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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2/23 12:13:33
Name 소이밀크러버
Subject [일반] 어머니 이야기
이번 설은 동생이 장가를 가고 맞이하는 첫 명절이었다.

내가 아직 결혼을 안 했기에 부모님 입장에서는 처음으로 며느리가 집에서 1박2일을 하고 가는 첫 경험이기도 했다.


고부갈등이 나오는 드라마를 볼 때면 어머니는 내게 자기는 며느리에게 잘해줄 테니 좋은 여자만 만나라고 하셨었다.

그때마다 난 '아이구 어머니 실제 상황이 되어봐야 아는 것 아니겠습니까' 식으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얘기했었는데

내 아내는 아니지만 어쨌든 며느리를 맞이하는 어머니를 보게 되었으니 과연 어떤 모습일지 꽤 흥미로웠다.


동생 부부는 우리 집에 와있던 동안 부모님이 쓰시던, 깨끗하게 청소된 침대가 있는 안방을 사용했고

제수씨는 어머니의 강력한 제지로 주방에서 손에 물 한번 닿지 않았으며

집으로 돌아갈 때 양손 가득 공진단, 반찬 등이 담긴 선물을 들고 돌아갔다.


시댁에 와있는 것만으로도 신경 쓰이고 피곤할 테니 편하게 있다 갔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제수씨는 참 좋은 시어머니를 만났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잔소리 없이 덕담만, 오히려 아버지가 이상한 소리를 하시면 타박하던 어머니는 내가 보기에 더 좋을 수 없는 시어머니였다.


어머니는 옛날의 흔한 며느리셨다.

명절 전날 시골 큰 집으로 내려가 하루 종일 전을 부치고, 제사를 지내면 남자들과 같은 상에서 밥을 먹을 수 없던 그 시절의 며느리.

자신이 말씀하시길 젊을 때는 순진해서 그렇게 해야 하는 게 당연한지 알았다며 그 시절엔 어쩔 수 없었다고 하셨지만

내가 보기에는 참 많은 부당한 일들을 수없이 감내하셨다.

그런 악습 속에서 어머니는 절대 자신의 며느리들은 이 고생을 시키지 않겠다고 다짐하셨단다.

그리고 진심과 행동으로 며느리를 아랫사람이 아닌 가족으로 대해주셨다.


저렇게 좋으신 분이 아들들에게 베푼 사랑은 얼마나 커다랄까.

그 어느 것에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사랑에 온전히 보답하지 못해 죄송할 따름이다.


얼마 후 어머니는 환갑을 맞이하신다.

정말로 굴곡이 많은 삶을 사셨던 분이셔서 이제는 평탄한 대로를 걸으셨으면 좋겠다.

몇 년 전부터 어머니의 반평생보다 나이가 많아진 난 항상 소망한다.

언제나 어머니가 건강하시길.


p.s 착한 며느리를 얻는 게 최고의 효도라는데... 항상 죄송합니다. 어머니.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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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린어린이
21/02/23 12:21
수정 아이콘
저희집이랑 비슷한 상황이시네요.
그래서 그런지 제수씨가 주말에 자꾸 오려고 해서...^^;;
느린발걸음
21/02/23 12:53
수정 아이콘
진짜 편하신가봐요? 주말에 오려고 하신다니 덜덜덜.
아린어린이
21/02/23 13:41
수정 아이콘
저도 신기합니다.
이번 설에도 수요일에 본인이 혼자 아기 데리고 먼저 오고 동생이 퇴근을 저희 집으로 하겠다고 해서,
부모님이 그냥 다음날 동생이랑 같이 오라고 했어요.
동생한테 왜 제수씨 힘들게 그렇게 하려고 하냐고 하니까 자기는 다음날 가자고 했다고 제수씨가 이렇게 하자고 한다고....
소이밀크러버
21/02/23 13:11
수정 아이콘
헐 그건 좀 흐흐
21/02/23 13:42
수정 아이콘
??? : 시댁생활 편하냐?
??? : 아닙니다!
내맘대로만듦
21/02/23 13:53
수정 아이콘
저도 이게 궁금하더라고요. 아무리 편하게해줘도 진짜 자기집처럼 편할수있을까?하는 뭐..

저도 어렸을때 큰집이나 큰이모집가면 그냥 맛있는거 빼먹고 용돈받아먹고 누워서 명절티비보거나 그냥 덕담몇마디 듣거하고 상당히 좋은 대접을 받았는데도 가기싫고 빨리집에가고싶고 그랬거든요
소이밀크러버
21/02/23 15:04
수정 아이콘
동감합니다. 아무리 편해도 남의 집은 남의 집이더라구요.
발기부전
21/02/23 14:26
수정 아이콘
음식 바리바리 싸주는거 싫어하는 며느리들도 있더라고요.
싫은데 시모한테 거절도 못하고 억지로 들고와서 처치곤란이라고 하더라고요.
좋은 시어머니였을지 아니였을지 이건 며느리 속마음 들어갔다와봐야...
같은 가족 입장이고, 남자입장에서는 제대로 못보더라고요 크크
소이밀크러버
21/02/23 14:56
수정 아이콘
음식 보다는 다른 선물 위주셨습니다. 흐흐.
Hammuzzi
21/02/23 14:43
수정 아이콘
잘해주려하시는건 내가 진짜 편하고 안편하고는 상관없이 알게되더라고요. 쓰니님께서도 좋은 짝 금방 만나시길 기원합니다.
소이밀크러버
21/02/23 15:04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전 흘러가다보면 만나겠지 아님 말구 이러고있네요.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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