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7/05/07 00:02:37
Name 뻬파
Subject 최인규 chrh. 1402일만의 승리.
안녕하세요. 피지알 눈팅은 3년째해오고 있지만 글은 처음인 불량회원입니다.
최인규 선수의 선전을 보니 도저히 가만히 있을수가 없어서 말이죠. 졸렬하지만
그냥 이런 감정을 느꼈다라고 봐주세요. 세세한 사실은 확인하지 못한점 지적해주시면
수정하겠습니다.
===========================================================================
*

전혀 기대를 하지 않는다라는 표현이 있다. 은근슬쩍 기대는 하지만 그 가능성이란게 너무 낮아서

도저히 대놓고 기대를 할 수 없다는 다소 극단적인 표현이다. 극단적인만큼 듣는 당사자로서는 가슴이 아프고

쓰리고, 분하고, 그런데도 어쩔 수 없음에 앞의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지옥같은 것이겠지' 그런데 우리는, 사람들은 그런 표현을 자주 한다. 포기하면 편하거든?

기대에도 불구하고, 맨날 미역국에 떡실신만 당하는 플레이어에게 정을 준다는 건 원만한 심장으론 할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당사자 선수가 느끼는 위의 저 기분을 충실하게도 동반해서 느껴야거든.

그러니까 팬질이 쉽지 않단 것이다.

**

최인규는 아마도 2004년정도부터 스타리그를 본 팬이라면 오프닝의 한장면에 그냥 자주 나오는 잘 생긴 선수...

정도로 인식할 것이다. 주종족이 무엇인지 소속팀은 삼성인것같은데 출전을 안하네? 다른 종목 선순가?

생각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인지도가 낮다. 근데 사실 그는 거의 임요환과 앞서거나 그 비숫한 시기에 활약하던

무려 랜덤(?) 전문의 아스트랄한 선수였다. 플토도 참 잘했고, 테란전도 참 잘했고, 랜덤이란 특성을 이용해

극단적인 심리전도 즐길줄 아는 로맨티스트(?)였다. 근데 고질적인 손목 부상으로-당시 프로게이머에게 복지나

건강을 생각할만한 여유자체가 없었기에- 오랜시간 벤치를 지켜왔다. 동생뻘되는 최수범 선수와 김근백 선수와,

이제 그보다 어린 동생들 송병구가 프로리그에서 안간힘을 다해 삼성을 지키고 있었을때 삼성이 계속된 패배로

1차 프로리그에서 탈락할때도 그는 벤치에서 지켜보고만 있었다. 얼마나 분했을까. 그래도 내가 큰 형인데...

감독님이 그래도 날 믿고 이렇게 데리고 계신 것인데.... 그 자리에 없었지만, 그 분함이 브라운관 너머로 전해왔었다.

많은 올드 팬들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그는 결국 3년 반정도동안 한번 이겨보지도 못하고 결국 군입대를 결정한다.

사실 그때 참 많은 사람들이 최인규라는 존재를 부정했다. 3년넘게 뭐한게 있는지조차 알수없는 선수가 무슨 공군팀에 들어간다는 것이냐.

공군이 무슨 퇴물 집단이냐며... 사실, 나는 최인규에게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내가 최인규에게 기대한건...

뭐랄까 패배가 기정사실화된 때 등판하게되는 쓸쓸한 등의 패전전문 투수 정도였다. 그렇게 내가 기대한건 보잘 것 없었다.


***


오늘도 최인규는 엔트리에 올라있었다. 씁쓸하게 3:1정도의 스코어를 기록하기 위해 등판하는 것인가...라고

씁쓸하게 되뇌였다. 마침 1경기에선 그나마 공군에서 확실한 승리를 챙겨주던 성학승이 염보성에게 5분도 되지 않아

패배했고, 2경기에선 그렇게나 1승을 거둬주길 바래마지 않는 우리 학교 후배 조형근이 이재호에게 패배했다.

그래도, 우리의 저그 대마왕 강도경과 그의 한빛 팀 파트너, 김선기의 활약으로 1승을 거두었다.

그래, 솔직히 이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1승 했다. 셧아웃이 아닌게 어디야. 인규가 택용이 잡긴 좀 힘들것지"

2:2란 스코어는 누구도 생각치 않았다.

그리고 이런 기대란게 뒤집어지는 그 순간이 그야말로 카타르시스로 다가오는 것인게지.

****

최인규의 시작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간혹 흘리는 병력과, 수비 중심으로 나오는 약간은 수동적인 자세.

김택용이라는 포스가 주는 긴장감. 팬들의 수근거림. 경기 내적이나 외적이나 최인규가 아-주 유리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그래봤자 승부에 대한 경우란건. 2가지밖에 없잖아. 이기거나, 지거나.

확률이란건 경기에 들어가기 전 문제고, 경기에 임하면 이기는 확률도 지는 확률도 50대 50인 것이지.

오늘의 최인규는 단단했다. 진짜 테란스럽게 꼼꼼하게 터렛을 설치하고, 포인트마다 마인 설치하고, 자리 충실하게

잡고,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지지 않는 싸움을 계속했다. 그런데 그런 몬티 홀이란 전장에서 최인규가 변화를 일으킨다.

김택용의 멀티 기지에 동시 다발적인 공격을 시도해 자원의 수급을 지속적으로 방해하고, 고스트를 활용하는 플레이에

리버에게 절대 손해보지 않는 플레이를 해가면서 전선을 조금씩, 조금씩 전진해서 결국 김택용의 병력을 말리고 말렸다.

그야말로 전통적인 힘싸움과 난전을 통해 그 MSL의 우승자이자, 마재윤을 씹어먹고, 이윤열에게 스카우트를 띄우며

도발하던 비수를 마우스 오브 조로 인규가 비수째로 부셔버린 것이다. 단단한 바위를 비수로 찌른다는게 얼마나 허망한

일인지를 고스트 락다운으로 보여줘가면서 결국 김택용에게 GG를 받아낸다.

누가 기대를 했을까. 누가 변화를 예상했을까. 그 김택용을 한물갔단 평가에 퇴물 소리까지 들었던 최인규가

때려잡았다. 승리가 확실시되던 장면에서 보여주던 최인규 입가의 미소. 진짜 울뻔했다. 박수를 쳐가며

"인규야 니가 해내는구나!"라며 외쳤다.-아마 소름이 돋고, 박수에 눈물을 글썽인 팬 나 하나만이 아니리라 믿는다-

*****

김택용은 5경기 에이스 결정전에 다시 한번 등장하지만, 4경기의 여파를 이겨내지 못한듯 자잘한 실수를 하고

임요환에게 공군의 2승을 헌납한다. 2:0에서 3연승. 작년도 디펜딩 챔피언을 공군이 꺾었다.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참가에 의의를 두는 걸로 위안을 삼던 올드팬들에게 오늘 그들은 최고의 선물을 선사했다.

최인규의 고스트, 임요환의 메카닉.

강도경과 김선기의 팀웍.

내가 이래서 이판을 못버리는 것이다.

Nio.G.Readman the Paper

덧글: 최인규는 오늘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로 등극한다. 그 검색어 친 사람중에 한명이 나다. 초콤 부끄럽지만

너무 기뻤다. 춤이라도 추고 싶을 정도로.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The xian
07/05/07 00:06
수정 아이콘
최인규 선수의 팬은 아니지만 최인규 선수가 한 번쯤이라도 멋지게 이겨 줬으면 하는 생각은 늘 가지고 있었습니다.

다시금. 최인규 선수의 오늘 승리가 고맙고, 정말로 감사합니다. 데일리 MVP도 받으셔서 더욱 좋으시겠습니다.
승리의기쁨이
07/05/07 00:14
수정 아이콘
나와 내 동생이 같이 좋아했던 선수중에 한명으로써 너무 감격먹네요 그당시 그의 랜덤이나 미소는 가희 최고급이였는데 손목부상이 정말 컷네요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Choi[Gija]
07/05/07 00:33
수정 아이콘
ㅠ.ㅠ
최인규... 잊고 있었던 이름이었습니다.
이제 그 이름을 모두가 기억할 겁니다.
Pnu.12414.
07/05/07 00:35
수정 아이콘
해설하고 있던 임성춘, 김동준 해설의 마음은 얼마나 벅차올랐을까요. 한솥밥 먹던 선수가 4년만에 이겼는데.. 아무 연관 없는 저도 찡했는데..
사상최악
07/05/07 00:39
수정 아이콘
사실 방송을 보면서 감히 최인규 선수의 승리를 예상하는 건 김택용 선수에게 실례되는 일이라고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최인규 선수가 이긴다면 그야말로 기적이 일어나는 거라고 계속 생각했는데, 정말 그 기적을 만들어내네요.
김택용 선수의 첫 프로브 정찰 실패가 나비효과가 되어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문득 닉네임으로 'chrh열혈팬'을 쓰던 분이 생각나네요.
최인규 선수의 멋진 모습을 앞으로도 계속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크드레곤
07/05/07 00:46
수정 아이콘
지금 재방송 보고왔는데 최인규선수가 이기는 순간 눈물이 나네요..^^ 최인규 선수 제 2의 전성기를 맞이 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좋은 모습 부탁합니다~~최인규 선수 화이팅!!
My name is J
07/05/07 00:49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합니다.
이 밤 그 경기를 다시금 보자마자...이 글을 읽는 군요.
그 지옥같던 1402일...그것을 견뎌온 선수와 그 팬들에게 감사와 축하를 합니다.

예..바로 이런 모습이 이판을 사랑하는 이유겠지요.
구경플토
07/05/07 00:52
수정 아이콘
오랫동안 기다려 왔습니다. 삼성칸 소속으로 벤치에 앉아있을때도, 한시도 잊지 않고 기다려 왔습니다. 김가을 감독도 이런 모습을 기대하며 최인규 선수와 계속 함께해온 것이겠지요...

눈물이 납니다. 주책스럽게...
07/05/07 01:01
수정 아이콘
저는 임빠입니다.
그러나
왠지 오늘의 임요환선수는 조연 역할이였다고 생각합니다.
누가뭐래도 오늘의 주인공은 최인규 선수였죠.

임요환선수의 열혈팬이긴 하지만 임요환 선수가 조연인게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경기 였습니다.

최인규 선수 반짝 부활이 아니면
영원한 부활로 다시 팬들에게 감동을 주길 바랍니다.

오늘 승리는 하였지만 약간은 부족한 부분이 없지않아있습니다.
다른분들이 그것으로 인규선수의 승리를 깍아내리려고 할수도있습니다.

더 완벽해진 모습으로 아무도 깍아내리지 못할 포스로 돌아오길
기대합니다.

chrh 는 다시 돌아옵니다.
07/05/07 01:04
수정 아이콘
임요환과의 라이벌전보다 훨씬더 이전부터 최인규 광빠였던 나로써는 그저 눈물만 나옴..ㅠㅜ
개의눈 미도그
07/05/07 01:41
수정 아이콘
동영상 세번 돌려봤습니다.
시작할때의 의미심장한 자신감에 차있는 미소,
승부가 기울었을때의 미소,
승리했을때의 환한 미소...
정말 감동스러웠어요.
노장이 이렇게 부활해주니 이맛에 스타를 못끊겠네요. 임요환 선수도 그렇구..
07/05/07 01:56
수정 아이콘
최인규선수 정말 오랜만에 스타보다 감동했어요ㅠㅠ
유리아주
07/05/07 02:00
수정 아이콘
최인규 선수 그 잘생긴 외모는 빡빡머리 군인이라도 광이 나더군요.. 흘..
시커.R
07/05/07 08:32
수정 아이콘
저도 박수까지 치면서 설마.. 설마.. 하면서 응원헀네요.^^
iTV에서 최인규 선수가 연승을 하나씩 쌓아가던 그 시절이 떠오르더군요. 매주 최인규 선수의 연승을 기다리는게 낙이었는데...^^;;
동글콩
07/05/07 11:40
수정 아이콘
얼른 챙겨봐야겠군요. 사실 기사만 보고도 눈물 찔끔.. ^^;
최인규 선수! 게이머 팬카페라는 데에 처음 가입하게 만든 선수!
그동안 잊고 살아서 미안해요.. 그동안 못 한 만큼 더 많이 응원해 줄께요.
공군 화이팅!!
하얀 로냐프 강
07/05/07 12:11
수정 아이콘
너무 많은 경기수 때문에 스타에 흥미를 잃을 뻔 했으나... 공군이 그 흥미를 되살리는군요...
노련한곰탱이
07/05/07 12:47
수정 아이콘
승리를 확신하는 순간 최인규선수의 입가의 미소.. 정말 감동의 눈물이 주르륵 흐르더군요. 원래 임요환 선수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지만 5경기에 임선수를 어찌나 그렇게 응원했는지.. 어제 경기 너무 멋졌습니다.
감전주의
07/05/07 18:36
수정 아이콘
요즘 스타리그에 대한 흥미가 점점 떨어지고 있었는데 최인규선수의 환한 웃음을 보니 역시 이 맛에 스타를 보나 봅니다.^^
용잡이
07/05/07 22:34
수정 아이콘
임요환 선수의 팬이였기에 최인규선수는 정말 강렬하게 기억되어
있었죠..그의 전성기때 그를 곧잘이기던 랜덤유저..
그러나 삼성으로의 이적후 부상이후 잊혀져 가던 그선수가..
공군가서도 역시 어쩔수없나라는 생각을 가지게 하던 그선수가
정말 멋지게 이기더군요.
앞으로 스타보는맛이 하나더 늘어날듯 하네요.
공군화이팅!!인규선수 화이팅!!
sometimes
07/05/08 13:17
수정 아이콘
저도 임요환 선수보다 더 먼저 좋아했던 선수가 최인규 선수였는데...
역시.... ㅠ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0583 공식전, 그리고 스타리그의 역사에 대해서.... [5] 큰나무3802 07/05/08 3802 0
30582 엠비씨 게임팀이 과연 자금이 부족했을까요? [67] 모짜르트7029 07/05/08 7029 0
30580 [응원글] 내가 염보성선수를 응원하는 이유 [31] Soulchild3956 07/05/07 3956 0
30578 테테전의 요정 이병민 부활! [35] 카이레스4736 07/05/07 4736 0
30577 내가 눈물을 흘리게 해준 프로게이머.. GARIMTO 김 동 수 [8] Solo_me4217 07/05/07 4217 0
30576 올드의 대반란이 갖는 의미 [5] Axl4425 07/05/07 4425 0
30575 박성준 선수가 떠다는건 아쉽지만, MBC 게임이 잘못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183] 김광훈10982 07/05/07 10982 0
30574 엠비씨게임 박성준 선수의 웨이버 공시... 투신은 어디로 갈 것인가? [115] 저녁달빛10140 07/05/07 10140 0
30573 [응원글] 그저 한마디, 이윤열 화이팅!!!!! [21] SimpleLife3965 07/05/07 3965 0
30572 [sylent의 B급칼럼] 형태 가라사대, 'ppp~' [146] sylent8783 07/05/07 8783 0
30571 이번 스타리그! 과연 테란판일까? [7] HagarennozinQ4122 07/05/07 4122 0
30570 맵 밸런스에 관련된 재건의. [8] rakorn4104 07/05/07 4104 0
30569 [PT4] 대회 최종 결과 + 곰TV 다시보기 업로드 완료 [1] kimbilly4375 07/05/07 4375 0
30568 ★★ [공지] 닉네임 복사 기능/코멘트 잠금 기능 추가 ★★ [65] anistar3898 07/05/06 3898 0
30564 프로리그는 무엇으로 먹고 사는가? [24] 협회바보 FELIX6065 07/05/07 6065 0
30563 택용아, 계속 거기서 살꺼야? [11] ThanksGive6209 07/05/07 6209 0
30561 최인규가 웃었다. 그리고 나는... [21] 호수청년6506 07/05/07 6506 0
30560 이윤열 vs 변형태 또다시ppp사건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123] 테란시대7745 07/05/07 7745 0
30559 온게임넷 공식맵 - 몽환과 히치하이커에 대해 한마디... [29] 헌터지존5079 07/05/07 5079 0
30558 최인규 chrh. 1402일만의 승리. [20] 뻬파6847 07/05/07 6847 0
30557 임요환 선수가 말했잖아요. 그 시간의 끝에서 한 번 보자구요~~ [3] kin87044396 07/05/06 4396 0
30556 댓글잠금 그냥 이대로 넘어가는 겁니까? [153] 호텔선인장8005 07/05/06 8005 0
30555 [L.O.T.의 쉬어가기] 임요환 선수에 관한 마르지 않을 펜심 [4] Love.of.Tears.4839 07/05/06 4839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