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 전에:대회에서 명경기가 많이 나오고 치열한 양상이 도출되는 지도 또한 좋은 지도이지만, 제가 직접 래더에서 플레이하면서 즐길 수가 있어야 완성된 명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리 운이 과도한 4인용 맵이나, 맵 디자인 자체가 난이도가 높아 플레이 자체가 힘든 어비설 리프, 혹은 과거 좋은 지도였으나 공허의 유산 메타와 맞지 않았던 지도(세종 과학기지) 등이 제외되어 있습니다.
54위. 코랄 카네지 녹아웃 (0/100점)
아... 1:1 게임에서 8인용 지도가 무슨 말입니까? 4인용 맵에서 일꾼 서치 방향에 따라 승패가 갈리거나, 더 심하면 회전형 맵에서 가로냐 세로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것을 싫어했던 저에게는 그야말로 독약과도 같은 맵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맵에는 더욱 어처구니 없는 특징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입구의 돌을 굴리면 '본진의 입구'가 돌으로 막힌다는 특징이었습니다. 네, 그리고 이 지도에는 뒷마당이 없습니다. 뒷마당으로 포장된 '타 스타팅'이 하나 있기는 한데, 그 곳으로 가려면 역시 돌을 뚫고 가야합니다. 그렇다면 대체 이 세상의 어느 온전한 지성인이 자기 본진 앞의 돌을 깨겠습니까? 아무도 없지요. 그렇다면 이 돌은 즉, 상대 선수보고 깨라고 만들어 놓은 돌입니다. 실제로 이 지도에서 저프전을 하게 되면, 12못을 달린 저그가 입구의 돌을 깨고 유유히 멀티 다섯 개를 가져갈 동안 프로토스는 눈물을 훔치며 광전사로 2000/3짜리 돌을 조각내고 있었죠.
영명하신 블리자드께서는 이 점을 고작 한달만에 캐치해내시고, 바로 입구의 돌을 삭제하는 패치를 단행했으나, 아쉽게도 이 맵의 문제는 그것 만이 아니었습니다. 사방에 깔린 돌을 깨고 들어오는 올인, 전차 자리잡기, 언덕 스타팅 멀티만 먹는 혐영 등 온갖 플레이가 모두 나왔고, 마침내 이 맵은 한 시즌도 버티지 못하고 퇴출되는 공유 유일한 맵이 되었습니다.
53위. 다산 기지(5/100점)
정보 1. 이 지도의 본진 사이 거리는 일꾼 기준 20초가 조금 안 된다.
정보 2.
[전쟁 초원]의 본진 사이 거리는 일꾼 기준 20초가 조금 안 된다.
정보 3. 직선 거리는 그보다 더 가깝다.
정보 4. '앞'마당은 황금 광물이고, 상대가 뒷마당 쪽 입구로 병력을 돌려 앞마당 광물 지대를 견제할 수 있다.
정보 5. 자신은 돌을 깨기 전까지는 그 병력을 제거할 수 없다.
블리자드가 '양상 고착화'를 피한다고 낸 '전략적인 맵'입니다. 그리고 블리자드의 '전략'은 그냥 올인질이나 나오면 우와 정말 다양한 전략이구나!에 그치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죠. 보통 시청자들은 김도우 vs 박령우 아포테오시스에서 암흑기사로 병력을 유도한 다음 돌을 닌자하고 본진과 앞마당을 유린하는 플레이에 환호하지, 대놓고 올인하세요~라고 만들어놓은 맵에서 12못 뛰고, 4차관 뛰고, 치즈 뛰어서 이긴다고 환호하지는 않는단 말입니다.
공동 49위. 에이바이오제네시스, 디펜더스 랜딩, 팔라디노 터미널(10/100점)
"에이바이오제니시스는 초반 공격형 지도입니다. 초반 공격을 시도한 후 경기가 진행됨에 따라 경제적인 전략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블리자드의 지도 설명입니다. 다른 말로 옮기면 '여러분은 날빌을 질러야 합니다. 만약 날빌을 실패한 뒤 패배할 게임을 질질 끌고 싶다면 마음대로 하세요.'라고도 적을 수 있겠네요. 극단적으로 가까운 러쉬 거리를 모토로 만들었지만, 그래도 만약에 '경제적인 단계'로 돌입한다면 다른 지도를 비슷하게 흉내라도 내 볼 수 있기에 다산 기지보다야 더 나은 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봐야 도찐개찐이지만요.
위 세 맵은 거기서 거기고 똑같이 생겼기 때문에 그림은 한 장만 추가합니다.
3위. 어스름 탑 (65/100점)
보통 공허의 유산의 명지도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지도입니다. 그렇지만 사실, 밸런스 적으로나 양상에서 무결점의 훌륭한 맵이라고 보기는 어렵지요. 특히 몹시 가져가기 쉬운 트리플과 고개만 빼꼼 내밀면 가져갈 수 있는 4멀 지역, 그리고 서로에게 향하는 유일한 통로는 양 플레이어에게 혐영을 사실상 강제하는 요소입니다. 그렇지만 이 맵에는 추억이 어려있습니다. 공허의 유산 출시 직후, 망도 망선소, 망앙 망로토콜, 망레나, 망리온 망구 등 수없이 깔려있던 소위 '똥맵'들, 공유 평균 게임시간을 5분 아래로 낮추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맵들 사이에서 홀로 유일하게 '너와 나는 같이 많이 먹고 병력을 찍자!'가 성립하는 맵이었습니다. 덕분에 밸런스적으로 힘든 종족도 이 맵은 모두가 (최소한 상대적으로) 좋아했고, 혐영맵 답게 대회에서도 재미있는 경기가 많이 나왔지요.
2위. 카탈리스트 (70/100점)
러쉬 거리가 제법 가까운 대신, 그 경로의 언덕을 좁게 만들어 지형을 선점할 경우 수비가 용이해질 수 있습니다. 그 외에는 정말 무난한 양상을 보이는 맵입니다만, 확장을 가져가면 갈수록 서로에게 가까워지는 만발의 정원 같은 형태이지요. 사실 두 맵은 꽤나 비슷합니다. 만발의 정원이 조금 더 아름답긴 하지만요. 확장 동선에 따라 맵을 넓게 쓸 수도, 작게 쓸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러쉬 거리가 멀지 않기 때문에 자나깨나 뜬금없이 찔려 죽는 것은 조심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꽤 즐거운 맵입니다.
1위. 어센션 투 아이어 (95/100점)
95점을 준 이유는, 그저 완벽함을 제 마음대로 재단할 수는 없기 때문에 매긴 점수입니다. 정말 훌륭한 맵이고, 여기에서 어떻게 더 발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조차 없습니다. 매우 객관적이고 공정한 제 지인 3명의 대규모 집단에게 설문한 결과, 모두가 이 맵이 공허의 유산 최고의 명맵이고 이 지도에서 플레이하는 것을 즐긴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서로 먼 지역의 삼룡이를 가져가면서 펼쳐지는 운영전, 상대와 가까운 삼룡이를 선택함으로써 진격할 수 있는 속도전, 그리고 경기가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치닫게 되면 센터 멀티에서의 치열한 혐영까지, 모든 양상이 버무려져있고, 어디에도 치우침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고착화된 운영을 강요하는 지도 또한 아닙니다. 이 방면에서는 이병렬이 상대 앞마당 정면 땅굴 포촉으로 다수 우관을 카운터 친 경기가 유명하죠.
개인적으로는 만발의 정원과 여명을 뛰어넘는 최고의 맵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