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11/09 23:13:02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3653874285
Subject [일반] <아노라> - 헛소동극, 그리고 그 뒤에 남은 것.(노스포)
<아노라>는 스트립 댄서와 러시아 출신 재벌 2세의 결혼을 둘러싼 이야기입니다. 이 결혼을 무효화 시키기 위해 찾아온 세명의 남자와 결혼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주인공, 아노라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는 어떤 측면에서는 헛소동극이면서, 한 편으로는 위로와 그 위로로도 치워질 수 없는 어떤 간극에 대한 영화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영화의 초반부는 굉장히 자극적입니다. 기본적으로 수위가 꽤 높은 영화기도 하구요, 화려한 조명과 업템포 음악까지 굉장히 자극적이고 화려한 화면을 보여줍니다. 영화의 중반부는 엇박자 개그와 소동극의 느낌이 다분합니다.

영화의 후반부는 상당히 다른 질감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영화가 짧게 보여주듯이, 어떤 화려하고 시끌벅적한 파티가 끝난 이후의 어떤 장면을 보여주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어색하게 잠에 깨고, 어리저리 어지럽혔던 것들을 다시 치워야하고, 숙취에 시달려야하는 건 아닐까 싶은 그런 장면들이요.

그렇지만, 영화는 어떤 위로를 건네지만, 그 위로가 끝끝내 닿을 수 없는 걸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스카프'나 혹은 어떤 눈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대화도 그렇구요. 영화는 그래서 묘하게 따뜻하면서 묘하게 서늘한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서투르게 건네는 호의와 위로에 대한 이야기지만, 그 호의와 위로가 넘을 수 없는 간극이 있음을 인정하는 영화기도 하니까요. 화려하게 날아올랐을 때는, 모든 것이 평평하고 낮게 느껴지지만, 결국 가라앉은 순간에는 그 울퉁불퉁함이 느껴지는 영화라고 해야할까요. 이런 측면에서는 역시 비슷한 느낌이 들었던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그 감독이 맞구나 싶긴 하네요.

결국 결말은 그런 얘기의 연장선에서 읽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바보영구
24/11/10 16:58
수정 아이콘
구식과 신식이 묘하게 섞이는
션베이커스러운 영화였네요.
aDayInTheLife
24/11/10 17:01
수정 아이콘
흐흐 션베이커 스럽다가 잘 감은 안오지만 알거 같기도…
리니시아
24/11/11 09:09
수정 아이콘
초반에 참 대놓고 인스타 느낌으로 요란하다 고전영화처럼 결말을 맺는 묘한 영화
aDayInTheLife
24/11/12 09:21
수정 아이콘
딱 그 표현대로네요 흐흐
흐헤헿레레헤헤헿
24/11/15 14:07
수정 아이콘
마지막 5분으로 영화의 단계가 두단계는 올라간 느낌이에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2622 [일반] [팝송] 혼네 새 앨범 "OUCH" [2] 김치찌개2717 24/11/10 2717 0
102621 [정치] 탁란과 연가시 그리고 간신 [8] singularian4618 24/11/10 4618 0
102620 [일반] <아노라> - 헛소동극, 그리고 그 뒤에 남은 것.(노스포) [5] aDayInTheLife2909 24/11/09 2909 4
102619 [정치] 세계화에 대한 일반론 [15] 번개맞은씨앗6234 24/11/09 6234 0
102618 [정치] 세계화와 장벽의 정치 [18] 슈테판5574 24/11/09 5574 0
102617 [일반] 우리나라가 대체 언제 중국 문화를 뺏어가려 했을까? [66] 럭키비키잖앙10457 24/11/08 10457 2
102616 [정치] 기어코 박장범을 kbs 사장으로 임명하려는 용산 [35] 카린9940 24/11/08 9940 0
102615 [정치] 트럼프의 당선, 정치인은 됨됨이 따위가 어떻든 유권자를 대표하면 그만. [86] 깃털달린뱀9266 24/11/08 9266 0
102614 [정치] 또 최저치를 경신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129] Davi4ever13779 24/11/08 13779 0
102613 [일반] 중국의 서부개척시대, 남북조 시대를 알아보자 [9] 식별4470 24/11/08 4470 23
102612 [일반]  같은반 농구부원에 대한 기억 [27] 종이컵3961 24/11/08 3961 15
102611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48. 사귈/가로그을 효(爻)에서 파생된 한자들 [7] 계층방정1471 24/11/08 1471 3
102610 [정치] 기자회견 질의 응답 중 오늘 가장 재밌었다고 느낀 질문과 답변 [74] 크림샴푸12911 24/11/07 12911 0
102609 [일반] 사진 51장.jpg [28] 시랑케도7734 24/11/07 7734 18
102608 [일반] 직접 찍은 사진으로 내년 달력을 만들었습니다. [58] 及時雨4774 24/11/07 4774 15
102607 [정치] 다들 관심없는 대통령 기자회견... [294] Restar25763 24/11/07 25763 0
102605 [정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유력한) 앨브리지 콜비가 보는 동아시아 정세 [78] EnergyFlow9083 24/11/07 9083 0
102604 [정치] 이재명, "왜 반대합니까" [105] 어강됴리17519 24/11/06 17519 0
102603 [정치] 트럼프 당선에 대한 일개 한국인으로서의 걱정들 [32] 하이퍼나이프8485 24/11/06 8485 0
102602 [정치] 트럼프는 해리스에게 진적이 없다? [66] 핑크솔져10318 24/11/06 10318 0
102601 [정치] 크리스텐덤(기독교세계)와 미국, 한국 [7] 계층방정3773 24/11/06 3773 0
102600 [정치] [번역] 미국의 각성: 언론, 진실, 민주주의의 신뢰에 대한 질문 [63] Charli9231 24/11/06 9231 0
102599 [일반] 개,소가 달리는데 돼지도! - 내 달리기 속도는 무엇과 관련이 있는것인가?! [8] Lord Be Goja2857 24/11/06 2857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