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초중반, 24시간 동안 차량의 내구도를 점검하는 르망 24시 레이스의 절대 강자는 페라리였습니다. 그리고, 1966년, 미국의 포드는 이 르망 24 레이스에서 타도 페라리를 외치며 야망 넘치게 도전했습니다.
<포드 V 페라리>는 이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입니다. 영화 내용을 살펴보면 제목의 '포드 vs 페라리'의 대결보단 엄밀히 따져서 '셸비 vs 포드'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에요. 역시 내부의 적이 제일 무섭다는 결론을 안겨주는 영화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미친 레이싱 장면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음악과 음향의 효과가 엄청납니다. 제가 아이맥스를 못 봤지만, 만약 주변에 아이맥스관이 있으시다면 소리만 듣기 위해서라도 아이맥스를 추천드려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요. 엔진 소리에 속도감이 더해지는 각종 효과음이 어마 무시합니다.
여기에 편집이 화룡점정에 가까워요. 일단 요새 차가 중심인 영화가 적은 걸 감안한다고 해도 영화상에서 기어 변속으로 리듬감을 만든 영화는 찾기 참 힘들었거든요. 근데 이 영화에서는 찰떡같은 변속이 영화의 흥을 돋워줍니다.
영화의 서사는 캐롤 셸비와 켄 마일즈의 시련과 도전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타도 페라리를 위해 뭉쳤지만, 실패도 경험하고, 끝끝내 성공을 이뤄내는 이야기요. 저는 이야기 내에서 좀 흥미로웠던 게 크리스찬 베일이 맡은 켄 마일즈의 틱틱 거리는 성격이었습니다. 정확하게는 '양복쟁이'들에게 대하는 태도 같은 부분이요. 켄 마일즈는 영국인이긴 하지만 어쩌면 미국의 로망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그려내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싶더라고요. '지나치게 순수하다'라고 비난 받기도 하지만 '약속한건 우승이 아니라 레이스였다'고 말하고 자동차의 한계까지 밀어 붙이는 그런 캐릭터로서요. 그런 점에서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가 뛰어났습니다. 틱틱대고 살짝 꼬인 성격이면서도 열정과 순수함을 갖춘 캐릭터가 약간 삐딱한 시선이나 입모양, 행동 하나하나에서 묻어나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켄 마일즈를 일종의 로망, 순수함으로 놓는다면 반대 급부로 대척점의 비비는 현실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겠죠. 영화 자체의 구조가 스포츠 드라마의 성격이 강해요. 그닥 호의적이진 않은 상부의 반응과 그에 불구하고 도전하고 이뤄낸 팀. 다만 희망적 결말을 약속하는 스포츠 드라마보단 (실제 사건 배경이라 어쩔 수 없었겠지만) 냉소가 살짝 묻어나오는 마무리까지. 어쩌면 르망에서 우승한 마지막 미국 차라는 자막도 이런 느낌을 조금 더 배가 시킨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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