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얼마전 골드로 승급한 늙은 프로그래머입니다.

골드 승급 기념글(https://ppt21.com/pb/pb.php?id=free2&no=54605)에서 늙고 병든 이를 위한 실버 탈출법을 쓰겠다고 말을 했었는데, 골드를 찍고 보니 뭔가 마음에 여유도 생기고 해서, 오늘 한번 정리해볼까 합니다.

일단 이 글은, 아직 젊고 피지컬이 살아있는 사람들을 위한 글이 아닙니다. 그리고 골드를 벗어나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한 글도 아닙니다. 늙어서 피지컬도 안되고, 미니맵도 안보이고, CC기라도 하나 걸리면 패닉에 빠져 어쩔 줄을 몰라하는 30대 중후반 게이머들을 위해, 실버 구간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적은 글입니다. 오늘도 늘어가는 1패에 잔주름이 패여가는 30대 게이머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1. 챔피언 선택

자. 우리는 늙었습니다. 뭐 전성기때야 우리도 괜찮은 반응 속도를 자랑하며 격투게임도 하고 했었지만, 이제는 부질없는 옛날 얘기지요. 보통 실버구간 탈출법 등을 보면, 캐리가 되는 챔피언을 골라 라인을 압살할 실력을 기른 다음 로밍 등으로 상대방 멘탈을 파괴시키면 이 구간은 쉽게 극복이 가능하다. 라고 합니다. 말은 쉽습니다만 그게 된다면 우리가 여기 있지 않겠죠. 사실 그런 글을 쓰는 사람들 대부분이 저렙 브론즈/실버 아이디를 빌려서 그걸 골드 이상으로 끌어올려 본 사람들이고, 그들의 피지컬은 우리를 아득히 능가하며, 우리가 그들처럼 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그들의 조언은 잊고 우리는 할 수 있는 것을 하도록 합니다.
LOL이 재미있는 건, 승급전을 제외하고는 승률 50%만 유지하면 점수가 오릅니다. 연패를 하지 않는 이상, 오를 때 점수는 떨어지는 점수보다 약간 많습니다. 때문에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은, 승률 50%를 아주 약간만 넘기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항상 1인분을 한다"
네. 2인분도 필요 없습니다. 1.5인분도 필요없습니다. 목표는 항상 1인분을 하는 겁니다. 뭐 가끔 안 될때도 있겠지만, 그런 건 하늘의 뜻이려니 생각하고 넘어갑니다.
게임에는 트롤이 있습니다. 정말 멘탈이 쓰레기라 고의 트롤을 하는 애들도 있긴 하지만, 라인에서 망하고 멘탈이 무너지는 케이스들도 많습니다. 또 트롤을 하지 않는데도 다른 사람이 보기에 트롤이라고 보이는 케이스도 있습니다. 초식 미드로 상대 르블랑(패치 전)을 만나 라인에서 털리고 다른 라인까지 똥이 퍼져나가면, 나는 트롤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 눈에는 트롤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내가 트롤이 되지 않으면 적어도 우리팀에 트롤이 하나 줄고, 그러면 이길 확률은 미세하게 올라가며, 그 확률을 베이스로 충분한 게임수를 달성하면 우리는 실버구간을 탈출할 수 있습니다.
물론, 상대적인 실력이 부족할 경우 1인분을 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실버구간에서는 우리들의 피지컬로도 1인분을 할 수 있는 챔피언이 존재합니다. 그런 챔피언의 조건이 어떤 것들인지 살펴봅시다.

A. 스킬의 실패 리스크가 적다. (궁의 경우는 예외로 할 수 있다.)
B. 정교한 컨트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C. 라인 강캐를 만나도 파밍은 가능하다.
D. 그렇게 무난히, 혹은 상대보다 조금 덜 컸을 경우에도 괜찮은 수준의 존재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위의 조건에 맞지 않는 챔피언이 최근 꿀이라고 해도, 과감히 버립니다. 우리는 신챔프 적응력도 느리고, 컨트롤도 구립니다. 좋은 챔프 꿀빨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1인분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챔피언을 찾아, 우직하게 그것만 하는 길이 우리가 올라갈 길입니다.

탈론/신드라/제드/카사딘 같은 챔프는 머리속에서 지웁니다. 레넥톤 같은, 라인 우위를 점하는 걸 전제로 하는 챔프도 지웁니다. 우리가 라인전을 지는 것은 당연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와 같이 커서 1인분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때문에 라인에서 망하면 꿈도 희망도 없는 베이가 같은 챔프도 지웁니다.

미드에서 추천해드릴 챔프는 직스입니다. 제 승리 횟수의 1등 공신이며, 언제고 뽑을 수 있고, 딱히 상성을 타지도 않고, 무난히 클 수 있으며, 라인 강캐가 와도 Q로 파밍만 하면 됩니다. 그렇게 킬 안주고 CS만 따라가다 보면 한타 때 궁쓰고, 최대한 사거리를 두면서 Q만 좀 던지고, 근접하는 애들에게 e깔고, w로 튕겨내거나 도망가고 다시 q 던지고 (맞든 안맞든) 하다보면 1인분은 합니다. CS먹는 연습은 좀 하셔야 하는데, 스킬을 써서 CS를 먹는 건 정교한 컨트롤 보다는 경험하다보면 다 할 수 있는 것이니 그냥 많이 하다보면 늡니다. (CS 먹기가 어렵지도 않은 챔프구요.)

서폿으로는 소나가 있습니다. qwe 모두 알아서 잘 들어가고, 궁은 좀 신경써서 써야 하지만, 이니시 욕심내지 않고 아군 딜러 라인을 지킨다는 생각으로 쓴다면 그닥 어렵지 않습니다. (딜라인 근처에 서서 힐 좀 넣어주다가 적 딜러 들어오면 궁쓰고 q쓰고 e쓴다음 탈진넣고 딜라인과 함께 도망치면 됩니다. 라인전에서도 견제할 생각 말고 w선마 해서 아군 원딜이나 지켜주고 6렙찍고 궁으로 수비하거나 하면 됩니다.)

탑은 좀 애매한데, 사실 제가 탑/정글은 잘 못합니다. 원딜도 그닥이죠. (미드/서폿만 가지고 골드에 올라왔습니다. 미드 서폿을 픽해서, 그냥 많이 했습니다. 흐흐)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탑을 가야 하는 경우, 제가 픽하는 건 말파입니다. cs 수급이 좀 많이 어렵긴 하지만, cs차이가 좀 벌어져도 어차피 궁셔틀은 할 수 있고, 실버구간 특징상 말파궁을 보고 피하거나 하는 친구들은 별로 없으므로, 그냥 조금 덜 크더라도 한타 때 많이만 띄운다는 생각으로 플레이 합니다. 미드 봇이 그럭저럭 커서 제 궁으로 한타를 이기면 게임이 이기는 거고, 아니면 지는거죠. 흐흐. 사실 너프 전 시즌3 초반 신지드도 버틴다는 생각으로만 하면 위의 조건을 만족할 수 있었습니다만, 카운터도 많고 너프 후 최근에는 그닥 좋은 픽이 아니라 뽑지 않습니다.

위의 챔프들의 특징은 일단 라인에서 버틸 수 있고, 굳이 라인전을 꼭 이기지 않더라도 한타에 가서 존재감을 뽐내기 부담이 없으며, 스킬 미스에 대한 부담도 적습니다. 라인전에서 신경쓸 게 적어진다는 건, 그만큼 여유가 생긴다는 의미이고, 그러면 미니맵을 본다거나, 아니면 다른 라인 상황 등을 본다거나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깁니다. 그러면 다른 분들이 쓰신 실버 탈출법에 있는 조언들을 따를 수 있게 되는 거죠. 라인전 상황에서 스킬 하나하나를 쓰기 위해 긴장하다보면, 늙고 병든 우리는 시야가 상대 챔프와 cs에 고정됩니다. 심지어 그런다고 라인전을 이길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좀 더 여유있게 라인전을 플레이 하기 위한 가장 첫번째는, 그럴 수 있는 챔피언 픽입니다.

짧게 쓰려고 했는데 꽤 길어졌네요. 시간이 난다면 다음 글에서 라인전 운용에 대해서 써볼까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건승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