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1/11/10 18:29:20
Name 아난
Subject [일반] 영화 자체보다 OST가 더 좋은 '007 No Time To Die' (스포일러 주의) (수정됨)
대니얼 크레이그가 주연을 맡은 후의 007 시리즈는 이전 시리즈와 많이 다르다. 본드에게 순식간에 넘어가고 본드를 도와준 댓가로 간혹 끔찍하기까지 한 죽음을 맞이하는 서브 본드 걸도, 임무에 방해가 되지 않거나 임무에 도움이 되는 한 미녀와의 잠자리 기회는 귀신같이 놓치지 않는 플레이 보이 본드도 등장하지 않는다. 본드는 아픈 사랑의 기억을 못 잊는 순정파가 되었고 틀에 박힌 연극조의 액션보다는 '본 아이덴티티'의 주인공과 더 비슷한 액션을 한다. 이번의 'No Time To Die'는 그 변신의 절정이다. MI6와 CIA의 본드 걸 아닌 본드 걸들은 현장 요원들로서의 자신의 몫을 너끈히 해내며 본드를 성적으로 유혹하는데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 옷 차림새로나 전형적인 미모로나 그럴것이라 기대를 심어주었던 CIA 요원은 화려한 액션으로 본드와 손발을 맞추고는 '나는 더는 그런 본드 걸이 아니야'라고 웅변이라도 하는 것처럼 쿨하게 본드를 놓아준다. MI6 요원도 본드의 침실까지 가놓고는 보란듯이 뒤집는다. 게다가 덩치가 있는 편의 여성인데다 흑인이고 은퇴한 본드의 007 넘버를 물려받았다. 다양성 이니셔티브 프로젝트가 007 시리즈도 완전히 장악한 것이다. 그러나 물론 가장 인상적인 것은 본드가 드디어 최후를 맞이하는 것 같이 연출된 순간에 적어도 30살 차이는 날 것 같은 연인과 전화 통화를 하는 장면이다. 본드는 그녀에게 [나는 이제 끝이지만] '당신에게는 아주 많은 시간이 있다'고 말한다. '딸의 눈이 당신을 닮았다'는 그녀의 말에 '알고 있다, 우리 딸은 퍼펙트하다'고 말한다. 나는 안 흘렸지만 어떤 007 시리즈 골수 팬들은 눈물을 흘렸을 법한 대목이다.

한스 짐머가 맡은 사운드 트랙은 역대 007 시리즈 중 최고이고 빌리 아일리시가 부르는 메인 테마송인 'No Time To Die'는 역대 007 시리즈의 어떤 메인 테마 송 못지 않다. 그러나 내 귀를 가장 사로잡은 것은 엔딩 크레딧 장면에 나오는 루이 암스트롱의 'We Have All The Time In The World' 였다. 처음 듣는 노래도 좋아하지 않았던 노래도 아니지만 찾을 수 없었던 노래였다. 검색해 보니 1969년작인 '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에 인스트루멘탈 버전과 같이 나왔다고 하는데, 영화용으로 새로 만들어진 곡/노래인지는 모르겠다. 공식 OST 앨범에는 수록되어 있지 않다. 물론 공식 '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 OST 앨범과 노래와 같은 제목의 루이 암스트롱 앨범 등에는 수록되어 있다.  

No Time To Die |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Score Full Album | By Hans Zimmer (메인 테마 송은 1시 7분 31초부터)



Louis Armstrong - We Have All The Time In The World | No Time To Die OST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1/11/10 20:02
수정 아이콘
근 2년만에 간 영화관에서 007특유의 오프닝과 함께 흘러나오는 테마송이 정말 좋았습니다.
뜨와에므와
21/11/10 20:40
수정 아이콘
대니얼 크레이그 이후의 007이 다르다...라는 얘기가 있는데
걍 007이 제이슨본 따라하기 노선으로 걌던 것 뿐...
21/11/10 23:04
수정 아이콘
초등학교 시절, 007 시리즈를 좋아하시던 외할머니 무릎에 앉아서 보기 시작한 이래 시리즈 전편을 다 봤지만 가장 실망했던 작품입니다. 숀 코너리의 제임스 본드 캐릭터에 대한 감독의 인터뷰를 봤을 때 부터 뭔가 낌새가 이상하긴 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 입니다. 거기서도 마지막은 비극으로 끝나지만, 그 장면에서조차 제임스 본드는 일말의 여유를 잃지 않죠. 괜찮냐고 묻는 경찰관에게, 우린 세상의 모든 시간을 가졌으니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그래서 잠시 쉬어가는 것 뿐이라고요.

이번 작품은 'We Have All The Time In The World'를 포함해서 시리즈 여러 작품에 대한 오마쥬를 우겨넣었지만, 제임스 본드라는 캐릭터의 본질은 전혀 담고있지 못했습니다.
aDayInTheLife
21/11/10 23:59
수정 아이콘
테마송 참 좋고 영화를 보고 와서도 여기에 괜찮은 것 같다.는 투의 이야기를 꺼내놓긴 했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여전히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 시리즈의 최고작은 <스카이폴>이고 오프닝도 스카이폴의 화려한 영상미가 떠오르네요. 당시 수학여행을 갔다 오고 바로 영화관으로 갔던 터라 피곤했는데도 그 오프닝의 충격적 비주얼은 남아있거든요.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은 어떻게 기억될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한 두 작품을 제외하면 거의 다 평균 이상이었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가장 그 존재 가치가 위협받았던 시기도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이기도 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본문에 언급하신대로 본 시리즈도 그렇구요.
좋은 곡 다시 한번 듣고 갑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4029 [일반] 안녕하세요 가입인사 드립니다. [22] Nacht9747 21/11/12 9747 9
94028 [정치] ‘백브리핑’ 봉쇄한 이재명에… 윤석열 “대통령이 돼도 하겠다” [39] 미생16811 21/11/12 16811 0
94027 수정잠금 댓글잠금 [정치] "경 1만뷰기념!! 그들의 행보는?? 축" [33] 염천교의_시선17746 21/11/11 17746 0
94026 [정치] "전국민에 암호화폐 지급"···이재명 파격, 통화질서도 흔드나 [140] 박세웅19372 21/11/11 19372 0
94025 [정치] 이건 이준석 대표가 연구를 많이 했네요 [64] 구텐베르크19305 21/11/11 19305 0
94024 [일반] 일본 코로나 신규 확진 214 명 (11.11) [138] 어서오고18606 21/11/11 18606 5
94023 [일반] 아그들아 이제 밤늦게 게임해도 된다. 셧다운제 폐지 [46] 오곡물티슈13357 21/11/11 13357 16
94022 [일반] 재즈 기타의 살아 있는 전설이었던 팻 마티노 별세하다 [5] 아난9428 21/11/11 9428 3
94021 [일반] 김밥 먹고 싶다는데 고구마 사온 남편 [69] 담담17358 21/11/11 17358 95
94018 [일반] 헝다그룹은 파산한걸까요? [22] 롤링씬더킥17879 21/11/10 17879 1
94017 [정치] 국회의원이 대선 후보 배우자실장을 한다는데 [28] 만수르14023 21/11/10 14023 0
94016 [일반]  22세 간병살인 청년 강도영, 2심도 존속살해 징역 4년 [84] 삭제됨19492 21/11/10 19492 3
94015 [정치] 이재명 "음주운전 경력자보다 초보운전 경력자가 더 위험하다" [126] 판을흔들어라21246 21/11/10 21246 0
94014 [정치] 시민단체 + 평화는 믿고 거르는 조합? 그래도 이야기는 들어는 봐야하나 [22] 오곡물티슈10552 21/11/10 10552 0
94013 [일반] 영화 자체보다 OST가 더 좋은 '007 No Time To Die' (스포일러 주의) [4] 아난9459 21/11/10 9459 1
94012 [일반] [스포] "남부군" (1990), 당황스럽고 처절한 영화 [52] Farce12286 21/11/10 12286 21
94011 [일반] 노키즈존이란 상품은 허용되어야 할까요? [106] 노익장13772 21/11/10 13772 15
94010 [일반] 부동산 중개수수료 협의 언제 할 것인가 [56] 밤공기14535 21/11/10 14535 4
94009 [일반] 넷플릭스 - 아케인 재미있네요(노스포) [32] This-Plus13107 21/11/10 13107 6
94008 [일반] [도로 여행기(혹은 탐험기?)] 59번 국도 부연동길 [4] giants10847 21/11/10 10847 14
94007 [일반] [책이야기] 제로 투 원(Zero To One) [12] 라울리스타8399 21/11/10 8399 11
94006 [일반] 상속재산의 '형제자매 유류분'이 없어집니다 [21] 인간흑인대머리남캐14355 21/11/10 14355 5
94005 [일반] 귀멸의 칼날 다보고 적어보는 후기 [38] 원장11994 21/11/09 11994 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