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6/07/13 11:42:39
Name ComeAgain
Subject [기타] [포켓몬GO] 한여름 밤의 꿈. NR15-ALPHA-12로 떠납니다.
 안녕하세요. ComeAgain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어젯밤 속초가 한국의 태초마을이 되었습니다. 포켓몬 GO의 한국 서비스 가능 지역으로 부각되면서 흥미로운 일들이 많이 있었죠. 뭐, 사실 저는 포켓몬은 1세대 버전들을 에뮬레이터로 돌려본 것이 전부라 크게 애착이 가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신나게 재미있는 사건이네 하고만 있었죠. 그래도 뉴스에도 나오고 유머게시판에도 많이 나오고 그래서 궁금한 건 사실인지라... 일단 앱을 설치해서 실행을 시켜봤습니다. 혹시 같은 강원도라 제가 살고 있는 춘천도 될지 모르니까 말이죠.

 일단 서비스가 되지 않아도, 어느 지역에서나 스타팅 포켓몬 잡는 것까지는 된다고 합니다. 


우리집 침대에 강림한 이상해씨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해 우리집 침대에 내려앉은 이상해씨. 그 모습을 보고나서 저는 말을 이을 수가 없었습니다. 침대가 지저분하구나. 그리고 바로 결심했습니다. "난 세계 최고의 포켓몬 트레이너가 될 거야!" …. 하지만 바로 머리를 스쳐지나가는 유머게시판의 포켓몬 관련 글들. 뭐 개체치? 그게 뭐야? 아, 나같은 포알못은 그런 원대한 목표를 삼으면 안 되겠구나. 그냥 주변에 혹시 뭐가 더 잡히나 봤지만, 당연하다는 듯이 앱의 NEARBY에 뜨는 주위 포켓몬은 한 마리도 없고, 주변 시설물(포켓스탑, 체육관)도 없고, 지도도 안 뜨고... 그냥 스타팅은 잡을 수 있구나 여기에서 만족해야만 하나…. 하지만 침대 위에서 폴짝거리는 이상해씨를 본 이상, 저는 멈출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생각. 수학능력시험 한국지리 1등급에 빛나는 저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은 "도대체 어떤 지리적 기준이 이 불가능으로 여겼던 서비스가 되게끔 만드는 것일까"였습니다. 전 포켓몬 지리학자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북위 38도선 이북이 대한민국으로 인식되지 않아 서비스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가설을 봤습니다. 그리고 양양 지역에서는 가능한데, 강릉 주문진에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접하니 더 그럴 듯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38도선이 남과 북을 나눈 기준은 1945년 이후인데, 아무리 구글이 우리 지도 데이터가 없다고 해도 그렇게 허술할까. 의심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뭐, 의심이 가면 검증하고 확인해봐야죠. 그것이 바로 과학 아니겠습니까. 오오. 인류의 진보. 저는 그 진보에 작은 한발자국이라도 보태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잠든 와이파이님을 뒤로 하고 길을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제가 사는 곳이 강원도 춘천이라 북위 38도선이 근처에 있어서 멀리 떠나지 않아도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 때는 한여름 밤의 여정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었으니….


화천군에 도착합니다.

 제일 먼저 향한 곳은 가장 가까운 38도 이북 지역인 화천군 간동면 간척사거리입니다. 이곳은 북위 38.02도 정도 되는 곳으로 춘천, 화천, 양구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위치해있으며 춘천의 유명 관광지인 청평사로 가는 육로 입구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뭐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하지만 이곳 역시 안되는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38도 이북인데 왜 아무것도 없는거야! 하면서 절규할 수밖에 없었죠. 그렇게 간단하게 지도를 나눠놨을 리가 있나. 한숨 쉬면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아래의 링크와 같은 글을 발견합니다.

">
이것저것 나타난다

 그리고 나서 주변을 더 둘러보니 여러 포켓몬들을 찾아 몇마리를 더 잡을 수 있었습니다. 뭐, 어마어마하게 대단한 것들은 아니지만 이렇게 먼 길을 달려와서 포켓몬들을 잡다니. 정말 제가 웅이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덤으로 가설을 검증할 수 있게 된 것 역시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먼 길을 달려왔는데, 달랑 포켓몬 몇 마리만 잡고 돌아가야 하나, 아쉬운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 게임의 핵심 컨텐츠인 포켓스탑과 체육관을 하나도 발견을 못 했기 때문이었죠.

 이 아쉬운 마음….
 다음 글은 점심 먹고 마저 해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결론. 포켓몬 GO의 한국 서비스 가능 Ingress 게임의 NR15-ALPHA-12 지역과 같다.
 인벤의 글(http://www.inven.co.kr/board/powerbbs.php?come_idx=4795&l=829)도 제가 쓴 글입니다.
 


* 노틸러스님에 의해서 게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6-07-17 21:46)
* 관리사유 : 좋은 글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Sgt. Hammer
16/07/13 11:44
수정 아이콘
와 직접 속초로 가시다니 넘나 대단하시다
제 폰은 LG Gx인데 설치도 안됩니다 흑흑
러블리즈
16/07/13 11:49
수정 아이콘
제가 분당에 사는데, 7/11 월요일 정오부터 대략 오후 한시 반까지는 포켓몬 고가 됐었는데, 저녁먹고 다시 켜보니 안되더라구요 ㅠㅠ
주머니속에그거..
16/07/13 11:51
수정 아이콘
대단하십니다!!
16/07/13 12:00
수정 아이콘
결단력과 실천에 경의를 표합니다. 으아아아 이상해씨 너무 귀엽네요
Jace Beleren
16/07/13 12:04
수정 아이콘
당신은 PGR의 보배입니다
16/07/13 12:05
수정 아이콘
아 실험정신과 결단력 추천하고 갑니다!
일체유심조
16/07/13 12:11
수정 아이콘
오~~멋지 싶니다.
다음 글도 기대 하겠습니다.
미닛메이드
16/07/13 12:12
수정 아이콘
와 장잉력.....대단하시네요 덜덜덜

이건 추게 감
케타로
16/07/13 12:22
수정 아이콘
그 열정에 추천드립니다.
홍승식
16/07/13 12:31
수정 아이콘
이 글을 강원도청과 속초시청에 보내세요.
한국 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찾아올듯요. 크크크
아지다하카
16/07/13 12:40
수정 아이콘
와 감탄밖에 안 나오네요 크크
16/07/13 12:40
수정 아이콘
하고싶다 ㅠㅠ
곧내려갈게요
16/07/13 12:50
수정 아이콘
정성글은 추천
16/07/13 12:54
수정 아이콘
크크 재밌네요
양념반자르반
16/07/13 12:56
수정 아이콘
이제 울릉도를 가는 피지알러가 올리셔야 하나....
대단하십니다!
샤르미에티미
16/07/13 12:58
수정 아이콘
이런 글은 추천을 받아야죠.
16/07/13 13:20
수정 아이콘
수고하셨습니다..
속초 주변이 된다는거에서 처음 나온게 38선이였고 유게에 올리기도 했었는데 여러 사람들이 실험하면서 범위가 좁혀지고.. 결국 마름모골로 픽스되었군요.. 흐흐
16/07/13 15:07
수정 아이콘
그래서 500원입니다!..라니... 삐빅 3급 아재력이 감지되었습니다
16/07/13 16:06
수정 아이콘
팔랑리에서 군생활 했습니다. 추억의 이름이네요 크크크크
1q2w3e4r!
16/07/13 16:18
수정 아이콘
Ingress 유저로 요런겜이 갑자기 흥하니깐 이상하네요 컥.. 같은 지도데이터면 한국 서비스되도 길이나 지명같은 길표시는 안될거에요.. 주요 건물이나 조형물위주로 되지 않을까..
손연재
16/07/19 09:22
수정 아이콘
대단하시네요. 멋집니다.
커피소년
16/07/19 20:25
수정 아이콘
헐.. 정확히 제가 군생활 했던 부대의 위치부터 가능하군요...
신기하네요 저기 간부들 좋다고 하겠네요 크크
챠리포대는 잘하면 불가능할 수도?
버둥버둥
16/07/28 17:54
수정 아이콘
대단하십니다. 글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2817 아 참 또 등 돌리고 누웠네 [33] 마치강물처럼21179 17/01/13 21179
2816 스물 아홉 마지막 날, 남극으로 떠난 이야기(스압/데이터) [111] 살려야한다22655 16/12/31 22655
2815 임칙서, 그리고 신사의 나라. [57] 신불해17360 16/12/29 17360
2814 한 유난스러운 아르바이트생 이야기 [40] Jace T MndSclptr24358 16/12/23 24358
2813 [리뷰] 개인적인 올해의 한국 영화 배우 Top 20 [39] 리콜한방19024 16/12/19 19024
2812 올해 하반기에 시승해 본 차량들 소감 [103] 리듬파워근성46251 16/12/18 46251
2811 세상의 양면성에 대한 난잡한 생각. [36] 와인하우스21301 16/12/05 21301
2810 우리 집에 어느날 누가 찾아왔다. 그런데.... 그 사람이 황제다. [32] 신불해26971 16/12/04 26971
2809 세면대에서 발좀 씻지 마세요. [87] Secundo27930 16/11/30 27930
2808 술먹고 얼굴이 빨개지면 금주해야하는 이유 [105] paauer53093 16/11/07 53093
2807 1%의 미학 [18] AspenShaker19849 16/11/01 19849
2806 TV를 끄지 못했던 마음 [16] Eternity14523 16/10/23 14523
2805 나중 보다 소중한 지금 [20] 스타슈터16595 16/10/19 16595
2803 같이 살자 [28] Eternity17685 16/10/10 17685
2802 판다와 비만 [37] 모모스201324345 16/10/07 24345
2801 [번역] 빠던의 미학 [65] becker38589 16/10/06 38589
2800 산모들의 죽음을 막아라 [23] 토다에18170 16/10/02 18170
2799 야구사상 최악의 은퇴식 - 후지카와 큐지가 쏘아올린 작은 공 [67] 사장28755 16/09/30 28755
2798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의 원리 및 가이드 [142] nerrd33620 16/09/30 33620
2797 데이트를 합시다. [18] sealed20192 16/09/29 20192
2796 [영어 기사] 트럼프에 열광하는 저소득/저학력 백인층 다르게 보기 [94] OrBef33046 16/09/29 33046
2795 메이저 가구 저렴하게 구매하는 팁 [48] papaGom39876 16/09/28 39876
2794 휴식을 취할 때 듣기 좋은 소리들 [9] 전기공학도20233 16/09/24 2023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