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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4/11 12:41:41
Name Neandertal
Subject [일반] 아! 호모 사피엔스...이 돌아이들이여!...
인간과 네안데르탈인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무엇이 호모 사피엔스를 호모 사피엔스로 만들었을까요? 과학자들은 이러한 질문에 대답을 구하기 위해 현재 이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는 동물들 가운데 인간과 가장 가깝다고 하는 침팬지들이나 오랑우탄들을 가지고 연구를 해 왔습니다. 그런 실험들의 결과들을 보면 침팬지나 오랑우탄 같은 유인원들도 꽤 영리하고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어떤 실험에서는 침팬지나 오랑우탄들은 해결한 과제를 두 살 반 정도된 인간의 아이들은 해결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인간이 침팬지와 오랑우탄들과 분명하게 구별되는 지점들도 있습니다. 우선은 신호를 감지하는 능력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어려운 문제에 봉착했을 때 인간의 아이들에게 눈짓을 한다든가 필요한 물건이 있는 상자 쪽을 손으로 가리키든가 하면 인간의 아이들은 그것을 귀신같이 파악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반면 유인원들은 아무리 해결책이 들어있는 상자를 손으로 가리키거나 그쪽으로 계속해서 눈길을 줘도 그 신호를 잡아내지 못한다고 합니다.

두 번째는 협력 능력입니다. 과제를 주면 인간의 아이들은 집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보여줍니다. 서로의 지혜를 모아서 공통의 해결책을 찾아내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죠. 하지만 침팬지나 오랑우탄들은 여러 마리가 있어도 그냥 다 개인적인 플레이만 할 뿐 그들 사이에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사회성]이라고 하는 것이 인간과 다른 유인원들을 가르는 중요한 지표가 되는 것이지요.

호모 사피엔스만의 또 다른 특징은 이들에게 한 마디로 [돌아이 정신]이 있다는 것입니다. 호모 사피엔스 등장 이전에 유럽 지역에 살고 있었던 네안데르탈인들이나 혹은 더 이전의 호모 에렉투스와 호모 사피엔스들과의 결정적인 차이점이 바로 [뒤 안 돌아 보고 부딪쳐보는 기질]의 유무라고 합니다.

이러한 것을 잘 보여주는 예가 바로 호모 사피엔스들의 바다 항해입니다. 호모 사피엔스들은 아프리카 대륙에서부터 나와서 중동에서 일부는 유럽으로 나머지는 아시아로 진출했는데 아시아로 진출한 집단 가운데 일부는 배를 타고 동남아시아의 여러 섬들과 호주까지 진출했습니다. 아프리카 동부의 섬 마다가스카르에 처음으로 발을 디딘 호모속도 바로 호모 사피엔스들입니다. 이전의 네안데르탈인들이나 호모 에렉투스들은 결코 바다를 건너지 않았습니다. 네안데르탈인들 같은 경우는 꽤 정교한 도구들을 만들 정도의 실력이 있었으면서도 전혀 항해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 바다 항해라고 하는 것을 잘 생각해보면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닙니다. 일단 해안선에서 눈에 보이는 섬까지 가는 것은 뭐 어찌어찌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칩시다. 일단 목표가 시각적으로 눈에 보이니까 약간의 모험심 만으로도 가능한 일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도착한 그 섬에서 다행히 좋은 식량이라도 찾을 수 있었다면 노력에 대한 대가도 충분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는 어떻습니까? 저 바다 너머에 육지가 있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당장 현재 머무르고 있는 곳에서 사냥을 하거나 채집을 하면서 사는 것이 생존에는 더 이익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호모 사피엔스들은 배를 만들고 노를 저었습니다. 아무런 보장도 없었는데도 말입니다. 그러한 항해가 처음부터 성공적이었을 리도 없었을 것입니다. 많은 호모 사피엔스들이 그런 과정 속에서 육지는 밟아보지도 못하고 고기밥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호모 사피엔스들은 계속 도전했고 바다를 항해했고 다른 섬에 정착했습니다. 미지의 세계를 두려워하지 않고 탐험하고자 하는 호기심 혹은 본인의 생존에 현실적인 득이 되지도 않을 일들을 그래도 하고자 하는 [돌아이 정신]...이것이 바로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들의 운명을 가른 결정적 차이였습니다.

어찌 보면 인류의 성취라고 하는 것은 모두 이 [돌아이 정신]이 발현으로 이루어 낸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오래 전 옛날에 거친 야생에서 아무런 통제 없이 이루어졌던 것이든 나중에 법과 제도와 문화라는 질서 속에서 후대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든 인간의 성취에는 모두 다 그 바탕에 크건 작건 이 [돌아이 정신] 또는 [무대뽀 정신]이 도사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의미에선 스티브 잡스도 [돌아이]였고 이순신 장군도 [돌아이]였습니다. 모두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보고자 하는, 오직 호모 사피엔스의 DNA에만 아로새겨진 특징을 잘 발현한 사람들이었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개봉 예정작 [인터스텔라]의 티저 예고편에는 이러한 호모 사피엔스들의 [돌아이 정신]이 비교적 정제된 언어로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넓은 바다가 있으면 건너야 하고 높은 산이 있으면 기어코 올라가야만 직성이 풀리는 그 어쩔 수 없는 [돌아이 정신]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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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nenbaum
14/04/11 12:44
수정 아이콘
돌아이에 이렇게 깊은 뜻이~~

도전과 무모함, 패기와 객기, 프론티어와 똘갱이 다 한끗 차이죠.
기쁨아붕
14/04/11 12:46
수정 아이콘
세계에서 가장 용감한 사람은 굴을 처음으로 먹어본 사람이라는 말이 있죠.
뭔 정신으로 굴을 먹어볼 생각을 했을까요?
난멸치가싫다
14/04/11 13:07
수정 아이콘
제 생각에는 복어를 다섯 번째로 먹어본 사람 같은데...
14/04/11 12:53
수정 아이콘
저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온 같은 게임에서조차 지도 끄고 바다를 한달 정도 달리고 있으면 여기가 대체 어디인가 싶어지는데,
하물며 그 사람들은 거기 땅이 있다는 것도 몰랐을텐데 대체 어떻게 건너간걸까요.
14/04/11 12:54
수정 아이콘
최초의 원시적인 예술활동인 셈인가요
14/04/11 13:02
수정 아이콘
동남아에서 나온 호모 플로렌시안스는 그럼 어떤가요?
Neandertal
14/04/11 13:05
수정 아이콘
흠...그 친구들은 아마도 호모 사피엔스보다 더 이전에 그곳으로 간 친구들이니 만큼 혹시 해수면이 지금보다 더 낮아서 걸어서 그곳까지 가지 않았을까요?...사실 영국에서 발견되는 네안데르탈인들인 경우 해수면이 낮아서 지금의 도버 해협을 그냥 걸어서 건너갔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14/04/11 13:05
수정 아이콘
제목을 보고 작성자를 맞췄습니다!! 크크

사실 돌아이이기 때문에 가능했던게 많은 것 같습니다. 모험유전자라는게 실제로 있다고도 하죠? (케네디 가 남자들을 몰살로 몰아넣은 그 유전자...) 그 유전자는 개체의 생존율을 바닥으로 떨어뜨리지만, 집단 전체의 생존율은 증가시킬지도 모르는? 그런 녀석인거 같네요.

근데 바다건넌건 돌아이짓 해서 그런거란 설도 있고 얼떨결에 그렇게 되었다는 설도 있고... 크크크
바스테트
14/04/11 13:19
수정 아이콘
높은 산이 있으면 기어코 올라가야만 직성이 풀리는

그렇습니다 마속이 잘못된 게 아니에요!!!! 마속은 너무나 정상적인 호모 사피엔스였을 뿐입니다...ㅠㅠ 산을 오르는 데 다른 이유가 뭐 있습니까 그냥 산이 있으니깐 오르는거지....크크크
14/04/11 13:24
수정 아이콘
뎅겅
14/04/11 13:26
수정 아이콘
그러고 보니 곧 가정의 달이네요.
비토히데요시
14/04/11 23:50
수정 아이콘
마속크크크크킄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
가정의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
Don't_forget_the_day
14/04/11 13:37
수정 아이콘
밝혀지지 않은 부쉬속을 향해 홀로 걸어가는 원딜의 모습이 그려지네요.
YORDLE ONE
14/04/11 16:41
수정 아이콘
베인(0/1/0) : 쓰레시 탈진뺌
쿨 그레이
14/04/11 18:59
수정 아이콘
아군이 당했습니다
아이유라
14/04/11 14:02
수정 아이콘
바로 이런 DNA 때문에 학문이라는 호모 사피엔스 고유의 특성이 생겨난 거겠죠?
학문의 길에 들어선지 얼마 안됐지만... 학문을 한다는 건 지도도 없는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거라는 누군가의 비유가 참 와닿더라구요.
쿨 그레이
14/04/11 19:00
수정 아이콘
그러고 보면 그게 참 신기합니다. 인류는 [어떻게], 그리고 [왜] [돌아이 기질]을 가지도록 진화했을까요? 저처럼 게을러빠진 사람에게는 "그저 뒹굴뒹굴 먹고 살면 되지 뭐가 아쉬워서 저렇게 정신나간 짓을 감행했을까?"라는 일말의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흐흐
14/04/11 19:30
수정 아이콘
어떻게까지는 모르겠지만 '왜' 는 뻔하죠. 동서고금을 통틀어서 모험의 이유는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가 대부분입니다. 부를 위해서 위험도 무릅쓰는거죠 뭐
14/04/11 19:49
수정 아이콘
정치적으로 자신은 원하지 않아도 타자에 의해 돌아이 길을 걸어갈 수도 있죠..
비토히데요시
14/04/13 00:26
수정 아이콘
전부가 평탄함을 추구하는 것보다
몇몇은 돌아기 기질이 있는 무리가 더 살아남는데에 유리했기 때문에
그런 무리가 계속 살아남은게 아닐까요?

근시가 그래서 계속 존재한다고 하던데.....
멀리 있는걸 잘 못봐도 가까이 있는걸 아주 잘 보는 개체가 몇몇쯤은 필요해서...
王天君
14/04/11 22:22
수정 아이콘
제목을 보고 글쓴이를 맞췄습니다!!(2)
재미나네요. 무모함이 인간의 현 종과 구 종을 가른 차이라니.
조윤희쨔응
14/04/12 00:25
수정 아이콘
요새 디아에서 자주 보는 네안데르탈이 생각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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