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1/11/13 10:51:29
Name 제3지대
Subject [일반] 무술이야기 03 한국의 일본무술
저는 한국현대사 속 무술 이야기를 다루는걸 우선으로 글쓰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중국무술의 유파를 정리해줄수있냐고 물어보신 분이 있었는데 그건 블로그나 x무위키에 정리 잘된게 워낙 많아서 제가 굳이 글을 쓸필요가 없다고 판단해서 쓰지 않으려고 합니다
일본 무술도 전에 다른 분이 유파 정리를 해주셨기에 자게를 검색해보시길 권합니다

지난 번에는 한국의 중국무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일본무술도 나와야 합니다
한국의 일본무술들은 어떤 것들이 지금 있는가
먼저 언제부터 한국에 일본무술이 들어왔는가를 말해야 합니다

다들 예상하시겠지만 일제 강점기때 일본 무술이 이 땅에 들어오게 됩니다
들어온 무술은 가라데, 유도, 검도
이 무술을 수련한 분들은 대다수가 대학생입니다
일본인들과 대학생활을 하면서 일본인들에게 차별을 조금이나마 덜 받기 위해서 시작했다는 증언들이 있습니다
대한검도협회를 창시한 서정학 검사도 그런 차별을 덜 받고 동등하게 인정받기 위해서 검도를 시작했고 열심히 했다고 했습니다

어쩌보면 슬픈역사입니다
좋아서 재미있어서 시작한게 아니라 식민지배를 받는 피지배민이 조금이라도 차별을 덜 받기 위해서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조선인들은 무척 열심히 수련했고 그에 비례해서 좋은 성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그 시절에 스포츠 분야에 있던 조선인들은 정말 다들 열심히 했습니다
위의 일본 무술들은 승패를 가르는 경기가 있기에 더 그랬을겁니다

해방이 되고 일본인들은 한반도를 떠났지만 일본무술은 한반도를 떠나지 못합니다
무형자산들이 자기 맘대로 떠날수는 없습니다
한국인들도 일본 것은 싫어하지만 일본무술은 어찌된 일인지 살아남았습니다
아마도 시합으로 승패를 나누는 스포츠화가 생존을 가져온듯 합니다

왜 그런 생각을 하냐면 가라데는 스포츠화가 되지는 못한 무술이었습니다
가라데인들이 해방 후에 가라데를 바탕으로 하는 태권도라는 새로운 무술을 만들면서 가라데는 거의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물론 가라데가 완전히 사라진건 아니었습니다
가라데 한자표기 그대로 읽어서 당수도라는 이름으로 살아남았지만 당수도 도장들이 태권도에 흡수되면서 거의 사라집니다
그래도 부산을 중심으로 남부지역에서 숨은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반면에 유도, 검도는 그대로 유지가 됩니다
유도, 검도는 국제 스포츠 경기화가 되었기에 이 무술들은 가라데와 같은 일을 겪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은 이것들이 살아남을수있었다는건 실용성때문이라고 봅니다
두 무술은 스파링을 전문적으로 하는 무술입니다
그만큼 실용성이 좋다는겁니다
그래서인지 조폭, 경찰까지 유도 검도를 사용할 정도입니다
또한 제거하기에는 사회전반적으로 너무나 깊숙이 자리잡았던 것도 한몫했을겁니다

왜 일본 무술들이 해방 후에도 멸시당하지 않고 살아남을수있었는가
이건 다양한 의견과 해석이 나올수있습니다
역사학자들이 풀어줬으면 하지만 워낙에 작은거라서 역사학자들이 굳이 신경을 쓸지 미지수입니다

그래서인지 역사왜곡으로 일본무술의 색채를 덜려는 모습도 나옵니다
조선상고사에 나오는 유도는 수박에서 나와서 일본으로 건너가서 유도가 되었다 이런 내용이 86 아시안게임에서 종목소개하는 책에서 본게 아직도 기억납니다
저 역시 어릴적에 유도는 한반도에서 나온 무술이었구나 하면서 믿었습니다

참고로 유도는 가노 지고로라는 사람이 메이지 유신 이후에 기존의 일본 유술들을 바탕으로 새롭게 만든 현대무술입니다
수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나중에 이걸 알고서 띵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검도도 한국 기원설을 주장하고 일본이라는 말을 감추려고 대한검도라는걸 강조합니다
국제 커리큘럼을 무시하고 슬그머니 본국검법, 조선세법을 집어넣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아는 검도 역시 메이지 유신 후에 검술 유파들이 새롭게 만든 현대무술입니다

역사왜곡과는 별도로 두 무술은 경기룰이나 경기용어를 한국어로 하면서 일본색채를 최대한 줄이는 노력을 하면서 토착화에 노력합니다
유도는 올림픽, 아시안게임 같은 국제대회에서 메달 효자종목의 역할을 했기에 일본무술이라는 반감이 많이 줄어듭니다

지금도 두 무술은 경찰관 특채에도 있을정도로 실용성을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 무술은 어디까지나 실용성으로 평가받아야지 국적이 어쩌고 하면서 평가받을게 아니라고 봅니다
국적 타령을 한다면 한국인만 태권도 해야 하고, 일본인만 유도해야 하고, 중국인만 태극권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국인은 무술에서는 실용적인걸 추구했기 때문에 일본 무술을 받아들이는데 망설임이 없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일본 무술은 한국 무술에 전반적으로 그냥도 아닌 아주 큰 영향을 줍니다

바로 단증이라는 시스템입니다
일본 무술도 예전에는 목록-면허-면허개전 이라는 시스템을 사용했습니다
중국무술은 배사라고 해서 학생에서 정식 제자 그러니까 한 문파의 일원으로 정식으로 인정받는게 있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유도가 띠 색깔과 단이라고 하는 승급제도를 만듭니다
실력, 수련기간에 따라서 등급을 먹이는 제도입니다
이것은 한국의 모든 무술에 영향을 줍니다

태권도에도 들어가고 한국에 정착한 중국무술도 단증제도를 받아들입니다
이건 한국이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우리가 아주 당연하게 인식하는 무술 단증 시스템은 일본 무술인 유도에서 시작된겁니다

수련자의 수준에 따라서 등급을 나눌수있고 지도할때도 이를 근거로 지도하면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부작용으로는 단증장사라는걸 만들게 됩니다
돈받고 단 팔아서 지도자를 많이 확보해서 특정 무술의 보급을 확대하려는 목적
그리고 돈받고 단을 판만큼 단증장사로 수익을 확보하려는 목적
이게 어떤 무술은 전반적인 질적 저하를 가져오는 부작용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또한 파벌이라는거 때문에 줄을 잘못서면 승급심사 잘봐도 승급이 안되는 일도 발생합니다
승급을 위한 로비까지 벌어지게 됩니다

그래도 유도, 대한검도, 태권도는 상대적으로 승급심사가 엄격한 편에 속합니다
무술의 수준이 유지되는건 그만한 이유가 있는겁니다

부작용이 나오지만 단증 시스템이라는 것이 장점이 더 많다는 판단이 있기에 단증 시스템은 세계의 많은 무술들에 도입됩니다

유도는 엘리트 체육 위주로 가버렸는데 아무래도 올림픽, 아시안게임 메달 때문입니다
또한 체대 졸업 후 경찰, 경호원등으로 가는데 유리하기도 합니다
다만 너무 엘리트 체육 위주로 가버려서 일반인이 접하기에는 상대적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태권도장, 검도도장의 숫자와 비교하면 유도도장은 많지 않습니다
체대생 입시 위주로 가버린 감이 있습니다

반면에 검도는 대중화에 성공합니다
엘리트 체육으로는 올림픽, 아시안게임 종목이 아니라서 유도만큼은 규모가 크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생활체육으로는 성공한 무술입니다
전국 어디서나 일정 인구가 사는 도시라면 검도도장을 찾을수있습니다
아재라면 기억하는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이정재가 검도하는 보디가드로 나오면서 인기가 많이 올라갔습니다
평생 운동의 개념으로 접근하고 가족 모두가 같이하는 운동으로 자리잡은 무술은 한국에서는 검도가 유일할겁니다

가라데는 겨우 숨만 쉬는 정도였다가 2000년대 이후에 조금 살아납니다
극진가라데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이제 가라데를 간판에 걸수있는 시대가 된겁니다
한국인이 만든 가라데라는거 때문에 호의적인 시선이 있는 것도 한몫할겁니다
그리고 아시안게임에 가라데가 들어가면서 엘리트 체육이지만 가라데를 하는 사람들이 생깁니다

한국에서 가라데는 태권도의 위세에 눌려있는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극진가라데를 중심으로 한국에서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극진가라데 말고도 고주류 가라데, 대도숙 쿠도가 들어왔지만 현재 한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가라데는 극진가라데입니다

유도와 검도는 스파링을 많이 하는 무술입니다
이 부분은 무술에 있어서는 실용성을 무지하게 중시하는 한국인의 성향과 맞아 떨어진 부분도 있습니다
기존 가라데가 한동안 숨만 쉴 정도로 쇠퇴하고 태권도에게 밀린 이유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또한 한국의 수련자들이 경기 규칙과 경기 용어의 한국어화를 포함한 많은 노력이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할겁니다

어쨌거나 일제 강점기때 들어온 일본 무술은 살아남았고 일정 지분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일본 무술에 대한 한국인의 감정을 조금이나마 언급하고 살아남을 이야기한건 다음에 쓸 무술 때문입니다

합기도(合氣道)

그거 한국 무술 아니냐?? 하실텐데 대동류 합기유술이라고 하는 일본무술에서 온겁니다

그리고 1990년대에 일본무술이 하나 들어옵니다

아이키도 (合氣道)

눈치채셨죠?
네 한자가 동일합니다
이것도 다음 글에서 다루겠습니다
합기도라는 무술이 한국 무술에 준 영향이 너무 커서 그렇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1/11/13 11:16
수정 아이콘
(수정됨) 예전에 유도 태동기 강도관의 사이고 시로 글을 쓰면서 대동류 합기유술도 몇자 적은 적이 있었는데 다음편은 합기도 글이군요. 한국 합기도의 창시자 최용술이 대동류 합기유술의 창시자 타케다 쇼카쿠의 제자를 자칭했었죠. 쇼카쿠가 아니라 그의 제자에게 배웠다는 이견도 있긴 한데, 최용술의 주장이 맞다면 아이키도의 창시자 우에시바 모리헤이와 동문이기도 합니다.

최용술의 합기도는 일본의 아이키도와 같은 무술이었는데 한국에 현지화 되면서 종합호신무술 같은 개념으로 바뀌었죠. 최용술이 신카게류 검술도 배웠다며 시범을 보인 일화도 있다던데 일본 무술과 한국 무술인의 접점이 꽤 많은것 같습니다.
제3지대
21/11/13 11:20
수정 아이콘
최용술이 정말로 대동류 합기유술을 배운게 맞냐는 말이 있었는데 대동류 합기유술 방명록에 이름이 확인되면서 배운건 맞다가 되었습니다
누구한테 배웠느냐가 의문입니다
서정학 검사도 신카게류 검술을 배워서 검선도에 신카게류 기술을 집어넣었다고 합니다
서린언니
21/11/13 14:44
수정 아이콘
(수정됨) 예전소설 읽어보면 '저 친구 당수가 5단이오' 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게 카라테에서 나온거였군요.
제3지대
21/11/13 21:18
수정 아이콘
네 그런겁니다
당수도=가라데니까 가라데 5단인데 가라데라고 하기 뭐하니까 당수라고 했을겁니다
콘칩콘치즈
21/11/13 19:12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흥미롭네요
제3지대
21/11/13 21:20
수정 아이콘
그냥 가볍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닉언급금지
21/11/13 20:30
수정 아이콘
간만에 수라의 문 봐야겠습니다. 좋은 시리즈 글 감사합니다.
제3지대
21/11/13 21:19
수정 아이콘
참고로 수라의 문 외전에 가노 지고로가 나오기는 합니다
착한글만쓰기
21/11/14 09:21
수정 아이콘
당수 하면 검정고무신 공포의 쓴맛...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4057 [정치] 사실상 대선은 승부가 난 거 아닌가 싶네요... [242] 우주전쟁29379 21/11/15 29379 0
94055 [일반] 가벼운 글. 최근 이사의 가전 구매의 개인적 교훈 [44] 시간12835 21/11/15 12835 5
94054 [일반] 인텔 12세대 들어와서 받은 질문들 받을 질문들 [38] SAS Tony Parker 11064 21/11/14 11064 6
94053 [일반] <1984 최동원> 감상 후기 [20] 일신13634 21/11/14 13634 23
94052 [일반] [스포]섬광의 하사웨이 – 샤아의 역습 v2: 어째서 냉전 말의 이야기가 지금 되풀이되는가 [19] esotere9352 21/11/14 9352 10
94051 [정치] 종로 보궐 여론조사, 이준석-원희룡-추미애 순으로 접전 구도 [43] 피잘모모16075 21/11/14 16075 0
94050 [일반] 취미/ 시그마 dp1q/ 하늘 사진/ 영상촬영기 추천 [17] 범이7763 21/11/14 7763 2
94049 [일반] 나의 만성우울증 [92] 파프리카너마저15466 21/11/14 15466 40
94048 [일반] 토막글)미국의 수학 전쟁 [23] kien.14854 21/11/14 14854 4
94047 [일반] 얀센 > 모더나 추가접종 14시간후 후기 [54] Croove15426 21/11/14 15426 5
94046 [정치]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관련 거짓말 [81] 스텔20970 21/11/14 20970 0
94045 [일반] [팝송] 에드 시런 새 앨범 "=" [4] 김치찌개7401 21/11/14 7401 6
94044 [일반] 가슴이 두근거리는 굉장한 활력의 구슬. 찾아라 드래곤볼! [17] 라쇼19521 21/11/13 19521 3
94043 [정치] 그 많던 여권 잠룡들은 어쩌다가 침몰했나 [132] 오곡물티슈21685 21/11/13 21685 0
94042 [정치] 토지공개념 정책. 서울시가 먼저 시동을 걸었습니다 [68] 도방16602 21/11/13 16602 0
94040 [일반] 무술이야기 03 한국의 일본무술 [9] 제3지대8994 21/11/13 8994 15
94039 [일반] 한국에 리메이크, 번안된 일본 가요들 [77] 라쇼21718 21/11/12 21718 11
94038 [일반] 나의 면심(麵心) - 냉면만 두 번째 이야기 [24] singularian12371 21/11/12 12371 13
94037 [정치] 한일 병합이 미국 때문인가 [131] LunaseA21167 21/11/12 21167 0
94036 [일반] [역사] 몽골의 유럽 참교육에 대한 소고 [91] 이븐할둔13246 21/11/12 13246 23
94034 [정치] 윤석열 "남북한 관계, 제자리로 돌려 놓을 것" [178] 이찌미찌20451 21/11/12 20451 0
94032 [일반] 주변국 국가지도자 호감도 대결 [42] 맥스훼인16350 21/11/12 16350 1
94031 [정치]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의 후보별 득표율 [42] Leeka12085 21/11/12 12085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