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8/04/29 15:28:50
Name Harry Hole
Subject [일반] 오늘의 책읽기는 실패
무언가를 그렇게 메모하는 습관은 없는데도, 노트와 연필이 없으니 책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종종 드나들었던 카페에서 커피를 시켜놓고, 책을 덮었다. 이 가수, 저 가수, 노래 탓을 해보다가, 결국, 문구점을 찾아 나섰다. 오래된 대학가 앞의 새로운 간판들 사이로 문구 비슷한 글자들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아트박스에 들어가 또 다시 두리번거린다.  basic이라는 노트의 심플한 겉면이 맘에든다. 녹색연필까지 하나. 1400원. 노트가 1000원 인가 보다.    

돌아와서 다시 책을 펴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이번엔 유당불내증이다. 배꼽근처에서 부터 올라 오는 내면의 소리에 온갖 글자들이 흔들거렸다. 이어폰과 전화를 챙겨 들고 밀실로 향했다. 애니팡의 등장 그 이후로, 화장실 대기시간의 평균 4분 증가했다는 글을 본적이 있다. 4분의 시간을 좀 더 만끽하기에는 한칸 뿐인 화장실이 야속해 맘이 조급하다. 그래도 인터넷 영상 몇 개와 함께 잡지식은 늘었고, 휴지는 소모 되었으며, 앞으로 라떼보다는 아메리카노를 마시기로 했다.

3주 째 끝내지 못한, 그 소설을 오늘은 끝내려고 정말 마음을 먹었었다. 지방발령과 들어차는 나이, 길어지는 솔로기간은 책을 읽기에 그다지 나쁜 조건은 아니다. 그럼에도 몰두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띠지에는 아마존 1위라는 문구와 별다섯개가 분명히 찍혀있었다. 작가는 상을 받았고, 인터뷰를 했고, 차기작 번역이 또 예정되어 있다. 에어컨 바람은 괜히 내 머리 쪽으로 자꾸 오는것 같고, 책상은 흔들거려 기대기 좋지 않고, 좋다고 앉은 구석 자리는 스피커 바로 밑이라 뒷골이 울린다.

455페이지의 책값 13800원. 이 책을 읽기 위해 몇 번 카페를 찾아 지출한 커피값이 그 정도는 가뿐히 넘어버렸다. 괜히 헛웃음이 낫다. 오늘도 결국 실패할거 같은 예감이다. 그래도 오늘은 신메뉴의 맛을 알았고(나랑은 안 맞고), 초록색 연필 한자루와 , 노트 하나가 생겼다. 다음부터 피해야 할 자리도 알아버렸고...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염력 천만
18/04/29 16:11
수정 아이콘
육아+직장생활하느라 독서할 시간을 너무너무 못내고있는데 그래도 핑계겠지요?
김대중 대통령같은 바쁜분도 독서를 놓지 않으셨으니..
언제쯤 여유롭게 독서할수있을지
Harry Hole
18/04/30 08:01
수정 아이콘
저는 시간은 있는데 참 손에 잡히지가 않아요. 유튜브, 네이버등등의 짧은 영상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건가봐요...
비가오는새벽
18/04/30 12:32
수정 아이콘
정말 공감합니다. 인터넷에 짧은영상에만 익숙해지다보니, 영화 한편 보는것도 전 왠지 큰맘(?)먹고 봐야하더라구요.. 책 안본지도 오래라 보려고 노력해야하는데 쉽게 마음 잡기가 어렵네요.. 거참,, 그렇게 게임은 열심히 하면서!?
Jedi Woon
18/04/29 17:39
수정 아이콘
그래서 전 화장실에서 이북을 읽습니다.
덕분에 화장실에 엉덩이 붙이는 시간이 평균 5분 늘었습니다.
Harry Hole
18/04/30 08:26
수정 아이콘
저도 작년에 열정이 불타올라 크레마를 구입했었는데 장거리이동시 만화책뷰어로 바뀌었스빈다....
18/04/29 17:54
수정 아이콘
나이와 함께 낮아지는 집중력, 체력과 산만하게 멀티태스킹을 요하는 직장생활까지,
챍 읽는 능력을 점점 사라지게 하는거 같아요.

언제부턴가 환경이 아니라 나 자신이 문제라는걸 느낍니다.
Harry Hole
18/04/30 10:06
수정 아이콘
저도 문제긴한데.. 최고의 문제는 이놈의 스마트폰인거 같아요.
TheLasid
18/04/29 19:37
수정 아이콘
책 제목이 뭔가요? 사연을 읽으니 흥미가 동하네요 :)
Harry Hole
18/04/30 08:04
수정 아이콘
요네스뵈의 해리홀레 시리즈중에서 한권입니다. 스노우맨을 너무 충격적(긍정적으로)으로 봐서 국내번역되는 것들은 일단 구입은 다 완료했는데, 초기작들은 타이트한면이 조금 부족하긴 하네요.
강미나
18/04/29 19:47
수정 아이콘
혼자 있으니 아무리 바빠도 짬내서 책 읽을 시간은 있네요. 다행인건지.... ㅠㅠ
Harry Hole
18/04/30 08:24
수정 아이콘
어서 탈출하시길.... 제가 남 정할 처지가 아니긴 하지만 크크.
로즈엘
18/04/29 21:41
수정 아이콘
취업 후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너무나도 할게 없어서 책을 한번 읽어보고 있는데 예전만큼 진도를 못 빼는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 어느정도 빠르게 읽는 편이라 생각했었는데 나이가 먹은건지 아니면 책에 손을 너무 놓아서 그런가 싶기도 합니다.
죽자군
18/04/29 23:37
수정 아이콘
책을 읽는 시간의 양이 중요하기보단 책의 내용을 곱씹는 시간과 방법의 질이 더 중요하더군요.
어릴땐 그런거 없이 마구 읽어대도 머리속에 웬만큼 들어오니 대충 읽고 넘어갔다면 지금은 느릿느릿 한발 걷고 주변 살펴보고를 반복하는 느낌으로 변했습니다.
Harry Hole
18/04/30 08:11
수정 아이콘
저도 학생시절에 무협, 판타지 꽤나 읽어치운다는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스무살 초기무렵 히라노 게이치로의 '책을 읽는 방법'이라는 책을 읽고 작가가 주장하는 지독,재독론에 상당히 공감하고 그대로 실천하려고 노력중입니다.
아마데
18/05/01 02:22
수정 아이콘
최근에 책을 읽으려고 시도해 봤는데 저는 빌려서는 못 읽겠더라고요. 3주가 짧은 시간이 아닌데 왠지 모르게 그 안에 못 끝내서...사서 읽은 책 또 읽기를 좋아하기도 하구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6841 [일반] [드래곤볼/스포일러] 야무치의 전적 [45] 태연이11455 18/05/01 11455 3
76840 [일반] (삼국지)가정의 달 특집 : 등산왕 마속놈 [141] 글곰28882 18/05/01 28882 57
76839 [일반] 작전과 작전 사이 (6) - 신물경속 [12] 이치죠 호타루7049 18/05/01 7049 11
76838 [일반] 10KM 마라톤 대회 나가려고 연습하면서 산 정말 만족했던 블루투스 이어폰.JPG [58] 살인자들의섬15892 18/05/01 15892 6
76837 [일반] G6 오레오 먹인 후기 [19] 하심군14776 18/05/01 14776 0
76835 [일반] 19) 근로자의 날 아침 [25] Hallu15733 18/05/01 15733 50
76834 [일반] 2014년에 (제 기준에서) 공포스러운 사건이 있었네요(+추가) [34] 착한아이12676 18/05/01 12676 3
76833 [일반] 스포/슈타인즈 게이트 다시 봤습니다. [12] 생선맛있네요6111 18/05/01 6111 0
76832 [일반] 4대강 수질 근황 [26] 히야시16200 18/05/01 16200 2
76831 [일반] Daily song - 내 곁에 서 있어줘 - BTOB-Blue [2] 틈새시장5396 18/04/30 5396 1
76830 [일반] (스포) 어째서 마블은 잘 나가고 DC는 죽만 쑤는 걸까? [100] 마스터충달15003 18/04/30 15003 19
76828 [일반] [영화추천] 어벤져스도 좋지만, 이 영화를 놓치지 마세요. [51] 공격적 수요13052 18/04/30 13052 1
76827 [일반] 최근에 들린 맛집들(부제 '님아 거기로 가면 난 어쩌리오' / 데이터주의) [17] 치열하게9220 18/04/30 9220 11
76826 [일반] 축농증 수술후기 [36] 유아린22903 18/04/30 22903 6
76825 [일반] 뇌에서 기억이 저장되는 시냅스 발견 [33] imemyminmdsad11757 18/04/30 11757 5
76824 [일반] 예비 아빠들을 위한 경험담 공유를 해볼까 합니다. [40] 쉬군10734 18/04/30 10734 8
76821 [일반] 2018년 대한의사협회장 선거와 시사점 [42] 여왕의심복14343 18/04/30 14343 32
76820 [일반] [육아] 아이 주도 이유식 식단표를 만들었습니다. [14] 메모네이드10012 18/04/30 10012 1
76819 [일반] 육아는 템빨 (Feat.중고나라) [70] 비싼치킨23320 18/04/30 23320 47
76818 [일반] 오바마에 대한 평가 [114] shangrila4u19008 18/04/30 19008 4
76817 [일반] Daily song - 거북이 of 트와이스 [10] 틈새시장8979 18/04/29 8979 3
76814 [일반] 오늘의 책읽기는 실패 [15] Harry Hole7667 18/04/29 7667 6
76813 [일반] 스크린 독과점 과연 문제일까? [32] ioi(아이오아이)9101 18/04/29 9101 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