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0/12/10 20:43:09
Name Wild Surge
Subject [일반] 이 문제를 찍었을 떄 맞출 수 있는 확률은?
며칠 전 유게에 이런 문제가 올라왔었죠.


Untitled

여기 풀이와 답이 있는데 맞는 걸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 의견을 보시고 같이 토론해보면 재밌을 것 같아서 글 써봅니다.


우선 '찍는다'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가 필요합니다. 눈감고 아무거나 고른 것도 찍은 것이고, 소거법으로 확실히 답이 아닌 보기를 제거한 후 남는 정답 후보 중에서 하나 고른 것도 찍은 겁니다. 여기에서는 후자의 방법을 쓰겠습니다.


이 문제의 답은 몇 개 일까요? 별 다른 언급이 없다면 보통 객관식의 답은 하나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도 답은 하나라고 가정해야 할까요?
(가끔 보기에 답이 없는 문제들도 있지만 그런 건 정상적인 문제가 아니므로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


그런데 보기를 살펴보면 1번과 4번은 둘 다 20%입니다. 일반적인 객관식 문제는 절대 같은 보기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문제는 일반적인 답이 하나만 있는 객관식이 아닙니다.


만일 20%가 답이라면 1,4번이 복수정답, 그 외의 경우는 정답이 한 가지입니다.
(찍었을 때 답을 맞출 확률은 한가지로 정해져 있다고 가정을 했습니다. 이런 가정이 없다면 역시 문제가 굉장히 괴상해지므로 생각할 의미가 없어집니다. "예를 들어 찍어서 맞출 확률이 20%이면서 동시에 30%이다" 이런 경우가 없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찍는 방법은 다음과 같이 4가지가 있습니다.

A) 1,4번, B)2번, C)3번, D)5번


이 외의 다른 방법을 선택하면 무조건 오답이므로 절대 골라서는 안됩니다.

일반적으로 4가지 방법을 동일한 확률로 고른다면 각각 25%이므로 정답은 3번 25%가 됩니다.


즉 문제에 딸린 풀이와 답은 틀렸습니다.


문제의 풀이가 틀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풀이에서는 찍어서 맞출 확률이 20%라고 했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일반적인 답이 하나만 있는 5지선다형 문제라면 20%겠지만 결코 항상 그런게 아닙니다. (답이 두 개인 문제에서 답을 하나만 고른다면 당연히 무엇을 고르든 오답입니다. )


풀이에서는 찍는다는 것의 정의를 모호하게 사용합니다. 어느정도 풀어서 보기 몇 개를 소거한 후 찍는다는 건지 그냥 눈감고 5개중 하나 고른다는 건지 명확히 해야 답을 맞출 확률을 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풀이에서는 처음에는 그냥 눈감고 찍는 5개중 하나 고르기를 해서 20%라고 하더니(은연중에 답은 5개중 하나라는 가정을 합니다) 나중에는 20%인 보기가 2개니까 두개 중 하나를 찍어서 50%라고 합니다. 즉 처음에는 그냥 눈감고 찍기를 하더니 나중에는 오답 소거후 찍기를 합니다.


결정적으로 처음에는 이 문제를 찍어서 맞출 확률은 20%라고 하더니 나중에는 찍어서 맞출 확률이 50%라고 합니다. 즉 해설의 본문 내용에서 스스로 모순이 있습니다.


이렇게 끝난 줄 알았는데 이 문제의 원전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고 합니다.


Untitled-1


해석) 이 문제의 답을 무작위로 답을 하나 고를 때, 그 것이 정답일 확률은?

A) 25%, B) 50%, C) 60%, D) 25%


이 칠판 문제에 앞서 제가 사용했던 방법을 적용하면 보기에는 답이 없게 됩니다(O_O)


결정적으로 문제에 답을 하나만 고르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아까 썼던 복수 정답의 가능성을 열어 둘 수 없게 된거죠.


물론 그냥 문제에 답이 없다고 하고 의미 없는 문제로 만들어 버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서야 별 재미가 없겠죠. 그래서 앞서 택했던 가정과 다른 가정을 고려해봅시다.


1) 문제의 답은 A,B,C,D중 답이 하나만 존재한다고 가정

이 경우 무작위로 답을 하나 고르면 맞출 확률은 25%입니다. 그런데 곤란한 점은 25%인 보기가 A,D 두 개라는 점이죠. 그래서 무작위로 골라서 맞출 확률은 2/4=50%가 됩니다. 즉 하나 골라 맞출 확률이 25%라고 가정하면 하나 골라 맞출 확률은 50%가 됩니다(?)


2) A,D가 둘 다 답이지만 둘 중에 하나만 골라도 답인 걸로 가정

이 경우에는 하나만 골라서 A나 D를 고를 확률은 50%이고 50%인 보기는 B이므로 무작위로 하나 골라 B를 고를 확률은 25%입니다. 


즉 무작위로 답을 하나 골라 맞출 확률이 25%라고 가정하면 정답일 확률은 50%가 되고, 무작위로 하나 골라 맞출 확률이 50%라고 가정하면 정답일 확률은 25%가 됩니다(???)


결국 문제를 풀 수 있게 만드는 가정은 없었습니다. 즉 문제 자체에 모순이 있는거죠. 이런 모순은 왜 생겼을까요? 문제가 자기 자신을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자기 자신을 언급했을 때 생기는 문제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러셀의 역설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냠냠주세오
20/12/10 20:47
수정 아이콘
중복된 답이 2개기때문에 출제오류라서 전원 정답처리될 것이다. 그러므로 100% 라고 했던 지인의 말이...
Wild Surge
20/12/11 00:18
수정 아이콘
그것도 일리가 있네요. 저는 최대한 출제 오류는 아닌쪽으로 생각해보았습니다.
20/12/10 20:49
수정 아이콘
저 문제가 러셀의 역설이군요. 몰랐던 지식인데 감사합니다. 좋은 글 잘 봤습니다!
닉네임을바꾸다
20/12/10 20:55
수정 아이콘
뭐 중이 지 머리 못깍는다라던가...점쟁이가 자기 미래같은건 예측못한다같은거와 비슷해요 클클....
Wild Surge
20/12/11 00:16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저 문제가 러셀의 역설인건 아니고, 자기 자신에 대해 말했을 때 문제가 생긴다는 점이 공통적이라는 뜻이었어요.
20/12/10 20:57
수정 아이콘
halting problem 의 5지선다 버전이네요.
40년모솔탈출
20/12/10 20:59
수정 아이콘
1. 일단 문제는 찍었을때 정답을 맞출 확률입니다.
5개의 보기에서 찍어서 정답을 맞출 확률은 20% 입니다.
여기서 멈추고 정답은 20% 라고 했으면 아무 문제 없을겁니다.

2. 문제는 여기서 이절을 한번 합니다.
보기에 20%가 두개 있습니다.
1번에서의 정답은 20% 인걸 알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20%에서 정답을 찍어야 합니다.
보기 2개중 하나를 찍어야 하니까 정답을 맞출 확률은 50% 가 됩니다.

3. 이 시점에 3절을 합니다.
보기에 50%가 있습니다!!!
더 이상 찍지 않고 50%를 정답으로 하면 된다고 합니다.
다행이네요.

4.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는 찍어서 맞출 확률을 구하라고 하고 있죠.
50%는 보기에서 하나고 5개의 보기에서 찍어서 50%인 보기를 맞출 확률은 20% 입니다.
이제 다시 1번으로 돌아가시면 됩니다.
피쟐러
20/12/10 20:59
수정 아이콘
답은 엄대엄 아닌가요? 맞추거나 못 맞추거나 후다닥
20/12/10 21:07
수정 아이콘
보기를 줄여봅시다.
이 문제를 찍었을 때, 맞을 확률
1. 1/3
2. 1/3
3. 50%

이 문제를 찍어서 맞출 확률은 1/3입니다. 그런데 1/3은 2개가 있으니 찍어서 50%일까요?
문제의 가정이 맞으려면 1,4 둘 중 하나만 정답이라는 것이 언급되어 있어야겠네요.
Mephisto
20/12/10 21:10
수정 아이콘
결정적인 문제의 오류는 문제를 푸는 당사자가 확률의 개념을 알아서 문제를 풀고 찍었는가 아예 모르고 찍었는가를 알려주지 않았다는거죠.
문제를 풀었다면 답이 2개가 나와버렸으니 그 두답 중 하나를 찍어서 맞춰야한다는 개념이 되어버려서 50%가 맞는거고 확률이라는 개념을 모른다면 말그대로 2/5가 되어버려야하는겁니다.
이 전제 조건이 없으니 저 문제는 오류가 발생한거죠.
Wild Surge
20/12/11 00:20
수정 아이콘
저도 전제가 모호하다고 생각해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추대왕
20/12/10 21:19
수정 아이콘
러셀의 역설... 집합론 마렵네요
20/12/10 21:19
수정 아이콘
원문은 말이 되는 것 같아요. 이 문제의 보기 중 하나를 랜덤하게 고르게 되었을 때 그 보기가 답이 될 가능성은 몇 퍼센트인가?
했을 때 써 있는 답의 보기가 4개 인데 그 중 2개가 "이" 문제 (4가지 보기를 가지고 있는 문제의 답을 랜덤하게 골랐을 때 니가 맞을 확률)의 답인 25%를 가지고 있어요. 그러면 내가 맞을 "그" 확률은 4개 중의 2개인 50%가 되는거죠.
부정관사 a랑 정관사 the의 뉘양스 차이때문에 답을 풀 수 있는 문제 같습니다?!
20/12/10 21:24
수정 아이콘
아 이게 맞는거같네요. 번역자가 이해못하고 한국식 5지선다형으로 번역한게 문제같네요.
아라온
20/12/10 21:43
수정 아이콘
틀릴 확률이 50프로가 넘을텐데,,
임시회원
20/12/10 22:29
수정 아이콘
찍었 을 때 너무 거슬림 크크 찍었을로 붙여주고 싶네요
antidote
20/12/10 22:58
수정 아이콘
쓸데없는 별론이긴 한데
객관식 문제라고 하더라도 찍어서 못맞추게 하는 방법은 사법고시 폐지 직전 시절처럼 8지 선다 + 복수답안까지 넣는 정도면 사실 충분하긴 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9196 [정치] 주택문제로는 가장 성공한, 싱가포르의 주택제도 이야기 [64] Leeka10842 20/12/11 10842 0
89195 [정치] "대선 나오지 마"··· 최강욱, 사실상 ‘윤석열 출마방지법’ 발의 [132] 죽력고12523 20/12/11 12523 0
89194 [일반] 부동산=투기 혹은 희망 이라는 공식에 대한 잡설 [15] likepa7513 20/12/11 7513 29
89193 [일반] 2040년이나 2050년의 한국은 어떨까요? [92] AaronJudge999711 20/12/11 9711 2
89192 [정치] 일산 제니스, 11년 만에 `미분양 오명` 벗었다 [42] 맥스훼인10104 20/12/11 10104 0
89191 [일반] 나에게 7년의 기억(서울 아시안 게임/올림픽) [8] boslex6488 20/12/11 6488 8
89190 [일반] 가장 맛있는 족발에서 살아있는 쥐가 나왔다고 합니다. [54] Leeka12381 20/12/11 12381 1
89188 [일반] [성경이야기]야곱의 거짓말 [21] BK_Zju11796 20/12/10 11796 14
89187 [정치] 조국 “공수처법 통과 촛불시민 덕분…故노회찬 의원도 기뻐할 듯” [81] 나디아 연대기12337 20/12/10 12337 0
89186 [일반] 일기장 프로그램,, 고민은 해결됬다! [18] 끄엑꾸엑8009 20/12/10 8009 9
89185 [일반] 이런저런 이야기. [8] 공기청정기6292 20/12/10 6292 3
89184 [일반] 이 문제를 찍었을 떄 맞출 수 있는 확률은? [17] Wild Surge24083 20/12/10 24083 5
89183 [정치] 공수처법이 국회 본회의 통과됬네요 [174] Salmon13000 20/12/10 13000 0
89182 [정치] [단독] 7년만에 모습드러낸 민주당표 차별금지법..종교·전도는 적용 제외 [25] 나디아 연대기10761 20/12/10 10761 0
89180 [정치] 전국 아파트값, 통계작성이래 최고 매매 상승률 기록 [175] Leeka13346 20/12/10 13346 0
89179 [일반] [단편] 새벽녀 - 1 [4] aura7807 20/12/10 7807 7
89178 [일반] [정보] 로도스도 전기 25주년 기념판을 크라우드 펀딩 하고 있네요. [21] 카페알파7509 20/12/10 7509 4
89177 [일반] 페이스북은 과연 반독점법 소송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9] Gottfried6369 20/12/10 6369 0
89176 [일반] 물고기의 즐거움 [9] 아난5971 20/12/10 5971 1
89175 [일반] 똥과 군인과의 가깝고도 먼 관계 [17] 트린7122 20/12/10 7122 11
89173 [정치] [단상] 문재인은 왜 박근혜 2.0 인가? [664] aurelius31061 20/12/10 31061 0
89172 [정치] 오늘의 메인이벤트 윤석열 징계위가 열리고 있습니다.-4명이서 심의합니다- [172] 죽력고16165 20/12/10 16165 0
89171 [정치] "너무 싸서 안된다" feat. 과기부 SKT [46] 카미트리아10572 20/12/10 10572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