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바역에서 나가이역으로 이동한 후 10분 정도 걸으면 얀마 스타디움 나가이와 요도코 사쿠라 스타디움이 보입니다.
얀마 스타디움 나가이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사용된, 5만석에 육박하는 규모의 거대한 종합 운동장.
세레소 오사카가 홈 구장으로 사용했었지만, 너무 큰 종합운동장 대신 지금은 바로 옆의 요도코 사쿠라 스타디움을 축구전용구장으로 리모델링하여 홈 구장으로 쓰고 있습니다.
월드컵을 위해 만든 거대한 구장 대신 적당한 크기의 축구전용구장을 선택했다는 점에서는 우리나라의 대구 FC나 광주 FC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경기 시작 3시간 전 도착했는데, 이미 홈팬과 원정팬으로 경기장 주변은 왁자지껄했습니다.
버스킹 공연과 푸드트럭이 자아내는 분위기는 축제랑 비슷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이날 경기는 파지아노 오카야마와의 대결이었는데, 오카야마가 오사카 근처이니만큼 원정석도 가득 차고 원정 팀 굿즈를 파는 천막이 따로 있던게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오사카 여행을 온데다,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로도 뛰었던 김진현 선수가 있는 세레소 오사카를 응원하기로.
사쿠라 스타디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경기장 주변에 예쁘게 벚꽃이 피어있는 게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아름다운 잔디 컨디션에는 감탄을 금치 못하면서도 너무나도 부러웠어요.
우리나라도 일본과 기후가 크게 다르지 않을텐데, 더 좋은 환경에서 선수들이 뛸 수 있다는 차이가 참 씁쓸하게 다가왔습니다.
다만 못내 아쉬웠던 것은 세레소 오사카 서포터석에 걸려있던 욱일승천기.
앞서 언급했다시피 김진현 선수가 15년 넘게 뛰면서 명실상부 리빙 레전드가 된데다, 과거 윤정환 감독이 사령탑을 맡기도 했던 팀이 세레소 오사카입니다.
우라와 레즈처럼 강성으로 유명한 팀도 아니고, 여기서 욱일승천기를 볼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여러모로 참 씁쓸해지더라고요.
축구장에서 인종차별을 몰아내자는 캠페인은 늘 접하게 되지만, 여전히 갈길이 먼 것 같습니다.
주목했던 선수는 아무래도 김진현 선수, 그리고 카가와 신지.
도르트문트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빅 클럽을 거쳐온 슈퍼스타이니만큼 실제로 뛰는 모습이 꼭 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두 선수 모두 선발이 아닌 벤치 스타트.
상대팀인 파지아노 오카야마에는 지난해까지 울산 HD FC에서 뛰었던 에사카 아타루 선수가 선발 출장하게 되어, 그 쪽이라도 잘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심판 에스코트로 유명 호스트인 롤란드가 왔는데 아주 의외의 인선이라 신선했습니다...
전반은 양팀간 치열한 역습 공방이 오간 끝에 2:1로 세레소 오사카가 우세를 점하며 마무리 되었습니다.
전반 시작하자마자 오사카가 선제골을 넣었는데, 전반 종료를 앞두고 오카야마와 오사카가 연달아 서로 득점에 성공하며 경기장 분위기가 달아올랐습니다.
삼겹살 꼬치를 사서 맥주 마시면서 봤는데 잔디가 좋으니까 패스 연결도 잘되고 아주 축구 보는 맛이 나더라구요.
후반에도 치열한 경기가 이어졌지만 더 이상의 득점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오사카가 좋은 역습 찬스를 여러번 맞았지만 결정력이 아쉬운 장면이 이어지며 방점을 찍지 못하더라고요.
후반 84분, 마침내 슈퍼스타 카가와 신지가 투입되면서 직접 뛰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한때 아시아 최고 수준의 창의력을 보여주던 선수였는데, 어느덧 베테랑이 되어 10분 남짓만 뛰게 됐다는 게 새삼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합니다.
그리고 경기가 이대로 끝나나 했는데...?
후반 추가시간 2분, 선발로 나왔던 후쿠이 골키퍼가 부상을 입으면서 급하게 김진현 선수가 교체 투입되었습니다.
골키퍼 포지션은 보통 교체를 기대할 수 없는만큼 선발에서 제외된 이상 실전에서 뛰는 모습은 보지 못할거라 체념하고 있었는데, 후쿠이 선수의 부상은 아쉽지만 솔직히 김진현 선수의 투입이 너무나도 반가웠습니다.
후반 추가시간 8분 오카야마가 골망을 흔들며 극장 무승부가 되나 싶었지만, 다행히 VAR 결과 오프사이드로 판명되어 득점은 취소.
김진현 선수가 결국 마지막까지 클린 시트에 성공하며 세레소 오사카의 승리를 지켜냈습니다.
그간 여러번 일본을 찾으면서도 일정이 맞지 않아 아쉬웠던 탓에 J리그 경기 직관은 꼭 해보고 싶었는데, 이날 보고 싶은 선수들도 잔뜩 보고 경기도 재밌어서 여러모로 한을 푼 기분이었습니다.
잔디... 새삼 정말 부럽네요.
다음에는 다른 팀 경기도 보러가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이날 경기는 메인 스폰서인 얀마의 스폰서 데이였는데, 입장객 전원에게 리버시블 티셔츠를 나눠주는 배포를 보여주더라고요.
덕분에 이거 입고 응원했습니다.
축구장 가서 옷을 받기는 처음인데 진짜 이득 본 기분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