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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7/26 22:42:41
Name The xian
Subject 다음 세상에 내가 좋아할 선수는......
강한 모습만이 영원히 기억될 수 있는 선수였으면 좋겠다.
전성기가 지나 승보다 패가 많아지는 광경을 보면서 가슴이 미어지지 않아도 되게.


선수 생활을 너무 오래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오래 남아 있으면 뭐 해. 기자가 무슨 벼슬이라고 왜곡하고 해꼬지하기밖에 더 하나. 보는 팬은 짜증이나 나지.
그리고 팬의 처지에서도 오래 이 판에 남아 있는 것보다 짧고 굵게, 오래 기억되는 게 편해.


자신이 원하지 않는데도 적이 만들어지는 선수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 선수의 팬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만으로 여기저기서 짱돌이 날아드는 거,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르거든.


선수 생활 초반에 우승하지 말고 선수 생활 막판에 우승 했으면 좋겠다.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거라고,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감동을 나중에 맛보게 되면 더 커지는 법이지.



이런 말을 되뇌이면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곤 한다.


"그러면, 지금 경기하는 선수들 중 그런 선수를 좋아하면 되지 않느냐. 그런 선수의 팬이 되면 되지 않느냐." 라고.


그런데 말이지......


그렇게 그대로 인해 울고 웃고 가슴이 미어져도. 아프고 또 아파도.
내 이 박복한 생애에서, 이 판에서 내 마음에 합한 선수가 그대 뿐인걸 어찌할까. 어찌할까. 어찌할까.

그대가 지금 보여주는 잠깐의 아쉬움이나. 아픔이나, 안타까운 순간보다
그대가 지난 날 나에게 오랜 동안 보여줬던 놀라움과 감동이 천배 만배 더 큰 것을 어찌할까. 어찌할까. 어찌할까.

헛생각을 그렇게 하고 헛말을 그렇게 하지만. 다 거짓말이고, 다 푸념이고, 행복에 겨운 주제에 한 순간 삐진 거지 뭐.


부디. 고개 숙이지 말기를. 아니. 고개 숙이지 말았으면. 아니, 아니. 고개를 들어 줘.
익어서 낟알로 떨어지기엔 그대에게는 아직 너무도 많은 인생이 남아 있고, 나는 그 남은 인생까지도 행복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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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듯 지고 난 후 패배로 인해 마음이 불일듯 하겠지만, 패배는 기억하되, 집착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집착하면 또 같은 패배를 낳게 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윤열 선수.


- The xian -


P.S. 더불어 마재윤 선수의 헤리티지 우승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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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louch Vi Britannia
09/07/26 23:13
수정 아이콘
아..정말 공감합니다..
이윤열 선수를 생각하는 맘도 듬뿍 느껴지는군요^^
아무튼 이윤열선수...이대로 끝나시진 않을거죠??
Love.of.Tears.
09/07/26 23:13
수정 아이콘
눈물이 나는군요 저와 비슷하시네요...The xian님 감사합니다.
09/07/26 23:27
수정 아이콘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이윤열 선수가 분전끝에 패하길 바랬습니다.(정확히는 임요환 선수와의 4강전부터..)
그렇게 얻은 패배가 다시한번 식지않는 심장을 심어줄수만 있다면 그걸로 족했기 때문이지요.
09/07/26 23:31
수정 아이콘
이윤열이라는 세글자를 임요환으로 바꾸면 제마음과 정확히 일치하네요 유유..
정지율
09/07/26 23:36
수정 아이콘
그래도 전 시안님이 부러운데요. 한 시대를 풍미한 본좌의 팬이라는 거. 8강에 한번이라도 올라가주면, 제발 시드만 받기를 바라고 또 바라던 팬 입장에서는.. 으힛. 아, 제가 응원하는 선수도 이윤열 선수를 많이 부러워하겠네요. 이렇게 멋진 팬이 있다니 부러워요~ 하고.
headstrong
09/07/27 00:45
수정 아이콘
정말 어떻게 하죠?
승보다 패가 많아져도, 가슴이 정말 미어져 눈물이 흘러도, 지면 몇몇 사람들이 내게 뭐라고 해도
오래도록 모습을 보여줬으면 해요.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줬으면 해요. 힘내줬으면 해요.

여전히 그 선수는 할 수 있을거라 믿어지는 걸 어떻게 하죠? 그 선수가 웃기만을 바라는데... 어떻게 하죠?

우승하는 그 날 우는 건 내가 할테니
팬들은 웃어달라고 말하는 그 선수를 정말 어떻게 할까요....
끝까지 믿는 걸로, 더 힘차게 응원하는 것으로 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듯.. 해요. ^^

감사해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마재윤선수 우승 축하드립니다.
권보아
09/07/27 01:26
수정 아이콘
전 한번이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소위 '본좌' 를 응원 해본 적이 없습니다.

'본좌'가 아닌 것을 응원하는게 좋은건지, 아니면 제가 응원해서 본좌가 못되는건지..

맨날 불안불안하고 전통의 약팀..... 꼴데소리 듣는 '롯데'..

'02 Sky, KPGA 양대리그 결승에 올라가서 임요환은 넘었지만 이윤열을 넘지못해서 결국 본좌소리를 듣지 못했던 '박정석'..

결승 단골손님이었지만 T1, KOR 등에 막혀서 번번히 샴페인 터뜨리는걸 구경만 했던 'KTF'....

김준영에게 충격의 4강 5라운드 패배이후 괴물이 되어 돌아온,

결승에서 송병구를 3:0으로 셧아웃 시켜버리고 마재윤을 잇는 본좌가 될줄알았던.. '어린괴물' 이영호..



제마음을 모르실겁니다..

임이최마, 김택용, 이제동, 전성기 T1, MBC Hero, 삼성전자를 응원하고 겜게에서 MVP 공동수상 논란마저도 부럽게 했던 분들은..

절대 제마음을 알지 못할겁니다.

완전하지 못한것을 응원하고, 완전한것을 응원하는 사람에 비해, 항상 마음의 상처를 더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오묘묘묘
09/07/27 08:30
수정 아이콘
팬심이란게 참 다른것 같아요..

이렇게 전성기가 지나도 꾸준히 좋아하는 분들 보면 저로서는 알수 없는 마음이네요..
저는 전성기가 지나고 계속 지기 시작하면 응원하던 마음도 아예 사라져 버립니다..
최연성,마재윤,이영호 선수 응원하다가 이제 김정우 선수 팬이 됐습니다..
그저 잘하는 사람이 좋지요..
09/07/31 12:11
수정 아이콘
이윤열 선수 다음 리그 우승해야죠! 우승 트로피에 입맞추는 그 장면 올 해 안에 봤음 좋겠습니다~

시안님 글 오랜만에 봅니다. 역시 좋은 글...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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