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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6/22 22:04:32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3907996494
Subject [정치] 책 후기 - <기울어진 평등>
책 <기울어진 평등>은 토마 피케티와 마이클 샌델의 2024년 5월 20일 파리경제대학에서의 대담을 책으로 엮어낸 책입니다. 주로, 마이클 샌델이 묻고, 토마 피케티가 답하는 게 주된 논의의 내용입니다.

책의 도입부부터 언급되는 주제는 '불평등'입니다. 경제적인 불평등, 정치적인 불평등을 비롯해 사회적 (어떤 의미로는 국제적) 불평등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도입부에서, 이러한 불평등은 삶의 상품화 때문이라는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다시 말해, 삶의 모든 것들이 사고 파는 상품이 되면서, 의료, 교육 같은 기본으로 제공되어야 할 것들이 가격이 매겨지고, 그 접근성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주장으로 시작합니다.

이어서 포퓰리즘과 정치적인 소외와 차별적 시선, 특히 노동 계급에 대한 시선을 언급하며 포퓰리즘에 대한 논의로 이어집니다. (이 파트는 주로 샌델의 책에 대해 피케티가 묻는 쪽이 대다수더라구요.) 그러면서 능력주의와 그에 대한 대입 및 정치적 추첨제에 대한 이야기로 뻗어나갑니다. 다시 말해, 일종의 정치적 장벽과 차별이 존재하고, 또한 '능력주의'의 심화로 인해 일종의 사회적 경직성이 생겼고, 그로 인해 피케티가 '국가주의자', 샌델은 '우파 포퓰리스트'로 부르는 계층이 대두되었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양측은 트럼프와 르펜이라는 비슷한 정치인이 있군요.)

그러면서 마지막 장에서는 세계적 불평등, 그러니까, 원료와 인적 자본의 북반구의 남반구 착취, 내지 세계적 분업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마무리를 합니다. 불평등이라는 일종의 '현상'이 이러한 원인들이 섞여 있는 사건이고, 이것들이 묶여있는 만큼, 세 방향으로의 동시적인 변화를 말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흔히 말하는 '좌파적 시각'에서의 미래의 방향성에 대해 논하기도 하구요.

개인적으로 든 생각은, 약간 <유토피아>를 읽는 느낌이긴 했습니다. 그러니까, 좋은 말이고, 좋은 방향이고, 좋은 결과를 위한 방향인 건 알겠지만, 그 순간순간의 제시안들이 조금은 '가능할까?' 싶은 느낌들이 있었거든요. 제가 그렇게까지 진보적인 사람이 아니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지나치게 이상주의적이고 인간에 대해 낙관적인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다만, 분명 책에서 짚었던 것 만큼, 1900년대 초반이나 2차 대전 직 후에는 지금의 상황을 말했다면 너무나도 급진적이라고 생각했을테죠.

동시에, 전에 <공정하다는 착각>을 읽었을 때보다 한 발 더 나간 대입 추천제 등에 대해서는 분명 '그럴듯 하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또 동시에 '이거 맞나?' 싶은 순간들도 있습니다. 분명, 노동의 소외와 대표성의 문제 등이 문제인 것은 맞습니다만, 그 '공정성'이 정말로 '공정'한가라는 다른 의문이 들었거든요. 그러니까, 내 능력이 '전혀' 포함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게 없다면, 그건 '공정'한가?라는 의문이긴 합니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지점은 거의 마지막의 정치적 쟁점에 대한 논의였습니다. 저는 최근에 들었던 생각 중 하나가, 보수 진영의 의제 선정이 어떤 측면에선 고갈되고 있는 건 아닐까란 생각을 해봤거든요. 그러니까, 국제화, 정치적 올바름 등이 진보 진영의 의제라면, 현재 (특히 트럼프로 대표되는 대안 우파의 경우) 보수 진영의 의제들이 그러한 의제에 '반'을 붙이고 있을 뿐, 의제나 논의를 직접 발의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좀 들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좌파, 진보 진영도 어떤 측면에서 길을 잃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더라구요. 흔히 리무진 좌파, 혹은 우리나라로 대입하자면 '강남좌파'의 지지를 얻으면서 기존 지지층의 지지를 잃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인상적인 지점은 결국 기존 맥락에 대한 재검토와 기존 가치를 다시 끌고 가야한다는 지점입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본류를 되찾아가자라는 이야기인데, 어떤 의미로는 '길을 잃었다'에 대해 공감하는 지점이 많고, 현재 전세계의 진보 진영이 정말 그런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긴 해서, 인상적인 지점이었습니다.

전반적으로 '대담'을 책으로 엮은 구성이기에, 말이라는 특성 상 되게 깊고 넓게 파지는 않은 느낌이긴 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약간 뜬구름 같기도 했습니다만, 되게 인상적이고 생각할만한 거리는 던져주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p.s. 아 이걸 아무리 생각해도 비정치글로는 써지지 않네요. 크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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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군
25/06/22 23:19
수정 아이콘
크게 말해서, 저는 지금 보수와 진보가 모두 붕괴되고 있다고 봅니다. 이렇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지금 세상이 너무나도 빠르게 바뀌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과거의 세상이 평평한 평지라면, 지금의 세상은 폭풍우가 부는 바다 위입니다.

예전에는 대충 진보는 세상을 바꾸자!! 라는 생각이고, 보수는 바꾸지 말고 이대로 살자!! 라는 생각이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세상이 빠르게 바뀌는 중에는, 양 쪽의 생각이 다 공허한 이야기가 됩니다.

이제 진보 진영이 하는 이야기는 세상을 바꾸자!! 가 아닙니다. 바뀐 세상에 적응하자!! 입니다. 진보의 담론을 생각해 보면 대부분 그렇습니다. 우리가 PC를 부정한다고 성소수자가 없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지구 온난화도 마찬가지구요. 기본소득도 그렇고 대충 생각해보면 다 그렇습니다.

문제는 보수진영인데, 냉정하게 말해서 답이 없어요. 지금 바뀌는 세상을 멈출 방법은 없거든요. 결과적으로 보수는 아주 괴상하게 됩니다. 그냥 유명한 보수정치인들을 생각해보면 무슨 말인지 알겁니다. 결국 보수의 방법론은 무제한의 권력으로 사람들의 눈을 무제한으로 가리겠다...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Don't look up하는 거죠. 그래서 윤석열과 트럼프는 비슷비슷하게 보입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어느 때보다 보수에 빠지기 쉬운 시대라는 겁니다. 왜냐하면 세상이 너무나 빠르게 변하니깐요. 심지어 20대(가장 진보적인) 조차도 세상의 변화는 따라갈 수가 없다고 생각하는 시기가 요즘이라고 봅니다. 이게 제가 생각하는 세상의 큰 화두에요. 모두가 다 보수적이고 싶어하지만, 누구도 보수적이어서는 안 되는 세상인거죠...
모링가
25/06/22 23:20
수정 아이콘
(수정됨) 우파가 안정성, 질서, 정체를 의미한다면 좌파는 다양성, 혼돈이죠.
자연스럽게 우파는 생각이 경직될 수 밖에 없고 학문과 사상의 정체가 일어난다고 보고,
좌파의 다양성 추구는 블랙홀처럼 좌파라는 틀 안에 도달할 수 있는 모든 의미를 포섭하려들게 마련입니다. 좌파가 길을 잃게 되는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 되는거죠.
다양성이라는 가지의 확보와, 동시에 가지치기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동안의 좌파는 가지치기가 없었던게 아닌가 하는거죠.

우주의 진화라는 구조에서 바라보면 수많은 가능성 중에 적정 경로들만 살아남았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적절한 수준의 안정성과 다양성의 균형이 맞춰져야 가능한 것이거든요. 단지 물질계만 그런게 아니라 형이상학의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것이죠.
소독용 에탄올
25/06/22 23:27
수정 아이콘
"내 능력이 '전혀' 포함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게 없다면, 그건 '공정'한가?"라는 문제의식에 기초해서 추첨제 같은 방식이 나오는 거기도 합니다.

능력주의가 기본적으로 개인의 실적에 따른 보상을 정당한 것으로 보는 체제인데, 개인의 실적이라는게 사실 개인의 능력이 포함될 수 없고 개인이 할 수 있는게 없는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으니까요.....

일단 태어나는 조건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서(...) 실적을 결정하는 요인 중 거의 전부가 아니라면 굉장히 큰 부분이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에 위치합니다.
25/06/22 23:38
수정 아이콘
불평등이라는 게 구조적인 문제라 생각해요.
나라가 발전하면서 임금이 오르면 그 임금 이하의 생산성을 가지는 노동집약적 산업은 사라지고, 노동자의 일자리는 줄어들죠.
최저임금 상승이라는 건 그 임금 이하의 일자리를 줄여서 그 이상의 생산성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몰아주는 거니까.
숨고르기
25/06/23 00:43
수정 아이콘
진보라는 건 대개 어떤 방향성이 있지만 보수는 그럴 필요가 없거든요. 미국에서 트럼프나 대안우파 지지세력의 사상적 스펙트럼도 진보진영보다 훨씬 넓고 다양한걸로 나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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