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모두가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유머글을 올려주세요.
- 유게에서는 정치/종교 관련 등 논란성 글 및 개인 비방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Date 2012/02/01 00:45:34
Name 韓信
Subject [] 어떤 기획회의.txt

"아 미치겠다, 뭐 좋은 아이디어 없나?"

여자 넷 남자 둘, 아니 팀장인 나까지 합해서 남자 셋. 총합 일곱의 대가리를 모았는데도 이래 아이디어가
없나? 아 진짜 나 한창 말단 시절 같았으면 다 골통을 쥐어짜서라도 아이디어 좀 만들겠고만. 하 참나.

"아 뭐 끝발 날리는 아이디어 좀 내 봐. 이래서야 어디 뭐 되겠니?"

테이블에 놓인 수많은 스타워즈 관련 프린트 자료와 KT측에서 준 WARP 보고서를 놓고 다들 입맛만
다시고 있는 중.

"아니 그래도 지형이 니가 스타워즈 좀 봤다니까 니가 쫌 아이디어를 내봐야지"
"아니 저도 보기는 봤는데, 반쯤은 졸았어요. 졸라 재미없든데 나는"

여자애들은 죄 스타워즈를 안 봤고, 그나마 덕후삘 있는 막내 지형이 새끼가 보긴 봤다는데 자기는 그냥
대딩 때 친구들따라 딱 한 편 본거고, 것두 보다 졸아서 잘 모르겠단다.

"야야야 이게 얼마짜린 줄 알아? 이런 기회는 진짜 잘 안 온다? 이거 잡아야 너네 내년에 또 이걸로 포트
폴리오 만들어서 또 큰거 물거 아냐. 이런 알짜는 외려 경쟁PT 잘 안시키는거 알아 몰라? 꼭 따야 돼"

다들 일 욕심들 있는 기집애들인만큼 이런 걸로 자극을 줘야 대가리를 좀 짜기 마련이다. 역시나 그나마
독해빠진 혜선이가 아이디어를 낸다.

"이게 스타워즈잖아요? 막 전쟁하는거니까, 치열하게 레이저빔 총 같은거 막 쏘고 그러는데 그 와중에
전화가 안 터져서 지원군을 못 부르다가 딱 LTE폰으로 거니까 딱 걸리더라! 뭐 이런건 어때요?"
"그건 LTE 속도감하고 아무 상관이 없잖아"

맞은 편의 진아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저 기집애가 입을 열 때면 나름의 생각이 있는거다.

"제 생각은 역시 속돈데, 우주선 타고 막 미친듯이 가다가 너무 속도를 내서 광속을 넘고, 그래서 시간을
거꾸로 넘어가서… 그래서 자기가 자기한테 전화를 걸게 될 정도로… 아 이건 좀 그런가"

하아, 진아까지 헛다리 계속 짚네. 아 xx 스타워즈라도 보면서 할까.

"야야 지형아, 너 지금 스타워즈 좀 다운받아봐라"
"이미 다운로드 받아놓긴 했는데"
"그럼 프로젝터 켜서 실행해 봐. 소리는 끄고. 영화 보면서 이야기하자"
"네"
"팀장님 이거 언제까지 기안 내야되요?"
"당장 다음 주야. PT 일주일만에 하려면 지금 당장 아이디어 내서 작업 들어가도 한참 늦은 상태라고"
"하아"
"다들 오늘부터 퇴근 금지야"

그러다가 계속 고개만 숙이고 있던 윤식이가 입을 열었다.

"그냥 코믹으로 가죠"
"코믹?"

윤식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스타워즈가 매니아층이 많다고는 하지만, 어차피 정통파 설정은 아무도 모르는거 걍 대충 아임유어파더
이거 밖에 다들 모르니까 그거는 그냥 마지막에 포인트로 잡고, 워프에 집중해서… 좀 웃기게, 전철 안에
아줌마한테 자리 뺏길 뻔한거 그, 이름이 뭐지? 다크…다크…"
"다스베이더"

한영이가 옆에서 설정집을 흘낏 보고 말해주었다. "땡큐" 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받은 윤식은 말을 이었다.

"그 다스베이더가, 워프해서 그 자리 차지하는 뭐 그런거 어때요? 웃길 거 같은데"

하나도 안 웃긴데. 직설적으로 한영이가 감평을 말했다.

"좀 구린데"
"그럼 아이디어 좀 내봐 구리다 구리다만 하지 말고"

한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나도 스타워즈 안봐서 모르니까 KT쪽 요구에 더 집중해서 말해보자면, 분산처리라면서. 그럼 군인들
처럼 막 딱딱 각맞게 움직이다가 다스베이더가 착 신호 한번 보내면 엄청 빠르게 우주선에 타서 어디
론가 슝 떠나는 그런 컨셉은 어때요?"
"뭔가 좀 약한거 같은데"

차 과장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그녀도 아이디어를 내었다.

"나도 한영이랑 기본 아이디어는 비슷한데, 아까 윤식이말처럼 나도 코믹으로 해보고 싶어. 그 까만애가
되게 포스 넘치는 애라면서. 여기 설정에 보니까 다크포스 뭐 이런거 보니까 나쁜 남자, 뭐 딱 되게
카리스마 있는 적 같은데 그러면 얘가 반대로 확 깨게, 뭐 화장실 줄 서있다가…"

나는 거기서 잠깐 차과장의 말을 끊었다.

"어 잠깐만. 지형아. 방금 화면 돌려봐"
"네"

화면에서는 다스베이더가 뭔가 초능력으로 군인의 목을 조르는 장면 같은 것이 나오고 있었다.

"쟤 초능력도 써? 칼만 쓰는게 아니고?"
"아 완전 유치하다"
"저런거를 남자들은 왜 좋아하는거야? 내 전 남친도 완전 덕후였어 저거"
"토나와"

"다들 조용"

아이디어 내라니까 헛소리들만 주구장창 씨부리는 주제에 잔말이 많다.

"일단 그럼 쟤가 초능력 있는거보니까 그걸 이용하면 되겠네. 내 생각에도 코믹으로 가는게 임펙트 있어서
좋고, 워프 그 말 그대로 워프해서 뭐 하는걸로 하자"
"다스베이더 설정에 정말 워프 뭐 그런게 있어요?"

진아가 설정집을 넘겨보면서 물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 몰라 웃긴 광고하자는건데 뭐. 덕후들 말이야 누가 신경쓴다고"
"클라이언트가 스타워즈 빠면 어쩔라구요"
"그럼 망하는거지 뭐. 근데 저번에 전화할 때 이야기해보니까 자기도 뭣도 모르는 거 같던데"
"근데 왠 스타워즈야? 아 진짜 싫다"

아무렴 어쨌든 제휴와 영업만 성공하면 그만 아니겠는가.

"아 여튼, 그럼 아까 차 과장이랑 윤식이가 낸 거 초안으로 해서리, 먼저 전철에 탔는데 앉을 자리 없어서
두리번거리던 다스베이더가 딱 의자에 초능력으로 완전 빨리 이동해서 그 자리 앉으려던 아줌마 자리 딱
뺏는거 어때? 그리고 아줌마가 억울하다는 눈치 보이면 '아임유어파더' 해서 연장자라는거 표시하고.
어때?"

다들 뭐 지금 상황에서 딱히 뾰죽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결론은 나고야 만다.

"자 그럼 초안은 차 과장이 짜보고, 한영이 너는 그 뭐야, 한성에 전화해서 촬영 관련해서 준비할 거 있음
확인 좀 해봐. 그럼 이상, 일단 15분간 커피 브레이크!"

컨셉이 결정되자 모두들 자기 할 일을 알아서 찾아 시작한다. 좋아, 잘해보자.



출처:http://stylebox.egloos.com/

지난친 욕설이라 판단되는것은 수정했습니다.

마치 이 광고 기획회의를 실제 보는듯한 필력.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MC_윤선생
12/02/01 00:51
수정 아이콘
진짜다!! 진짜가 나타났다!!
이센스
12/02/01 00:56
수정 아이콘
진짜 광고가 최악이긴 하더라구요..
cavaliero
12/02/01 01:04
수정 아이콘
아 이글루스 문학의 최고봉 스박선생이군요 크크
이분은 기승전게가 유명하죠. 다른글들 한번 보셔도 좋을듯
맥주귀신
12/02/01 01:17
수정 아이콘
크크 진짜대박웃고갑니다 [m]
Jamiroquai
12/02/01 01:36
수정 아이콘
이렇게 Episode1 이 생기는 거군요. 최곱니다. 크크
(Re)적울린네마리
12/02/01 01:51
수정 아이콘
이런 반응 정도면 광고효과로써 최대아닌가요?

저 전략회의 어두운 뒤편에서 팔짱끼며 지켜보던 누군가의 미소가 보이는 듯~~
12/02/01 02:29
수정 아이콘
저는 아직도 그 광고가 뭘 말하고자 하는지 모르겠더라구요
안네의 난
12/02/01 02:54
수정 아이콘
저도 이 블로그 좋아하는데 크크
12/02/01 07:18
수정 아이콘
광고기획자가 천재네요. 크크크.
12/02/01 08:58
수정 아이콘
실제라고 해도 믿겠네요. 흐흐
Darwin4078
12/02/01 09:24
수정 아이콘
몰락인생님이 이거 관련해서 작품 하나 내주실지도 모르겠네요.

질풍기획의 제 3기획팀이라면..!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118005 [스포츠] 포돌스키랑 정대세랑 한 컷 [3] 반니스텔루이5199 12/03/04 5199
117738 [유머] (텍스트) 오늘 알바하면서 있었던 일 [16] 로렌스6079 12/02/29 6079
117291 [기타] 올해 9급 공무원 경쟁률. [22] 해피스마일8200 12/02/24 8200
116758 [] 모에화 [15] ㅇㅇ/6442 12/02/19 6442
116735 [기타] 목씻고 기다려 [13] 로렌스9293 12/02/19 9293
116724 [유머] 정부 인증 친환경 아파트의 위엄 [9] Absinthe 7128 12/02/18 7128
116715 [유머] (WWE계층) 어떤 분위기 파악 못하는 대머리 레슬러때문에 고생하는 아나운서 [4] 지게로봇3267 12/02/18 3267
116646 [] 배추 대란에 이은 괜찮은 남자 대란 [33] 김승남10432 12/02/18 10432
116578 [유머] 2012년 종말의 선두두자 [1] 저퀴5139 12/02/17 5139
116355 [기타] 흔한 기자의 정신승리 [10] 학몽7219 12/02/14 7219
116254 [스포츠] 김병현 마이너리그 성적.jpg [16] 지니-_-V9128 12/02/13 9128
115892 [유머] [안구정화] 본격 고슴도치 키우고 싶어지는 짤 [17] Thanatos.OIOF7I6368 12/02/08 6368
115644 [스포츠] [축구] 메시의 승부욕 [13] 라울리스타6655 12/02/05 6655
115282 [] 어떤 기획회의.txt [12] 韓信6866 12/02/01 6866
115047 [유머] 쿨타임 찬 김에 다시보는 [7] 백야8235 12/01/29 8235
114891 [기타] [기자수첩] ‘규제 셔틀’ 게임업계 [5] demiru3221 12/01/27 3221
114864 [연예인] 무한도전의 역사 정리(펌) [29] 노란당근14432 12/01/27 14432
114355 [유머] [LOL] 본격 티모 까는 카툰 [2] AkiRa.SEnDoH4012 12/01/19 4012
114094 [유머] 은하철도999 메텔의 모델 [9] 알킬칼켈콜7380 12/01/16 7380
113993 [] 열도의 오덕 혹은 일코 해제용 카드 [1] swordfish4823 12/01/14 4823
113970 [기타] 주말에 즐기는 타워디펜스 - Hands of war TD [4] 유치리이순규3606 12/01/14 3606
113877 [유머] 역대 최고의 영화 캐릭터 1-100위 [18] Manchester United19699 12/01/12 19699
113706 [유머]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겨울을 보내고 있는 청년들입니다. [6] Empire State Of Mind6754 12/01/11 675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