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회원들이 연재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연재를 원하시면 [건의 게시판]에 글을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Date 2011/12/14 16:14:32
Name VKRKO
Subject [청구야담]이여송을 훈계한 노인(老翁騎牛犯提督) - VKRKO의 오늘의 괴담
선조 시절 임진왜란 때문에 명나라 장군 이여송이 황제의 명령을 받아 우리나라를 도우러 왔었다.

이여송은 평양에서 승리를 거두고 성 안으로 들어가 쉬었다.

그런데 이여송은 평양의 경관이 아름다운 것을 보고 다른 마음을 품어, 선조를 설득해 그 곳에서 살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어느 날 이여송은 대동강 옆의 연광정에서 수많은 부하들을 데리고 잔치를 열었다.

그 때 강변의 모래사장을 검은 소에 탄 노인 한 명이 지나갔다.

보초병들이 큰 소리로 노인이 지나가지 못하게 막아섰으나, 노인은 그것을 다 들으면서도 못 들은척 하며 소고삐를 잡고 천천히 지나갔다.



이 모습을 보고 이여송이 몹시 화를 내며 그 노인을 잡아오라 일렀다.

그러나 소가 느릿느릿 걷는데도 도저히 병사들이 따라잡지를 못했다.

이여송은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직접 천리마를 타고 칼을 찬 채 노인의 뒤를 쫓았다.



소가 바로 앞에 보이는데다 말이 나는 듯이 달리는데도 노인을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노인을 따라 산을 넘고 물을 건너 몇 리를 가서 한 산촌으로 들어가자, 노인이 타고 있던 검은 소가 시냇가 버드나무에 매여 있었다.

이여송은 노인이 이 곳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말에서 내려 검을 차고 들어갔다.



노인은 마루 위에서 일어나 이여송을 맞이하였다.

이여송이 화가 나서 꾸짖었다.

[너는 어떤 늙은이길래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이리 건방지느냐! 나는 황제 폐하의 명을 받아 백만 군대를 거느리고 너희 군대를 구하러 왔다. 네가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는데 건방지게 소에 탄 채 우리 군대 앞을 지나가느냐? 너의 죄는 죽어 마땅하다.]



노인이 웃으며 대답했다.

[제가 비록 산촌의 노인네이나 어찌 장군의 위대함을 모르겠습니까? 오늘 제 행동은 오직 장군을 누추한 이 곳에 모시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제게 간절한 부탁이 있는데 장군께 말씀 드릴 방법이 없어서 이런 계책을 쓴 것입니다.]

이여송이 물었다.



[부탁이 무엇이냐? 말해보거라.]

노인이 말했다.

[저에게 불초자식이 둘이 있는데, 글 읽고 농사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강도짓만 하며 부모의 가르침을 듣지 않습니다. 어른에게 대하는 태도도 알지 못하는 한심한 놈들이지만 제 기력이 쇠해서 아들들을 제어할 수가 없습니다. 장군의 용맹이 세상을 뒤덮으실만 하다는 소리를 들었으니 장군의 위엄을 빌려 이 패륜아들을 없애버리려 합니다.]



이여송이 말했다.

[아들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가?]

[뒷마당의 대나무 숲에 있습니다.]



이여송이 칼을 차고 대나무 숲으로 들어가니 두 소년이 함께 책을 읽고 있었다.

이여송이 큰 소리로 질책하였다.

[너희가 이 집의 패륜아들이냐? 너희 아버지가 너희를 없애라하니 이 칼을 받아라!]



말을 마치고 검을 휘둘러 아이들을 내리치는데, 소년들은 목소리 하나,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천천히 손에 들고 있던 죽간으로 칼을 막아내서 도저히 소년들을 해칠 수가 없었다.

그리고 한 소년이 죽간으로 칼날을 내리치자 칼날이 쨍하는 소리와 함께 두동강이 나 버렸다.

이여송은 숨을 헐떡이며 땀을 흘렸다.



조금 있자 노인이 들어와 아이들을 꾸짖었다.

[어린 것들이 어찌 이리 무례하냐!]

노인이 소년들을 물러나게 하자 이여송이 노인에게 말했다.



[저 패륜아들의 힘이 대단해서 당해낼 수가 없소. 그대의 부탁은 들어주기 힘들 것 같구려.]

노인이 웃으며 말했다.

[조금 전 말은 장난이었습니다. 이 아이들이 아무리 힘이 세다 한들 10명이 와도 저 하나를 당해내지 못할 것입니다. 장군께서는 황제의 뜻을 받들어 우리나라를 구하러 오셨으니, 왜구를 없애서 우리나라를 다시 안정되게 하시고 본국으로 개선하시어 이름을 역사에 남기시면 이것이 곧 영웅이 아니겠습니까? 장군께서는 이런 위대한 일은 하지 않으시고 평양에 눌러 앉을 생각이나 하시니, 이것이 어찌 장군님에게 어울리는 일이겠습니까? 오늘 제가 꾸민 일은 장군님께 우리나라에도 인재가 있다는 것을 알려 드리기 위함이었습니다. 장군님이 만약 계획을 고치지 않고 계속 시간을 낭비하신다면 늙은 몸이 장군의 목숨을 뺏으러 갈 것입니다. 정신을 차리시길 바랍니다. 산에 묻혀사는 늙은이의 말이 당돌할지 모르나 장군이 용서하시길 바랍니다.]



이여송은 한 시간 동안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떨어트린 채 기운 없이 있다가 이내 [예, 예.] 하고 군중으로 돌아갔다.


원문 및 번역문 :  http://koreandb.nate.com/life/yadam/detail?sn=9






영어/일본어 및 기타 언어 구사자 중 괴담 번역 도와주실 분, 괴담에 일러스트 그려주실 삽화가분 모십니다.
트위터 @vkrko 구독하시면 매일 괴담이 올라갈 때마다 가장 빨리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티스토리 블로그 VK's Epitaph(http://vkepitaph.tistory.com)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1/12/14 16:14
수정 아이콘
조선시대 민담계의 호구 거성 이여송 선생이십니다 흐흐
11/12/14 17:51
수정 아이콘
저런 기인이 전쟁에 참여했다면 임진왜란이 좀더 수월하게 끝났을텐데 말이죠.
레지엔
11/12/15 10:55
수정 아이콘
민담이 많이 그렇지만, 과도한 자위로 좀... 보기가 불편한 민담이네요 이건.
파랑파랑
11/12/16 12:32
수정 아이콘
이건 진짜 너무 심하네요 크크
11/12/16 19:40
수정 아이콘
순간 이여상을 훈계한 노인으로 봤습니다.
안승민이!?
뚫훓쀓꿿삟낅
11/12/18 21:47
수정 아이콘
이여송 혼낼 시간에 하삼도로 가서 왜놈들을 혼냈으면..(_ _);;
12/01/16 14:07
수정 아이콘
저런 기인들이 있었다면 왜구쪽에도 기인이..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326 [번역괴담][2ch괴담]신문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5279 12/01/13 5279
325 [번역괴담][2ch괴담]사람이 적은 단지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5298 12/01/11 5298
324 [번역괴담][2ch괴담]속삭이는 목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5169 12/01/10 5169
323 [번역괴담][2ch괴담]모르는게 좋은 것도 있다 - VKRKO의 오늘의 괴담 [5] VKRKO 5750 12/01/09 5750
322 [청구야담]귀신에게 곤경을 당한 양반(饋飯卓見困鬼魅) - VKRKO의 오늘의 괴담 [6] VKRKO 5741 12/01/08 5741
321 [번역괴담][2ch괴담]옥상의 발소리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5716 12/01/07 5716
320 [번역괴담][2ch괴담]썩은 나무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5245 12/01/06 5245
312 [청구야담]우 임금을 만난 포수(問異形洛江逢圃隱) - VKRKO의 오늘의 괴담 [4] VKRKO 5031 12/01/05 5031
311 [번역괴담][2ch괴담]한밤 중의 화장실 - VKRKO의 오늘의 괴담 [4] VKRKO 5328 12/01/04 5328
310 [번역괴담][2ch괴담]간호사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5506 12/01/03 5506
309 [번역괴담][2ch괴담]제물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5506 12/01/02 5506
308 [청구야담]병자호란을 예언한 이인(覘天星深峽逢異人)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5802 12/01/01 5802
306 [번역괴담][2ch괴담]안개 낀 밤 - VKRKO의 오늘의 괴담 [7] VKRKO 5626 11/12/31 5626
305 [청구야담]원한을 풀어준 사또(雪幽寃夫人識朱旂) - VKRKO의 오늘의 괴담 [5] VKRKO 5496 11/12/29 5496
304 [번역괴담][2ch괴담]코토리 - VKRKO의 오늘의 괴담 [9] VKRKO 5781 11/12/28 5781
303 [실화괴담][한국괴담]내 아들은 안된다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6310 11/12/27 6310
302 [번역괴담][2ch괴담]칸히모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5234 11/12/26 5234
301 북유럽 신화 - 티얄피와 로스크바 [4] 눈시BBver.28895 11/12/25 8895
300 [청구야담]바람을 점친 사또(貸營錢義城倅占風) - VKRKO의 오늘의 괴담 [4] VKRKO 6270 11/12/20 6270
299 [실화괴담][한국괴담]원피스 - VKRKO의 오늘의 괴담 [5] VKRKO 6666 11/12/19 6666
298 [청구야담]이여송을 훈계한 노인(老翁騎牛犯提督) - VKRKO의 오늘의 괴담 [7] VKRKO 6879 11/12/14 6879
297 [번역괴담][2ch괴담]친구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6318 11/12/13 6318
296 북유럽 신화 - 토르와 알비스 [7] 눈시BBver.27303 11/12/13 730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