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입술을 깨문 채 말을 잃었다. 그런 나를 한심한 눈빛으로 보던 녀석이 책을 내려놓고는 점퍼를 집어 들었다.
“가요. 그런데 뭐 사 줄 거예요?”
생각지 못했던 질문이었다.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부대찌개 어때?”
녀석이 나를 보는 한심함의 정도가 세 단계쯤 더 강해졌다.
“하필 오늘 같은 날에요?”
“아니, 뭐, 그러니까 오늘 같은 날이라도 그런 데는 사람이 좀 적지 않을까 싶어서........”
허둥거리는 나를 바라보던 녀석은 또다시 몇 번째일지도 모를 한숨을 내쉬었다.
“하여튼 이러니까 여자친구가 없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예상은 틀렸다. 크리스마스 이브의 부대찌개 가게는 커플로 득시글거렸고 우리가 자리에 앉기까지는 무려 한 시간 이십 분을 기다려야 했다. 입구 안쪽에 마련된 좁아빠진 대기 장소에 우리는 나란히 앉았다.
사람들이 너무 많은 탓에 습기가 차서 숨쉬기가 답답할 정도였다. 게다가 부대찌개의 매콤한 냄새와 삶은 육수에서 풍기는 기름진 냄새가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피어오르는 땀 냄새와 뒤섞여, 차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괴이한 향기가 되어 사방에 흘러넘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초조해졌지만 막상 녀석은 오히려 태연했다.
“그럴 줄 알고 책을 가져왔거든요.”
녀석은 가방 속에서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나는 표지를 살핀 후 고개를 저었다.
“여고생이 읽을 만한 책은 아니네.”
“그거, 지나치게 편견에 사로잡힌 말 같은데요? 요즘 세상에.”
녀석이 고개를 들어 톡 쏘아붙이고는 다시 책으로 눈길을 돌렸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하기야 러브크래프트 단편집은 겨울에 딱 어울리는 책이긴 하지.
다행히도 부대찌개는 맛있었다.
(7)
“미안하다.”
나는 사과했다.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우리 서점은 직원을 둘 정도가 아니라서 말이야.”
녀석의 샐쭉한 표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나도 어쩔 수 없었다. 설령 녀석을 고용한다손 치더라도 월급을 주고 나면 나는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어질 터였다. 서점은 이미 저물고 있는 사업이었다. 대형 서점의 대두와 인터넷 서점의 등장으로 인해 문을 닫는 동네 서점이 하루에도 몇 개나 되었다. 내 서점의 수입도 몇 년 전에 비해 확연히 줄어들어 있었다. 그나마도 워낙 세가 저렴한 곳이라 그럭저럭 버티는 것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나도 이미 폐업 행렬에 동참한 지 오래였으리라.
그래서 녀석이 내 서점에 취업하고 싶다고 했을 때 나는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녀석의 제안 자체는 무척이나 고마웠다. 또 녀석의 일솜씨가 제법 훌륭하다는 사실도 잘 알았다. 만일 내가 직원을 뽑아야 한다면 바로 녀석 같은 사람을 뽑겠지. 하지만 세상에는 사정이라는 게 있는 법이었다. 어른의 사정이.
“그러면 지금처럼 종종 와서 일 거드는 정도는 괜찮죠?”
그렇게 말해 주니 고마워서 눈물이 날 정도였다. 그래서 나는 더욱 냉정하게 거절했다.
“안 돼. 이제 너도 성인이고 일을 해서 돈을 벌 나이잖아. 그렇게 네 노동력을 쓸데없이 낭비하지 마.”
녀석의 얼굴에 생전 처음 보는 표정이 떠오르는 걸 보고 나는 놀랐다. 그래서 급히 아무 말이나 덧붙였다.
“월급 받으면 여기 와서 책이나 좀 사 주던가. 아니면 홍보라도 좀 해 주고.”
“.......그럴게요.”
녀석의 대답에 나는 비로소 안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색한 분위기는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나는 괜히 주위를 휘휘 둘러보다가 문득 생각이 미쳐서 책장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책 한 권을 꺼내어 녀석에게 건넸다.
“자. 크리스마스 선물.”
“......지금은 3월인데요?”
의심스러워하는 녀석의 눈초리에 나는 대꾸했다.
“좀 늦은 선물이라고 해 두자.”
“근데 히페리온의 몰락이 선물로 주기에 적합한 책이에요?”
“아니 뭐.......”
고개를 외로 꼬다가 나는 말했다.
“그래도 댄 시먼스는 좋은 작가야.”
“뭐, 그건 그렇죠.”
녀석이 대답하고는 책을 받아들었다.
“고마워요.”
항상 인사를 잊는 법은 없었다.
(8)
그 일은 녀석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되었다.
“얼마 전에 찾아봤는데요. 외국에서는 카페와 서점의 결합이 인기래요.”
처음에는 그저 지나가는 말인 줄 알았다. 하지만 녀석은 서점에 들를 때마다 계속해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사람들이 서점에 와서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는대요. 그리고 재미있는 책이면 사 가는 거죠. 그러면 도서 매출도 늘어나고 가외로 커피를 파는 수입도 생긴다는 거예요. 또 새로운 문화 중심지로 젊은이들의 방문을 이끌어내기도 한다고요. 어때요? 해 볼 생각 없어요?”
나는 솔직히 당혹스러웠다.
“이 좁아빠진 서점에 커피를 마실 공간이 어디 있어?”
“옆 가게 비었잖아요. 거기 얻으면 되지 않아요?”
김밥집 사장님이 이제는 일 그만두고 손주나 보면서 살 거라고 선언한 뒤 사십 년이 넘도록 운영하던 가게의 문을 닫은 게 불과 며칠 전의 일이었다. 임대문의 종이를 붙여 두긴 했지만 워낙 허름한 건물이라 그런지 가게를 보러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니 마음만 먹으면 옆 가게를 빌리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난 여전히 난색을 표했다.
“내가 돈이 어디 있냐. 그리고 난 애당초 커피를 내릴 줄도 모른다고. 믹스커피도 잘 안 마시는데 무슨.......”
녀석은 한숨을 쉰 후에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꽤나 자주 본 표정이었지만 그렇다고 쉬이 익숙해지지는 않았기에 나는 찔끔했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녀석은 그날따라 더 이상 잔소리를 늘어놓지 않고 돌아갔다.
다음날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녀석은 내게 메모지 한 장을 내밀었다.
“이거 주문해 줘요. 전부 다 살 거니까.”
목록을 훑어본 나는 당혹스러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네가 이걸 다 산다고? 정말?”
“정말이죠. 내가 왜 거짓말을 해요?”
“아니, 그래도.......”
나는 중얼거리며 다시 한 번 목록을 읽어 내려갔다. 초보 바리스타의 비법. 원두커피의 세계로. 세계의 카페들. 커피 한 잔 하시지 않으실래요? 기타 등등 대략 열다섯 권쯤 되는 목록이 죄다 커피와 관련된 책이었다.
“제가 다 읽고 나면 빌려드릴 테니까 다 읽어야 해요. 아셨죠?”
녀석이 몇 번이나 다짐하더니 내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어서 출근해야 한다며 쌩하니 나갔다. 홀로 남은 나는 눈을 끔뻑이다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녀석의 추진력에 감탄했다. 과연 젊어서 그런지 활력이 넘치는구먼.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고 스스로 중늙은이가 된 기분을 맛보았다. 그런 후에야 나는 내가 녀석의 나이였을 때는 저렇게 활력이 넘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9)
녀석이 억지로 안겨다주는 수십 권의 책을 꼬박 육 개월 동안 읽은 후 혹독한 훈련을 거치고 나니 나는 어설프게나마 커피에 대해 한두 마디쯤은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내가 내린 커피를 맛본 후에 녀석은 이제 합격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처음에는 엉망진창이더니 이제는 커피 맛이 꽤 괜찮네요. 이 정도면 되겠어요.”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근심이 태산이었다.
“정말 하려고?”
녀석이 심드렁하게 되물었다.
“그럼 농담인 줄 알았어요?”
녀석은 내 서점 옆의 가게를 빌렸다. 육 개월 동안이나 비어 있었다는 이유로 상당히 후려친 모양이지만 그래도 결코 적은 돈은 아니었다. 어디서 돈을 마련했느냐고 묻자 녀석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퇴직금 나와요. 어제 사표 냈거든요.”
그리고 내가 미처 놀라기도 전에 덧붙였다.
“다음 달에 서점 문 닫고 인테리어 하자고요. 그리고 지분은 5 대 5예요. 아저씨랑 나는 이제 동업자라고요. 직원이 아니라 동업자. 알겠죠?”
글쎄. 세상에는 언제나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기 마련이니까.
놀랍게도 대성공이었다. 아직 카페라는 개념이 크게 대중화되지 않았을 시절이었다. 연인들이 데이트하던 곳은 카페라 아니라 커피숍이었다. 그런 시기에 새로 문을 연 카페 겸 서점은 젊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녀석은 과거에는 허름한 매대였지만 이제는 산뜻하게 변한 카운터에 서서 손님을 응대하고 주문을 받으며 계산해 주었다. 나는 주문이 들어오면 커피를 내리고 원하는 책을 찾아다 주었다. 손발이 꽤나 잘 맞았다. 하기야 녀석은 몇 년 동안이나 서점 일을 도왔으니까. 아니, 도왔다기보다는 그 때도 이미 녀석이 주도하고 있었다는 게 더 옳을지도 모르겠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우리 가게는 일약 명소로 발돋움했다. 그렇다고 돈을 갈퀴로 긁어모을 만큼 많이 벌었다는 건 아니다. 그래도 예전에 서점을 운영할 때보다 수익이 세 배 정도는 늘었고, 월세를 내고 나와 녀석의 인건비를 계산한 후에도 아주 약간이나마 저축을 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어때요. 제 말 듣길 잘했죠?”
언젠가 장사를 마무리하고 있을 때 녀석이 물었다. 그날따라 엄청나게 몰려든 손님들을 상대로 커피를 내리느라 녹초가 되어 있었던 나는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그러네.”
녀석이 내게 다가오더니 오른손을 내밀었다. 의자 위에 널브러져 있던 나는 놀라서 녀석을 올려다보았다. 녀석이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뭐 선물 없어요?”
“선물?”
“오늘 크리스마스 이브잖아요.”
아. 그때서야 나는 비로소 그날 손님이 많았던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녀석의 얼굴만 멀뚱히 바라보았다. 녀석은 고개를 가로젓더니 등 뒤에 감추고 있었던 왼손을 내밀었다.
“여기 선물요.”
“어.......”
나는 한참 동안이나 당황해 있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고마워.”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로 크리스마스 선물은 처음이었다. 녀석이 점퍼를 입으면서 물었다.
“배고픈데 저녁 먹으러 가요. 뭐 먹을까요?”
그런 대답은 하지 말았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꽤나 놀라고 감동받아 들뜬 상태였다. 그렇기에 내 대답은 일말의 고민조차 없이 툭 튀어나오고 말았다.
“부대찌개.”
녀석은 얼굴을 찡그렸다. 그러나 더 이상 무어라 말하지는 않았다.
(10)
그날따라 미용실 사장님의 재촉이 심했다.
“서점 사장님. 장사 잘 되는 건 좋은데 지금 머리 꼴이 말이 아니에요. 머리 안 깎은 지 얼마나 됐어요?”
“어....... 석 달인가.......”
덥수룩한 데다 흰머리가 군데군데 섞인 머리를 벅벅 긁어대는 내 모습을 보며 미용실 사장님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이 딸과 지나칠 정도로 흡사해서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오늘 저녁에 일 마치면 와요. 가게 열어둘 테니까. 안 오면 안 돼요.”
그렇게 우격다짐하는 바람에 나는 가게를 닫은 후 미용실로 향했다. 녀석이 가맹점을 내는 문제로 지방에 내려가 있어서 나는 혼자였다.
미용실 사장님은 약속대로 문을 닫지 않은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미용실은 십여 년 전과 다름없이 조그마했고 의자는 달랑 둘밖에 없었다. 하지만 사장님의 부지런한 손길 덕분에 내부는 언제나 깔끔하고 단정했다.
내가 의자에 앉자 사장님이 천을 두른 후 가위를 들고 가위질을 시작했다. 나는 어색하여 그냥 눈을 감고 자는 척했다. 가게 안은 조용했기에 서걱대는 가위 소리가 귓가에 울릴 뿐이었다. 그때 문득 사장님이 말을 걸었다.
“서점 사장님.”
“예?”
나는 눈을 뜨지 않은 채 대답했다. 미용실 사장님이 물었다.
“혹시 스위니 토드라는 영화 보셨어요?”
“예.”
나는 대답했다. 조니 뎁이 나오는 영화다. 미치광이 이발사가 면도를 해주다가 손님들의 목을 그어버리는 이야기다. 손님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으면 이발사는 의자 아래쪽의 발판을 눌러 시체를 아래층으로 내려 보낸다. 그리고 그 시체로 파이를 만들어 판다.
그 생각을 떠올리자 나는 문득 목덜미가 서늘해지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물론 미용실 사장님은 스위니 토드가 아니고 면도칼을 손에 들고 있지도 않다. 그리고 이 건물에는 고기 파이를 파는 가게도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어쩐지 무서운 기분이 들어 눈을 살짝 떠 보았다. 그리고 거울 너머로 사장님과 눈이 마주쳤다.
사장님이 싱긋 웃었다.
“지금 내가 스위니 토드라고 생각했어요?”
“설마요.”
나는 거짓말했다. 사장님이 손을 멈추지 않은 채 말했다.
“어쩌면 스위니 토드가 될 지도 몰라요.”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기에 나는 얌전히 있었다. 사장님은 가위를 놓고 다른 가위를 들더니 내 윗머리를 치기 시작했다.
“나는 저 아이를 가졌을 때부터 여러 번 상처를 받아온 사람이에요. 아이 아빠는 나를 버렸고 남편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죠. 그래서 상처받은 여자가 얼마나 슬퍼하는지 잘 알아요.”
나는 여전히 얌전히 있었다. 사장님은 다시 가위를 놓고 또다시 다른 가위를 들더니 내 귀밑머리를 조금씩 다듬었다.
“그러니 부탁할게요. 그 아이한테 잘 해 줘요. 안 그랬다가는 내가 스위니 토드가 될지도 모르니까.”
그녀는 굽혔던 허리를 펴고 내 머리 상태를 살폈다. 덥수룩하던 머리가 깔끔하게 다듬어져 거울 속의 내가 낯설 지경이었다. 미용실 사장님이 손에 왁스를 바르더니 내 머리 곳곳을 만졌다. 이내 내 머리는 평생 단 한 번도 하지 못했던 모습이 되었다. 마침내 사장님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내 몸에 둘렀던 천을 걷어내 털었다.
“내일이 크리스마스 이브인 거 알죠?”
“예.”
여전히 거울 속의 모습에 놀란 채 나는 멍하니 대답했다. 거울 속에서 미용실 사장님이 싱긋 웃었다.
“데이트 신청하기에 부끄러운 머리는 아니겠네요. 안 그래요?”
정말로 그렇다고 나는 생각했다.
(11)
책을 보고 있던 얼굴을 들자 꼬마 여자아이의 얼굴이 있었다. 나는 책을 펴 놓은 채로 싱긋 웃었다.
“여긴 어떻게 왔니?”
“버스 타고 왔죠.”
녀석이 똑부러지게 대답하고는 내가 보던 책을 가리켰다.
“그거 무슨 책이예요?”
“아. 이거?”
나는 책을 들어 보였다. 녀석이 제목을 읽더니 얼굴을 찡그렸다.
“내 이름은 콘래드? 이상한 제목이네요.”
“제목은 그렇지.”
나는 인정했다.
“그래도 재미있는 책이란다.”
녀석의 얼굴에 흥미가 일었다.
“가져가서 봐도 돼요?”
“물론이지.”
나는 대답한 후 몸을 일으켰다.
“네가 온 걸 보니 저녁을 먹으러 갈 시간인가 보구나.”
녀석이 쫑알대듯 말했다.
“엄마가 얼른 오래요. 부대찌개 끓여놓았다고.”
“그거 좋지.”
나는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딱 맞는 음식이야.”
나는 직원들을 퇴근시킨 후 마지막으로 남아 문단속을 했다. 그 동안 녀석은 내 의자에 기어올라 앉아서는 내가 보던 책을 읽고 있었다. 내가 퇴근할 준비를 끝내자 녀석이 고개를 들고 미간을 모았다.
“좀 어려워요.”
“아직 초등학교도 안 들어갔으니 너무 어려우려나.”
나는 싱긋 웃으며 책을 건네받았다. 그리고는 페이지를 훌훌 넘겨 마지막 부분을 폈다.
“하지만 이 마무리 부분이 정말 멋지단다. 그래서 이 책을 좋아해.”
“그래요?”
“그리고 말이다.”
나는 비밀을 알려주듯 딸에게 속삭였다.
“사실 이 책은 네 엄마가 내게 처음으로 선물한 책이란다.”
아이의 얼굴에 떠오른 흥미어린 기색을 보면서 나는 책의 마지막 부분을 소리 내어 읽었다.
-그렇다면 이야기를 끝내기엔 이쯤이 좋을 것이다.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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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니 최근 몇 년 간, 피지알, 아니 굳이 피지알 한정으로 할 것도 없이. 제가 읽었던 글 중에 가장 돋보이는 글이었습니다. 이것저것 여쭙고 싶은 것도 많고, 이 글이 정말 훌륭한 작품인 여러 이유를 설명하고 싶은 생각도 들고, 가벼운 농을 던져 글곰님의 반응을 보고 싶은 유혹도 들지만, 되려 난잡한 덧칠이 될 것 같습니다.
안알랴줌!
... 은 농담이고 -_-
이제 보니 글에 대한 감흥이 너무 깊어 주절거렸네요. 굉장히 긴 장문의 질문이 될 것 같았습니다. 괜한 시간 뺐을 것이 우려되어 질문은 나중에, 아니 마음 속에 담겠습니다. 행여 다른 글을 올려주신다면 그 때 몰아서 드릴지도? 다시 읽어도 좋은 글이예요.
앞으로도 좋은 글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