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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서울대학교의 교훈(또는 슬로건이라고도 부릅니다)으로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누군가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
이 말의 뜻인 즉슨 서울대학교의 인재로서 이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 나가겠다는 그런 포부..가 있다고나 해야 할까요?
서울대학교의 관악캠퍼스가 관악산 중턱에 있는 것 때문에, '..관악을 보게 하라...'라는 말은 바로
서울대를 바라보라는 그런 은유로서 표현 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조국이 어떤 해결책을 찾고자 할 때, 대한민국의 인재인 '그들'에게서 해답을 얻기 위하여 산으로 찾아간다..뭐 이런 뜻도 있는 듯 싶죠?
마치 미래를 알고자 할 때 산 속에 있는 점집과 산신령을 찾아가는 것처럼..
그러기 위해서 그들은 '관악산' 보다 더욱 더 높은 곳에 서 있어야 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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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도 조국의 미래가 서울대에게 있는 것이다 라고 말하는 이런 문구 처럼,
현 상황으로써의 KTF라는 팀의 미래는 단지 한 명, '이영호'에게만 의지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 문장을 바꾼다면 『누군가 KTF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Flash를 보게 하라.』 이 정도가 될까요?
이런 문장이 실현되기 위해서 '이영호'는 누구보다도 전지전능 해야하고, 미래를 볼 줄 아는 통찰력까지도 겸비해야 합니다.
일반인들보다 더욱 더 높은 위치에 서 있어야 하고, 곧 한 팀을 이끌어 나가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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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부터 썩어들어가기 시작한, 한 집안에 있던 수많은 기둥이 어떤 천재지변으로 인하여 결국은 모두 다 무너졌습니다.
아무도 그 기둥이 한 순간에 무너지리라는 생각을 하지는 못하였습니다, 적어도 2007년까지만 하더라도.
그냥 그 집의 기둥 몇개는 리모델링 되거나 한개 한개씩 서서히 고쳐나가겠지, 아니면 2~3년은 더욱 더 영위 해 가겠지 하면서
어느 날부터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기울어지기 시작했다고 해야 할까요.
그것도 처음에는 그냥 기둥 몇 개 빼는 것만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기둥 몇개 뺀다고 집이 무너지겠어? 하면서.
그런데 그것도 단지 그 뿐이었을 뿐, 기둥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계속 속 안부터 썩어들어가기 시작하였고,
어떤 시간 속의 분수령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 결국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그 기둥은 모두 다 빠져나갔습니다.
더 이상 어떤 방법으로도 그 기둥은 남아 있지 않게 된 겁니다, 식탁도 만들 수 없고, 침대도, 시계도, 의자도 만들 수 없는
그런 기둥이 되어서 더 이상은 회귀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누가 뽑아 갔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아직까지 지붕이 무너지지 않았던 이유는, 집이 붕괴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 집 중앙에 꽂힌 오직 중앙의 한 기둥만이 남게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어떤 기둥들보다 더 작아서 눈여겨 보지 않던 그런 작은 기둥이 어느 순간부터는
집을 떠받쳐야만 하는 오직 하나의 기둥으로 되어 버리는 결과까지 생겨 버린 것이었습니다.
이를 새로 온 집주인이 인식하여 또 다른 나무기둥들을 여러개 사 놓아 보기도 하였지만 이미 역부족이었습니다.
새로 사 놓은 나무기둥들은 무거운 지붕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였고, 몇 개는 부러지거나, 예전 집에서 사용했던 그 정도의
무거운 무게를 견디지 못하였습니다, 게다가 길이조차도 중앙에 놓인 큰 기둥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여서
결국 그 집은, 집주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찌되었든간에 중앙에 놓인 기둥 하나로만 지탱하는 집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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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itas Lux Mea』
'진리는 나의 빛' 이라는 뜻의 라틴어입니다, 이도 마찬가지로 서울대학교 엠블럼에 붙어있는 문구입니다.
이 또한 세상이 변해도 결코 변하지 않는, '진리'로서 본말이 전도된 세상을 밝히고 나 자신을 밝힌다는 뜻이 있겠죠?
또는, '진리'가 있기에 나라는 존재가 존재한다, 이런 뜻으로도 해석 할 수 있겠습니다.
'진리'가 있기에 '나' 가 빛날 수 있는 것처럼 어쩌면
'Flash'가 있기에 현재의 'KTF MagicNs'가 빛나는 것일수도 있습니다.
팀 내에서의 프로리그 다승왕, 박카스 스타리그 우승자, 어린괴물, 1승카드, 어느 누구보다도 더 높은 팬들의 인지도...
이영호 그 이상의 것을 보여 주는 선수가 현재까지는 없다는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찬수 선수의 경우에도 '우승'은 보여주지 못하였으며, 확실한 '1승카드' 라고 치부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선수들의 경우에도 이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는 전지전능한 선수라고는 말 하기 어렵습니다.
한 마디로 영호 선수를 제외하고 나면, KTF라는 팀의 정체성마저도 혼란스러워 질 정도로까지 상황이 전개되고 말았습니다.
지구를 비추는 빛, 즉 태양이 하나이듯이, 이영호 선수는 KTF라는 팀에게 있어서 오직 하나밖에 없는, 그런
전지전능한 존재가 되어야만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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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ash Lux KTF』 - 영호는 KTF의 빛.
그 소년이 들어왔을 당시에는 16세의 중학생이었습니다.
막 팀을 옮기자 마자, 자기보다 나이도 많았던 형들도 많았을 것이었고, 당연히 그는 - 어린아이였을 겁니다.
형들에게 여러가지도 물어보고, 연습도 같이 하고, 밥도 같이 먹고 하면서 그렇게 그는 큰 기둥 사이에서 그 기둥만을
바라보면서 살았을 그였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 형들은 숙소에 남아있지 않게 되었고 - 그 무거운 기둥,즉 책임들은 단번에 그에게 떨어졌습니다.
어느새부턴가 그렇게 중학생이었던 그 소년은 작은 소년이 아닌 큰 기둥이 되었습니다.
그 팀의 빛이자 진리, 희망이 되었고, 모두가 다 그를 바라보아야 하는 상황이 오고야 말았던 것이었습니다.
그에게 주어진 책임만큼을 소화하기 위하여, 그는 누구보다 더 전지전능 해야만 했고, 쓰러지지 말아야만 했습니다.
자신이 쓰러지면, 집이 쓰러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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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소년은 소년일 뿐, 어른이 될 수 없었던 것일까요.
너무나도 크게 주어진 많은 짐들은 그를 무기력하게 하였고, 서서히 지치게 만들었습니다.
그에게 있었던 열정마저도 빼앗아갔고, 자신이 절망의 늪에 빠져도 아무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생각 탓에
어느 순간부터는 그는 오직 자신의 속으로 파고들기만 하는 것 같았습니다. 자기 자신을 억누르는 환멸 속으로.
어느덧 그 팀을 비추었던, 오직 하나뿐이었던 빛이 사그라 들고 있는것 같은 기분만 듭니다.
'영호는 KTF의 빛', '고개를 들어 영호를 보게 하라' 라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었듯이
영호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었을 뿐이었는데, 단지 그것 뿐이었는데도
...누군가가 느끼기도 어려웠던 하찮은 잔바람에도 무너지는 팀이 되고야 만 것입니다. 단지 그것 뿐인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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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알고보면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죠, 하지만 그 팀에서는 오직 영호 선수 하나만 바라보고 미래를 알 려고 했을지도 모릅니다.
영호만 잘 하면 다 잘 하게 될 것이다, 영호는 팀의 미래니까 오직 영호 하나만 잘 되면 된다.
비록 『누군가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이런 말이 있지만
정작 미래를 바꾸는 것은 관악에 있는 그들이 아닌 또 다른 사람들이 바꿔 나갈 수도 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KTF의 미래를 바꾸는 것은 이영호 선수가 아닌, 다른 팀원들이 바꿔 나갈 수도 있는 겁니다.
그 미래를 바꿀 사람이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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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것은 없다, 단지 하나, 죽음, 그 순간만이 영원하다.
그 기둥이 영원히 유지 될 줄만 알았던 것도 순간이었듯이,
이영호 선수가 영원히 그 팀을 유지 할 수만은 없습니다.
영호 선수도 언젠가는 그 팀을 떠나거나, 은퇴하거나, 군대를 가거나, 이런 변수들이 존재하고는 있지요.
누군가가 영호 선수를 도와 줘야 한다는 생각은, 비단 저만이 드는 걸까요,
영호 선수를 우상으로서 바라보아서 결국은 눈이 멀어버린 우매한 다른 선수들은, 과연 그들에게 있었던 태양이었던
어느 날 부터 갑자기 영호 선수가 없어진다면, 어떻게 대응하게 될 까요,
영호 선수가 이기겠지, 나 혼자서는 안 해도 되겠지 하면서 영호 선수에게만 맹목적으로 의지하던 그들이 만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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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찾아서.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듯이 희망도 미래로 가는 길 어딘가에는 놓여 있습니다, 단지 우리가 알 수 없을 뿐..
다른 팀의 경우에도 한치 앞을 못 내다 보는 상황 속에서도 미래로 가는 길 위에서 희망을 찾아낸 팀들이 여럿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Plus(현 화승오즈), 삼성전자 칸 등의 팀들...
그러나 그 희망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기 때문인지라, 과연 이영호 선수 없이도 그 희망을 찾을 수 있을지가 궁금해집니다.
더군다나, 요즘 같은 시간 위에 놓여있는 즈음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