준으로 정당지지도/후보지지도 모두 민주당/문재인이 앞서고 있긴 합니다만, TK처럼 확고한 부동층이 아니기에 국민의당이 공략할 요소는 많습니다. 그렇기에 국민의당이 호남 1중대라느니 라는 표현을 써가며 호남 민심에 집중하고 있는 거겠죠.


2) 여성 대통령에 대한 남성 최후의 저항
이건 딱히 해당사항이 없는 것 같습니다. 박근혜가 여자 대통령이긴 했지만 그건 박근혜라는 인간 자체가 워낙 전무후무한 노답이라서 문제였던 거지, 딱히 여자라서 문제되었던 건 아니죠. 설령 박근혜 때문에 여성 대통령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이번 대선에는 해당사항이 없겠네요. 문재인-심상정이 심상정으로 단일화하지 않는 한 말이죠.


3) 인기 없는 후보

이건 문재인에게 해당되는 말이 아닌가 합니다. 문재인은 현재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지만, 동시에 가장 강력한 비토층을 가지고 있기도 하죠. 물론 문재인이 힐러리에 비하면 흠결을 찾기 힘든 후보이긴 하나, 대북정책 혹은 다분히 감정적인 이유로 문재인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건 문재인의 커다란 약점이기도 하구요. "안철수/홍준표/유승민/심상정만은 절대 안 되!" 라는 이유로 다른 후보에게 표를 던질 사람보다, "문재인만은 절대 안 되!" 라는 이유로 다른 후보에게 표를 던질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문재인이 압도적 지지율 1위를 달릴 때라면 차라리 그 사람들은 투표라도 안 하고 말겠지만, 안철수라는 강력한 대항마가 생긴 지금은 안철수를 지지하겠죠.


4) 절망한 경선 탈락 후보 지지층

이것도 문재인에게 해당되는 말이겠네요. 제대로 경선한 당이 민주당/국민당 둘 밖에 없는데, 손학규야 워낙 지지세력도 적도 인기도 없었으니 별 문제 없지만, 민주당은 안희정/이재명 지지자들 중에 경선 결과에 실망한 지지자들이 많죠. 어떻게 보면 문재인이 힐러리보다 심각한 점이, 샌더스 지지자들은 그래도 상당수 힐러리에게 흡수되었고 흡수되지 않은 지지층도 트럼프에게 표를 던지지는 않았는데, 문재인은 두 후보의 지지층을 많이 끌어오지도 못했고, 끌어오지 못한 지지층은 대거 안철수를 포함한 다른 후보 지지층으로 돌아섰죠.


5) 투표 당일의 무작위성

이건 잘 모르겠습니다. 굳이 뽑자면 정치혐오증/샤이 지지층에 대입할 수 있겠네요.
정치혐오증 유권자들의 경우는... 허경영이라도 나와야죠.
샤이 지지층의 경우, 이건 이미 대세가 된 문-안 두 후보보다는 나머지 후보 셋(심-홍-유)에게 해당되는 경우가 아닌가 합니다.
특히 홍준표는 나라 말아먹은 자한당의 후보인 만큼 아마 샤이 지지층이 셋 중 제일 많을 것 같아 보이네요.
저들이 과연 투표소에서 홍준표에게 투표할지, 아니면 다른 후보에게 투표하지가 관건으로 보입니다.

제 경험의 예를 들더라도, 인기 없는 후보/정당 지지자가 투표소에서 느끼는 갈등은 매우 심합니다.
그 전까지야 대놓고 소수 후보 지지한다고 얘기하지만, 막상 도장을 인주에 찍고 종이에 찍을 때는 매우 고민이 되거든요.
'소신껏 내가 지지하는 투표를 뽑고 사표가 될 것인가 vs 최악을 피하기 위해 가능성이 그나마 높은 차악에 표를 던질 것인가' 하는 고민이요.



맺으며

억지로 비유해보긴 했는데, 아무래도 문재인에게 불리한 요소가 많이 보이네요.
비토층이 많다는 것도 그렇고, 경선때 경쟁했던 지지층들을 제대로 끌어모으지 못했다는 것도 그렇구요.

제가 생각하는 대선의 키포인트는 '투표 당일의 무작위성',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지지율이 현재처럼 문-안 백중세를 유지한다는 가정 하에' 홍준표의 지지층이 선거 당일날 어떻게 움직이는가라고 봅니다.
"문재인만은 안되!" 라며 전략투표를 하는 유권자가 많다면 안철수가 승리할 것이고,
"어차피 아무도 내가 누구 투표하는지 모르는데 그냥 내가 뽑고 싶은 홍준표 뽑는다!" 라는 유권자가 많다면 문재인이 승리할 것 같습니다.


장난스런 태클과 진지한 태클 모두 환영합니다....만 재미삼아 한 것이니만큼 살살 해주시길T.T




-------- 추가 1 -------

* 인기 없는 후보라는 워딩은 "비토가 많다" 라는 뜻으로 봐주시면 되겠습니다. 힐러리도 지지율은 높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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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를바란다
17/04/09 08:51
수정 아이콘
5번이 중요한 분수령이 될꺼 같아요. 과연 TK보수층들이 안철수한테 표를 던질꺼냐 사표가 될지라도 홍준표나 유승민한테 표를 던질꺼냐? 이게 승패를 좌우할 수 있다고 봅니다.
Finding Joe
17/04/09 11:59
수정 아이콘
사실 보수층은 진보층에 비해 신념이나 이념에 덜 구애받는다는 걸 감안하면 사표는 피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합니다.
17/04/09 08:52
수정 아이콘
저는 이번 대선이 누가 더 절박하냐, 누가 더 적극적인 지지층을 가졌냐로 향방이 갈린다고 생각합니다.
Finding Joe
17/04/09 12:00
수정 아이콘
사실 '대권에 대한 절박함' 및 적극적 지지층은 문재인이 몇 수 위겠지만, '문재인만은 안 되' 라는 절박감과 문재인에 대한 적극적 비토층이 거의 비등비등한지라...
레일리
17/04/09 09:10
수정 아이콘
다자구도 1위를 몇달간 한번도 놓친적 없는 '인기없는 후보' 라 크크 꽤 역설적이군요.
Finding Joe
17/04/09 12:01
수정 아이콘
뭐 본문에도 썼지만 '비토층이 많다' 라고 봐주시면 되겠습니다. 그 부분은 제가 매끄럽지 못하게 썼네요.
17/04/09 09:23
수정 아이콘
문재인이 비토가 많은 후보면 모를까
인기없는 후보라니 글의 해석에 꺄우뚱하게됩니다
Finding Joe
17/04/09 12:01
수정 아이콘
네 비토가 많다는 뜻입니다.
17/04/09 09:33
수정 아이콘
인기 없는 후보라기 보다는 비토 많은 후보라고 약간 어레인지 하셨으면 굉장히 좋은 분석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힐러리와 문재인이 일치하는 부분이라고도 생각하구요.(그 방향성이나 내용은 조금 다르다고 봅니다만)
Finding Joe
17/04/09 12:01
수정 아이콘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수정했습니다.
별이돌이
17/04/09 09:45
수정 아이콘
힐러리에 대해서 인기없는 후보라는 표현을 사용한 원 글의 취지를 생각해 보면
문재인에 대해서도 인기없는 후보라는 표현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힐러리도 진짜 인기 없는 후보는 아니었고,
민주당 차기 대권주자이자 차기 대통령 대세로 오바마 정부 시절부터 위치가 굳건했으며,
심지어는 표를 더 받았음에도 졌으니 말입니다.
Finding Joe
17/04/09 12:01
수정 아이콘
네 인기가 없다기보단 비토층이 많다는 뜻이죠. 제가 단어를 좀 더 잘 고를걸 그랬네요.
Darkmental
17/04/09 09:46
수정 아이콘
아직 양자구도도 아니거니와 양자가될확률도 별로없는데 흔들린다는건 종편언론이 계획한대로 흘러가는거죠
샌더스야 워낙 긍정적인 이미지의 정치인이 었지만 안철수는 긍정보다는 보수층이 찍을 곳이 없기 때문에 몰리는거라 생각하기떄문에
구도자체가 원래 양강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저는 급할거 없다고보고 시간지나면 결국 문재인 대세론이 맞을거라고생각합니다.
Finding Joe
17/04/09 12:03
수정 아이콘
양자/양강에서만 비등비등하다면 사표가 무조건 나오지 말아야겠지만, 이미 다자에서도 많이 비슷해졌기 때문에 보수층 움직임이 중요하겠죠.
Fahrenheit
17/04/09 09:52
수정 아이콘
오바마를 찍었던 흑인유권자들의 상당수가 투표장에 가지 않았고 그리고 딱 그만큼 져서 트럼프가 이겼다는 분석도 있더군요.

비토가 많은 후보는 (투표장에 가지 않을수도 있는)소극적 지지층이 많다는것인데,
문재인 후보의 경우 인위적으로 비토를 늘린것이라 지지자는 매우 결집되어 있다는 점이 차이겠네요.
Finding Joe
17/04/09 12:04
수정 아이콘
"비토가 많은 후보는 (투표장에 가지 않을수도 있는)소극적 지지층이 많다는것"
이 부분은 잘 이해가 되지 않네요. 비토가 많다는 건 지지라기보다는 오히려 안티에 가깝지 않나요?
'문재인만은 안되'라는 유권자들은 무조건 투표소에서 비문 후보를 뽑겠죠.
Fahrenheit
17/04/09 13:35
수정 아이콘
오바마를 찍었던 흑인유권자들이 투표를 했다면 거의 대부분 힐러리를 찍었겠지만 투표 자체를 안했다는 의미죠. 힐러리의 비호감 때문에,
안티가 역선택하는 것보다 잠재적 지지자의 표를 얻지못하는게 더 크다 입니다.
밀크커피
17/04/09 11:16
수정 아이콘
인기 없는 후보라는 것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같은데요.
문재인과 트럼프를 비교해봐도 동일하게 반대 세력에서 '문재인/트럼프는 절대 안돼!' 라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트럼프가 힐러리보다 인기가 많아서 당선된 것도 아니었고, 트럼프의 비토 세력도 미국 전역으로 상당합니다.
위에서 언급하신 인기도 여부는 주요 지지세력에서의 인기도 여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걸 다르게 말하면 적극적 투표층이라고도 이야기 하는 것 같고요.
주요 지지세력에서의 인기도 여부로 분석해보면, 진보세력의 견고한 지지기반이 있는 문재인과 보수세력의 차선으로 지지하는 안철수가 됩니다.
어찌됐건 다자구도 내의 문재인/안철수 대결로 가고 있지만 중도세력을 아우르면서 지지기반의 결집표를 누가 더 많이 모으느냐에 따라
이번 대선 승패는 결정되리라 생각합니다.
Finding Joe
17/04/09 12:06
수정 아이콘
저도 그 부분은 참 신기한게, 힐러리/트럼프 둘 다 비토층 많았는데 어쨌든 트럼프가 되었죠.

말씀하신 승패여부 요소는, 중도세력을 아우른다는 면에서는 안철수가, 지지기반 결집표는 문재인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담배피는씨
17/04/09 11:18
수정 아이콘
약간 추가를 해보면..
2. 여성 대통령에 대한 백인 남성 최후의 저항
- 진보 대통령에 대한 보수의 최후의 저항적 선택
5. 선거 당일의 무작위성
- 기존 여론조사에서 나타나지 않은 표 겠죠.
- 지난 총선 국민의당 비례표 를 보면 선거전 여론 조사랑 10% 정도 차이가 나더군요..
https://ko.wikipedia.org/wiki/%EB%8C%80%ED%95%9C%EB%AF%BC%EA%B5%AD_%EC%A0%9C20%EB%8C%80_%EA%B5%AD%ED%9A%8C%EC%9D%98%EC%9B%90_%EC%84%A0%EA%B1%B0
Finding Joe
17/04/09 12:07
수정 아이콘
링크해주신 것만으로는 잘 모르겠는데, 국민의 당 비례대표가 10% 더 받았다는 건가요?
담배피는씨
17/04/09 12:11
수정 아이콘
선거전 여론조사 항목을 보시면 국민의당은 최대로 나오게 16% 정도 입니다..
선거결과 비례 표는 26.7 %로 입니다.
Finding Joe
17/04/09 12:12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 부연설명 감사드립니다.
국민의 당은 지난 총선 당일에 추가지지를 꽤 많이 받았다는 건데, 이번 대선에서도 그렇게 될까 궁금합니다.
17/04/09 11:47
수정 아이콘
이번 선거의 물밑 포인트는 역시 지역주의입니다. 영남은 빼더라도 TK와 호남은 문재인과 안철수의 운명을 가를 열쇠지요.
호남 기반의 국민의 당이 오히려 안철수의 보수 끌어안기로 부유 중인 TK 보수 지분을 가져오겠지만, 호남표를 문재인에게 다 내줄 수도 있습니다.
안철수가 우클릭하면 호남이 가만히 두지 않겠지요. 어대문이 깨지지 않겠네요.

2대 안크나이트가 지평을 열어놓은 대통합의 어두운 기운을 1대 안크나이트가 드디어 등장하여 다 쓸어가는 중이네요.
Finding Joe
17/04/09 11:58
수정 아이콘
TK는 결코 문재인에게 넘어올 수 없다는 걸 감안했을 때, 말씀하신 대로라면 결국 호남이 열쇠가 되겠네요.
몽키.D.루피
17/04/09 12:06
수정 아이콘
전체적으로 대입이 별로네요. 이 조건들 중에서 핵심은 1번이죠. 그리고 현재 한국의 상황에서 1번 러스트벨트에 해당하는 지역은 바로 pk라고 봅니다. 해운, 조선 날아간 pk가 현정부에 가진 불만이 어마어마한데 언론은 제대로 다뤄주고 있지도 않죠. 분노한 pk표심이 대선 판도를 좌우할 거라고 봅니다.
17/04/09 12:07
수정 아이콘
거기에 미 대선에 대한 언론보도에서 러스트벨트 표심을 잘 포커스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현재 언론에서 PK를 잘 안 다루는것과 오버랩 되기도 하네요.
Finding Joe
17/04/09 12:09
수정 아이콘
저도 PK민심이 중요하다고는 생각하는데, 이상하게 호남이나 TK에 비해 별로 언급이 되지 않더군요.
이게 제 생각보다 덜 중요해서 그런지, 아니면 문재인이 이미 우세한 데다가 안철수가 비빌 여지가 별로 없어서 상대적으로 언론이 관심없기 때문인지는 (혹은 의도적으로 언급하지 않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너무너무멋져
17/04/09 12:18
수정 아이콘
덜 중요한건 절대 아닙니다 흐흐
머릿수도 지지율 차이도 비교가 안되죠.
언론 편향성 맞습니다.
bemanner
17/04/09 12:20
수정 아이콘
트럼프야말로 힐러리와 비교가 안되게 비토가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힐러리 지지층의 특징은 적극 지지층이 부족했다이고, 이 문제는 안철수 후보에 해당하는 문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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