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11/10 17:04:30
Name IRENE_ADLER.
Subject [일반] 요즘 상황을 보며 드는 맥락없는 생각들
1. 교도소에서 공보의를 했던 지인이 이런 얘기를 해줬습니다. 경제사범, 속칭 사기꾼들은 진짜 노답이라고. 왜 그런고 하니 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돈을 자기 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죄책감같은 게 없다고 합니다. 어차피 뭇 서민들이래봐야 제대로 돈쓰지도 못하고 자기처럼 쓸 줄 아는 사람이 써야 한다라나요. 그래서 환자로 볼 때도 다른 죄수들처럼 고분고분하다거나 이러기보다는 오히려 자기에게 공사치려 든다고 하더라고요.


2. 예전에 어느 높으신 분이 있었습니다. 이 분은 독재로도 유명한데 의외로 권력을 그렇게 휘두른 것치고는 부정하게 쌓아둔 돈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고 합니다. 혹자는 그 사람이 독재는 했어도 청렴했다고도 하는 한편 다른 혹자는 그 사람은 애초에 나라가 자기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굳이 쌓아둘 필요성을 못 느낀 게 아니었겠는가 하는 이야기도 하더랍니다. 물론 제가 눈으로 보고 들었던 분은 아니라 어느 쪽에 가까웠는지는 제가 판단하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3. 4대 강으로 대한민국을 크게 호령하며 여기 저기 후벼파신 어느 오뎅먹방러와는 다르게 문화체육관광부를 찍은 것은 굉장히 예리한 판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눈 먼 돈이야 어느 부처에건 있겠습니다마는 문화예술이라는 영역은 제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에서 더더욱 그렇다고 봅니다. 속된 말로 조용조용해먹을 수 있죠. USB를 100만원주고 사면 누구나 뭔가 한 번쯤 으잉하는 생각은 들겠지만 뮤직비디오찍는 데 5억이 들었다 10억이 들었다 이런 건 뭐라 말하기가 참 어렵거든요. 이 상황과 별개로 달의연인에 150억든 건 좀 으잉하긴 합..

약간 의아한 건 지금 돌아가는 걸로 볼 때 최모씨는 그저 일반인에 불과한데 정부 부처가 어떻게 돌아가고 그래서 눈 먼 돈이 나올 만한 곳을 어떻게 정확하게 찍어냈는가입니다. 그 정도로 직관이 뛰어난 사람은 아닌 것 같던데.. 누군가의 힌트가 있었던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만 최소 VIP는 아닌 것 같네요.


4. 아버지는 최모씨고 고모씨고 차모씨고 그렇게 자기 마음대로 할 거면 청와대에 들어가지 왜 밖에서 그 난리를 쳤냐고 하십니다.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특혜라는 건 보통 수혜를 주는 사람이 처벌을 받습니다. 거기에 수혜를 받은 사람이 뇌물이라도 줬다면 모르겠는데 지금처럼 갑을이 뒤집힌 상황에서 그랬을지는 약간 의문입니다. 그러니 만약 그냥 자기 수하부리듯 이것저것 수혜를 요구했고 그 과정에서 특별한 금전이 오가지 않았다면 그녀 외의 사람들을 무슨 죄목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듭니다. 일단 공무원이 아니거든요.

그녀가 정말 말도 안 되는 짓을 벌였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이 벌어지리라는 생각은 못했을 겁니다. 그러니 이런 것에 대한 처벌 규정이 있을 리 만무할 테고요. 우리는 어쩌면 그 어느 나라에서도 처벌규정을 만들어놓지 않은, 법학계에 충격적일 수 있는 선례를 경험하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5. 어머니는 평소에 그 분이 수하들에게 잘 못했는지 어떻게 하나 같이 다 몸통으로 그 분을 지목하느냐는 이야기를 하십니다. 제 생각은 또 조금 다릅니다. 그 수하들이 자의적으로 저질렀다면 몰라도 상관의 명령이라면 다르게 봐야 할 테니까요. 기사들을 쭉 훑어보면 대부분 VIP의 지시였다는 이야기를 할 뿐 그 지시가 옳은가 그른가에 대한 이야기가 없습니다. 당연하죠. 원래 상명하복 체계라는 게 결국 윗선이 책임져야 하는 것이니까요. 그저 VIP의 지시를 따랐다면 그들이 한 행동의 결과의 책임은 그들보단 그들의 윗선으로 향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가 분노하는 것에 비해 미미한 처벌로 끝마칠지도 모르죠.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을 VIP가 제대로 책임을 질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면 관건인데..


6. 그렇다면 이 사태의 원흉 VIP는 어떻게 될까요. VIP가 그런 특혜를 챙겨주는 대가로 다른 무언가를 받고 뒷돈을 챙겼다면 이야기는 의외로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나라가 자기 것인 탓에 굳이 자기 것으로 쌓아두지 않았던 어느 분을 알고 있고 전 재산이 29만원 밖에 없지만 수하들에게 어찌나 잘 해줬는지 지금도 여전히 건강하게 잘 살고 있는 어느 분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VIP는 우리보다도 그들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르죠. 그냥 지금 생각으론 그렇습니다. 정권이 바뀌고 VIP가 처벌을 받는다 하더라도 그 말년이 우리가 바라는 것처럼 그렇게 처절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


7. 그리고 의외로 VIP의 사람들 역시 같은 느낌으로 돈을 자기 곳간에 쌓아두는 금전욕을 부린 것이 아니라 나라의 곳간에 쌓인 돈을 자기 멋대로 쓰고자 하는 권력욕을 부린 것이라면 이번 사태를 법적으로 처벌하기가 어려울 것 같단 생각을 많이 합니다. 솔직히 KT 위성처럼 공무원이 나랏돈을 이상하게 써도 처벌받을까 말까인데 일반인이 나랏돈을 이상하게 쓴 걸 어떻게 처벌할까 싶기도 해서,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그냥 마구 챙긴 거면 하는 어이없는 바람도 듭니다. 진짜 속된 말로 옛날 같았으면 저잣거리에 끌려나와 무슨 짓을 당했어도 당했을 것 같은데 어쨌든 지금 사회에서는 법적 절차에 따라 처벌이 이뤄질 수 밖에 없고 관련 조항이 없으면 처벌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기도 합니다만... 오늘도 몸 여기저기에서 사리가 생기는 것 같군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잠자는 사서
16/11/10 17:09
수정 아이콘
혼세하다 혼세해
16/11/10 17:16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

사대강에서 문화예술로의 변화.. 토목에서 예술로의 변화는 정말 전략적이죠.
Quantum21
16/11/10 17:42
수정 아이콘
이 사태가 법적으로 아주 황당한 사건이라고, 선출된 권력을 조건없이 다른 이와 공유하는 사태는 어떤 법학자도 상상하지 못했을거라고 하더군요.

이 사건이후에는, 공직자가 아닌자가, 마치 공직자처럼 권력을 행사하는 경우에 처벌할만한 근거조항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부당권력 방지법이 되려나..
아린미나다현
16/11/10 18:18
수정 아이콘
전노 때처럼 특별법 입법하면 되지않나요?
수가 딸려도 입법 거부되면 새누리가 다 그 위험을 뒤집어쓸텐데
야당들은 특별법 입법을 왜 하지 않는 걸까요
cadenza79
16/11/10 19:22
수정 아이콘
오늘의 사례를 계기로 본문과 댓글에 언급된 법이 향후 만들어질 수는 있습니다만,
그 법으로 지금 문제되는 사람들을 처벌하는 것은 헌법위반이라 안 됩니다. "행위시" 법률이 아니면 처벌할 수 없거든요.

현행헌법 제13조
① 모든 국민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하며,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
②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
③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

이것은 어쩌면 당연하고 현대국가는 거의 모두 이런 조항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렇게 하지 않으면 권력자가 맘에 들지 않는 사람을 법을 만드는 방식으로 마구 처벌할 수 있게 됩니다. 반정부인사의 씨를 말려버릴 수도 있습니다. 지금이 여소야대라 그렇지 불과 1년 전의 국회 구성을 생각해 보면 끔찍하지요. 심지어 유신헌법에도 이 조항은 있었습니다. 없었다면 더 심했겠죠.

72년 헌법 제11조
① 모든 국민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하며,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
②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의 제한 또는 재산권의 박탈을 받지 아니한다.

말씀하신 특별법은 행위 당시에 법이 없는 경우가 아니고 노대통령 재직시까지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이것도 헌법 제13조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어(그 외에도 쟁점이 많아서 시험에 잘 나오는 헌법판례입니다) 장세동, 유학성 등이 위헌청구를 하기도 했고, 헌재는 5:4로 위헌불선언결정을 했습니다(6:3이어야 위헌이 되는데 위헌의견이 5명이라 합헌).
Samothrace
16/11/10 17:47
수정 아이콘
시리씨는 직관은 뛰어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무당이니까 그런 직관 같은 건 있다고 쳐도 뭐 외려 이상한 일은 아닐 것 같네요.
직관력이 있다고 멍청하지 않은 건 아니니까요.
六穴砲山猫
16/11/10 17:51
수정 아이콘
본문에 나오는 그 오뎅먹방러는 국밥도 참 맛나게 잘 드셨죠. 문제는 나라도 국밥 말아먹듯 후루룩 말아드셔서 ;;;;;;;;;;;;
-안군-
16/11/10 17:52
수정 아이콘
저도 왠지... 최순실 자신은, 이권보다는 권력놀이(?)가 하고 싶었던게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나 옷 챙겨주고, 연설문 고쳐주고... 하는걸 보면, 사실 저런거 할 시간에 한푼이라도 더 챙기지... 싶을 정도거든요.
오히려 그 밑에 있던 차은택이라던지 다른 측근들이 이권을 가져가려고 애쓴 것 같고요.

솔직히, 전대미문의 사건인지라, 이걸 어떤식으로 처벌할 수 있을지 의문이 가기도 합니다.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국가보안법을 적용해 주길 바랍니다. 국가원수를 위협한 존재니까, 아주 빡세게...
누네띠네
16/11/10 18:08
수정 아이콘
문체부를 찍은 것은 이명박이 토목공사한거랑 똑같은겁니다.
할줄아는게 돈쓰고 노는거 밖에 없으면 자연히 문화관광체육쪽으로 관심이 쏠리게 되고 그 쪽을 잘 알고 그 쪽으로 해먹을 구석이 잘 보이는거죠.
16/11/10 18:23
수정 아이콘
카지노 얘기도 나오고 사드 뽀찌만 미리 먹었어도 자잘한 몇 천억 가지고 장난 안칠거였다는 뒷통수가 뻑뻑해 지는 현기증이 나는 소리도 나오고.

이제 국가가 하는 모든 사업과 국정에 신뢰가 안든다는게 큰 문제 같아요.
어마어마한 재정적자를 명분으로 대규모 공사를 한다고 하면 저기에도 맥쿼리가 끼나 권력자들 측근 누가누가 있나 살피게 되고 어린 군인들 피 빨리나 걱정되고 트럼프랑 김정은이 햄버거가게에서 만나는 뉴스구경하게 될 것 같고 대기업들의 무차별 인원감축은 뉴스 거리도 아닐것 같고 쏟아져 나오는 실업자들 자영업자들, 정부믿고 부동산 투자했다고 울부짖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슬퍼할 기운도 없을것 같아 걱정이에요.
Biemann Integral
16/11/10 18:24
수정 아이콘
최순실은 아마 권력을 맛보고 즐기는데 주력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하는 즐거움에 중독되지 않았을까요?? 기업들에게 돈을 요구한 것도, 돈보다는 자기 앞에서 굽신거리는 사람들을 보고싶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안군-
16/11/10 19:40
수정 아이콘
그리고, 솔직히... 문화체육쪽이랑 평창올림픽에 집착한걸 보면, 돈 나올데를 제대로 짚을 정도의 머리는 없었던걸로...
제대로 해먹으려면 가장 예산이 많이 쏠리는 곳을 건드렸어야죠. 문체부 예산은 전체 예산 비율에 비하면 쥐꼬리인데요,

보건복지, 교육, 국방...을 건드렸으면, 한 해 예산의 50% 가까이(200조에 육박하죠)를 해먹을 수 있었을 텐데요. 크크크...
근데 진짜로 그쪽 부서를 건드려서 해먹었을 생각을 해 보면... 아오.. 뒷골이...
16/11/10 19:42
수정 아이콘
국방은 록히드마틴사 건이...
-안군-
16/11/10 20:38
수정 아이콘
맞다 사드...
장가갈수있을까?
16/11/11 09:29
수정 아이콘
참여정부 국방개혁 다시 건드린거도 계속 하면 어차피 자기들 돈 안되는거 알아서 없앤거 아닐까요.... 소름끼친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8562 [일반] 한국갤럽 11월 2주 박근혜 지지율 2주 연속 5%, 20대 0% [121] ZeroOne14324 16/11/11 14324 0
68561 [일반] 트럼프 당선 후폭풍 Day 1 [179] aurelius16774 16/11/11 16774 14
68560 [일반] 2013년 인터넷 방송 중 긴급체포 된 한 목사 [8] 곰주11002 16/11/11 11002 0
68559 [일반] 제가 좋아하는 인디가수 - CHEEZE [32] 물탄와플8979 16/11/11 8979 5
68558 [일반] NBA 농구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가장 불가사의했던 파이널 명경기 [34] 신불해14215 16/11/10 14215 15
68555 [일반] 맥북프로 신형이 흥행질주..를 하고 있습니다 [78] Leeka12304 16/11/10 12304 0
68554 [일반] 프랑스 대혁명은 북한사주로 밝혀졌다고 하네요. [83] 이쥴레이14833 16/11/10 14833 5
68553 [일반] 법원 "MBC, 박원순 아들 의혹 보도 불공정" [17] Damulhanol8832 16/11/10 8832 4
68552 [일반] 최순실 단골 차움병원 측 "최순실씨 담당의사, 청와대 들어가 대통령 진료" [21] 서울우유8610 16/11/10 8610 1
68551 [일반] 정유라, 이화여대에 자퇴서 제출 [22] 프로취미러9476 16/11/10 9476 2
68550 [일반] 특혜의혹 성형외과 원장, 세월호 7시간 알리바이 공개 [32] Ahri10265 16/11/10 10265 0
68549 [일반] 최순득, 외교행낭 이용하여 국외로 재산 반출 의혹 외 [23] 프로취미러7399 16/11/10 7399 2
68548 [일반] 몽환적인 해외음악 플레이리스트 (3) [7] paauer3749 16/11/10 3749 6
68547 [일반] 요즘 상황을 보며 드는 맥락없는 생각들 [15] IRENE_ADLER.6045 16/11/10 6045 6
68546 [일반] 트럼프는 '아무나'가 아닙니다. [8] 삭제됨4925 16/11/10 4925 0
68545 [일반] 손혜원의 무리수 [127] ZeroOne13276 16/11/10 13276 6
68544 [일반] 안종범 “대기업 모금, 박 대통령이 세세하게 지시” [26] 서울우유8521 16/11/10 8521 3
68543 [일반] 리버럴 진보 좌파의 위선에 대하여 - 2 [42] 앙겔루스 노부스5392 16/11/10 5392 3
68542 [일반] 리버럴 좌파 진보의 위선에 대하여 - 1 [84] 앙겔루스 노부스10406 16/11/10 10406 26
68540 [일반] [긴급모집] 함께하는 한숲 치과 진료 행사 운영위원 모집 - 11월 12일 토요일 [1] canoppy3833 16/11/10 3833 5
68539 [일반] 11월 둘째 주 리얼미터 여론조사입니다. [48] Neanderthal9621 16/11/10 9621 1
68538 [일반] 2017 WBC 대한민국 최종엔트리 확정 [88] 킹보검9309 16/11/10 9309 1
68536 [일반] 문재인 "내외치 구분못해…계엄권·군통수권·인사권 전반 손떼야" [121] ZeroOne13038 16/11/10 13038 1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