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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1/26 16:52:31
Name 라울리스타
Subject [일반] 신삼국에서 흥미롭게 연출된 조조와 순욱의 갈등 (수정됨)
최근 빈 찬합 밈으로 흥하고 있는 순욱 입니다. 실제 신삼국 드라마를 보면, 빈 찬합 사건이 일어나기 전, 조조와 순욱의 갈등이 최고조가 되는 사건이 꽤나 흥미롭게 연출되어 있어 리뷰를 해봅니다.



조조가 위왕으로 등극한 후, 조조의 삼남인 조식이 신이 나서 천자만 드나들 수 있다는 백마문으로 출입을 시도합니다. 실제로 조식은 천자만 드나드는 사마문을 마음대로 통행한 사건으로 인해서 조조의 분노를 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대군사 사마의'에서는 이를 음주+과속 운전으로 묘사하여 후계자 쟁탈전에서 탈락하는 결정적인 사건 중 하나로 묘사 되지요. 마침 백마문 근처를 지나고 있던 순욱은 당연히 조식을 제재합니다.


신삼국6



조식은 이에 굴하지 않고, 순욱과 언쟁 후 출문을 강행하고자 합니다. 이를 지켜본 조조가 조식의 싸대기를 날리게 되고, 문을 열어주려 했던 문지기를 참수하라고 명령합니다. 조식에게 가한 싸대기는 아마 실제 역사에서도 조식에게 크게 분노했다는 조조의 감정을 나타낸 묘사인 것으로 보입니다. 순욱은 이에 법도를 지키지 않은 것은 조식인데, 왜 애꿎은 문지기를 참수하느냐며 조조에게 묻습니다. 죽을 때까지 조조를 승상으로 부르며 왕으로 인정하지 않는 순욱에게 조조는 순욱이 부를 때마다 '나는 위왕이네' 대답하는 것은 깨알같은 재미입니다.



신삼국1
신삼국2



조조는 이 물음에, '문지기가 잘 했으면 애시당초 벌어지지 않았었을 일'이라며, 이것이 본인의 법도라고 말합니다. 여기에서 두 가지 암시가 연상되는데 이 부분이 가장 재미있는 포인트입니다. 


첫 번째는 백마문은 한나라 황실의 정통성이고, 문지기는 이 정통성을 지키려는 세력들을 뜻합니다. 여기엔 순욱도 포함이 되어 있겠지요. 한나라가 망조가 들고 누구나 쉽게 넘볼 정도로 황실의 권위가 떨어진 것은 제 몫을 하지 못한 한나라 기득권들의 잘못이라는 것이 조조의 생각입니다.


두 번째는 조조는 실제로 젊은 시절 낙양성의 북문 수비대장을 맡으면서 통금시간을 지키지 않으려는 십상시 건석의 숙부를 때려 죽인 적이 있습니다. 지금의 조식보다 권력이 절대 약하지 않았을 당대 십상시의 가족을 때려 죽인 것이지요. 조조의 이 일화를 이 장면에 녹여내어 문지기를 죽이는 조조의 행동에 개연성을 보강해 줍니다.



신삼국3





여기에 순욱은 그렇다면 조조가 왕이 되려는 것을(백마문을 넘으려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본 신하들은 왜 죽이지 않느냐며 반박합니다. 예상 외로 한방 얻어맞은 조조는 특유의 능글한 웃음을 지은 후 문을 아예 없어버려서 문제를 해결하자고 합니다. 그래서 누구나 다 드나들게 하자는 것이지요. 유씨 왕조의 정통성 따위는 없애버리고 능력이 있는 자라면 누구나 다 통행할 수 있게 만들자는 겁니다.




신삼국4



순욱은 이 말 뜻을 이해하고 충격을 받고 쓰러지며, 사실상 조조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넙니다. 이후 유명한 빈 찬합 장면으로 순욱은 퇴장합니다.


신삼국5


순욱의 장례식에서 조조는 자신이 옳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합니다.


신삼국8


그리고 조조가 시원하게 없애버린 백마문으로는 최후에 이 분(사마의)이 들어오는 것으로 드라마는 끝이 납니다.


신삼국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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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쥐
25/01/26 16:58
수정 아이콘
신삼국은 정말 명작 같아요. 특히 조조, 유비, 제갈량 등 배우 선정이 역할에 딱 들어맞았죠.(초선 빼고는 다 만족) 대본도 본문처럼 찬찬히 뜯어보면 음미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구요.
25/01/26 17:32
수정 아이콘
주유나 노숙도 좋았죠. 초선빼고는 다 만족입니다.
전기쥐
25/01/26 17:35
수정 아이콘
노숙의 재해석 좋았습니다. 노숙이 굉장한 현자로 나오더군요. 오히려 유치하게 투닥거리는 제갈량과 주유보다 더 현자로 묘사될 때도 있고..

노숙 역할을 맡은 배우가 초한전기에서는 장량 역할을 맡았는데 그럴 만 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지탄다 에루
25/01/26 17:44
수정 아이콘
초선이 기억 안나는데 검색해봐야겠네욧
우상향
25/01/26 17:07
수정 아이콘
우와 굉장히 세련되게 연출했군요.
우리 사극도 판타지 좀 빼고 이렇게 좀 나왔으면...
선플러
25/01/26 17:25
수정 아이콘
캬 죽인다 죽여
삼국지는 끝이없다
25/01/26 17:28
수정 아이콘
정작 조씨에게서 권력을 찬탈한 사마의도 조조 개인에 대한 강한 충성심은 진짜였다는게 재밌더라구요.

명작
마음속의빛
25/01/26 20:52
수정 아이콘
해석에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제 생각으로,
실제 역사에서 사마의는 조조가 죽고 조조로부터 권력을 이양받은 조비로부터 탁고를 받습니다.

사마의가 애당초 조조에게 충성심이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이 시점에서 모든 사람들이 사마의가 조비에게 탁고를 받으며
조씨 집안의 총애를 받는 걸 지켜봤으니, 본인의 권력 유지를 위해서라도 조조에게 충성했다는 모습은 남기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조조, 조비에게 충성했지만, 그 후의 조씨 황제가 그만한 역량을 못 갖추어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이 나와야
그나마 사마씨의 찬탈에 큰 불만이 없는 세력들에게 이해를 받을테니까요.

신삼국에서도 이런 상황을 고려해서 조조의 충신으로 사마의를 묘사한 듯 싶네요.
시나브로
25/01/26 17:31
수정 아이콘
재미있는 글이네요. 삼국에서 저 회차가 아마 갑자기 시간 점프하는 회로 기억하는데, 순욱이 한나라 충신 노릇하고 황실 신하들 질타하고 백마문 씬에서 '아비(조조)가 그러니 자식들도 이런다.'는 식으로 얘기해 캐릭터 급변에 괴리감, 위화감이 커 생생히 생각납니다.
25/01/26 17:33
수정 아이콘
후반부로 가면 아끼던 캐릭터들이 전부 죽어서 아쉽더라구요. 근데 그게 삼국지의 주제의식인가 싶기도 해요. 제갈공명도 시간앞에선 한낱 필부..
전기쥐
25/01/26 17:46
수정 아이콘
"장강은 끝없이 흐르고 시간은 영원을향해 흐르는데 어찌 인생은 끝이있는가"

신삼국 ost 유튜브 댓글에 있던 말인데 이게 삼국지의 주제의식 아닌가 싶었습니다.
데몬헌터
25/01/26 18:27
수정 아이콘
삼국지의 끝을 보면 결국 5호 16국이라는 새로운 난세로 이어지는데, 보통 이정도 결과면 게임으로 따지면 최악급 엔딩으로 쳐서 제작자의 멘탈을 갉아먹어서, 매력적인 캐릭터가 나오기 힘듭니다. 아니면 니어 작가나 미야자키(다크소울 회사 그분 맞습니다)에게 맡기거나..
닉네임을바꾸다
25/01/26 18:56
수정 아이콘
어지러운 세상의 일들은 끝이 없고, 하늘이 준 운명은 아득하여도 피할 수가 없네. 솥발처럼 나뉘었던 셋은 한낱 꿈이 되었으되, 후세 사람들은 추모하며 공연히 불평할 뿐이네.
연의의 마지막 문장이죠 이게...
(여자)아이들
25/01/26 17:35
수정 아이콘
ㅜㅜ가여운 문지기
25/01/26 17:35
수정 아이콘
캬...죽이네요
25/01/26 18:11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방통의 해석도 좋았어요
유비의 민본이 설사 위선이라 하더라도
그 명분을 지켜주기위해 스스로 죽으러 들어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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