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8/06/12 16:07:14
Name darkzerg
Subject 스타리그의 르네상스를 위해 - 1. 시니어 대회의 창설
(칼럼의 형식으로 작성한 의도상 경어와 "선수"라는 호칭을 쓰지 못했습니다. 양해바랍니다.)


1. 시장 확대의 역효과...스타크래프트의 위기


초창기에 비해 지금의 스타크래프트의 시장은 엄청나게 커졌다.
그런데 팬들에 열기는 예전만 못한거 같다.
물론 나 자신이 스타에 대한 관심이 떨어져서일 수도 있다.

그렇다. 30대의 직장인인 나는 스타가 예전만 못하다.


나는 홍진호의 팬이었다. 아니 임요환의 안티였을 수도 있고...뭐 아무래도 좋다.

근데 언젠가 부터 사실상 홍진호를 접할 수가 없다. 홍진호의 팬이 그래도 한창때는
10만정도는 된거 같은데...어느순간 패가 많아지더니 불과 몇개월 지나서 경기자체를
볼수가 없는것이다...

그럼 그 10만의 팬들은? 언제까지 홍진호만 바라볼 수 없다. 뿔뿔히 흩어지며
다른 선수의 팬이 되거나 스타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것이다.

스타를 아무리 좋아해도 결국은 사람이 하는 경기인데 사람이 사라져 버린다.
박정석,강민,마재윤...좋아해봣자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사람은 사라져 버리고 완성형과 트랜드만 남았다.

요즘은 너도나도 다 완성형이고 김택용이 잘한다 이영호가 잘한다 싶으면
그게 트랜드가 되어 너도나도 다 따라한다. 그래야 살아남는다.

이래서는 선수를 진심으로 좋아할 수 없다.
아무나 잘하면 잠깐 봐주다가 못하면 냉정하게 잊는다.

임요환의 드랍쉽에는 근성이 보였고
강민의 꽃밭캐논에는 철학이 보였다.

그러나 지금의 더블넥이나 3해처리에는 패턴만 보인다. 실력은 있으나 재미는 적다.
전략과 스타일의 싸움이 없고 매크로와 멀티태스킹의 싸움만 보이는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스타라는 스포츠의 시장은 확대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약육강식과 과다경쟁의 치열한
전장이 되어 진짜로 내가 보고 싶어하는 경기를 빼앗아 가버렸다.



2. 잘하는 선수도 소중하지만 팬들이 원하는 선수도 필요하다.


팬과 선수는 같이 가야 한다. 선수가 2~3년밖에 안되는데 팬들이 10~20년 갈 수 없다.

스타는 기본적으로 개인경기다. 팀플이라고 해도 복식이고 현재의 프로리그는 개인전의
연장선일 수 밖에 없다.

임요환 한명이 수십만에 팬은 끌어왓어도 아직 그만한 구단은 없었다.

그러나 현재의 판도나 구조에서는...
임요환이나 홍진호도 살아남을려면 완성형이 되야하고 트랜드에 적응해야 한다.
과연 팬들에 입장에서 그게 바라는 것일까?

홍진호의 안되는 뮤탈짤짤이와 배슬에 허무하게 죽는 디파일러 보다는 폭풍러쉬가,
임요환의 안습 장기전이나 매카닉보다는 환상의 드랍쉽과 마린컨트롤이 보고싶다.

그러나 20대후반의 선수에게 그것은 불가능하다. 많은 선수들의 포기와 은퇴가 증거다.
결국 이것저것해도 안되면서 자신의 스타일만 죽어간다. 선수나 팬들이나 둘다 죽는다.

물론 그들이 실력이 떨어져서 도태되는 것은 맞다. 그러나 팬들의 수요가 아직 분명히
있는데 실력만으로 도태시키는 것은 진정한 프로가 아니다.

빼어난 실력으로 스타가 되었는데 스타로써 꽃을 피우자마자 연습 부족으로 도태된다.
그들에게는 연습도 중요하지만, 방송출연이나 팬싸인회, 유소년 클리닉등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볼륨을 키우는 역활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포스트 임요환을 몇년동안 걱정해 왔으면서도 임요환의 대체자를 만들지 못하는...
선수들이 소모품이 되는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 없는 현상황에서는..

훌륭한 선수의 긴 생명은 e스포츠 인기 유지에 필수요건이다.



3. 시니어 대회 검토의 필요성


골프라는 스포츠에는 시니어 대회가 있다. 나이를 기준으로 쥬니어/일반부/시니어
이런식으로 나눈다.

어찌보면 체급을 나눌 수 없는 종목에서 일종의 체급을 나누어 준다고 볼수도 있다.
나이에 따른 체력이 존재한다는 측면과 개인 스포츠라는 점에서 e스포츠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시니어 대회라고 해서 노땅들의 리그라고 폄하되지도 않는다.
남자 시니어 대회의 경우 여성 일반부(LPGA) 보다 더욱 높은 시청율을 보인다.
그렉노먼, 아놀드 파마, 잭니콜라우스등의 왕년의 유명선수들이 참가하며,
출전선수들의 상당수는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선수이고 존경 받는 선수들이다.

그들은 때로는 경험을 살려 후배들을 지도하기도 하고 멋진 골프장을 직접 설계도 한다.
관련 비지니스에서 중심적을 역활을 하면서도 선수로써의 모습을 계속 보기 원하는 팬들의
바람까지 충족시키며 안티가 아닌 존경을 받으며 선수 생활을 보낸다.

과거의 호쾌한 장타는 없더라도...과거의 기술과 경험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US오픈같은 대회에서는 US시니어 오픈 우승자에게 시드를 주기도 해서 일반부와 시니어간의
교류도 가능하다.

타이거 우즈는 “시공간만 초월할 수 있다면 시니어투어에서 영웅들과 함께 플레이를 펼치고 싶다.”
라고 존경을 보낸다.

잭니콜라우스가 e스포츠판에 있다면? 그날로 그는 막장소리를 듣다가 버려질 것이다.

힘들게 만들어진 스타에 기득권을 주는 것이 아닌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적어도 몇년도 안되어 후보로 밀려나 연봉만 축내며 모욕받다가 밀려나는 e스포츠의
영웅들 보다는 훨씬 바람직한 모습이라 생각한다.



4. 시니어 경기의 운용방안


일단 시니어의 조건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
나이기준이 될수도 있고, 은퇴 후 1년, 공식경기 출전 후 1년등의 조건을 만들 수 있다.
일단 시니어 라이센스를 따면 일반부,시니어 경기에 동일 시즌 중복 출전은 제한한다.
(일반부 본선 진출시 같은 기간 시니어 대회는 불가)

현재의 많은 경기수에서 새로운 대회를 만들기 쉽지는 않겠지만 일반부 32강 모아봤자
별 차별성도 없는 현재의 경기스타일이라면 과감히 16강으로 회귀 시키면 가능하다.

정식대회로 만들고 시니어 대회 우승자는 일반부 시드를 주면 서로간의 교유도 가능하고
팬들은 여러 스타일의 경기를 볼수 있다.

이벤트 대회로 시범 실시 할 수도 있겠지만 이벤트 대회가 제대로 주목을 받은 점이
적어서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프로리그의 개인전 한 경기를 시니어 자격이 있는 선수끼리 대결하도록 해도 프로리그의
관심이 훨씬 많아질것 같다.



5. 결론

긴 예기였지만 결론은 간단하다.
무한경쟁도 좋기만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를 볼 수 있게 해달라는 것,
그리고 우리의 영웅을 이런 모습으로 떠나보내지 않게 해달라는 것...

최진우...강도경...김동수...최연성...
그리고 앞으로 떠나갈 영웅들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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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생각
08/06/12 16:25
수정 아이콘
멋지시네요..e스포츠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이 글이 많이 읽혀지면 좋겠습니다.^^
성상우
08/06/12 19:30
수정 아이콘
저도 동감합니다. 새로운 시도들이 많이 이루어 졌으면 합니다.
천재를넘어
08/06/12 20:06
수정 아이콘
뭔가 추천을 해야할것만 같은 글 ^^
홍진호가 보고싶습니다 ㅜ
밀가리
08/06/13 04:45
수정 아이콘
상관없지만 문득 직장인배 스타리그가 생각나는군요. 나름 재미있었는데 말이죠.

아무튼 시니어리그의 창설! 멋진 아이디어 입니다. 다만 경기력이 조금만 떨어져도 OME소리나오는 이 바닥에서 조금 실력이 떨어진 시니어리그가 성공할지...

혹시 모르죠. 그 맛에 더 열중하게 될 수도^^.
살인의추석
08/06/13 09:40
수정 아이콘
개념 글이군요 잘 읽었습니다........
양산형젤나가
08/06/13 15:47
수정 아이콘
예전에 그 스타우트배 MSL이던가 그 때 하던 어게인 2000이던가 하는 단기 토너먼트가 생각나네요.
물론 경기력은 그 때 역시 OME라는 평이 쏟아졌습니다만-_-;

올드게이머들을 좋아하는 팬들에겐 확실히 좋은 방편이 될 것 같습니다.
08/06/14 08:57
수정 아이콘
정말 가끔은 잘하는 스타게이머의 경기보단 좋아하는 스타게이머의 경기가 보고싶습니다...시니어경기라.. 선수들이 위의 골프의 예처럼
존경해주는 분위기만 조성된다면 스타판의 수명도 늘리고 여러모로 참 좋을거 같습니다.
08/06/14 09:45
수정 아이콘
좋은 생각이긴 한데.. 마재윤 선수, 최연성 선수, 더 나아가 이제동 선수등등이 시니어 리그에 진출하게 되면, 그 역시 완성형이 지배하는 리그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darkzerg
08/06/14 18:57
수정 아이콘
아무래도 시니어급이되면 기존에 완성형이라도 그 스타일을 유지하기는 힘들겁니다.
핸드스피드나 연습량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분명히 다른 스타일의 게임을 볼 수 있을꺼 같네요.

그리고 맵도 과거의 전략적이고 좋은 맵들을 사용하면 좋을거 같습니다.
날으는씨즈
08/06/15 11:34
수정 아이콘
생각해보니 지금의 스타리그 프로리그도 사람들이 그러죠 내가 해도 저정도는 잘하겠다고 말하는 정신줄놓는경기가 발생하고있습니다.
이런상황에 경기력이 떨어지는 시니어들의 경기를 지금처럼 상향편준화되어있는 상황에서 보려고 할까요?
김다호
08/06/15 16:29
수정 아이콘
장기적(앞으로 5년이나 10년후)엔 필요하겠네요. 물론 그떄까지 스타판이 유지 되야하겠지만요.

예전에 잘나가던선수들(국기봉,최진우 기타 등등등) 지금 당장 시니어 대회를 연다고 해도 주목받지 못할겁니다.

하지만 이윤열 임요환 마재윤등등 30대 프로게이머가 현실이 된 후 에는 충분히 검토가능하다고 봅니다.
실루엣게임
08/06/18 22:24
수정 아이콘
좋은 생각이긴 한데, 지금 당장은 약간 시기가..
왜냐하면 은퇴하는 프로게이머들은 게임에 흥미가 없어져서 떠난 경우가 꽤 되거든요..
제대로 시스템만 잘 운영되고 적절한 협회 후원 (...) 이 잘 된다면 성공가능성은 있어보이긴 한데 말이죠.
08/06/18 23:42
수정 아이콘
정기적인 이벤트 정도로는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사실상 좀 힘들어 보입니다. 지금의 스타리그 분위기에서 시니어 리그를 만든다는 것은 왠지... 낙인이 찍히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더 이상 현역 선수들과의 정상적인 경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거나 마찬가지가 될 것 같다는 말입니다. 또한 팬들의 연령대가 많이 어리기 때문에 그러한 존경과 경의를 담은 리그가 되기 어렵죠. '퇴물들만 모아놓은 리그'로 폄하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골프와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기는 힘들 것 같아 보여요. 물론 올드 선수들의 팬들이 아직도 상당히 많습니다만.. 그들 역시 그 선수들이 정상적으로 부활하기를 바랄 겁니다. 그런 애매모호한 리그를 등에 업지 않고요.

물론 저도 태생이 임요환 선수 팬이고 올드 선수들을 좋아합니다만... 왠지 서글플 것 같네요.
MistyDay
08/06/21 01:23
수정 아이콘
지금체제하에서는 후배들 프로리그 연습도와주느냐고 제대로 연습못할걸요....

시니어리그도 개인리그 아닙니까...후..........
08/07/17 11:46
수정 아이콘
예전 올드 게이머들의 게임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에 상당한 의미가 부여되네요.
플러스
08/07/24 14:11
수정 아이콘
상당수의 팬들이 시니어리그에도 관심을 가질 것 같습니다
제 경우는... 재미있는 경기의 조건중에... 1) 두 선수의 실력이 비슷 2) 선수각각의 실력이 뛰어남... 1번을 2번보다 더 중요하게 봅니다
나름 대등하고 빡센 경기를 보여주면, 실력이 프로게이머치고 좀 미흡한 점이 몇군데 보여진다해도 재미있게 시청할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의 팬들은 경기평에 소위 OME를 남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하드한(?) 팬들을 만족시키기에는 시니어리그는 미흡할 것이며, 결국 현재의 현역리그(?)와 비교해서 경쟁력이 있을 것인가에 의문이 듭니다
흥행이 예상되지 않으면, 투자도 없고, 상금확보도 힘들고, 제대로된 시니어리그가 실현되기 힘들 것 같습니다
Legend0fProToss
08/08/04 16:23
수정 아이콘
올드보다 시니어는 뭔가 훨씬 슬픈느낌인데요
[AGE]MadDream
08/08/22 16:40
수정 아이콘
시니어 리그 + 메인 리그(참가자 제한 없음) + 신인 리그(선수등록 후 2년 이내) ----> 그후 통합 챔피온쉽 ;;
너무 이상적인 얘기일까요? 각 리그마다 개성과 장점이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 너무 지난 후에 글을 읽은 듯 쿨럭;;;;
김재혁
09/01/18 22:26
수정 아이콘
정말 글쓴이의 맘을 느낄수있는 좋은글
제가 너무 감사드려요 이런글 적어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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