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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5/30 15:38:41
Name 피잘모모
Subject [일반] 남중 다니다가 남녀공학 고등학교 다닌 썰
사내놈들과 3년동안 실컷 부대끼고 고등학교를 남녀공학으로 가게 되었을때, 사실 기대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기대나 걱정이나 모두 원인은 여자애들이었죠. 같이 지낼 수 있게되서 기대되고, 과연 내가 제대로 말이나 붙일 수 있을까 걱정되었습니다. 게다가 남녀합반이라 더욱 걱정되었죠. 제 성격이 친화력있는 성격은 아니다보니 (MBTI 성격 검사 아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저는 ISFP 유형입니다.) 쉽게 친해지진 않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1학년 때는 역시나... 말은 커녕 눈도 못 마주쳤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제 신념 중 하나는 "상대방 기분을 생각하며 말하자" 입니다. 너무 의식해서일까요, 아예 말을 안 했습니다. 그러니까 친해질 수가 없지... 지금 생각하면 참 바보같네요. 3년만에 같이 지내게된 또래 여자애들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지나칠정도로 기분을 고려하고, 말 하나하나를 조심했습니다. 결국 재미없는 말만 나오더군요. 대화가 진행이 안 됐습니다.

그래도 1학년동안 공부 잘하는 애라는 이미지만큼은 잘 씌어져서 모르는 거 물어보는 방식으로 꽤 많이 접촉하긴 했습니다만, 그게 답니다. 제가 생각해도 답답... 합니다. 남자애들하고는 꽤 많이 친해졌지만 여자애들하고는 도통 진전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 해가 흘렀습니다.

2학년은 상당한 변화가 있던 해였습니다. 같은 반이 된 여자애들이 지난 해와 달리 적극적으로 제게 말을 걸었습니다. 너무 기뻤죠! 아마 1학년 때 쌓아둔 '착하고 공부 잘하는데 조용한 남자애' 이미지가 드디어 먹히게 된 것 같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그냥 그 아이들의 선의...였겠죠. 흑흑...

아무튼 그런 식으로 말문이 트이고 나니 생각보다 쉽게 친해졌습니다. 저는 철없는 남자애들보다 (성차별 발언 아닙니다. 현장에서 느끼는 바 그대로랍니다...) 더 수준(?) 높은 여자애들과 얘기할 수 있게되어 좋았고, 여자애들은 시종일관 장난만 치거나 놀리는 남자애 대신 친절하고 조심조심 말하는 남자애를 신기해했던 것 같습니다.

이후로는 오히려 여자애들과 잘 놀았습니다. 남자애들하고는 끊겼다는 뜻이 아니라, 골고루 친해진 느낌이었습니다. 알게모르게 남녀간에 보이지않는 벽이 있었는데, 저는 그런게 없었어요.

이래서 저는 제 성격을 싫어하다가도 좋아하게됩니다. 친해지는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한번 친해지면 저나 상대나 굉장히 편안하거든요. 상대를 위해 손해보는걸 당연하게 여기는 저이기 때문에 관계를 잘 이어나가는 것이 수월했던 것 같네요.

이렇게 잘 친해지긴 했는데... 여자친구는 아직 없네요. 딱히 욕심은 없습니다. 그래도 중간중간 설렘(?) 모먼트가 있긴 합니다. 제 손을 보더니 손이 너무 이쁘다고 제 손을 만지작거리면서 자기 손을 갖다 댄다던지... 같은 동아리를 다니게 되었는데 지나가는 말로 "00이에 대해서 알아가는 시간으로 써야지" 이라고 하던지... 솔직히 안 설렐 수가 없지 않습니까! 그것도 사춘기 남고딩인데!


조금 두서없이 쓴 느낌이네요. 그만큼 쓰고 싶었던 글이었습니다. 이제야 저도 뭔가 내용이 정리된 기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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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30 15:45
수정 아이콘
손? 소오오오온? 만지작? 만지자아아악?
아직 안 사귀신 솔직한 이유가 듣고 싶습니다.
피잘모모
20/05/30 17:00
수정 아이콘
고백해서 받아들여지든, 거절당하든 이전과 같은 관계로 돌아갈 수 없다는게 두려워서랍니다.
SigurRos
20/05/30 15:50
수정 아이콘
고백 가시죠
피잘모모
20/05/30 17:01
수정 아이콘
용기가 생기지 않군요 흑흑
기사조련가
20/05/30 15:51
수정 아이콘
맘에 안드는 사람은 고백으로 혼내주세요
피잘모모
20/05/30 17:01
수정 아이콘
최대한 남의 장점만 보는 스타일이라 아직까지 맘에 안 드는 사람은 없답니다!
강동원
20/05/30 15:56
수정 아이콘
와 아조시들은 게임으로만 해 본 고등학교 로맨스다ㅏㅏㅏㅏ
피잘모모
20/05/30 17:02
수정 아이콘
와ㅏㅏㅏ... 사실 저도 제대로된 "로맨스"는 없었... 크흠...
칼라미티
20/05/30 16:00
수정 아이콘
부 럽 다!
피잘모모
20/05/30 17:02
수정 아이콘
고 맙 다 !
펠릭스30세(무직)
20/05/30 16:01
수정 아이콘
저도 중고등학교때 진짜 잘나갔었지요.....

사귄 남친의 수가 수십명이었습니다.
피잘모모
20/05/30 17:03
수정 아이콘
이런 세상에 엄청난 인싸셨군요! 남친이 그렇게 많으셨다니!
이지안
20/05/30 16:04
수정 아이콘
자 이제 혼내줄 시간이 왔다!!!
피잘모모
20/05/30 17:03
수정 아이콘
하하 언제든지 전 혼내줄 각오가 되어있습니다!
20/05/30 16:08
수정 아이콘
연애 많이 하세요. 지금 생각해보면 학교 다닐 때 연애가 정말 재밌었던거 같아요.
피잘모모
20/05/30 17:04
수정 아이콘
그게 제 맘대로 되는게 아니더라구요 흐규
소환술사
20/05/30 16:14
수정 아이콘
혹여나 마음에 들지 않는 학우가 있거든...고백으로 혼내주세요
피잘모모
20/05/30 17:06
수정 아이콘
그 사태가 일어나지 않게 하려고 최대한 마음에 들게 하도록 하고있습니다!
지탄다 에루
20/05/30 16:37
수정 아이콘
손을 만져준 아이와의 다음 스토리가 신경 쓰여요~
피잘모모
20/05/30 17:07
수정 아이콘
서로 귀여운 햄찌짤 카톡으로 공유하는 햄스터 동지(그 아이 피셜) 관계랍니다 아직 다음 단계로 발전한 기미는 안 보이네요 크크
배고픕니다
20/05/31 08:51
수정 아이콘
그러다가 점점 많은 이야기를 공유하고...그렇게 나아가는겁니다
피잘모모
20/05/31 10:09
수정 아이콘
흐흐흐 노력해보겠습니다!
별빛서가
20/05/30 16:43
수정 아이콘
아 그저 부럽습니다ㅠㅠ
피잘모모
20/05/30 17:08
수정 아이콘
하하... 1학년 시절의 저도 지금의 저를 부러워할 것같아요.
됍늅이
20/05/30 16:49
수정 아이콘
한 20년 전인 줄 알았는데 진짜 고등학생이 쓴 글이라니.. 부럽네요
피잘모모
20/05/30 17:09
수정 아이콘
흐흐 20년 전이라면 아직 저는 이 세상에 없었겠군요
은하관제
20/05/30 17:08
수정 아이콘
저도 중학교때는 남중이였다가 고등학교때 남녀공학이였고, 고1이랑 고3은 합반이였어요. 고3때는 반에서 대여섯커플이 나왔기도 했고요.

...그래서 얼마나, 몇번 연애해 봤냐고요? 혹시 저 커플 중 한명 아니였냐고요? 님 맞을래요?

그냥 문득 부러워서 하는 얘깁니다 예전 생각도 나고요 하핫
피잘모모
20/05/30 17:10
수정 아이콘
죄... 죄송합니다! 앞만 읽고 정말로 물어보려고 했어요!
물맛이좋아요
20/05/30 17:12
수정 아이콘
피지알러의 고백법이 생각나는군요!
피잘모모
20/05/30 17:15
수정 아이콘
뭔지는 모르겠지만 정상적인 방법은 아닌것같어요...
하늘깃
20/05/30 17:33
수정 아이콘
https://ppt21.com/recommend/1740

이런거 말하시는듯.....
피잘모모
20/05/30 18:21
수정 아이콘
아니 이런 크크크크크크
20/05/30 17:14
수정 아이콘
마지막에 '그때 이후로 여자와의 접점없이 마법사가되었습니다'의 회상으로 끝나야되는거 아니에오..? 현재진행형이라니
피잘모모
20/05/30 17:16
수정 아이콘
으으으 저주 내리지 마시어요! 정말로 그리될지도 모르니까요!
20/05/30 17:28
수정 아이콘
연애는 고2때 하는겁니다!! 고3땐 입시땜에 정신없어서 연애할 겨를도 없을거에요. 작년에 제가 뼈저리게 느꼈거든요.(ㅠㅠ) 성인되면 고등학교때의 그 풋풋함이 정말 좋은거였구나 느끼실겁니다. 화이팅!-작년까지 고딩이였던 모 피쟐러가...
피잘모모
20/05/30 18:21
수정 아이콘
그 말씀 요즘 뼈져리게 느끼고 있답니당...
及時雨
20/05/30 19:14
수정 아이콘
연애 열심히 하십쇼 안 그러면 15년 후에 여기 아저씨들처럼 됩니다...
피잘모모
20/05/30 20:26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그 어떤 말보다 확실히 와닿는군요 흑흑...
티오 플라토
20/05/30 20:18
수정 아이콘
연애 경험은 많을수록 좋은 것 같아요. 대학 가기 전에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그 인연이 끝나든 이어지든 대학 시절, 나아가 더 미래에 큰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피잘모모
20/05/30 20:27
수정 아이콘
흐흐 감사드립니다 경험에서 우러난 진심어린 좋은 조언인 것 같습니다!
Love&Hate
20/05/30 20:37
수정 아이콘
제가 만약 고2때의 저에게 편지를 쓰자면
'야 너 걔랑 사귄거 아직도 꼬리표처럼 쫓아다녀!!' 라고 말해주고 싶은데..
얼기설기 얽힌 관계에서는 제발 연애 하지마~~ 라고 조언해주고 싶은데..
제가 고딩때 이후로는 바람직하게(?)된것이 다 그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깨달은것이기때문에 그걸 인정하고 편지를 쓰다가 구겨버릴거같습니다.

구겨놓고는 미련이 남아서 그래도 같은반 만큼은 하지말라고 할껄 그랬나라며 되뇌일듯...
피잘모모
20/05/31 10:02
수정 아이콘
뭐든지 경험해봐야 깨닫는 법이니... 저는 그럴 용기가 없군요
20/05/30 21:33
수정 아이콘
남중다니다 예고에 진학하게 됐는데 우리반에 남자 학생은 저 포함 3명이였습니다.
사춘기 그 시절 고1 초반에 얼마나 쑥스럽던지.. 한달동안은 제대로 얼굴도 못봤는데 결국 자연스럽게 친해지더군요.
재미있는 3년이였습니다.
피잘모모
20/05/31 10:03
수정 아이콘
히익 예고 다니셨군요 저희 학년도 여초인데 더욱 심한 여초였네요 흐흐 확실히 여자애들하고 노는게 재밌긴 해요
세상을보고올게
20/05/30 23:23
수정 아이콘
아니 피지알에 이렇게 풋풋한 글이!
무려 고등학생!
진심 부럽네요. 군대 한번 더 가라고 해도 갈 듯
피잘모모
20/05/31 10:05
수정 아이콘
군대라니....! 저는 맘만 같으면 군대만 딱 건너뛰고 싶습니다 흑흑
20/05/31 00:42
수정 아이콘
15년전 고등학생때
학교- 야자(학원) - 귀가후 피지알이 일상생활이었는데 옛날 생각나네요

남중남고 나와서 글쓴님같은 추억은 1도 없었지만요
피잘모모
20/05/31 10:05
수정 아이콘
하하... 저도 그 패턴 밟고 있답니다 많이 지치네요
박근혜
20/05/31 00:49
수정 아이콘
제가 여고생에 대해 좀 아는데 아마 학교에서 피잘모모님을 좋아하는 여학생들이 꽤 있을 겁니다.
피잘모모
20/05/31 10:06
수정 아이콘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요 크크...
지켜보고있다
20/05/31 00:49
수정 아이콘
남중-남고-공대-군대-남초직장
저만 이 경로인가요? 다들 똑같은줄알았는데??
피잘모모
20/05/31 10:07
수정 아이콘
저는 남고 단계에서 끊었습니다 다행이네요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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