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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2/04 13:26:03
Name Joker_
Subject 달려라. 거침없이.
https://ppt21.com/zboard4/zboard.php?id=ACE&page=1&sn1=&divpage=1&sn=on&ss=off&sc=off&keyword=joker_&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449


제가 아주 오래 전에 박성준 선수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벌써 2년 전이군요.


사실 전 근 1년 반 가까이 스타리그를 시청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시청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지도 모릅니다.
왜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미국에 살고 있어서 온게임넷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볼 수 있었던
경기들을 1주일동안 기다리고 행여 결과를 알면 재미가 반감되는 것을 생각해서
경기들의 결과를 찾지도 않으며 기다렸고, 작은 모니터를 통해 보는 경기들을 통해
열광하고 사랑하고 즐겼습니다. 하지만 점차 제가 사랑하고 응원했던 선수들은
슬럼프에 빠지고 피씨방 리그 예선에서만 볼 수 있었던 이름들이 무림에 등장했습니다.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제가 스타판에서의 재미를 느끼지 못하기 시작한 것은.



전 예전부터 특정 종족을 싫어하거나 혹은 특정 종족만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각 종족마다 특별한 애정을 쏟는 선수가 한명씩 있었을 뿐입니다.
프로토스는 악마 박용욱을.
테란은 천재 이윤열을.
그리고 저그는 투신 박성준을.



악마, 천재, 투신!
듣기만 해도 가슴이 떨리고 온몸에 환희가 흐르는 느낌을 받게하는 이들.
오늘날 우리는 악마의 모습을 더이상 볼 수 없고,
오늘날 천재와 투신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자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 소위 질레트배 스타리그부터 본 사람들 중 한명입니다.
그리고 엠겜리그보다 온게임넷 스타리그만을 보던 시청자였습니다.
그래서 전 임진록이나 엠겜리그에서의 '최연성을 이겨라' 프로젝트도 못 봤고,
팀리그의 희열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박성준 선수는 저에게 특별한 존재였습니다.
투신에 대한 애정은 악마와 천재에 대한 애정보다 더욱 각별했습니다.

그를 처음 만나게 된 것은 경기가 아닌 소위 '스페셜 동영상' 을 통해서였습니다.
임요환 선수와의 튜얼 토너먼트부터, 이병민 선수와의 에버 2005 결승전까지
투박하지만 아름답고 자비가 없는 칼날을 보며 그를 맞이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어느새 온게임넷 홈페이지에서
박성준 선수와 임요환 선수의 경기를 시청하고 있었습니다.
최연성 선수와의 질레트배 준결승전은 10번도 넘게 시청했던 것 같습니다.
이후에도 저그의 2회 우승, 2회 준우승이라는 업적을 달성하면서
저는 그가 최고의 저그로 인정받으리라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의 영광을 달가워하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최초의 저그 우승자는 홍진호가 되었어야 한다는 질투어린 시선과,
샤프하고 핸섬한 프로게이머들의 모습에 비교되어 들리던 비웃음과,
강했던 모습보다 허무하게 무너지던 나약한 모습만을 기억에 새기던 실망감은
박성준 선수를 형식적으로만 인정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마에스트로가 등장했습니다. 줄기차게 우승합니다. 사람들은 그의 지휘에 환호합니다.
같은 시기에 박성준 선수는 선수생활을 끝내야하는 기로에 서있었습니다.
무스폰팀에서 개인리그 우승을 쥐어진 선수가.
라면을 끼니삼고 손가락 10개와 헤드폰에 의지하며 팀을 먹여살리기 위해 전부를 쏟아부었던 선수가.
떠돌이 신세가 되었습니다. 기가 막히더군요.
이대로 무너지나 싶었습니다. 많은 선수들을 자신의 발 아래에 놓으며 무림을 호령하던
그가 이렇게 무너지나 걱정하고 걱정했습니다.


다행히 SKT 로 이적해서 다시 비상하리라 생각했지만,
들리는 소식은 저에게 실망과 걱정만을 안겨주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얼마 안가서 STX 로 이적합니다. 왜 STX 로 갔는지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아마 SKT 와 KTF 의 레알마드리드급 선수들만을 동경했기 때문에 자리잡은
편견 때문이었나 봅니다. 하지만 그는 조금씩 숨을 고르며 마라톤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3회 우승을 거머쥡니다.


오랜 시간의 휴식기를 끝낸 그의 우승소식을 듣고 긴 시간동안 찾지 않았던
스타리그를 시청했습니다. 결승전에서 보인 그의 움직임과 전성기 때의 움직임이
눈 앞을 스치면서 흐릿한 무언가가 함께 저의 눈을 가렸습니다.


운빨? 뚱뚱한 몸? 못생긴 외모? 결승에서 3:0 패배?

안타깝게도 저에겐 위의 사항들이 전부 반대로 보이는군요.


안상태 기자의 억양을 조금 섞어보자면,


그의 우승은 실력이었고!
그의 몸은 남들보다 조금 통통할 뿐이고!
그의 외모는 귀여울 뿐이고!
그의 패배는 남들도 똑같이 겪는 것 뿐이고!


전 오늘도 오만리 밖에 떨어진 곳에서
그의 레이스를 느끼고 있습니다.
그의 전투할 때의 투박하지만 거침없는 모습처럼
우승과 인정과 팬들을 향한
투박하지만 거침없는 레이스가 이어지길 소망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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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용스칸
09/02/04 13:35
수정 아이콘
박성준 선수. 마재윤 선수가 MSL 저그의 전설이라면 박성준 선수는 OSL 저그의 전설입니다.
서성수
09/02/04 16:42
수정 아이콘
요즘 성준선수 글이 많네요.
성준빠로서 이슈가 된다는 거에 기분이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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