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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11/20 14:56:56
Name 물빛노을
Subject 첫사랑...설레고...수줍고...섬찟한...(1)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올해 수능을 치른 고3 입니다.

그러나 첫사랑은 많이 늦었습니다. 작년 고2 때였죠.

제가 좋아하는(나이 때문인지 '사랑'이라는 말을 쓰는 것은 쑥쓰럽기만 합니다)

J는 저희 반 전학생이었습니다. 3월 5일에 전학을 왔죠.

별로 예쁜 애도 아닙니다. 키도 작고, 애교가 넘치는 스타일도 아닙니다.

그런데 저는 '첫눈에 반한다'라는 말의 의미를 실감했습니다.

다른 넘들(왜 있잖습니까...공부도 운동도 A+ 심지어 피아노나 바이올린까지 예술로 켜고

키도 180 훌쩍 넘고 얼굴도 그만하면 잘생긴 데다 성격까지 좋은, 도무지 미워할 수 없는

애들 말입니다)이 J랑 웃으면서 이야기할 때면, 저와 친한 친구들임에도 불구하고,

가슴 속에 질투심이 활활 타올랐습니다. 이유없이 미워졌지요.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저는 머리도 늘 푸시시하고(흔히 '돼지털-_-'이라고 하는 식의 머리

입니다. 하늘로 열나게 뻗치기만 하죠. 농구하고 나면 푸시시해집니다. 사실 머리 빗고 감

는 걸 매우 귀찮게 여기기도 합니다만, 최근 2년은 그것도 열심히 했는데 나아지는 게 없

더군요) 얼굴도 못 생겼고(개콘의 옥동자-_- 수준은 아니지만, 친구들이랑 다니면 가장 못

생긴 얼굴임은 분명합니다. 크고, 여드름도 많고, 놀 줄도 모르고...) 173(현 177)이라는 보

통키에 공부는 그냥저냥, 운동도 그냥저냥, 스타는 반내 톱을 다투고 말이나 글은 남부럽

지 않게 하고 쓰지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건 없는 녀석일 뿐입니다.

J는 꽤 내성적인 편입니다. 핸드폰이 있는데 폰 번호 아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여자들하고는 잘 지내는데, 남자들한테는 존재감도 별로 없는 모양입니다.

1년이 지난 지금 작년 같은 반 남자들 중에 그 애의 이름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그나마 제 주위의 친구들은 저 때문에 이름 정도는 다 알더군요). 다만 활동적인 남자아

이들(반내 모든 여자애들과 말 트는...)은 몇몇 같이 얘기하긴 하더군요. 그에 대한 제 마

음은 다들 아시리라 믿습니다.

1학기 내내 말 한 마디 못 붙였습니다. 키는 185정도로 크고 유머감각도 있지만 얼굴은

저랑 다를 게 없고 공부는 바닥인 친구가 같은 전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J와 친해졌을

때, 번호가 앞뒤다 보니 정보 시간에 옆에 앉아서 웃으며 떠들 때(아마 J가 전학온

이후 처음으로 웃고 떠들어본 남학생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제 가슴은 답답했습니다.

도대체 적어도 저 녀석보다 내가 못한 건 없는데.

1학기 내내 J와 짝이 되길 소망했습니다. 저희는 1주일마다 제비 뽑기로 짝을 바꾸었기

때문입니다(단, 무조건 남여로 앉아야합니다. 즉 여자 1~19, 남자 20~45로 번호를 써

놓고 39~45를 뽑은 남자애들끼리만 같이 앉는 겁니다). 저는 무신론자입니다. 그러나 만

일에 신이 있다면...하고 매일밤 기도했습니다. 아니 참선도 했습니다. 누구라도 좋았습니

다. 예수건 석가건 알라건 단군이건 누구건 간에 J와 짝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빌었

습니다. 때로는 돌아가신 저희 할아버지 할머니께도 빌어봤습니다.

그러나 신(들)은 저를 외면했습니다. 학생회 부회장이자 반장이며 농구 반내 1위인 녀석이

J와 웃고 떠들고, 장난치는 것을 보아야만 했습니다. J가 장난치면서 녀석을 때릴 때,

저는 그것이 십만배로 확대되어도 좋으니 제게 떨어졌으면 하고 바랬습니다.

제 주변의 아이들은 제가 J를 좋아하는 것을 몰랐습니다. 그래서 저한테 가끔 지나가

는 말로 J의 흉을 봤습니다. "야 제 귀지 좀 팠으면 좋겠다-_-(제 머리에 가장 충격적

으로 각인된 말입니다)." "전학생은 날라리건 아니건 대체로 예쁘던데 쟤는 왜 저러냐?"

"뒤에서 ** 둘이 *나게 떠드네 정말(제 뒤에 J가 앉았을 때, 제 옆에 앉았던 남학생이

제게 한 말입니다)." 가슴 찢어집니다. 그러나 저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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