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의 글은 리버럴에 대한 일종의 내부비판 같은 글이었습니다. 사실 저런 이야기를 리버럴들이 많은 곳에서 하다가 곤욕을 치른적이 한두번이 아니기에 말해봐야 뭐하랴... 하는 생각이 없진 않았지만... 결국 저의 문제의식의 근저에 있는 것이 저것이기에 뚫린게 입... 아니 달린게 손가락이라고 떠들게 되고 말았네요.

이번 글에서는 왜 그래도 답은 리버럴인가 라는 것을 위선과 결부지어 써볼라고 합니다. 원래 쓰려던 것은 이건데, "위선 떨지 않고" 솔직한 생각을 말하자면 우리편 볼 때마다 속터질 때가 한두번이 아니어서... 낄낄


리버럴은 변화를 말하고 그 변화가 선이기 때문에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실 그 과정에서 소셜 저스티스 워리어라고 조롱도 당하긴 하지만... 그러한 조롱의 가장 근저에 있는 것은 말의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이 있기 때문인 면이 크다고 봅니다. 사실 이런건 사례를 모아서 이야기해야 하는게 좋은데, 역시 귀찮아서... 지금 현실에서 그렇게 받아들여지는 부분이 있다고 말하는 걸로 갈음하겠습니다. 구체적 사례를 이야기하려면 그것갖고 또 싸움이 나기도 하고... 일단 있다고 치는건데, 이를 비판하고자 함이 아니니 그러고 넘어가도 된다고 봅니다.

입으로는 선을 말하면서 행동은 다르게 하는 위선자, 내로남불 이런 말이 SJW라고 불리우며 조롱당하는 큰 원인중 하나라는 것이죠. 물론 모든 논리나 주장을 일관되게 하여, 조롱당할 여지를 없애는 것이 근본적인 방법입니다. 그러나, 그건 어렵습니다. 왜냐면 결국 우리는 "현실" 에서 살기 때문이죠. 단순화해서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아프리카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게 진정 근본적으로 인도주의를 위해 필요하다면, 그렇게 생각하는 너의 돈을 다 헐어서 그들과 너가 진정 평등한 생활수준을 누리면 되지 않겠느냐? 라는 식의 비판 말이죠. 악의가 담겨 있는 조롱이 되지만 형식논리상으로 아예 틀린 말은 아니라고 봅니다. 왜냐면 그 이상이 그렇게 숭고하고 너가 이상을 소중히 한다면 현실의 어려움을 넘어서야 되는거 아니냐? 라는 또한 형식논리상으로는 틀리지 않은 비판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왠지 이것갖고 시비걸릴 수 있다고 보긴 하지만...

하여튼 정의에 기반한 이상론을 말하지만 그 이상론에 철저하지 않은 사람을 위선자로 비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현실에서 수도없이 많이 볼 수 있는 경우기도 하구요. 이 또한 단순화해서 이분법적으로 표현하자면 보수 - 현실론자는 자기 우선(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시사하듯이)이고 리버럴은 타인부조인 면이 있기 때문인데, 인간은 근본적으로 "타인우선" 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을 돕자, 라는 태도는 어정쩡해지죠. 그에 비해 "자기 우선" 은 명쾌합니다. 알아서 자기가 살아야 한다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요. 이러한 논리의 내적 강도 자체가 리버럴에게는 불리한 부분입니다. 자력구제에 기반하는 보수가 상호부조에 기반하는 리버럴에 대해 갖는 근본적 우위는 여기에 있다고 저는 봅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위선이라는 것의 "사회적 기능" 이란 점에서 볼 때 문제가 많습니다. 이를테면, 전 인류가 모두 미국처럼 잘 살게 되었다고 쳐 봅시다. 그렇다면 아프리카의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은 자신의 생활적 안정성을 해치지 않고도 충분히 가능해집니다. 그리고, 근본적인 면에서, 모든 인류가 큰 편차없이 높은 생활수준을 누린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기 힘든 타당한 가치입니다.(물론 자력구제론자들은 애초에 소질이 다르다는 차별주의나 모두가 같이 가난해진다는 프로파간다로 반박하지만) 모든 사회적 과정은 점진적이지 않기 힘듭니다. 모두의 공평이라는 근본적 과정의 중간에 당장의 아프리카 어린이라는 중간과정이 존재하듯이 말이죠. 이를 거칠게 정리하자면


"위선은 선의 타락형이 아니라, 선으로 가는 중간형, 과도형"


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위선이라기보다는 제한적 선 이라고 간주하는게 더 타당하다고 보구요. 자력구제론에 대해 이 입장에서 반론하자면, 저러한 중간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궁극적 선에 도달할 수 있느냐? 라고 어필할 수 있달까나요. 위선이라도 하는 우리가, 아무런 것도 하지 않는 니들보다는 그래도 낫다, 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어정쩡하게 할 거면 안하는게 낫다, 라는 접근법은 그냥 바꾸지 마라, 라는 이야기 밖에 안되는거죠. 사실 진보가 발목잡히는 가장 큰 부분이 이것 아니겠습니까? 진보가 하면 다 바꿀거 처럼 말하더니 실제로는 그리 크게 변하지는 않는다는 점. 그리고, 이것은 당장 모든걸 바꿀 수 없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한계인데, 그것을 진보의 한계로 도맷금 지워지는 것이 현실이구요. 결국 니들도 어쩔 수 없다, 라는 말은 당연히 우리도 이 세계에 살아가는 사람이기에 벗어날 수 없는 한계인데, 이 또한 관념과 그 관념을 발하는 존재를 동일시하는데서 나오는 오류라는 것입니다.

적어도 현 단계의 인류가 도달한 관념상 철칙이랄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뿐입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열역학적으로도 입증되었달까나요? 저는 그런 점에서 근본적으로 보수라는 관점은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변할 것에 연연하여 변화를 거부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그렇기에 저 자신은 강경한 리버럴 진보 성향일 수 밖에 없는거고(시장주의를 일정부분은 용인하니 좌파라기는 좀 그렇습니다^^)

결국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편에 대한 이야기 였습니다. 저는 진영논리는 극혐하지만 진영의식은 또렷하거든요. 우리편이 이기려면 결국 우리편이 내적으로 강해져야 한다는 점에서 한 이야기이며, 이번에 우리편이 왜 졌는지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달까나... 이번엔 아쉽게 졌습니다만, 승부는 결정났습니다.(물론 개인적으로는 디씨에서 암살드립 치고 다니지만... 후후) 다음의 승부에서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 같이 생각해보는 글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