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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2/12 18:02:51
Name 글곰
Subject [일반] 딸아이와 함께 진엔딩을 보았습니다
서재에서 노닥거리고 있던 차에 거실의 딸아이가 다급하게 엄마 아빠를 부르더군요. 나가보니 닌텐도 스위치 조이콘을 양손에 든 채였습니다. 왜? 심드렁한 질문에 아이가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이제 슈퍼마리오 오디세이 진엔딩이야! 같이 보려고 불렀어!”

슈퍼마리오 오디세이는 딸아이가 2년 넘게 한 게임입니다. 물론 이것만 붙들고 있지는 않았죠. 대략 2년 전에 한창 해서 한 차례 엔딩을 보았고, 이후로는 동물의 숲 세계에 뛰어들고, 슈퍼마리오 원더 클리어를 반복하다가, 또 한동안은 미토피아에 빠져 있었습니다. 레이튼 교수의 딸과 어울리기도 했고 커비를 데굴데굴 굴리기도 했지요. 그러다 다시 오디세이에 손을 대기 시작해서 결국에는 진엔딩까지 도달한 거였습니다.

참 좋았습니다. 아이가 자신의 성취를 가족과 공유하고 싶어했다는 사실이.



저는 게임을 좋아합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재미있어서죠. 하지만 성취에 대한 부분도 있습니다. 게임이란 대체로 자신의 재능과 노력을 활용하여 클리어라는 목적을 달성해가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게임과 현실의 가장 큰 차이는, 현실에서는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목적을 성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나 빈번하다는 점입니다. 반면 게임은 그렇지 않죠. 어느 정도의 재능과 노력이 있다면 성취를 이룰 수 있습니다. 특히나 잘 만들어진 게임은 설령 재능이 없더라도(똥손이라도) 노력을 기울인다면 충분히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디자인된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 슈퍼마리오 오디세이처럼 말입니다. 그렇기에 어찌 보면 게임이야말로 노력의 소중함을 알려 주는 수단입니다.

2년 전의 아이는 미세한 방향 조정과 연속 점프를 어려워했습니다. 또 쿠파가 무서워서 보스전을 제게 맡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아이는 저보다 더 점프를 잘하고, 능수능란하게 보스들을 밟아 버립니다. 성장한 거지요. 그게 뿌듯합니다. 노력해서 마침내 진엔딩에 도달했습니다. 그 사실이 기특합니다. 그리고 그 작지만 소중한 성취를 저에게도 보여 주고 싶어했습니다. 그래서 행복합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TV앞에 둘러앉아 슈퍼마리오 오디세이 진엔딩을 보았습니다. 게임이란 참 좋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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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2/12 18:07
수정 아이콘
따뜻해서 좋습니다
Winter_SkaDi
25/02/12 18:08
수정 아이콘
글에서 상상되는 가정의 모습이 참 따뜻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엑세리온
25/02/12 18:25
수정 아이콘
저희아들은 스토리만 미는 타입이라, 반대로 제가 진엔딩을 보여줬었죠.
여명팔공팔
25/02/12 18:27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도 PS5 최초 플래티넘이 아이와 함께한 아스트로봇입니다! 크크 기회가 되신다면 이 게임도 따님과 함께 추천드립니다.

같이 하기 참 좋은게임이에요 마딧세이와 비슷한 느낌으로.
25/02/12 18:31
수정 아이콘
그리고 그것을 아이가 함께 보고 싶어하는 어머니, 아버지도 참 좋은 분들일 것입니다.
무무보리둥둥아빠
25/02/12 18:43
수정 아이콘
추천에 가버렷!!! 너무 좋아보입니다~!
알바트로스
25/02/12 18:48
수정 아이콘
멋지네요
모나크모나크
25/02/12 18:49
수정 아이콘
우리 딸은 왜 하는 것보다 보는 걸 좋아할까요. 나도 보는 게 더 좋은데 좀 해라..
25/02/12 19:02
수정 아이콘
저도 어릴때 큰아버지께서 선물해주신 패미컴덕에 (우리집은 이런 좋은 게임기를 사는건 꿈도 못꾸는 집이었기에..)

엄마 아빠 외삼촌 저 이렇게 온가족이 둘러앉아 마리오를 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정말 행복했는데 내가 왜 그 패미컴을 고장내서 버렸는지

정말 ㅠㅠ
메가트롤
25/02/12 19:02
수정 아이콘
정말 좋네요 크크
25/02/12 19:05
수정 아이콘
어우... 그거 진엔딩 보기가 은근 빡쎈데 노력 많이 했겠네요.
VinHaDaddy
25/02/12 19:10
수정 아이콘
저도 와이프의 방해를 뚫고 딸과 아들을 겜덕으로 만들었죠. 비니는 어지간한 거(야숨, 커비, 산나비, 뱀서 등) 깨고 게임 불감증에 잠시 사로잡혔길래 제가 하던 P5R을 시켜줬더니 빠져있고, 아들은 크리스마스 선물로 포켓몬 스칼렛을 사줬더니 세뱃돈에서 자기가 낼테니 DLC 사달라고 해서, 어제 눈앞에서 사줬더니 너무 두근두근해하는 모습에 저도 웃음이 났습니다.
마리오30년
25/02/12 19:31
수정 아이콘
부럽네요. 저도 딸래미 이제 7살이라 커비랑 마리오파티 같이 가끔 해보는데 엄청 좋아합니다. 근데 와이프 눈총이 장난아님...여자들은 대체로 게임에 부정적인 인식이 많이 박혀있나봐요.
세인트
25/02/12 19:46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아들아 조금만 더 크거라 겜덕 엄마아빠가 널 기다리고 있단다 흐흐흐
The Greatest Hits
25/02/12 19:48
수정 아이콘
아이가 마딧세이 진엔딩을 보면 게임 영재 아닙니까? 와
호머심슨
25/02/12 19:52
수정 아이콘
진엔딩 축하드리고
추게의 짱구님글과 비슷한 따듯한 느낌이네요
뽀로뽀로미
25/02/12 19:58
수정 아이콘
저도 집에 굴러다니는 3ds로 커비 쥐어줬습니다 크크
너무 즐거워하더군요.
얼른 성장해라
메시형주의보
25/02/12 20:01
수정 아이콘
저는 하다가 다하지는 못하고 진엔딩 못봤는데 대단하네요
Hulkster
25/02/12 20:10
수정 아이콘
자신의 성취를 엄빠가 기뻐해 줄 것이라 믿는 자식과
그 성취를 기뻐해주는 엄빠의 모습! 멋집니다. 크흡ㅠㅠb
25/02/12 20:13
수정 아이콘
이런 글이 진정한 저출산 대책
달달한고양이
25/02/12 20:21
수정 아이콘
미소가 지어지는 글이네요. 저도 남편이랑 마딧세이하다가 그 미녀 시장님 노래 부르는 부분을 수십번 돌려보고 그랬는데 흐흐
게임은 좋은 것입니다!
김경호
25/02/12 20:21
수정 아이콘
너무 부럽네요 딸아이와 게임으로 교감하는 모습이..
방사선사
25/02/12 20:44
수정 아이콘
6살아들과 커비 동숲 마리오들을 깨고
야숨과 왕눈의 하이랄왕국을 누비는 중입니다

자식과의 게임생활은 찐행복입니다
닌텐도 갓텐도 갓갓
Chrollo Lucilfer
25/02/12 21:23
수정 아이콘
딸이라서 더 귀엽네요 흐흐

마딧세이 너무 잘 만든 재밌는 게임인데
하다보면 어지럽더라구요ㅠ

모든 월드? 1회차만 깨고 모자월드로 돌아왔는데
여기서 더 해야 진엔딩이죠?
及時雨
25/02/12 22:55
수정 아이콘
달나라 더 뒤편까지 가셔야 해요
及時雨
25/02/12 22:55
수정 아이콘
캐피랑 같이 마지막 길을 나아가는 동안 해주던 말들이 새삼 떠오르네요.
따님한테 정말 좋은 추억, 행복한 여행이 되었을 겁니다.
사부작
25/02/12 23:11
수정 아이콘
제 아이는 삼촌(제 동생)과 진엔딩 볼 기세더군요
동생이 너무 고맙습니다
방랑자크로우
25/02/12 23:24
수정 아이콘
제 아들은 달나라 저 뒤편이 있다는 걸 유투브 보고 알아서
주말마다 조금씩 파워문을 모으고 있지요...
받아쓰기를 그렇게하지...하는 생각을 하면서
나도 부모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25/02/13 00:53
수정 아이콘
겜돌이 아빠의 진엔딩이죠 크
회색사과
25/02/13 07:30
수정 아이콘
성취를 가르치는 것. 부모가 꼭 줘야하는 거죠. 
근데 요새 아이들이 쉽게 접하는 게임들이
다 결제 딸칵해서 클리어하게 만들고 있으니.. 

폰게임 할거면 콘솔 하라고 콘솔을 사줘야하려나 봅니다. 
데몬헌터
25/02/13 07:46
수정 아이콘
폰게임이 잘나가는 이유 자체가 콘솔보다 많은 예산을 더 많은 고갱님들께 뽑아낼 수 있어서..읍읍
회색사과
25/02/13 08:09
수정 아이콘
긍게요… 개발비는 반의 반의 x n 이면 되고 
졌을 때 빡치게만 만들면 돈이되니… 

누가 훈늉한 패키지 게임을 만들겠습니까.. 
명예직이지 ㅠㅠ 
벌점받는사람바보
25/02/13 10:18
수정 아이콘
시작과 끝이 있는 패키지 게임의 매력이네요
온라인 서비스를 유지하는 게임들도 도전과 성취를 찾을수 있지만
엔딩이 없는 게임들은 p2w 과 연결된 경우가 많아서 ...
분홍돌고래
25/02/13 11:15
수정 아이콘
한글 모르던 6살 아이와 동물의숲을 시작했었는데 
어느새 학교 들어가 한글을 떼더니 이젠 커비도 동숲도 저보다 잘하더라구요.
마딧세이는 컨트롤 못하는 제게는 진입장벽이 높아서 한두번 해보고 말았는데, 이 글을 읽고 나니 도전 의식이 생깁니다! 딸아이에게 같이 하자고 꼬셔봐야겠어요. 
해바라기
25/02/13 11:58
수정 아이콘
오늘 100일된 우리딸내미랑 같이 게임하는 날이 기다려집니다
Janzisuka
25/02/13 14:19
수정 아이콘
:3 다음은 창세기전을!!
임작가
25/02/13 18:04
수정 아이콘
자 이제 젤다를~
스폰지뚱
25/02/13 21:50
수정 아이콘
자 이제 배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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