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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4/17 16:27:25
Name sungsik
Subject [역사] 조선 최대의 거리, '육조거리'


조선엔 육조라 하여 중앙 관청과 지금의 서울 시청격인 한성부, 감찰 관청 격인 사헌부,
그리고 최고 행정기간인 의정부 등등 아주 많은 기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많은 관청들이 다 어디에 있었을까? 하면,
흔히 생각하기를 궁궐 내에 있었겠지.. 하는 분들이 많은데
궁궐은 왕이 거처하고 집무를 보는 곳이기 관원들이 일하는 곳이 아닙니다.

그들은 다른 곳에서 집무를 보는데 그곳이 바로 지금 말하려는 '육조거리'입니다.
육조거리의 위치는 지금 광화문 앞 세종대왕과 이순신 동상이 있는 세종로.
정확히 그 곳입니다.

육조거리의 구성은 대략 이렇게 조성되어 있습니다.



사진출처 : http://blog.naver.com/gnass/40159927921





육조거리는 이성계가 한양으로 천도를 하려고 했을 때 정도전의 주도하에 만들어 졌습니다.
얼마전 광화문 광장을 새로 지을 때 토층 검사를 해보니 조선 건국 이래 도로를 4번은 깐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더군요.
거리의 폭만해도 40미터가 넘음으로써 명실상부 조선 최고의 거리 규모를 자랑하는데
구한말의 사진이 남아 있음으로써 다행이 그 모습을 현재에도 알 수 있습니다.




1894년 광화문과 육조거리




1896년도 사진.

사진만 봐도 도로의 크기가 얼마나 큰지 느껴지시죠? 사진만 봐서는 거리가 아니라 무슨 광장처럼 느껴집니다.





광화문에서 찍은 육조거리. 사진이 너무 어두운 게 아쉽습니다.







조선 최고의 관청이 모인 거리이니 그 곳은 양반들과 관원들만 다녔을 거 같다는 통념과 달리

관원, 일반 백성, 아이들까지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광화문 앞에는 해태상 두 개가 있는데 그 해태상은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휴식처(?)로 잘 이용되었습니다.

(한편으론 원래 이렇게 아이들이 놀 수 없었는데, 왕조가 몰락하면서 놀이터처럼 이용 됐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육조거리에 있던 관청들은 일제침략기 때 경복궁 앞에 조선총독부가 생기면서 모두 철거되었고
그 일대도 한국전쟁과 산업화 등을 겪으며 모두 사라져 알다시피 지금은 그 흔적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6조거리 관청의 모습을 제대로 알기가 힘든데,
철거되기 직전 1920년쯤에 찍은 사진으로 추정되는 사진이 남아있습니다.









육조거리 외각에는 민간인들이 빼곡히 모여 살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조선 최고의 거리다보니 거리 근처엔 기와집이 대다수이고 외각으로 갈 수록 초가집 비율이 많아집니다.
사람은 서울로가고 말은 제주도로 가라는 이야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닐정도로 민가들이 빼곡히 모여 있었습니다.





1902년에 찍은 육조거리 모습. 왼쪽 가운데쯤에 광화문이 보입니다.



사진출처 : http://blog.naver.com/niobe0502/150090894781

당시 경복궁과 육조거리를 보여주는 미니어쳐.


경복궁은 임진왜란 때 불타기 전까지 조선을 대표하는 궁궐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조선 왕들은 경복궁에 있는 걸 상당히 싫어했습니다.

거의 모든 임금이 경복궁이 아닌 다른 궁에서 거처하려는 모습을 보이는데,
경복궁이 이 중앙관청과 가장 밀접하게 있던 궁이다보니 집무에 너무 시달려 거처하길 싫어했던 게 아닌가...
하는 망상도 해봅니다.


현대에 많은 외국인들이 경복궁을 보며 도심 한 가운데에 궁궐이 떡하니 있는 것에 놀라워합니다.
사실 저도 프랑스 파리에 갔을 때 도심 중심가 대다수의 건물이 예전에 쓰였던 건물 그대로이며
고층건물이 하나도 없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두가지가 섞여 경복궁만 아니라 광화문 앞 육조거리가 지금까지 남아있어
과거의 문화를 현대에도 간접적이나마 경험할 수 있었으면..하는 건 너무 욕심이려나요?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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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모여재
13/04/17 16:29
수정 아이콘
지금으로 치면 광화문에서 교보빌딩정도까지인가요?
13/04/17 16:30
수정 아이콘
네 딱 그정도입니다.
넓이도 길이도..

http://blog.naver.com/gnass/40159927921
여기로 가시면 현대 위성사진으로 그 정도를 알 수 있게 그림과 지도를 합성해놨어요.
감모여재
13/04/17 16:35
수정 아이콘
오.. 좋은데요? 감사합니다.
Je ne sais quoi
13/04/17 16:29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육조거리가 남아있었고 잘 관리했다면 멋있겠지만, 일제 - 개발 시대에 다 망가졌겠지하는 생각이 듭니다 -_-;
레지엔
13/04/17 16:30
수정 아이콘
그리고 저기에서 공스나가...
13/04/17 16:33
수정 아이콘
잘봤습니다.

몇달전에, 역사지리학자 이현군씨가 쓴 '옛 지도를 들고 서울을 걷다'라는 책을 보며
서울의 옛 모습에 대해 많은 상상을 했었는데,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 좋네요.

p.s.며칠전에 sungsik님글에서 지나치게 논쟁한거 죄송합니다.
wish buRn
13/04/17 16:37
수정 아이콘
개방형 정부청사네요
감모여재
13/04/17 16:41
수정 아이콘
얼마 전 경복궁을 갔는데, 문득 든 생각중 하나가 '왕궁의 담이 이렇게 낮아도 되나?' 였습니다. 어지간한 사람은 쉽게 넘을 수 있을 것 같더라구요. 그렇다면 그 큰 궁을 지키는데 도대체 몇 명이 필요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육조의 경우에도 경비병력은 필요했겠죠? 당시 왕궁이나 관청 경비병력은 얼마나 되었을까요..? 개방형 정부청사라는 위시번님 말씀보니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13/04/17 17:01
수정 아이콘
위에 글쓴이가 달아주신 댓글 블로그 글에 사진들을 보니 원래는 광화문 앞에 지면보다 높게끔 만들어둔 월대가 있었군요.
동십자각과 건춘문의 제대로된 연결(담장길이 등)과 서십자각까지 있었다면 좀 더 좋았을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경복궁의 70%가 복원되는 시기가 2030년인가 2040년즈음으로 들었는데(정확하지는 않습니다만) 그 때 되면 더 웅장한 모습을 볼 수 있겠네요.
deathknt
13/04/17 17:49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경복궁에 의외로 왕이 많이 머물지 않은 이유가 태조때 발생하였던 1,2차 왕자의 난과 관련이 없을까요?
불길하다던지, 기타 이유라던지
당시에는 상징적인 의미로만 두고, 창덕궁에서 업무를 많이 보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13/04/17 17:55
수정 아이콘
관련이 없는 게 아니라 말씀하신 바가 사실 정설입니다.
그 이유 때문에 왕들이 머물기 싫어했다고 흔히 알려져 있지요.

다만, 개인적으로 정말 그것 때문일까? 직무에 너무 시달리지 좀 거리를 두고자 그런 건 아니고? 하며 혼자 망상을 해본 것이구요.
사티레브
13/04/17 18:04
수정 아이콘
위의 단면도나 밑의 사진?에서 건물과 건물사이의 여백이 참 뭔가 좋아요
jagddoga
13/04/17 18:06
수정 아이콘
20년대 사진만 해도 우리가 알던 조선의 서울 이란 느낌인데
1930년대 ~ 40년대 사진을 보면 경성이 되어버리죠.
십수년도 만에 싹 다 밀고 건물 올린 일제탓이지만, 아무튼 서울도 굴곡이 많은 도시이네요.
Mactuary
13/05/23 09:18
수정 아이콘
'세종로의 비밀'을 참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더불어 청운동이 청계천의 발원지이고 신한은행 본점 뒷편에도 실개천이 흐르고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이때문에 현대 서울 지도를 보고 과도하고 꼬불꼬불하고 사선으로 난 길들은 과거 청개천의 지류가 흐르던 길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는데 미니어쳐를 보니 제가 생각했던 길이 맞군요^^;;
Practice
13/05/24 02:01
수정 아이콘
우리 사는 생활 공간에 더 많은 역사가 공존하고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고 좋을까를 생각하면, 참 많이 아쉽네요.
13/05/24 15:00
수정 아이콘
저도 얼마전 영국가서 느낀게 일본 북한 네 이놈... 우리나라도 일제 침략과 6.25가 아니었다면 많은 건물들이 유지되고
현대에도 개량한옥 같은게 많이 지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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