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5/03/09 02:08:38
Name 토성
Subject Dayfly의 편지, 나의 영혼보다 나의 호드를 더 사랑합니다.
Dayfly가 당신에게.



아마 당신은 아직도 저를 용서하시지 않았을 줄로 압니다. 그동안 나를 따라왔던 호드의 전사들을 버린체,
눈앞에 펼쳐질 암흑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체, 그렇게 떠나갔던 저를 아직도 용서하지 못하겠지요.
그간 저 하나를 향해 아낌없이 전해주셨던 모든 신뢰와 영광의 이름들, 그 안에 실린 무게조차 견디지 못했던,
아니 이해하지 못했던 못난 저였습니다. 그랬던 제가, 감히 환희에 숨겨진 폐단의 검은 고리를 끊어보고자
무모하게도 몸을 던졌더랬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하늘을 향해 원망을 외치는 이의 가슴에 부끄러움이
남아있으면 안된다는 것을, 정화의 장갑을 끼는 손에 한 조각 더러움이 묻어있으면 안된다는 것을.
그리고 책임과 절제가 뒤따르지 않는 용기는 한낱 어리석은자의 만용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때는 정말 몰랐습니다.
결국 제가 용기라고 믿었던 것은 만용에 지나지 않았고, 제가 간과해버린 작은 문제들은 커다란 업보가 되어 저를
괴롭히게 되었습니다. 제가 일으킨 불씨는 이미 스스로 끄기에는 너무나 큰 겁화가 되어 그 맹렬한 불길이
제가 사랑했던 곳에 옮겨붙었고 끝내 다시 회복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깊은 화상을 남기고 말았습니다.

이 많은 죄업을 등에 짊어진체로, 억울한 영혼들의 넋걷이조차 끝나지 않은 이 시기에 저는 감히 또 하나의 업을
스스로 떠안으려합니다. 저의 첫 발걸음이 결코 환영의 눈길속에 시작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바라지도 않습니다.
이것은 제가 가진 알량한 위세를 빌어 다시한번 영광의 길을 밟고자 하는 것도, 앞서 보여준 하늘같은 잘못을
손바닥같은 이 한몸으로 가려보겠다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 제가 어떤 처지에 놓여있는지는 잘 알고있습니다.
당신이 저를 바라보는 시선은 저 멀리 아제로스의 북쪽 노스랜드의 한풍처럼 차디차고 저를 단죄하는 비난의
말은 까마득한 옛날 타이탄이 휘두르던 징치의 철퇴처럼 호되기만 합니다.


하지만 당신도 모르고 있는것이 있습니다. 비록 지금은 하나의 이름을 떨쳐보인 저라고는 하지만 그 과거는 원래
순탄한것이 아니었음을. 불과 몇년전, 저는 제가 몸담았던 곳이 통채로 사라지는 아픔도 겪었습니다.
그렇게 쓸쓸히 떠나와 새로이 정착한, 그리고 지금 돌아가려고 하는 이 곳조차도 결코 영광이 서린곳은 아니었습니다.
다행히도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그리고 저의 소박한 천분이 받아들여져 하나의 일가견을 이루게 될 때 까지의 과정이
어떠하였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아시겠지요. 저는 잘 닦여진 반석위에 놓여진 뻣뻣한 레드카펫을 걸어 오늘에 이른것이
아닙니다.


저는 찾고싶었습니다. 아웃랜드의 황무지를 배회하며 평안을 갈구할때도, 때로는 살게라스의 무덤에 들어온 듯한
공포에 휩싸이면서도 단 한번도 잊어본적이 없었던 하나의 무언가를 찾고싶었습니다. 기어이 찾아내어 저를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가져다주고 싶었습니다. 하루하루를 미래에 대한 보장없이 살아가는 저의 동료들에게 우리를 기다리는
한 줄기 빛이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예, 저는 희망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 희망이란 이름의 보석을 가져다 줄 사람은 저이고 싶었기에, 저는 다시 이 길을 걸으려 돌아왔습니다.
이런 저를 이해해달라고도, 과거의 죄를 잊어달라고도 말하지 않겠습니다. 모든 비난으로부터 자신을
변호하려 하지도 않겠습니다. 지난날 제가 걸어왔던 그 어두운 길을 처음부터 다시 걷겠습니다.
과분하게도 제가 걸어왔던 축복의 레드카펫을, 이제는 저 아닌 사람이 밟을 수 있게 자신을 바치고 싶습니다.
저의 두번째 이름처럼, 하루를 살아야 할 운명이라해도 얼마나 사느냐보다 중요한것은 어떻게 사느냐라고 생각합니다.
용서받지도 이해받지도 못한다 해도, 저는 이 한 마디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난.....나의 영혼보다 나의 호드를 더 사랑합니다. (*주)









주: 이 글의 원문은 15세기 이탈리아의 정치사상가 마키아벨리의 편지에서 따왔다.
원문은 "나의 영혼보다 나의 조국을 더 사랑하노라."






이중헌 선수의 복귀를 축하하는 글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그를 아직까지도 곱지않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을테지만, 낭만오크는 그 사람들마저도 고맙게 생각한다고 합니다.

비록 그가 오크의 그림자에 뚜렷한 무언가를 제시해주지 못한다고 해도, 화려한 성적을 내지 못한다고 해도,
그는 영원히 호드의 낭만으로 남을것입니다.

참, 이중헌선수가 원래는 쥬라기원시전 게이머였던거 아시죠?
그게 그만 얼마 못가 사라져버렸죠.

P.S 이 걸 mw에 올려도 될까 고민중입니다. 올리고 싶기는 한데 거기 분위기가 왠지
이런거 올리면 욕만 먹을거 같아서요.

* Altair~★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03-18 14:02)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악플러X
05/03/09 09:17
수정 아이콘
화이팅 날파리~!
05/03/09 11:59
수정 아이콘
추게로~~

워게에서도 추게로 보내 봅시다~~
이동희
05/03/09 14:05
수정 아이콘
추게로~

코 끝이 찡 하네요.
MW 에 올려 보시죠, 몇몇의 비난도 명문의 감동을 덮지 못 할 겁니다.
05/03/09 15:35
수정 아이콘
이글을..추게로 보내주세요..
안전제일
05/03/09 16:02
수정 아이콘
돌아와서 기쁩니다.
누구나, 어떤 일에서나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을수 밖에 없을겁니다.
그런 이야기들이 그저 약간의 불편함으로만 느껴질수 있게 강해지기를 바랍니다.
언데드는 언제 우승해보나..싶기도 하지만..으하하하
기쁩니다. 돌아와 줘서..
마요네즈
05/03/09 18:35
수정 아이콘
음.. 역시 토성님글은 Excellent.. 저번 Romeo의 글때 이미 추게로 갔었어야되는데..
DayFly,, 다시한번 감동을 느끼게 해주시길..
Godvoice
05/03/09 18:44
수정 아이콘
이글 추게로 안 가면 PgR 인물열전의 그 말이 다 맞는 거죠.
아케미
05/03/09 19:06
수정 아이콘
이번만은 정말 크게 외치고 싶습니다. "추게로!" 좀 보내주세요 운영자 여러분T_T;;
이중헌 선수, 돌아와 주어서 정말 고맙습니다. 당신이 어떤 실수를 했다 해도 결국 낭만오크이기에, 영원히 사는 하루살이이기에.
05/03/09 19:10
수정 아이콘
정말 멋진 글이군요^_^
저도 작게나마 추게 행을 외치고 갑니다.
잘 읽었습니다 ^_^
05/03/09 19:34
수정 아이콘
PGR21이 스타 관련 사이트인 것은 알고 있지만 이런 멋진 글은 추게로 보내줘야죠~
Grateful Days~
05/03/09 21:26
수정 아이콘
MW 원래 그렇게 수준 낮은 사이트는 아닙니다. 너무 큰일이 터지는 바람에 그렇게 되어버린듯... 리그 정상화만 된다면 괜찮을겁니다.
@ 추게!
LuCiFer_TErraN
05/03/09 22:16
수정 아이콘
인물열전... 추게로 ~
난나무가될꺼
05/03/09 22:50
수정 아이콘
카오스시절에 워3를 잠깐했었는데 방송에서 이중헌님에 카리스마가 장난이 아니더군요.. 생각나는 전략은 라이더를 이용해서 건물테러 등등을 하던 전략 인상깊었는데 다시 잘 하시길 바래요
유신영
05/03/09 23:05
수정 아이콘
워크를 모르는 저로서도 추게로를 외치고 싶네요~^^
ReStarting
05/03/09 23:47
수정 아이콘
가히 추게감. 이중헌선수의 복귀는 정말 다시한번 워3계의 큰 파장을 일으킬겁니다. WEG로 인해 워3가 좀더 알려져 있기 때문에 예전 그 이상의 포스를 발휘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Dayfly 화이팅!!
05/03/10 23:47
수정 아이콘
글만 읽고 가는 유령회원이지만

오늘은 추게로를 외치고 갑니다.
딩요발에붙은
05/03/11 11:51
수정 아이콘
왜 워3 글은 추게로 가지 못하는 걸까요..-_-??
영웅의물량
05/03/11 14:53
수정 아이콘
이번에는 가겠네요.. 워3 게시판에서 추게로!
낭만오크 화이팅~
StrikeLush
05/03/13 02:59
수정 아이콘
추게로 ! + _ +
치터테란
05/03/14 16:54
수정 아이콘
멋집니다!!!
아케미
05/03/18 18:12
수정 아이콘
드디어 '일반회원의 워3게시판 글 추게행'이 성사되었군요! 멋집니다^^
edelweis_s
05/03/18 23:29
수정 아이콘
후... 워크에 대해 무지하지만... 너무 멋진글이네요. 어디에선가 뜨거운 것이 뭉클뭉클 피어오르는 느낌입니다.
StrikeLush
05/03/19 15:16
수정 아이콘
추게입성 축하합니다^^
순정보이
05/03/19 23:37
수정 아이콘
재밌네요
Eternity
05/03/20 01:38
수정 아이콘
아케미// 이전에도 워3 게시판에서 추게에 갔던 글은 있었습니다. 한창 인기있는 DOTA-CHAOS에 대해 이야기하신 분의 글이 있었죠.
아케미
05/03/20 02:00
수정 아이콘
Eternity님//그런가! 멋지군… 하면서 추천게시판을 뒤져보았는데 없네요T_T 제가 못 찾은 건가요. 어떤 글인지 궁금해요 흑흑. 좌우지간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신 것 고맙습니다.
05/03/20 20:00
수정 아이콘
최원일선수의 글이 처음이었던것 같은데요.. ^^;;
날마다행복
05/04/07 11:24
수정 아이콘
전 글을 볼때 누가 쓴 건지 잘 안 보는 버릇이 있어서,
글 다 읽고 음...멋지군...추게에 걸릴만한 글이야...하고는
리플들을 보고서야 '토성'님이 쓰신 글인 줄 알았네요.
연속 '추게' 입성을 축하드려요 ^^
(나름대로 W3 관전 마니아~~, 겜은 거의 못해요 -_-;;;)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358 Dayfly의 편지, 나의 영혼보다 나의 호드를 더 사랑합니다. [28] 토성14530 05/03/09 14530
357 WEG, "스포츠 건축의 걸작"이 되기를 바라며.... [23] 토성9504 05/03/13 9504
356 게임TV 여성부 게임리그 녹화장을 다녀왔습니다. [35] 공룡21430 05/02/20 21430
355 저주의 춤 Dance of Curse - 박태민 [51] edelweis_s28773 05/02/06 28773
354 2004년 스타리그 10대 명장면 동영상 [121] PlutO62101 05/01/20 62101
353 전략게시판에 대한 추천서겸 탄원서 [38] Judas Pain14748 05/01/20 14748
352 SLAMTANK(슬램탱크) - 04 - [41] SEIJI23095 05/01/16 23095
351 SLAMTANK(슬램탱크) - 03 - [57] SEIJI20316 05/01/09 20316
350 Good Bye Warcraft [72] MyOnlyStar19157 05/01/06 19157
349 SLAMTANK(슬램탱크) - 02 - [50] SEIJI21663 05/01/07 21663
348 SLAMTANK(슬램탱크) - 01 - [63] SEIJI28666 05/01/06 28666
347 PGR을 이용하시는 여러분들께 바라는 소망 [32] 손말사랑8546 05/01/06 8546
345 최연성! 솔직히 말해! 너 저그지??? [67] 청보랏빛 영혼36096 04/12/23 36096
344 중계진을 보면 떠오르는 음식들 [71] 공룡20666 04/12/20 20666
343 IOPS 04~05 스타리그 공식맵 설명 및 분석 [71] 변종석20076 04/12/13 20076
342 밸런스 논쟁에 대한 다른 방식의 접근 [53] 한윤형14422 04/12/13 14422
341 서로 이해하기 [61] 공룡13145 04/12/06 13145
340 [연재] 게임의 ‘기질’을 보자 - #6. 한 기질만으론 살 수 없다 (최종회 - 임요환, 서지훈, 김정민, 최연성 선수에 대한 고찰) [17] Daydreamer12781 04/08/15 12781
339 [연재] 게임의 ‘기질’을 보자 - #5. “내손안에 있소이다” (강민, 장재호 선수로 보는 태양 기질) [13] Daydreamer8462 04/08/13 8462
338 [연재] 게임의 ‘기질’을 보자 - #4.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최연성, 서지훈 선수로 보는 태음 기질) [21] Daydreamer8902 04/08/08 8902
337 [연재] 게임의 ‘기질’을 보자 - #3. “이건 알아도 못막을걸.” (박성준, 박용욱, 박세룡 선수로 보는 소음 기질) [15] Daydreamer10033 04/08/05 10033
336 [연재] 게임의 ‘기질’을 보자 #2 - “너의 마음은 이미 읽혔다” (임요환 선수로 보는 소양 기질편) [22] Daydreamer11179 04/08/04 11179
335 [연재] '기질'을 보자 - #1. 들어가면서 + 엄전김의 기질 [10] Daydreamer10839 04/08/03 10839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