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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8/20 17:40:14
Name 진공묘유
Subject [일반] 우리나라 공공병원의 현실
우리나라는 공공병원의 수와 역할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대부분의 의료 기능은 민간에게 의존하며 공공의료기관은 전체 의료기관의 5.5% 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를 지적하면서 공공의료를 확대해야 한다고 하죠.
근데 제가 공공병원에서 근무하며 느낀 바로는 그 이전에 선결되어야 할 게 많습니다.

1. 만성적인 적자
공공병원은 흑자를 낼 필요가 없습니다. 적자 내도 정부 혹은 지자체에서 보전해줍니다. 물론 원장님이 외래 늘려라 입원 늘려라 검사 늘려라 푸쉬가 있긴 한데 안해도 됩니다. 아니 하면 오히려 안 좋아합니다. 의사야 처방 딸깍이지만 직원들한테는 업무거든요. 고용이 실적과 별개로 보장되어 있는데 굳이 더 많이 힘들게 일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대놓고 싫은 티를 내고 개인적으로 연락이 옵니다. 너무 열심히 하시지 말아달라고..

2. 직역간 갈등
크게 공공병원에선 행정직 vs 간호직 입니다. 이것도 그나마 목소리를 내는 거고 그 외 직역들은 사실 목소리도 못 냅니다. 적자가 나도 보조금이 나오지만 매달 나오는 건 아닙니다. 그럼 월급이 밀리는데 의사 행정직 간호직 순으로 먼저 받습니다. 행정직 논리는 간호직렬이 너무 많기 때문에 한번에 모두 챙겨줄 수 없기에 밀린다는거고 간호직은 동의하기 어렵죠. 행정직이 인원은 적지만 병원의 중요 기능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목소리가 아주 큽니다. 승진 급여 성과급 비상근무 등 다양한 경우에서 부딪힙니다.

3. 치료 결과에 무관심함
공공의료기관 평가 기준에 치료 결과는 없습니다. 제 얼굴에 침 뱉기지만 일단 입원 시켜놓고 2주 리핏처방, 수술대 올려놓고 다 헤집어놓고 상급병원 전원 이런거 흔합니다. 제가 온 뒤엔 일단 까보고 저한테 전과시켜놓으면 제가 매니지합니다. 언제적 레지멘인지 의심스러운 치료를 하다가 전과시키면 이제 제 환잡니다. 처음부터 치료계획을 다시 잡아야해요.

4. 높아지는 지역 악명과 비적극적인 환자들
당연히 치료 아웃풋이 안좋으니 지역주민들은 잘 오지 않아요. 그나마 오는 환자들은 보호자가 없거나 있어도 입원기간 내 면회 한 번 없고 적극적인 치료 계획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경찰에 인계된 무연고자들, 시설 입소자 분들이 입원 환자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근처에서 환자복입고 술담배하시고 병원내에서 다른 환자와 싸우고. 지역 주민은 이런 걸 보고 더욱 멀어집니다.  

저도 이제 8월까지 근무하고 9월에는 이직합니다. 지역 의료에 이바지하겠다는 큰 뜻 같은 걸 품고 여기서 일한 건 아니었지만 제가 느리게 다가오는 죽음의 대기장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바란 건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해결책은 모르겠습니다. 생산직에 있는 것과 프로젝트 매니저가 다른 것처럼 현장의 제가 보건 시스템에 논한다는 건 분수 넘은 일이겠지요.
제가 느낀 바로는 적어도 동네 초밥집의 만오천원짜리 초밥과 호텔 일식집의 30만원짜리 초밥이 다른 거처럼 빅5교수의 30분걸리는 복강경 수술의 결과는 4시간 걸리는 저희 병원 gs의 복강경 수술의 결과와 아주 다르다는 것입니다. 같은 가격이면 누구나 호텔 일식집의 초밥을 먹고 싶겠지요. 마찬가지로 누구라도 빅5가서 수술 받고 싶을 거 같아요. 현행체계에서 공공병원은 경쟁력이 아예 전무합니다. 경직된 고용으로 경쟁력을 갖출 여지조차 박탈당하고 있습니다. 단지 수를 늘린다고 의료 이용이 공공병원으로 넘어오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정치적인 얘기는 삼가겠습니다. 넋두리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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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onatlasia
25/08/20 17:46
수정 아이콘
고견 감사합니다. 다만 그런 단점들은 전부 다 대체품이(이 경우 사설 병원이겠죠) 가깝고 가격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에서 존재 할때 성립되는것 같습니다..
실제로 많은 지방에서는 대체품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데 의사가 없기 vs 저런 병원이라도 있기 택하라 하면 후자가 훨씬 좋지 않을까요?
더 좋은 서비스가 문제가 아니라 아예 제공되는 서비스가 없는것과 비교하는것이 맞는거 같습니다. 특히 공공의료 분야는요
아린어린이
25/08/20 17:51
수정 아이콘
(수정됨) 문제는 저런 병원이 한개 생겨서 적자를 발생 시킬때마다 그만큼 다른 곳에 투입할 재정이 없어진다는 겁니다.
그리고 사족으로는 공공의료원이 있는 곳 에서 30분에서 1시간이내에 비슷한 규모의 사설 병원이 없는 곳은 찾기가 힘들겁니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이상한 강박이 있는거 같아요.
민간병원에 수익을 왜 세금으로 지원해야 하는가? 그러니 공공병원을 만들자.
그런데 그러면 재정은 훨씬 더 많이 들어가고 성과는 더 나빠질 가능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차라리 지방에 민간 병원에 재정을 직접 지원하는게 성과나 효율이 나을 겁니다.
진공묘유
25/08/20 17:52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바는 알겠습니다.
그런데 골든타임 2시간안에 거점병원에 못가는 지역은 우리나라에 없고 골든타임이 중요하지않고 치료의사가 있는 분들은 ktx 타고 서울로 가겠지요. 그리고 저희병원은 그런 위급한 환자는 아예 안받아요. 다른공공병원도 인근 대학병원으로 보냅니다.
적어도 저희 지역은 그렇네요
다가올 죽음으로 유가족이나 지인들에게 현실 인식하는 용도로는 공공병원이 적어도 요양병원보단 나을거같아서 저도 존재자체를 부정하진않아요
솜니움
25/08/20 18:46
수정 아이콘
대체품이 존재하지 않는 지역은 한국 내에 없습니다.
기껏해야 홋카이도 2배밖에 안 되는 땅덩어리에요.
+ 25/08/20 19:34
수정 아이콘
남한 한정으로는 홋카이도 1.X배로 압니다 그냥 홋카이도랑 똑같다 보면 되요
LuckyVicky
25/08/20 18:02
수정 아이콘
촬영 한 번 하려면 의사가 기사에게 읍소해야 가능해지는 경우도....
덱스터모건
25/08/20 18:15
수정 아이콘
지방에 살때 지역 공공병원 이용했었는데 실력은 별개로 너무 불친절해서 별로였어요..
셧업말포이
25/08/20 18:16
수정 아이콘
과장(의사) 한둘 정도는 내가 그냥 내보낼 수 있다 (행정과장이 회식자리에서 한 말)
우리아들뭐하니
25/08/20 18:16
수정 아이콘
계약직인 의사는 환자 받고싶어하는데 정규직들이 일많아진다고 환자 못받게 의사 괴롭히던 뉴스가 나왔었죠.
25/08/20 18:21
수정 아이콘
노조가 힘이 센병원, 사무장 병원 등과 비슷하네요.
사무장병원에서- 병원주인(재단이사장?), 의사, 직원 (행정직 및 간호직 및 의료기사 ) , 환자 이렇게 4 사람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환자를 열심히 ,열심히 치료할수록, 즉 검사도 많이 하고, 간호행위도 많이 하고, 뭔가 많이 할수록
=> 환자는 치료가 잘되니 좋음,
=> 의사는 의료의결과의 직접적으로 책임지기 때문에, 환자가 호전될 가능성 높아서 좋음.
=> 병원주인은 자금이 많이 소요되서 싫음. 검사비든 인건비든...
=> 간호사 행정직 및 직원들은 "노동"은 늘어나지만, 급여는 똑같아서 매우 싫음.

이런 구조이기때문에 사실상 환자편은 "의사"밖에는 없더라구요...

열심히 하는 의사가 들어와서, 일을 많이 늘리면 모든 직원이 다 싫어합니다. 결국은 직원이 병원장에게 불만을 표하고
의사가 고쳐지지 않으면 짤리죠.
블랙요양병원에서 많이 일어나는 일이죠....
LuckyVicky
25/08/20 18:41
수정 아이콘
요거는 요양병원이 포괄수가제로 묶여있어서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죠

행위별수가제의 사무장병원들은 말도 안 되는 일을 시키거나 몰래 하고 있어서 문제

그래서 포괄수가제나 총액제도 명과암이 있게 마련이죠
가이브러시
25/08/20 18:37
수정 아이콘
이런얘기는 첨 들어봤습니다. 공유 감사합니다. 참, 쉽지 않군요.
lightstone
25/08/20 18:41
수정 아이콘
공공 배달앱 같은거랑 비슷한거 같애요. 겉모습만 그럴듯 지어놓고 민간에서는 죽기살기로 하는데 공공에서 경영을 제대로 할 수 있겠나요. 그러다가 언론이나 의회에서 방만경영 비판하면 "공공"프레임이나 "의사"핑계 대고 책임회피하고 또 몇 년 조용히 버티는거죠.
몽키매직
25/08/20 18:44
수정 아이콘
현장에서 일해본 사람은 알죠.
너만 열심히 안하면 모두가 편해 분위기가 배어 있어요.
열심히 하는 의사들은 다 떠납니다.
솜니움
25/08/20 18:48
수정 아이콘
저도 잠시 일했을 때 타성에 젖어 있어서 새삼 찔리네요;;
솜니움
25/08/20 18:44
수정 아이콘
결국 진료권 제도가 재시행되어야 합니다.

의사를 늘리면 필수과에도 사람이 채워질 거라는데,
같은 논리로 같은 지방 내 병원만 강제이용시키면 공공병원 적자도 해소되겠죠.

무지성 빅5 예약을 금지시키고
일본처럼 권역을 벗어난 병원진료시 비보험적용으로 입원 하루 수백만원 정도의 금융치료가 따라야
의료전달체계가 정상화될 것으로 봅니다.
LuckyVicky
25/08/20 19:02
수정 아이콘
서울 집값이 더 오를 명분이... ㅜㅜ
25/08/20 19:07
수정 아이콘
저게 좋다는 건 아니지만 모든 제도에는 장단점이 있는 거죠. 공공병원의 장점도 있을 것이고, 공공이 아니면 병원이 있기 어려운 지역도 있겠죠.
설탕물
+ 25/08/20 19:11
수정 아이콘
지방공항 만드는거랑 비슷한 거 같은데요. 뭐 만들면서도 사실 다 알잖아요 별로 도움 안될거. 하지만 반대하기엔 명분이 애매하고 짓는 과정에서 떡고물 먹을 사람들은 있고, 돈은 세금에서 나오고.
+ 25/08/20 19:20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 언론이 세계 최고라고 칭송하는 한국의료를 다른 나라가 안 따라하는건 분명 위와 같은 이유가 있기 때문이겠죠.
+ 25/08/20 19:25
수정 아이콘
공공병원 이야기 나올 때 저기서 의료진들이 성실히 일할 유인책이 있을까? 생각했었는데
댓글흐름보니 대충 맞는거 같네요
+ 25/08/20 19:58
수정 아이콘
공공은 그냥 보건소에 검진기능만 강화시키는 수준에서 하는게 맞다고 보긴 합니다.. 공공의대를 만들어도 공공 의료원이 목적이 아니라 지방 의사면허 정도로 강제 지방 퍼지게 하는 용도로 하는게 더 적합하죠. 적어도 지방이래도 민간은 최소한의 경쟁을 할테니까요.
일각여삼추
+ 25/08/20 20:37
수정 아이콘
각 지역에서 5년 이상 거주한 지역민만 해당 지역 보험적용가로 이용할 수 있게 해야죠. 너도 나도 빅5로 올리는 현상을 없애야 합니다.
내이랄줄알았다
+ 25/08/20 20:48
수정 아이콘
정치인들이 공공의대, 공공병원 얘기하는 건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소리라고 봅니다.
+ 25/08/20 20:48
수정 아이콘
예전에도 한번 댓글달았었는데
공공병원 주장하는 사람들조차 자기가족 아프면 공공병원 제끼고 빅5병원 가는 나라에서 공공병원은 어불성설이죠
KTX타고 몇시간이면 땅끝에서 서울까지 가는데 공공병원을 갈 이유, 저는 모르겠네요
시골 사람들 중에서도 돈없고 가족없는 사람들이나 가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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