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65세 밖에 안되셨는데 오늘 췌장암진단을 받으셨습니다.

심장 스텐트시술을 받으시고 평소에 약을 복욕중이셨는데

요추와 허리부분에 통증때문에 디스크 시술을 받으려니

평소 복용중이던 약이 문제가 되어 입원후 약을 잠시 끊고 경과를 관찰하며 시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입원한김에 젊었을적부터 달고 살았던 b형간염도 살펴볼겸해서인지 CT를 찍게 되었는데 몇가지 이상증세가 보여

소견서를 써줄테니 상급병원에 가보라고 하더라구요.

그 소견서에 쓰여진걸 검색을 통해 알아보니

후복막 덩어리(췌장암으로 추정, 평활근육종 추정, with 혈관침습, 비장 원격전이)

비형간염, 씨형간염,  gb 스톤?에 의한 만성적 담낭염

이렇게 되어 있더라구요.

시술도 받지 않고 바로 퇴원하여 상급병원에 가서 받아온 CT영상을 제출하고 의사를 만나보니

췌장보다 약간 아래쪽인것 같다. 크기가 크다. 7~8cm정도 된다. 혈관과 신경을 물고 있어서 수술을 할 수 없다.

이렇게 기계적으로 대답하길래 제가 물었습니다. 혹시 췌장염이나 물혹같은 걸수도 있냐구요. 아니랍니다.99%정도로 암이랍니다.

다만 이게 원발암이 어딘지, 어떤종류의 암인지, 전이는 얼마나 있는지를 입원해서 검사를 해야 한답니다.



어렸을적 아빠와 사이가 좋았고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힘든 시간을 보냈었고

제가 군대를 다녀오고 결혼하고 나서는 여기에 말할순 없지만 아버지의 잘못으로 인해 몇년동안 아버지를 안보고 살았던적이 있긴했어요.

제 첫째아이가 7살이고 둘째가 4살입니다.

첫째 태어나고는 조금보다가 그 잘못으로 인해 연락없이 살다가 몇달전에야 다시 연락하며

저도 아버지의 잘못을 용서하고(100% 용서는 안되더라구요) 아이들도 보며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최근에 아버지가 사시던 단칸방에서 벗어나 편히 살 수 있는 아파트도 하나 마련하여 올해 설이 지나고 같이 이사를 했고

세탁기, 냉장고, 침대 등 필요한것도 집에 채워드렸었죠.

이제 남은 여생, 손녀들 재롱이나 보시면서 여행도 가끔씩 같이 가고 그렇게 살다 가시면 되겠다 생각했었습니다.

그런 안도감에서였을까요. 이틀에 걸친 이사를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 가던길에 '운수좋은 날' 이 생각나서 무심코 농을 던졌습니다.

오늘 저녁에 설렁탕을 먹거나 포장해가서는 안되겠다구요. 이유를 알아채시고는 다같이 하하호호하고 웃었었는데

한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췌장암이라니요. 어떻게 이럴수가 있을까요.

저희 어머니도 15년도에 대장암으로 돌아가셨는데 아버지도 암으로 보내드리게 생겼습니다.

요즘 너무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고 너무 행복해서 뭔가 불행한 일이 생길까 마음 한구석이 시큼시큼했었는데 이런 일이 생길줄은...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는 지금 의연하신 모습을 보여주고 계시긴합니다.

살만큼 살았다고 생각하고 해보고 싶은 일 다해보지는 못했지만 많이 했다고 생각하고 자식인 저도 장성하여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모습보니

미련없이 삶을 정리할 수 있겠다며 아빠는 괜찮답니다. 괜찮대요. 안괜찮으면서 괜찮다고 하네요.

pgr에 계시는 많은 의사선생님들. 저희 아버지 얼마나 사실 수 있을까요?

어머니가 암과의 사투 마지막에 의사가 암이 이제 신경하고 큰 혈관쪽까지 퍼져서 여명이 한 2주정도 남으셨다고 했는데

저희 아버지도 정말 많이 안남은걸까요. 우리 귀여운 둘째딸 기억속에 할아버지가 어렴풋이라도 기억에 남을만큼만 사셨으면 좋겠는데

너무 어려운 바람일까요.

제 나이 39살인데 앞으로 아빠의 도움이나 지혜가 필요할 일이 있을거 같은데 그땐 어떻게 해야하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면 과거의 어렴풋한 기억을 물어보고 싶을때 물어볼 사람이 이제는 없는데 그땐 또 어떻게 해야할까요.

무엇을 할지, 해야할지 잘 모르겠어요. 뭘 해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또 정신차리라고 조언도 좀 부탁드릴께요.

두서없는 감정적인 글 죄송합니다. 오늘만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