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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10/07 21:51:38 |
Name |
il manifico |
Subject |
친구가 그립습니다. |
어저께 모 포탈 사이트에 가입되있는 카페를 정리했습니다.
다양한 카페가 있었는데, 그중에 지금은 다른 포탈사이트로 옮긴 학과소모임 카페가
있었습니다. 02년도에 옮겨졌지만, 당시 카페의 활동량이 적어서 그런지 사진이나
글들이 없어지지 않고 그대로 있더군요. 그런데 그중에 잊혀져 간 한 친구의 이름을
발견했고 이렇게 그 친구를 기리며 한 자 적어볼까 합니다.
그 친구-이하 S라고 하겠습니다-는 집이 제주도였습니다. 그래서 학교(서울)근처에서
자취를 했는데, 학교주변에서 자취해보신분은 알겠지만, 망가질 가능성이 90%
이상입니다.다행이 S는 그전부터 망가졌던 경험을 많이 겪었던 녀석인지라 능숙하게
망가지더군요. 망가질수 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가 술을 워낙에 잘 마시고 좋아하는 게
또 한 몫했습니다. 일주일에 5일이상 술자리를 가지는 건 예사였구, 결국 피를 토하며
쓰러진적도 있었습니다.토했다기 보다는 코에서 피를 흘리며 뒤로 넘어졌지만요.;;;
처음에 저랑 많이 친하지는 않았습니다.술에 제가 워낙에 약했고 집이 상당히 엄해서
자주 볼수는 없었지요.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대부분의 남학생들은 군대에 갔고
신검4급의 저는 1년 더 학교에 남았습니다. S는 집이 제주도였던지라, 전라도 전경으로
갔습니다.(90%이상 이렇게 된다고 하더군요.) 그렇지만 휴가만 나오면 언제나 서울에
왔고, 당시 학과에 유일한 남학생에 가까웠던 저희집에서 숙식도 해결하고 저역시 이 친구
를 따라 각종 술자리(?)에 끼게 됐습니다. 이 녀석따라 저도 술을 많이 먹게되서 주량이
거의 소주병단위로 늘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고운정, 미운정 들며 그냥 친구가
베스트 프렌드로 되갔습니다.
3학년 후 저는 공익생활을 시작했고. 역시나 S의 휴가 후, 서울 상경은 거대한 술자리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S의 전역이 대략 1달정도 남았던 어느날
이 소식이 날아오더군요. 후임병을 쉬게 하고 대신 다리 초소를 지키던 S가 음주운전자의
돌진으로 이 세상을 떠났다는 걸......
그냥 머리가 하얗게 질리더군요.옆에서 항상 웃고 술잔을 기울였던 친구가 어떻게 손
써볼수 수도 없이 떠났다는 것에 분노가 치밀어오르기도 했지요.(이런 감정을 글로 쓸
능력이 부족함이 안타깝네요.) 그렇게 그 친구는 떠났고, 대전 국립 묘지에 묻혔습니다.
올 여름에 국화 한다발 들고 가봤습니다. 몇년이 지났지만, 눈물보다는 화가 나더군요.
무슨 이유로 이렇게 떠났는지, 무슨 죄가 있어서 미쳐 자기 꽃도 못 피우고 떠났는지.
술잔과 항상 웃던 그 모습을 이제 볼수 없다는 사실에 가슴이 여전히 찢어집니다.
사람의 운명이 하늘에 달려있다면, 작은 원망의 하소연을 하고 싶기도 합니다. 친구의
자리를 잘 챙기고 있는지 제자신에게 향하는 작은 질책의 소리도 하고 싶습니다.
-쓰다보니 길어졌군요. 답답한 마음을 한번 늘어뜨려볼까 해서 이렇게 올립니다.
--아래 있는 맵 밸런스 논란은 끝이 없을듯하네요. 완벽한건 어디든 없겠지요.다만 그건
메꾸기 위해 노력하는 수밖에 없구요. 그러니 너무 감정적으로 대하지 말아주시길
바랄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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