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천재 체스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퀸스 갬빗”이라는
드라마를 보고 체스에 관심이 생겨서 배우고 있어요.
그 전까지는 체스하면 서양장기, 알파고 이전에 이미 인공지능에게
세계챔피언이 완패한 게임 이정도 인식만 하고 있었죠.
드라마를 재밌게 보면서 좀 더 몰입하며 보기위해 체스 기본적인 규칙만 배우자 했었는데,
어느새 “체스닷컴”이라는 해외 체스사이트에 결제까지 하면서 공부하고 있네요.
여기는 게임사이트고 저도 겜돌이다 보니 게임과 연관되어 생각되는게 많더라구요.
보통 바둑을 스타크래프트에 많이 비유하잖아요. 처음 스타가 나왔을 때,
한국의 많은 바둑기사들 사이에서 스타가 유행 했었잖아요.
아무것도 없는 바둑판 위에 서로 수를 둬가며 집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일꾼 4기로 시작해서
기지를 갖추고 유닛을 모아가며, 서로 견제하고 확장을 늘려가는 스타와 닮아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예전에 한창 스타를 즐기며, 여러 가지 추억도 있고, 인상 깊게 했던 게임은 아직도
머릿속에 게임의 전개가 떠오르네요.
바둑은 어릴 적에 기원에서 한두달 배웠습니다. 형이랑 같이 배웠었는데, 지역 어린이 바둑대회에 경험상 참가했었죠. 그 때, 형은 나름 재능이 있고 스스로 잘한다고 생각했었나 봐요.
저는 1회전에서 광탈했었고, 아마 형이 2차전에서 패배하고 막 화가나서 바둑 그만둔다고
해서 같이 그만뒀었죠. 예전에 고스트 바둑왕이라는 만화 보면서 다시 바둑에 흥미가 생기고 했던 기억도 나네요.
체스는 월드오브탱크라는 게임이랑 유사한거 같아요. 지금은 월탱을 하지는 않는데
한창때 열심히 했었고 최종 10티어 전차도 10개 이상 올렸었는데요. 여기 사이트에서도
종종 월탱얘기가 나오고 했었죠.
체스는 장기와 비슷하게 처음에 주어지는 말(체스에서는 기물이라고 표현하더라구요)들이
전투를 거듭하며 서로 줄어들어 가는 과정이 월탱과 비슷하네요.
월탱은 15개의 전차로 시작해서 상대를 전멸시키면 이기는 게임이고, 체스는 16개의 말들로 상대의 킹을 체크메이트 시키면 이기는 게임이죠.
월탱에서 게임을 시작하면 경전차가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전장을 활보하거나, 중요 포인트에 숨어있고, 중전차는 주요라인으로 느린몸을 열심히 이동, 중형전차들이 상황에 따라 보조라인을 형성하거나 과감한 울프팩을 준비하는 과정들이 체스의 오프닝과 유사하네요. 초반에 어떻게 말을 배치해 갈지에 대한 수많은 이론들이 있더라구요. 처음 체스를 시작할 때, 아무 의미도 없이 막 수를 뒀었는데, 사실 아직까지도 오프닝은 잘 모르지만 드라마에서도 종종 언급되는 시실리안 디펜스라는 오프닝을 흉내만 낼려고 하고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에서는 이를 초반 빌드에 비교할수 있겠네요. 원팩더블, 3해처리 운영, 포지더블, 투게이트 등등이요.
월탱에서 게임의 중반에 접어들면, 중전차끼리 근거리에서 서로 탄을 주고 받고, 자주포가 화력지원하며 서로 그 수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중형전차들도 중전차 라인을 지원하거나, 혹은 다수가 모여 기동력을 이용한 한점 돌파를 시도하는 울프팩으로 전세가 빠르게 진행되기도 하죠. 각 진영의 뒤를 받치는 구축전차들의 화력에 의해, 돌파했다고 생각했던 라인이 고착화 되기도 하죠.
체스에서는 미들게임이라고 부르는데, 서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며 기물을 교환하기도 하고, 상대의 함정수에 빠지거나, 실수를 해서 중요한 기물을 잃기도 하고, 반대로 아군의 진영에 침투한 상대의 강한 기물에 본진이 초토화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체스의 엔드게임이라고 부르는 종반부에 접어들면 (어벤져스에서 이 단어에 대한 번역을 잘못해서 많이 까였었죠) 얼마남지 않는 기물로 신중하게 둬가야 하는데, 특히 이때에 서로 수읽기가 치열하게 진행됩니다. 월탱에서도 후반에 접어들어 양팀의 전차가 얼마남지 않으면, 경전차의 시간이 시작되죠.
그동안 수풀에서 숨죽이며 기다리던 경전차들이 그 특유의 기동력으로 상대후방의 자주포를 사냥하러가거나 아군라인과 대치중이던 적의 주력라인의 뒤를 교란하며 게릴라전을 합니다.
예전에 형이랑 엘크(프랑스의 스타일리쉬한 경전차) 소대로 다 져가는 게임을 뒤집을뻔 했던 게임도 기억나네요. 보통 자기전차 죽으면 다음 게임하러 방을 나가는데, 그 시합은 많이들 남아서 흥미롭게 구경하고 채팅으로 응원하고 흥분했었죠. 근데 결국 다 이긴 게임을 결정적인 실수로 졌거든요. 마지막 1:1 상황에서 상대 구축전차의 뒤를 잡고, 우리편들이 다들 이겼다라고 환호했는데 상대방 최후의 발악의 뒷걸음질에 툭하고 우리 엘크가 터져버렸어요....
스타크래프트는 게임의 특성상 이렇게 소수의 유닛이 남는 엔드게임은 잘 일어나지 않지만 초장기전으로 갈 경우 서로 자원 다 먹고 쉽게 교전을 벌이지 못하고 눈치싸움을 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흔하지 않은 상황이니 만큼 그 긴장감도 높고, 흥미로운 상황인 것 같습니다. 체스는 이러한 후반부에 무승부가 종종 나오는 편이고, 월탱도 가끔 무승부가 나오지만 스타는 무승부가 극히 이례적인 일이죠.
그러고보니 리그오브레전드 프로게이머인 “폰” 허원석 선수의 아이디를 저는 예전까지
휴대폰의 폰인줄 알았습니다. 알고보니 체스의 말인 폰이더라구요.
장기의 졸이나 병에 해당하는 기본이 되는 유닛인데 전진밖에 할 수 없고 단독으로는 약하지만, 폰끼리 진영을 갖출 때는 그 무엇보다 단단한 방벽이 되는 폰.
"The pawns are the soul of chess. " – François-André Danican Philidor -
폰은 체스의 영혼이다 라는 격언도 있을 정도로 기본이지만 중요한 유닛이라고 하네요.
어쨌든 피지알 유저분들, 체스 좋아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