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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4/27 00:02:44
Name Sgt. Hammer
Link #1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46488
Subject [일반] [영화]'태양 아래'를 보고 왔습니다.


현재 휴학 중인 북한학과 재학생입니다.

과에서 시사회 참석할 기회가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휴학생도 대상에 포함이 되서 시사회에 다녀올 수 있었네요.






러시아 출신 비탈리 만스키 감독이 제작한 '태양 아래'는 북한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2014년, 북한의 최대 명절인 태양절 준비 과정을 홍보하기 위해 2회차에 걸쳐 촬영된 영상을 편집한 작품이죠.

당초 비탈리 만스키 감독이 제작하기로 한 영화는 태양절 준비과정과 북한 정권을 홍보하기 위한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제작 도중 비탈리 만스키 감독은 북한의 실체를 폭로하기 위한 영화로 방향을 전환했고, 그 과정에서 북한 정권과 마찰이 생기며 당초 예정되어 있던 세번째 촬영은 무산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2015년 러시아에서 먼저 개봉할 예정이었지만, 북한의 항의로 인해 러시아 국내 개봉 역시 무산되었다고 합니다.






영화의 전체 촬영 과정은 전부 북한 측의 감시와 통제하에 있었기에, 감독은 스스로 원하는 영상을 담아내지 못했다며 아쉬워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북한 내부의 통제되고 왜곡된 현실은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홍보용 영화는 이진미라는 여덟살 난 소녀의 가족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김일성의 생일인 태양절을 기리기 위해 '김일성화'를 손수 기르고, 학교에서는 김일성의 생애를 배우고 소년단에 입단합니다.

김정일의 생일인 '광명성절'에는 두 수령님의 지극한 인민 사랑을 되새기고, 김정은 대장 동지를 위해 온 충성을 다할 것을 다짐하죠.

원래대로라면 이 영화는 이렇게 흔한 홍보 영화로 만들어졌을 겁니다.

하지만 감독이 의도를 가지고 윤색된 거짓의 뒷면을 조명하자, 모든 것은 뒤집힙니다.






원래 기자였던 진미의 아버지는 봉제공장의 기술자로 직업이 바뀝니다.

식당에서 일하던 진미의 어머니는 콩우유 공장 노동자로 나오게 되고요.

아침 출근시간, 바삐 버스를 타려던 이들이 서 있던 정류장은 사실 막다른 골목이었고, 버스와 출근하는 노동자들은 모두 동원된 것이었습니다.

영화 속 사람들이 나누는 모든 대화는 정권이 내린 시나리오대로 이루어지고, 사람들은 모두 그 지시를 따라 움직입니다.

마치 영화 '트루먼쇼'를 현실에서 보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시사회를 찾은 비탈리 만스키 감독은 영화를 찍게 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소련 정권 하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직접 소년단에 참여했고 공산주의 정권을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현실은 그보다 수백배, 수천배는 더 비참했습니다. 대개 영화를 소개해드릴 때, 즐겁게 감상해달라고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국경을 맞대고 있고,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 하나하나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한민국이지만, 실제 북한 내부에서 사는 이들에 대한 관심은 아직도 모자라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습니다.

진미가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는 것은 영화 마지막 장면이 유일합니다.

소년단 활동에서 좋은 점이 무엇이냐 묻자, 진미는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모르겠다고 답합니다.

하지만 그런 진미를 달래기 위해 감독이 좋은 시를 생각해보라고 말하자, 진미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을 찬양하는 소년단 입단 선서문이었습니다.








북한 내부의 모습과 현실에 대해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한번 접해보시길 추천합니다.

영화를 보고와서도 참 여러 생각이 남아 마음이 복잡하네요.

다만 부디 진미와 그 가족이 무사하기만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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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충달
16/04/27 00:15
수정 아이콘
설마 저 정도일까 했는데 저 정도이군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나라;;
Sgt. Hammer
16/04/27 00:18
수정 아이콘
상다리가 부러지게 음식을 차려놓은 후, 아버지와 진미가 대화하는 씬을 촬영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아버지가 진미에게 김치를 권하며 김치의 좋은 점을 늘어놓는 장면인데, 그걸 여러번 찍으면서 대사는 물론이고 아이의 목소리 톤과 음성, 웃을 타이밍까지 하나하나 다 지정해주는 걸 보니 소름이 끼치더라구요.
심지어 장면 촬영 끝난 다음에는 바로 상 치워버리는 걸 보면서 참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스터충달
16/04/27 00:46
수정 아이콘
아니 먹게라도 해주지 ㅠ,ㅠ
Sgt. Hammer
16/04/27 00:48
수정 아이콘
그러게 말입니다 ㅠ.ㅠ
나무위키
16/04/27 00:28
수정 아이콘
재미있어보이네요. 소개 감사합니다.
Sgt. Hammer
16/04/27 00:29
수정 아이콘
블랙 코미디 영화를 본 것 같아요.
황당해서 웃음이 나오는 부분이 분명 있기는 한데 웃으면서도 뭔가 마음 한켠이 되게 불편합니다.
어강됴리
16/04/27 05:28
수정 아이콘
북한을 보며 느끼는 생각은 이제 동질성 회복을 상상이나 할수 있을까싶습니다.
우리가 느끼고 생각하는것보다 '전통'은 그리오래되지 않았습니다.
반세기를 넘기며 한세기를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이토록 증오하고 무지하며 달리보고 있는데
과연 이사람들과 우리가 '같음'을 느낄수 있냐는겁니다.
결국 그 결론이 '다름'에 이르게 된다면 장기적으로 통일이라는 계획을 버려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사람에게 막대한 통일비용과 지역차별 남쪽으로 쏟아져 나올 경제난민들, 문화적 이질감 상대적 박탈감은
견뎌낼수 없습니다.
공포와 적개심 만이라도 거두어지면 좋으련만..
16/04/27 09:39
수정 아이콘
꼭 봐야겠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서울몽키
16/04/27 10:09
수정 아이콘
액트 오브 킬링과 함께 최고의 다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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