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의상 경어는 생략하였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 OSL 16강 2주차 경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16강 A조 4경기 신희승 vs 김택용 @ 카트리나
김택용은 상대방 본진 입구에 전진 게이트를, 신희승은 김택용의 본진과 가까운 센터 지역 언덕에 전진 투배럭을 건설한다. 김택용의 전략은 처음 소환한 게이트가 채 절반도 완성되기 전에 테란의 SCV 정찰에 발각되며 수포로 돌아가지만, 김택용이 전진 게이트를 취소한 후 뒷마당 확장을 가져가면서 신희승의 전략이 성공할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투 배럭에서 모은 마린과 SCV 몇 기가 김택용의 본진을 급습, 신희승의 전진 배럭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상대가 뭔가 꾸미고 있다는 것을 눈치는 채고 있었을 김택용은 뒤늦게 포지를 올리고 질럿을 생산하며 방어에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결국 귀신 같은 프로브와 질럿 컨트롤로 상대방의 벙커링까지 저지하며 게임을 거의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던 테란의 첫 공격을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
공격은 막았지만 불리한 상황에 처한 김택용은 확장을 포기하고 빠르게 다크 템플러 생산을 준비했다. 하지만 신희승은 이를 예측이라도 한 듯 벙커 두 개와 터렛, 각종 건물들로 입구를 완전히 틀어막고 배럭스를 4개까지 늘렸다. 적당히 병력이 모이자 치고 나가는 신희승. 김택용은 뒷마당 확장을 가져가고 다크로 시간을 끌며 셔틀 리버 드랍을 준비하지만 오히려 신희승이 먼저 드랍십을 생산, 김택용의 확장과 본진을 뒤흔들었다. 피해가 누적되는 김택용. 여유있게 팩토리 유닛까지 확보한 신희승.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김택용은 모든 병력을 끌어모아 마지막 러시를 감행했고, 공격이 실패한 후 지지를 선언했다.
선수들 입장에서야 달갑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관전자 입장에서는 평소 보던 것과는 다른 경기 양상이 나오면 눈이 즐거운 법이다. 바로 이 경기처럼 말이다.
전략과 전략으로 치열하게 맞붙었던 두 선수는 제각기 기량을 마음껏 뽐냈다. 신희승은 전진 투 배럭에 이어 과감한 포 배럭 바이오닉에 적절한 드랍십을 선보이며 왜 자신이 포스트 임요환이라는 칭호를 받았던 선수인지를 증명했다. 김택용도 전진 게이트 전략이 간파당하면서 시종일관 불리한 상황에서 게임을 진행하긴 했지만 경이로운 피지컬로 초반 신희승의 러시를 막아내거나 다크 템플러로 바이오닉 병력의 진출을 최대한 늦추는 등 감탄사를 자아냈다.
신희승은 현재 본좌에 가장 가까이 서있는 선수인 김택용을 깔끔하게 잡아내며 가장 먼저 8강행을 확정지었다. 개인리그에서 지난 시즌까지 보여주었던 불안정한 모습에 비하면 지금의 경기력은 확실히 나아졌다고 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신희승이라는 이름에서 확실한 안정감이 느껴지진 않는다. 김준영과의 마지막 16강전과 다음 8강 무대가 자신의 이름에 무게감을 부여할 수 있는 좋은 자리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김택용은 오충훈과의 경기에서 이기면 8강 진출, 지면 16강 탈락이다. 이는 오충훈도 마찬가지.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셈인데, 오충훈의 무시무시한 뚝심을 두 경기 연속 보고 난 뒤라 김택용이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가 없다. 과연 이번 시즌에도 신예 테란에게 덜미를 잡힐 것인가..
16강 B조 4경기 진영수 vs 변형태 @ 블루스톰
두 선수 모두 처음부터 가스를 채취하며 원팩 건설 이후 앞마당 확장을 가져가는 무난한 빌드로 시작했다. 엇비슷한 상황에서 먼저 카드를 꺼내든 것은 변형태였다. 한 템포 빠르게 벌쳐 속업을 누른 변형태는 센터 가까이에 모여있는 진영수의 벌쳐를 피해 상대 본진에 난입, SCV 피해를 주는 데 성공했다. 진영수는 자신의 벌쳐를 모두 모아 번형태의 앞마당 입구에 전진 배치했고, 변형태는 상대방보다 적은 수의 벌쳐로 이를 무리하게 뚫으려다 약간의 피해를 보았다.
이후 변형태가 벌쳐 생산에 주력한 반면, 진영수는 탱크를 생산하며 조합을 갖추기 시작했다. 변형태는 마인 업을 누르고 다수 벌쳐로 진영수의 본진을 급습하지만 마인 업그레이드 타이밍이 어긋나며 상대 병력에 공격이 막히고 말았다. 오히려 이른 타이밍에 탱크를 확보한 진영수가 시즈 모드로 변형태의 앞마당을 띄우는 이득을 보며 한 발 앞서 나갔다.
변형태는 어쩔 수 없이 다른 확장 지역으로 커맨드를 옮기고 다수 벌쳐를 생산, 센터에 마인을 매설하며 시간을 벌고자 했다. 하지만 진영수가 골리앗까지 추가하며 마인 밭을 빠른 속도로 피해 없이 돌파, 변형태의 확장을 재차 공략했다. 뒤늦게 탱크를 확보한 변형태가 방어에 나섰지만 이미 자원과 물량의 차이는 크게 벌어진 상태. 진영수는 스타포트를 다수 올리며 레이스 생산을 시작했고, 잠시 후 레이스를 발견한 변형태가 바로 지지를 선언하며 경기가 끝났다.
6:0 이라는 그간의 스코어를 비웃기라도 하듯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진영수.
변형태의 패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경기를 너무 자신의 페이스로만 가져가려고 했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닌가 싶다. 벌쳐를 이용한 스피디한 운영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초반의 이득에도 불구하고 입구를 막은 상대의 벌쳐를 뚫어내느라 너무 많은 병력을 낭비했고 상대방의 체제 변화에 유연하게 맞춰가지도 못했다.
반면에 진영수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적절한 체제 변경을 통한 병력 조합과 날카로운 진출 타이밍까지, 최근 가장 잘 나가는 테란다운 경기력이었다. 저그전이든 테란전이든 토스전이든, 타이밍을 잡아내는 감 하나는 참 좋은 것 같다.
진영수가 변형태를 꺾으면서 B조는 재미있는 상황에 빠졌다. 경기 결과에 따라서는 세 명이 2승 1패로 동률을 이룰 수도, 1승 2패로 동률을 이룰 수도 있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이재호와 진영수의 진출 가능성이 높아보이는데.. 일단은 좀 두고 봅시다.
16강 C조 4경기 이제동 vs 이윤열 @ 몽환II
무난한 3 해쳐리 빌드로 시작한 이제동과 달리 이윤열은 배럭-팩토리-스타포트를 연달아 올리는 매우 빠른 테크를 택했다. 이윤열은 앞마당의 성큰을 피해 저그 본진에 벌쳐 한 기를 밀어넣고, 곧 이어 생산된 레이스 한 기로 오버로드를 잡으며 상대방에게 피해를 누적시켰다. 이제동이 저글링 다수로 테란 본진을 노렸지만, 이윤열은 이를 예측한듯 앞마당에 내려와 있던 바이오닉 병력들을 언덕 위로 올리며 공격을 무난하게 막아냈다.
이윤열은 레이스 이후 바로 생산된 드랍십에 마린-파이어뱃-메딕을 태워 상대방 본진을 공략했고, 이 공격이 아주 제대로 먹혀 들어가면서 이윤열의 승리가 거의 확실해지는듯 보였다. 하지만 방심한 이윤열은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앞마당에 주둔하던 상대 저글링이 본진 쪽으로 회군하는 것을 보고 입구를 지키던 바이오닉 병력을 센터 쪽으로 이동시킨 것이다. 저글링 한 부대 정도를 미리 옆으로 빼두었던 이제동은 테란 병력이 나오는 것을 보고 상대방의 빈집을 턴다. 이 저글링들은 테란의 생산 건물을 점령하고 SCV까지 거의 전멸시키는, 그야말로 엄청난 수확을 올렸다.
저그의 피해도 상당했지만, 이제동은 앞마당에서 자원을 채취할 수 있었고, 테란은 그럴 수 없었다. 결국 이 차이가 승부를 갈랐고, 이제동은 8강 진출을, 이윤열은 16강 탈락을 확정지었다.
끝내주는 전략을 준비해 온 이윤열. 수많은 연습으로 다듬어진 전략은 보기 좋게 먹혀 들었고, 드디어 이윤열이 그간의 슬럼프를 털어내고 개인리그에서 승리를 가져가나 싶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승기를 잡은 순간에 저지른 실수는 너무나 컸고, 이제동은 그 틈을 정말 예리하게 파고 들었다.
승부란 그런 것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실낱같은 가능성을 놓치지 않고 그것을 집요하게 쫓는 자가 승리하게 마련이다. 그 불리한 상황에서도 저글링 일부를 빼놓으며 마지막 역전의 가능성을 노린 이제동과 승리를 거의 확신하고 굳이 아래로 내릴 필요도 없었던 병력을 내린 이윤열. 두 사람의 차이는 거기에 있는 게 아니었을까. 오늘 경기를 보고 이윤열의 슬럼프가 짧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6강 D조 4경기 마재윤 vs 안기효 @ 페르소나
캐논 러시를 준비해 온 안기효. 마재윤은 이를 예측이라도 한 듯 9 스포닝에 저글링 발업까지 누르며 상대가 캐논 러시를 시도할 엄두조차 낼 수 없도록 만들었다. 안기효는 어쩔 수 없이 본진에 캐논을 짓고 스타게이트까지 테크를 올리며 꾸준히 질럿을 생산했다. 마재윤은 앞 마당 확장 후 레어를 올리며 히드라 덴을 건설.
안기효는 질럿 발업이 완료되는 타이밍에 원 게이트에서 꾸준히 모은 질럿으로 공격을 시도하지만 별 다른 이득을 보지 못하고 성큰과 저글링, 히드라에 허무하게 막힌다. 질럿을 충원해 다시금 공격을 시도하지만 이번에도 실패. 역으로 다수의 럴커를 확보한 마재윤이 안기효의 입구를 조이고 다수 뮤탈로 상대의 본진을 유린했다. 안기효는 이렇다 할 모습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지지를 선언,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이번 OSL에서 강력한 다크호스로 떠오를 것만 같았던 안기효. 김택용을 제외한 모든 프로토스의 대재앙, 마에스트로를 맞아 어떤 경기를 보여줄지 기대를 했던 사람은 비단 나 뿐만은 아니었을 게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 보니, 이럴 수가...
정말 그 캐논 러시 전략 말고는 아무 것도 생각해 오지 않은 걸까? 어떤 전략을 준비했다면, 그 전략이 실패했을 때의 대책을 세워두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오늘 안기효의 경기에서는 그런 실패에 대한 대비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정말 그렇게 해서 마재윤을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건지, 아니면 준비해 온 전략이 수포로 돌아간 뒤의 무기력한 대응에 불과했던 건지. 그 해답은 안기효만이 알고 있을 테지만, 오늘 그가 보여준 모습은 도무지 스타리거다운 모습이 아니었다.
마재윤은.. 정말 이 사내의 프로토스 전은 할 말이 없다. 어제 윤용태와의 MSL 8강 경기를 보면서도 느꼈던 거지만 김택용을 제외한 그 어떤 프로토스도 다전제 경기에서 마재윤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그와 동시에 떠오르는 하나의 의문. 그런데 도대체 왜 사쥔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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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조별 승패 상황
A조 : 신희승(2승) - 김택용(1승1패) - 오충훈(1승 1패) - 김준영(2패)
B조 : 이재호(2승) - 변형태(1승1패) - 진영수(1승1패) - 박성준(2패)
C조 : 송병구(2승) - 이제동(2승) - 이윤열(2패) - 김성기(2패)
D조 : 마재윤(2승) - 김동건(1승1패) - 이영호(1승1패) - 안기효(2패)
파란색은 8강 진출 확정자. 보라색은 16강 탈락 확정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