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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4/11/08 08:04:57
Name 계층방정
Link #1 https://brunch.co.kr/@wgmagazine/99
Subject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48. 사귈/가로그을 효(爻)에서 파생된 한자들

얽다, 매다 등의 뜻으로 서로 통하고 음이 비슷한 한자들 중에서 마지막으로 다루고자 하는 한자는 목맬 교(絞)와 목맬 교가 파생된 사귈 교(交)다.

이 한자는 전통적으로는 《설문해자》의 해석에 따라, 사람이 다리를 엇갈리고 있는 모습에서 유래한 상형자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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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누를 황(黃)의 갑골문 1, 2, 《설문해자》 사귈 교(交)의 소전. 출처: 小學堂

따라서 交의 소전체와 비슷한 위의 갑골문 1을 交의 갑골문으로 보았는데, 추 시구이가 누를 황(黃)의 갑골문인 갑골문 2와 1이 같은 글자임을 논증하면서 《설문해자》의 交는 黃이 와전된 것임이 유력해졌다.


따라서 交의 자원을 새로 찾아야 하는데, 다행히 《설문해자》의 착오에 오염되지 않은 전국시대 문자 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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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交의 진(晉)계 문자, 초계 문자 1, 2, 3, 4. 출처: 小學堂

큰 대(大)처럼 생긴 초계 문자 3을 제외하면 일정한 모양을 띠는데, 위에는 시옷자 비슷한 것이 있고 그 아래에 X표가 두 개 붙어 있는 형태다. 이 전국시대 交의 자원에는 두 가지 설이 있는데, 하나는 마 쉬룬(馬敍倫)의 설로 목맬 교(絞)의 초기 문자며 줄이나 새끼를 꼰 모습을 본딴 상형자로 검을 현(玄)과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한국의 김혁의 설로 사귈/가로그을 효(爻)와 동원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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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현(玄)의 초계 문자 1, 2, 3. 출처: 小學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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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귈/가로그을 효(爻)의 금문 1, 2, 3, 4. 출처: 小學堂


玄의 초계 문자와 爻의 금문을 交의 전국시대 문자와 비교하면 둘 다 비슷하게 생겼음을 볼 수 있다. 여기에서는 交가 爻와 음이 비슷하므로 김혁의 설에 따라 交가 爻의 동원자라는 근거를 더 자세히 살펴보겠다.


첫째, 爻가 文 비슷하게 변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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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박초간의 두 顔. 왼쪽은 文, 오른쪽은 爻의 형태를 띠고 있다. 출처: 김혁(2021)

위 그림은 전국시대 유물인 상박초간에 나온 얼굴 안(顔)으로, 글자 자체는 ⿳宀文言으로 짜여 있다. 그런데 여기에 나오는 文을 爻처럼 쓰는 오른쪽의 변형도 있다. X표가 세 개 있는 爻에서 위의 X 두 개만 文으로 바뀌면 交의 형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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爻에서 交로 바뀌는 과정.

이런 변형은 전국시대뿐만이 아니라 해서 이후에도 찾아볼 수 있다. 깨달을 각(覺)을 간단하게 바꿀 때 윗부분에서 爻만 남겨서 ⿱爻見처럼 쓸 수 있는데, 이 爻가 文으로 바뀌어서 ⿱文見으로 쓰기도 한다.

또 다른 증거로는 견줄/비교할 교(較)를 들 수 있다. 이 글자는 《설문해자》에는 수록되지 않았고, 대신 較의 交를 爻로 바꾼 䡈가 수록되어 있다. 금문에도 䡈와 ⿰䡈攵만 있지 較는 없다. 䡈가 較로 바뀐 것 역시 爻와 交가 서로 바꿔 쓸 수 있는 한자임을 보여준다.


둘째, 고전 문헌의 爻를 交로 해석할 수 있다. 《일주서·왕해편》에서 제후들이 쉬는 곳을 효려(爻閭)라 했는데, 전통적인 爻의 뜻으로는 해석이 되지 않아 학설이 분분했다. 이 爻를 交로 해석하면 제후들이 서로 교제할 수 있는 휴식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풀이가 된다.


爻는 《설문해자》에서는 “교차한다는 뜻이다. 역의 육효의 머리가 교차한 것을 상형하였다.”(김혁, 2021)로 풀이했다. 그러나 김혁은 爻가 추상적인 획을 엇갈려서 교차·교착 등의 뜻을 표시하는 지사자로 보았다. 이에 따르면 이 爻가 현대의 爻와 交로 분화해, 爻는 음양의 교차를 뜻하고, 交는 일반적인 교차나 사람 간의 사귐을 뜻하는 글자가 되었다.


사귈/가로그을 효(爻, 효(爻: 괘의 가로획), 이십사효(二十四爻) 등. 어문회 1급)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爻→交(사귈 교): 교제(交際), 국교(國交) 등. 어문회 6급

爻+(臼(깍지낄 국))+宀(집 면)+子(아들 자)=學(배울 학): 학교(學校), 철학(哲學) 등. 어문회 8급

爻+巾(수건 건)=希(바랄 희): 희망(希望), 소희(所希: 바라는 일) 등. 어문회 준4급

爻+心(마음 심)=㤊(쾌할 효): 인명용 한자

爻+子(아들 자)+攴(칠 복)=敎(가르칠 교): 교육(敎育), 종교(宗敎) 등. 어문회 8급

爻+肉(고기 육)=肴(안주 효): 효선(肴膳: 술과 술안주), 미효(美肴: 훌륭한 술안주) 등. 어문회 준특급

爻+馬(말 마)=駁(논박할 박): 박론(駁論), 반박(反駁) 등. 어문회 1급

交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交+人(사람 인)=佼(예쁠/업신여길 교): 교인(佼人: 미인), 장교(壯佼: 장대하고 튼튼함) 등. 어문회 특급

交+力(힘 력)=効(본받을 효): 효방(効倣: 본따서 그대로 함,《조선왕조실록》), 실효(實効, 《조선왕조실록》) 등. 어문회 특급

交+口(입 구)=咬(물/새소리 교): 교상(咬傷: 물린 상처), 부정교합(不正咬合) 등. 어문회 1급

交+女(계집 녀)=姣(아름다울/아양부릴 교): 교교(姣姣: 재주와 지혜가 있음), 교동(嬌童/姣童/佼童: 귀엽게 잘생긴 남자아이) 등. 어문회 특급

交+心(마음 심)=恔(쾌할 교/효): 어인심독무교호(於人心獨無恔乎: 어찌 사람의 마응에 유독 만족스럽지 않으랴? 《맹자·공손추 하》) 등. 인명용 한자

交+木(나무 목)=校(학교 교): 교시(校時), 장교(將校) 등. 어문회 8급

交+日(날 일)=晈(명백할 교): 교교(晈晈: 새하얀 모양. 《조선왕조실록》), 이교(李晈: 조선의 종실) 등. 인명용 한자 

交+攴(칠 복)=效(본받을 효): 유효(有效), 효과(效果) 등. 어문회 준5급

交+水(물 수)=洨(물이름 효): 효하(洨河: 중국 하북성에 있는 강) 등. 인명용 한자

交+犬(개 견)=狡(교활할 교): 교활(狡猾), 표교(慓狡: 가볍고 재빠름) 등. 어문회 1급

交+玉(구슬 옥)=珓(옥산통 교): 배교(环珓: 윷처럼 던져서 점을 치는 도구. 《매천집》) 등. 인명용 한자

交+白(흰 백)=皎(달밝을 교): 교경(皎鏡: 달), 사망교연(四望皎然: 사방을 바라보니 모두 밝음) 등. 어문회 1급

交+糸(가는실 멱)=絞(목맬 교): 교수(絞首), 인교(引絞: 당겨서 밖으로 나오게 함) 등. 어문회 2급

交+艸(풀 초)=茭(마른풀 교|풀뿌리 효): 교추(茭芻: 마른 꼴. 《조선왕조실록》), 위교(葦茭: 갈[葦]을 엮어 만든 밧줄. 문에 걸어 재앙을 쫓는다. 《조선왕조실록》) 등. 어문회 특급

交+虫(벌레 훼)=蛟(교룡 교): 교룡(蛟龍), 등교기봉(騰蛟起鳳: 재능이 뛰어남) 등. 어문회 1급

交+言(말씀 언)=詨(부르짖을 효): 인명용 한자

交+車(수레 차/거)=較(견줄/비교할 교): 교차(較差: 최고와 최저의 차), 비교(比較) 등. 어문회 준3급

交+邑(고을 읍)=郊(들 교): 교외(郊外), 근교(近郊) 등. 어문회 3급

交+金(쇠 금)=鉸(가위 교): 교구(鉸具: 허리띠의 장식), 교정(鉸釘: 강철 못) 등. 인명용 한자

交+食(밥 식)=餃(교자 교): 교이(餃餌: 찐만두), 교자(餃子) 등. 어문회 준특급

交+骨(뼈 골)=骹(발회목 교): 약교(掠骹: 씨름하다, 《청장관전서》) 등. 인명용 한자

交+魚(고기/물고기 어)=鮫(상어 교): 교피(鮫皮: 상어가죽), 백교(白鮫: 백상아리) 등. 어문회 준특급

交+齒(이 치)=齩(깨물 교): 교설(齩齧: 물어뜯다, 《동국이상국집》), 교흘(齩齕: 씹다, 《사가집》)  등. 인명용 한자

學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學+告(고할 고)=嚳(고할 곡): 제곡(帝嚳: 중국 고대의 제왕. 《조선왕조실록》) 등. 인명용 한자

學+土(흙 토)=壆(흙굳을 학): 이학(李壆: 조선의 종실. 나주 괘서 사건에 연루돼 처형됨. 《조선왕조실록》) 등. 인명용 한자

學+攴(칠 복)=斅(가르칠 효): 효학반(斅學半: 가르침은 절반의 배움) 등. 어문회 준특급

學+見(볼 견)=覺(깨달을 각): 각성(覺醒), 감각(感覺) 등. 어문회 4급

學+鳥(새 조)=鷽(비둘기 학): 학구소붕(鷽鳩笑鵬: 비둘기가 붕을 비웃다) 등. 인명용 한자

學+黃(누를 황)=黌(학교 횡): 사횡(私黌: 글방), 횡당(黌堂: 공부하거나 글을 배우는 집) 등. 인명용 한자

希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希+人(사람 인)=俙(비슷할 희): 의희(依俙: ~한 듯하다. 《가정집》) 등. 인명용 한자

希+心(마음 심)=悕(원할 희): 오호희의(嗚呼悕矣: 아아! 슬픕니다. 《명재유고》) 등. 인명용 한자

希+日(날 일)=晞(마를 희): 희관(晞觀: 야심을 품고 기회를 노림), 희화(晞和: 날씨나 마음씨가 온화함) 등. 어문회 준특급

希+木(나무 목)=桸(나무썩을/구기 희): 인명용 한자

希+欠(하품 흠)=欷(한숨쉴 희): 희읍(欷泣: 흐느끼며 욺), 허희(歔欷: 한숨 지음) 등. 인명용 한자

希+火(불 화)=烯(불빛 희): 남희(南烯: 정조 대의 인물, 남이흥의 6대손. 《일성록》) 등. 인명용 한자

希+玉(구슬 옥)=琋(사람이름 희): 신영희(申泳琋: 고종 대의 인물. 《승정원일기》) 등. 인명용 한자

希+禾(벼 화)=稀(드물 희): 희귀(稀貴), 고희(古稀) 등. 어문회 준3급

希+糸(가는실 멱)=絺(가는삼베 치): 치격(絺綌: 칡으로 짠, 발이 곱거나 굵은 베), 추치(縐絺: 정교하게 짠 고운 갈포) 등. 어문회 특급

希+言(말씀 언)=䛥(말소리 희): 이희(李䛥: 양녕대군의 둘째 아들. 《사가집》) 등. 인명용 한자

希+豕(돼지 시)=豨(돼지 희): 희용(豨勇: 멧돼지의 용기, 또는 그처럼 용맹한 용사), 저돌희용(豬突豨勇: 함부로 날뜀) 등. 어문회 특급

希+邑(고을 읍)=郗(땅이름 치): 치감(郗鑒: 동진의 인물. 《조선왕조실록》), 치초(郗超: 동진의 인물로, 치감의 손자며 환온의 막료. 《조선왕조실록》) 등. 인명용 한자

肴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肴+山(메 산)=崤(산이름 효): 효산(崤山: 시안과 뤄양 사이의 산지. 《승정원일기》), 효함(崤函: 효산과 함곡관으로, 하남성에 있는 요충지. 《동명집》) 등. 인명용 한자

肴+木(나무 목)=㮁(치자나무 효): 인명용 한자

肴+水(물 수)=淆(뒤섞일 효): 혼효(混淆: 여러 가지를 뒤섞음), 효란(淆亂: 혼란) 등. 어문회 준특급

肴+殳(창 수)=殽(섞일/안주 효): 효저(殽底: 효산(崤山)의 아래, 《승정원일기》), 주효(酒殽: 술과 마른 안주. 《조선왕조실록》) 등. 어문회 특급

肴+邑(고을 읍)=郩(땅이름 효): 인명용 한자

效에서 파생된 한자는 다음과 같다.

效+人(사람 인)=傚(본받을 효): 시효(是傚: 본받음) 등. 어문회 특급

覺에서 파생된 한자는 다음과 같다.

覺+手(손 수)=攪(흔들 교): 교란(攪亂), 난교(亂攪: 어지럽고 시끄러움) 등. 어문회 1급

稀에서 파생된 한자는 다음과 같다.

稀+口(입 구)=唏(웃을/훌쩍훌쩍울 희): 인명용 한자

稀+目(눈 목)=睎(바라볼 희): 인명용 한자

稀+艸(풀 초)=莃(나물 희): 인명용 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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爻에서 1차 파생된 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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爻에서 1차 파생된 交에서 파생된 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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爻에서 1차 파생된 學에서 파생된 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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爻에서 1차 파생된 希에서 파생된 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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爻에서 1차 파생된 肴에서 파생된 한자들.

배울 학(學)은 지금은 꽤나 복잡한 형태를 하고 있는데, 이는 금문에서 확정된 형태고 갑골문에서는 더 단순한 형태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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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學의 갑골문 1, 2, 3, 4, 5, 금문 1, 2(이자 斅의 금문). 출처: 小學堂

갑골문은 두 손을 나타낸 깍지낄 국(臼의 아래 획을 끊은 형태, 이하 臼로 나타냄), X표 1개나 2개, 집 면(宀)을 적당히 섞어서 쓴다. X표 1개는 다섯 오(五), 2개는 爻로 보는데, 여기에서는 宀이 X표 1개를 대신해 줘서 생략한 것으로 보면 어떤 형태든 爻로 이해할 수 있다.


갑골문에서는 이 學에서 제사를 지낸다는 문구가 있는데, 고대에는 제례와 학습이 밀접한 관계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하고, 가끔은 생략되기도 하지만 宀이 제례 공간의 의미로 해석된다. 해석이 어려운 것은 爻인데, 김경일(2008)에서는 숫자를 표시하는 물건으로 봤고, 시라카와 시즈카는 나무를 엇갈려서 건물을 지은 것으로 보았다.

김혁의 설에 따라 爻에 交처럼 사귀다는 의미가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學은 사람 간의 사귐을 배우는 공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제례 역시 귀신과 사람 간의 사귐을 만드는 행사이므로, 學은 제사를 지내는 곳이자 사회화가 행해지는 곳이 된다. 아예 爻만으로 學이란 뜻을 나타낸 갑골문도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學이란 글자는 사귐을 통한 사회화야말로 배움의 궁극적인 목표임을 드러낸다.

금문에서는 학습의 대상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아들 자(子)를 더하고, 또 가르침에 따르는 체벌을 묘사하는 칠 복(攴)을 더했다. 그래서 이 글자로 배움과 가르침을 같이 나타내다가, 가르침이란 뜻이 斅로 따로 떨어져 나오면서 學과 斅라는 두 한자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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效의 갑골문, 금문, 전국시대 문자, 진(秦)계 문자, 소전. 출처: 小學堂

한편 소학당(小學堂)에 수록된 본받을 효(效)의 변천은 위와 같은데, 전국시대 문자와 진(秦)계 문자는 위에서 제시한 새로운 交의 모양을 하고 있으나 갑골문과 금문은 交가 아닌 黃이 유력한 형태가 붙어 있다. 따라서 이 갑골문과 금문의 문자는 黃과 攴이 결합한 문자로 새로 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마침 이 글자(⿰黃攴)도 금문에 있으며, 소학당에서는 이 한자를 가로 횡(橫)이나 넓힐 확(擴)의 이체자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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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문의 ⿰黃攴. 출전: 小學堂

그러나 갑골문과 금문의 效는 고유명사로 쓰이고 있어서 效 대신 ⿰黃攴으로 해석한다고 의미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이 문제는 학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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希의 예서. 출전: 小學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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稀의 소전과 예서. 출전: 小學堂

希는 《이아》에 나오니 오래된 한자인 것은 분명한데, 정작 예서 이전의 형태를 찾아볼 수 없다. 《설문해자》에도 나오지 않는다. 《설문해자》에서 稀를 풀이할 때 “성긴 것이다. 벼 화(禾)에서 뜻을 가져오고 希에서 소리를 땄다.”라고 하는데 정작 希가 없는 것이다. 이는 현행본에서 希가 누락된 것으로 보는데, 가는삼베 치(絺)는 希에서 소리를 땄다고 하고 바라볼 희(睎)는 稀의 생략형에서 소리를 땄다고 하는 등 책을 잘 잘펴보면 希와 稀를 구별해서 쓰고 있기 때문이다.


希는 《이아》에서는 드물다의 뜻으로 풀이하고, 그 외에도 고전 문헌에서는 후세에 睎로 분화하는 바라보다의 뜻으로도 쓰이고 있다. 지금처럼 바라다의 뜻으로 쓰는 것은 더 나중의 일인데, 바라보다의 뜻에서 인신된 것 같다. 그래서인지 바이두백과에서는 수건 건(巾)이 뜻을 나타내고 爻가 소리를 나타내는 형성자로 성긴 삼베에서 드물다는 뜻이 인신된 것으로 풀이한다. 그러나 정교하게 짠 삼베인 絺의 의미를 고려하면, 정교하게 짠 옷감에서 드물다는 뜻이 인신된 것 같다.


爻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엇갈리다, 사귀다, 나아가서 섞다, 잡다하다의 뜻을 지닌다.

學(배울 학)은 臼(깍지낄 국)과 집 면(宀)과 아들 자(子)가 뜻을 나타내고 爻가 소리를 나타내며, 爻의 뜻을 가져와 아이가 사귐을 익히며 배움을 뜻한다.

敎(가르칠 교)는 子(아들 자)와 攴(칠 복)이 뜻을 나타내고 爻가 소리를 나타내며, 爻의 뜻을 가져와 아이를 쳐서 사귐을 가르침을 뜻한다.

肴(안주 효)는 肉(고기 육)이 뜻을 나타내고 爻가 소리를 나타내며, 爻의 뜻을 가져와 술과 곁들이기 위한 잡다한 안주 종류를 가리킨다.

駁(논박할 박)은 馬(말 마)가 뜻을 나타내고 爻가 소리를 나타내며, 爻의 뜻을 가져와 말의 털 색이 잡다하게 섞여 있는 것을 뜻한다.

攪(흔들 교)는 手(손 수)가 뜻을 나타내고 覺이 소리를 나타내며, 爻의 뜻을 가져와 손으로 섞기 위해 흔드는 것을 뜻한다.

殽(섞을/안주 효)는 殳(창 수)가 뜻을 나타내고 肴가 소리를 나타내며, 肴의 뜻을 가져와 안주, 또는 안주처럼 잡다하게 섞여 있는 것을 뜻한다.

淆(섞을 효)는 水(물 수)가 뜻을 나타내고 淆가 소리를 나타내며, 肴의 뜻을 가져와 안주가 잡다하게 있는 것처럼 섞는 것을 뜻한다.

또 爻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엇갈리다는 뜻에서 나아가 정교하다는 뜻을 지닌다.

希(바랄 희)는 巾(수건 건)이 뜻을 나타내고 爻가 소리를 나타내며, 爻의 뜻을 가져와 정교하게 짠 베, 나아가 드문 것을 가리키고, 또 인신되어 이렇게 드문 것을 바라는 것을 뜻한다.


交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엇갈리다, 묶다, 매다 등의 뜻을 지닌다.

咬(물/새소리 교)는 口(입 구)가 뜻을 나타내고 交가 소리를 나타내며, 交의 뜻을 가져와 입술을 엇갈려 무는 것을 뜻한다.

校(학교 교)는 木(나무 목)이 뜻을 나타내고 交가 소리를 나타내며, 交의 뜻을 가져와 나무로 서로 얽어서 만든 울짱을 뜻한다.

珓(옥산통 교)는 玉(구슬 옥)이 뜻을 나타내고 交가 소리를 나타내며, 交의 뜻을 가져와 옥으로 만든 윷처럼 던져서 점치는 도구를 뜻한다.

絞(목맬 교)는 糸(가는실 멱)이 뜻을 나타내고 交가 소리를 나타내며, 交의 뜻을 가져와 실로 매는 것을 뜻한다.

茭(마른풀 교|풀뿌리 효)는 艸(풀 초)가 뜻을 나타내고 交가 소리를 나타내며, 交의 뜻을 가져와 풀뿌리가 서로 얽혀 있는 것을 뜻한다.

較(견줄/비교할 교)는 車(수레 차/거)가 뜻을 나타내고 交가 소리를 나타내며, 交의 뜻을 가져와 수레의 부속이 서로 얽히는 횡목을 뜻한다. 비교란 뜻은 뿔 각(角)과 통가해 가차한 것이다.

郊(들 교)는 邑(고을 읍)이 뜻을 나타내고 交가 소리를 나타내며, 交의 뜻을 가져와 도성과 바깥이 서로 엇갈리는 곳을 뜻한다.

鉸(가위 교)는 金(쇠 금)이 뜻을 나타내고 交가 소리를 나타내며, 交의 뜻을 가져와 쇠가 서로 엇갈리는 가위를 뜻한다.

齩(깨물 교)는 齒(이 치)가 뜻을 나타내고 交가 소리를 나타내며, 交의 뜻을 가져와 이를 엇갈려 무는 것을 뜻한다.


또 交는 정교하게 얽는 것에서 따서, 예쁘다, 공교하다는 뜻을 지닌다.

佼(예쁠/업신여길 교)는 人(사람 인)이 뜻을 나타내고 交가 소리를 나타내며, 交의 뜻을 가져와 사람이 예쁜 것을 뜻한다.

姣(아름다울/아양부릴 교)는 女(계집 녀)가 뜻을 나타내고 交가 소리를 나타내며, 交의 뜻을 가져와 여자가 아름다운 것을 뜻한다.

狡(교활할 교)는 犬(개 견)이 뜻을 나타내고 交가 소리를 나타내며, 交의 뜻을 가져와 짐승이 재주가 좋아 교활한 것을 뜻한다.


또 交는 爻가 교육을 가리키는 것처럼 교육의 뜻을 지닐 수도 있다.

效(본받을 효)는 力(힘 력)이 뜻을 나타내고 交가 소리를 나타내며, 交의 뜻을 가져와 교육을 받아 본받는 것을 뜻한다.

效(본받을 효)는 攴(칠 복)이 뜻을 나타내고 交가 소리를 나타내며, 交의 뜻을 가져와 교육을 받아 본받는 것을 뜻한다.

傚(본받을 효)는 人(사람 인)이 뜻을 나타내고 效가 소리를 나타내며, 效의 뜻을 가져와 사람이 남의 행위를 본받는 것을 뜻한다.


學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교육과 관련한 뜻을 지닌다.

嚳(고할 곡)은 告(고할 고)가 뜻을 나타내고 學이 소리를 나타내며, 學의 뜻을 가져와 다른 사람이 배우도록 간절히 고하는 것을 뜻한다. 

斅(가르칠 효)는 攴(칠 복)이 뜻을 나타내고 學이 소리를 나타내며, 學의 뜻을 가져와 다른 사람이 배우도록 하는 것, 곧 가르치는 것을 뜻한다.

覺(깨달을 각)은 見(볼 견)이 뜻을 나타내고 學이 소리를 나타내며, 學의 뜻을 가져와 배움으로 말미암아 깨닫는 것을 뜻한다.

黌(학교 횡)은 黃(누를 황)이 뜻을 나타내고 學이 소리를 나타내며, 學의 뜻을 가져와 배우는 곳, 즉 학교를 뜻한다.


希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드물다, 바라다, 베와 관련한 뜻을 지닌다.

悕(원할 희)는 心(마음 심)이 뜻을 나타내고 希가 소리를 나타내며, 希의 뜻을 가져와 마음으로 바라며 원함, 또는 마음으로 원함이 이루어지지 않아 탄식함을 뜻한다.

睎(바라볼 희)는 目(눈 목)이 뜻을 나타내고 希가 소리를 나타내며, 希의 뜻을 가져와 드문 것을 바라봄을 뜻한다.

稀(드물 희)는 禾(벼 화)가 뜻을 나타내고 希가 소리를 나타내며, 希의 뜻을 가져와 드문 것을 뜻한다.

絺(가는삼베 치)는 糸(가는실 멱)이 뜻을 나타내고 希가 소리를 나타내며, 希의 뜻을 가져와 정교하게 짠 삼베를 뜻한다.

또 希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唏(웃을/훌쩍훌쩍할 희)의 뜻과 관련해 감정을 표현하는 소리를 나타낸다.

欷(한숨쉴 희)는 欠(하품 흠)이 뜻을 나타내고 希가 소리를 나타내며, 唏의 뜻을 가져와 감정을 표현하고자 한숨 쉬는 것을 뜻한다.

䛥(말소리 희)는 言(말씀 언)이 뜻을 나타내고 希가 소리를 나타내며, 唏의 뜻을 가져와 감정을 표현하는 말소리를 뜻한다.


이상의 관계를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672d42bf20361.png?imgSeq=38112

爻에서 파생된 한자들의 의미 관계도.

672d463dd11aa.png?imgSeq=38113

交에서 파생된 한자들의 의미 관계도.

672d417cbb502.png?imgSeq=38111

希에서 파생된 한자들의 의미 관계도.


요약

爻(사귈/가로그을 효)는 획을 엇갈려 추상적인 엇갈림, 사귐 등을 나타내는 지사자며, 交(사귈 교)는 爻의 변형이다.

사귈/가로그을 효(爻)에서 交(사귈 교)·學(배울 학)·希(바랄 희)·㤊(쾌할 효)·敎(가르칠 교)·肴(안주 효)·駁(논박할 박)이 파생되었고, 交에서 佼(예쁠/업신여길 교)·効(본받을 효)·咬(물/새소리 교)·姣(아름다울/아양부릴 교)·恔(쾌할 교/효)·校(학교 교)·晈(명백할 교)·效(본받을 효)·洨(물이름 효)·狡(교활할 교)·珓(옥산통 교)·皎(달밝을 교)·絞(목맬 교)·茭(마른풀 교|풀뿌리 효)·蛟(교룡 교)·詨(부르짖을 효)·較(견줄/비교할 교)·郊(들 교)·鉸(가위 교)·餃(교자 교)·骹(발회목 교)·鮫(상어 교)·齩(깨물 교)가, 學에서 嚳(고할 곡)·壆(흙굳을 학)·斅(가르칠 효)·覺(깨달을 각)·鷽(비둘기 학)·黌(학교 횡)이, 希에서 俙(비슷할 희)·悕(원할 희)·晞(마를 희)·桸(나무썩을/구기 희)·欷(한숨쉴 희)·烯(불빛 희)·琋(사람이름 희)·稀(드물 희)·絺(가는삼베 치)·䛥(말소리 희)·豨(돼지 희)·郗(땅이름 치)가, 肴에서 崤(산이름 효)·㮁(치자나무 효)·淆(뒤섞일 효)·殽(섞일/안주 효)·郩(땅이름 효)가 파생되었고, 效에서 傚(본받을 효)가, 覺에서 攪(흔들 교)가, 稀에서 唏(웃을/훌쩍훌쩍울 희)·睎(바라볼 희)·莃(나물 희)가 파생되었다.

爻와 交는 파생된 한자들에 배움, 맴, 얽힘, 정교함의 뜻을 부여하며, 希는 파생된 한자들에 드묾, 바람, 베, 그리고 唏에서 연관돼 감정 표현의 뜻을 부여한다.


주석

김혁(2021): 김혁:〈交와 爻의 同源관계에 대한 시론〉, 중어중문학, 84, 6 (2021)

김경일(2008): 김경일: 〈『論語』「學而」 ‘學’, ‘朋’의 字源과 혈족문화의 내면〉, 중어중문학 42, 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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及時雨
24/11/08 11:42
수정 아이콘
안주 효자 생각하고 들어왔는데 딱 있네요 크크
천자문에서 보긴 했는데 실사용이 전혀 없는...
계층방정
24/11/08 12:45
수정 아이콘
저도 실사용례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 점심 먹은 푸드코트에 저 한자가 떡 하니 박혀 있더군요. 일본 가정식 겸 술집이었습니다.
及時雨
24/11/08 13:02
수정 아이콘
헉 일본어 전공인데도 쓰는걸 몰랐네요
如是我聞
24/11/08 13:46
수정 아이콘
잘 배우고 갑니다.

고대에는 제례와 학습이 밀접한 관계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 제례를 지내면서 조상들의 업적 등을 되새기는 과정이 있었을테고, 그게 바로 역사학습의 시작이었던건가요?
계층방정
24/11/12 10:34
수정 아이콘
항상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잘 모르지만, 김경일 교수는 상나라에서 학(學)은 제사 공간이었고 주나라에 가서야 학습의 기능이 덧붙었을 것으로 추측하더군요.
24/11/08 16:10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敎의 뜻이 생각보다 살벌했군요 크크
계층방정
24/11/12 10:36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칠 복(攴)이나 창 수(殳)가 들어가는 한자들이 좀 그런 면이 있습니다. 시라카와 시즈카는 殷은 임부를 때리는 주술 의식으로 해석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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